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7화 (37/81)
  • 〈 37화 〉 챕터 11 내가 없는 동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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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어느 곳.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사안을 논의 중이다.

    그 사안들 중에는 이세우의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세우? 그게 누구야?”

    “그 왜 있잖습니까. 1년 전에 센터에서 실종된 초능력자.”

    “아! 이번에 균열에서 나왔다는 사람이 그 사람이야?”

    “예.”

    “그동안 어디 있었데?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코스모스 연맹이 지배하는 우주에 있었다. 그것도 아크 광산이라고 하는, 지구의 과학 기술을 아득히 뛰어넘는 코스모스 연맹조차 ‘불가해’ 라고 평가 내린 곳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 내 영혼에 더부살이하는, 태세우스라고 하는 다른 차원에서 온 드래곤 정신체의 마법이 아니었다면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라고 사실대로 말했다면 정신병원에 감금당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묵비권을 행사할 순 없었다.

    그랬다가는 중요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과 함께 잔인한 고문을 당했을 거다.

    그래서 진실에서 많이 어긋나는, 황당한 이야기를 해줬다.

    “우리가 예상한대로, 구난도 센터장은 텔레포트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쪽 분석관의 말에 따르면 언제고 우리의 감시를 피해서 도망치려고··· 텔레포트 기술을 숨긴 것 같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번에 돌아온 이세우씨의 말에 의하면 방공호가 공격받을 때, 구난도 센터장이 텔레포트 기술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텔레포트 기술에 문제가 있었는지 이세우씨만 따로 떨어져 나왔다고 합니다. 텔레포트 도중에 정신을 잃은 이세우씨가 정신을 차려보니 사방이 꽉 막힌 땅굴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땅굴에는 백골과 그 백골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본능적으로 땅을 파고 나가야 한다고 느낀 이세우씨는 그 곡괭이로 땅을 계속 팠다고 합니다. 밤낮을 잊고 파고 또 파다보니 빛이 보였고 그 빛으로 나오니 균열 밖이었다고 합니다.”

    그곳에 모인 관료들 중에서 직급이 낮은 관료가 이세우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보고했다.

    “흠-”

    초능력자나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콧방귀도 끼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서 3류 판타지 소설에서도 안 나올 헛소리를 늘어놓느냐며 보고자를 혼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이세우의 어이없는 이야기를 거짓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현실이 판타지 소설보다 더 했다.

    이세우가 말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보다 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세우의 이야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분할 방법도 없었다.

    “미이라 시체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

    “워낙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 된 건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추측을 하자면 당시 초능력 시연을 위해서 데려온 이미소의 짓이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역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소의 초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단순히 이미소의 초능력을 알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프로젝트 ‘회춘’ 이라고 하는, 이미소의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직접 꾸미기도 했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초능력자를 이용한 끔찍한 실험의 증거라며 방공호의 미이라 시체를 공개했을 때 범인이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방공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범인이 이미소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물 건너 가버린 자신들의 계획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여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기로 하지.”

    “실종된 지 1년이 넘은 걸로 아는데, 그동안 뭘 먹고 살았데?”

    “땅굴 속에 이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끼를 먹으면 허기가 사라지고 갈증도 해소되었다고 합니다.”

    “하- 1년 전이었으면 미친놈이 헛소리 한다고 했을 텐데···.”

    “그래서? 그 이끼, 가져온 거 있데?”

    “이세우씨가 가져온 것은··· 곡괭이 하납니다. 다른 소지품은 일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크 광산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이세우에게 좋은 옷을 지급할 이유가 없었다.

    이세우를 비롯한 노예에게 지급된 옷은 최첨단 소재가 아닌 지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싸구려 재질의 옷이었다.

    사실 옷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냥 몸에 걸친 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형편없는 것이었다.

    코스모스 연맹의 뛰어난 과학 기술을 증명할 만한 것은, 이세우가 목에 차고 있던 개목줄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개목줄을 차고 지구로 돌아올 순 없었다.

    아크 광산에서는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개목줄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개목줄이 채워진 이세우는 돈포이가 말해주기 전까지 개목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만큼 개목줄을 차고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또 개목줄을 마음대로 없애버리면 감독관에게 바로 들킨다.

    그렇게 되면 노예 생활이 더 피곤해진다.

    그래서 아크 광산에 있을 때는 개목줄을 없애지 않았다.

    그런데 지구로 돌아오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세우가 아크 광산을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개목줄이 다시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개목줄의 주인으로 인식되어 있는 아토스는 까마득하게 먼 곳에 있다.

    이세우가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개목줄이 폭발한다는 뜻이다.

    그 말인즉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이세우가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차원의 균열을 열기로 결정하자마자, 개목줄을 없애버렸다.

    이런 이유로, 이세우가 코스모스 연맹에서 가져온 것은 아크 곡괭이 하나 밖에 없었다.

    “그 곡괭이 말인데, 일반 곡괭이가 아니라면서?”

    “예. 그 곡괭이 근처에서는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 그거 균열이잖아? 혹시 그 곡괭이, 균열이랑 연관 있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그와 관련해서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고하겠습니다.”

    “이제는 하다하다 곡괭이까지···.”

    또 다른 관료가 손에 들고 있는 보고서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 보니까, 이세우라는 초능력자의 아크 에너지가 3990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거 높은 겁니까?”

    “1년 전에는 독보적이라고 할 만큼 매우 높은 수치였습니다만 지금은 중하급 수준입니다.”

    이세우가 실종된 동안에도 초능력자는 계속 나왔다.

