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6화 (36/81)
  • 〈 36화 〉 챕터 11 내가 없는 동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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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미군 사령부에 나타났던 오크로 인한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미국의 균열에서 등장한 몬스터는 오크보다 더한 놈이었다.

    ‘오우거’ 라고 명명된, 키가 5미터나 되는, 그야말로 신화에나 나올 법한 괴물이었다.

    이 오우거는 총탄은 물론이고 탱크의 포탄에도 별다른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국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균열 지역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때만 해도 상황이 종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그렇다고 오우거가 미사일을 버틴 것은 아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미사일에 노출된 오우거들은 비명을 지르며 숨이 끊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미사일 공격으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죽은 오우거들이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언데드, 그러니까 영화에 흔히 나오는 좀비와 유사한 형태로 되살아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오우거의 몸이 썩은 시체의 형태로 복원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정부는 또다시 미사일 폭격을 가했다.

    그런데 언데드 오우거에게는 미사일이 통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미사일에 맞고 박살이 났다가 다시 언데드 형태로 부활했다.

    진짜 불사의 존재로 거듭났다는 듯, 이런 일을 몇 번 아니 몇 십번이나 반복했다.

    부활에 부활을 반복하는 언데드 오우거에 겁을 먹은 미국 정부는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미국 본토에 핵폭탄을 떨어뜨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빌어먹을 언데드 오우거들을 박멸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핵폭탄의 폭발과 함께 재도 남기지 않고 소멸된 언데드 오우거가 또다시 부활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언데드 오우거들이 균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까지 쓴 미국 정부는 그것에 작은 위안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미국 정부는 균열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도, 균열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균열에서 새로운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트롤이라고 명명된 몬스터와 오크 그리고 리자드맨이라고 명명된 몬스터 무리가 나타났다.

    그 몬스터들은 언데드 몬스터가 아니었다.

    살아있었다.

    대규모 군단을 이루고 있던 그 몬스터들이 균열 범위 밖으로 진격했다.

    새로운 몬스터 군단의 등장을 알게 된 미국 정부는 그 몬스터들이 균열 범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미사일 폭격을 퍼부으려고 했다.

    그런데 한발 늦고 말았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은 순간이동을 하듯, 균열 범위를 한순간에 벗어났다.

    미사일은, 이미 몬스터들이 사라진 지역을 강타했다.

    균열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진 몬스터들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몬스터가 너무 광범위하게 흩어졌다.

    그 모든 지역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가는 피해가 너무 커진다.

    그리고 죽은 몬스터들이 오우거처럼 언데드 형태로 되살아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진짜 끝난다.

    자국의 균열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미국 정부는 해외에 나가 있던 미군들을 회군시켰다.

    미사일 폭격을 하기 어려운 지역은 군인들로 막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던 미국 정부다.

    그런데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신경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각설하고.

    수많은 미군이 각지로 흩어진 몬스터 사냥에 나섰다.

    수많은 희생과 피해 속에서 몬스터를 물리치는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균열을 벗어난 몬스터는 죽어도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맞는 거였다.

    한국의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들은 균열 범위 밖은 물론이고 균열 범위 안에서 사망해도 언데드 몬스터로 부활하지 않았다.

    미국의 균열에서 나온, 오우거가 이상한 거다.

    앞서 언급한대로, 크나큰 희생과 피해를 겪으며 균열 범위 밖의 몬스터를 정리한 미국은 균열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기로 했다.

    콘크리트가 아닌 철로 만든, 거대한 벽을 세워서 그 어떤 몬스터도 균열 범위 밖으로 못나오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균열에서 몬스터들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들도 순간이동 하듯 한순간에 균열 범위를 벗어났다.

    그 몬스터들은 미국이 세운 거대한 철벽을 그냥 통과했다.

    철벽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국 정부는 앞서 그랬던 것처럼 군인들을 동원하여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몬스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미국의 국력이 눈에 띄게 깎여나갔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이 이렇게 될 줄이야···.”

    너튜브에는 탱크와 헬리콥터 그리고 전투기까지 동원한 미군과 몬스터의 전투 동영상이 수를 샐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몬스터가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던 이세우는 가장 조회수가 높은 동영상을 클릭했다.

    “헐!”

    글자와 사진 몇 장으로 이뤄진 뉴스를 볼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괴물이구만. 괴물이야.”

    이세우가 본 동영상에는 트롤이라고 하는 몬스터가 나왔다.

    그 트롤은 수십 수백발의 총탄에도 멀쩡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탱크의 포탄에 맞고도 멀쩡했다.

    잠깐 멈칫하기는 했지만.

    아파치 헬리콥터의 ‘헬 파이어’ 라는 미사일을 맞고 몸의 일부가 녹아내리는 것 같더니 이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자신을 공격한 군인들과 탱크를 간단히 박살내는 모습도 보였다.

    탱크의 잔해를 던져 아파치 헬리콥터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트롤 한 마리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군은 미사일을 쏟아