    “그리고 보고서에 적혀 있는, 이세우씨의 아크 에너지 수치는 실종되기 전의 것이 아니라 이번에 새로 측정한 수치입니다.”

    이세우의 아크 에너지 수치를 지적한 관료가 말했다.

    “그러니까 균열 너머의 세상에서 1년 동안 있었지만 아크 에너지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까?”

    “예.”

    다른 관료가 말했다.

    “그럼,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거잖아?”

    “게다가 초능력도 신체 강화 계열이라면서?”

    “하- 이딴 쓸모없는 초능력자 말고 다른 초능력자가 돌아왔어야 했는데.”

    “아니지. 이왕 돌아올 거면 초능력자가 아니라 구난도 센터장이나 심미안 주임이 돌아왔어야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알고 있다.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연구 주임이 외계인이라는 것을.

    “그 둘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진짜 지구를 떠난 건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연구 주임을 찾기 위해서 지구 곳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런데 지구 그 어디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연구 주임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들 행성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다른 외계인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는데···.”

    구난도 센터장이 있을 때 시작된 멘타인 승무원 찾기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단 한명의 승무원도 찾아내지 못했다.

    “외계 장비는 몇 개 더 찾았다면서?”

    “예. 그런데 작동법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역시 구난도 센터장이 있어야 해. 하다못해 다른 외계인이라도 있었으면···.”

    센터에 있던 아크 에너지 측정 장치를 개조하여 균열 감지 장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마음에 들 정도로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연구 주임이 있었다면 보다 뛰어난 감지 장치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균열을 감지하자마자 균열을 닫는 장치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롭게 발견된 외계 장치의 작동법도 바로 알려줬을 것이다.

    그냥 보기에도 대단해 보이는 외계 장치의 작동법만 알았어도 균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이세우라는 초능력자··· 미심쩍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닌 것 같군요.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개도 아니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감시 인력은 붙여 놓으십니다.”

    “어차피 특별법 적용 대상 아닙니까? 초능력자는··· 3년이죠? 3년 동안 지켜보면 뭘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있겠죠.”

    거듭해서 발생하는 균열과 그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 때문에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었던 정부는 국회의원들과 손을 잡고 균열과 관련된 특별법 여러 개를 제정했다.

    그 중에 하나가, 초능력자를 강제로 입대시키는 것이다.

    그것도 나이나 성별에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초능력을 각성하기 전에 제대했거나 민방위를 끝냈어도 다시 입대해야 했다.

    초능력자들이 인권유린이니 뭐니 하면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균열이 발생하기 전부터 초능력자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총으로 막기 어려운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불안과 공포에 떨던 국민들은, 초능력자들을 갈아 넣어서라도 몬스터를 막고 싶어 했다.

    결국 초능력자를 강제로 입대시키는 특별법은 국민들의 압도적인 찬성과 함께 그대로 진행되었다.

    “이세우라고 하는 초능력자는 그렇게 처리하기로 하고.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갑시다.”

    그들이 처리해야 하는 안건은 제법 많았다.

    그 많은 안건들 중에 이세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세우를 그저 그런 초능력자로 인식한 고위 인사들은 금방 이세우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  ※  ※  ※

    “저깁니다.”

    14일의 의무 격리 기간이 끝난 이세우는 대위 계급을 달고 있는 군인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그 어딘가는, 이세우 같은 초능력자들이 강제복무를 하는, 초능력자 부대다.

    “하아~ 엊그제 제대한 것 같은데, 또 군대라니···.”

    의무복무를 마친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재입대하는 꿈이다.

    그런데 이세우는 재입대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재입대를 하고 있다.

    그것도 아크 광산에서 1년 동안 노예 생활까지 한 후에.

    “이거 혹시 꿈 아냐? 실제로는 아직 아크 광산에 있는 거고?”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했겠는가.

    그런데 이건 꿈이 아니었다.

    재입대는 현실이다.

    “하아~”

    안내를 맡은 군인을 따라, 초능 부대(초능력자 부대를 이렇게 불렀다.)의 정문을 지나온 이세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초능 부대의 통합막사 안으로 들어온 이세우는 초능 부대의 대대장이 있다는, 대대장실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저기 보이는 대대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대대장을 만나는 순간 국방부 시계가 째깍째깍 하고 돌기 시작한다.

    뭐 서류상으로는 이미 군인이지만.

    “하아~”

    한숨만 계속 나오던 이세우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다리를 움직여 대대장실의 문 앞에 자리했다.

    의무 격리 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세우를 초능 부대로 데려온 문찬혁 대위가 대대장실의 문을 노크하려고 했다.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죽을상을 하고 있던 이세우를 덮쳤다.

    “왁!”

    “으악!”

    가뜩이나 기운이 없던 이세우가 다리의 힘이 풀렸다는 듯 스르륵- 무너졌다.

    하지만 바닥과 하나가 되진 않았다.

    바닥과 하나가 되려는 찰나, 힘을 쥐어짜냈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기 직전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떤 새···.”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세우가 자신을 놀라게 한 사람에게 불 같이 화를 냈다.

    아니 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어? 넌!”

    이세우를 덮친 시커먼 그림자는, 이세우가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동생처럼 지내던 박유나다.

    “박유나! 네가 왜 여기 있어?”

    “헤헤헤.”

    “야! 지금이 웃을 때냐? 네가 왜 여기 있는지, 얼른 말하라고.”

    “오빠, 바보야? 초능 부대에 내가 왜 있겠어.”

    그 말인즉···.

    “박유나 너도, 초능력 각성했냐? 언제? 어떤 초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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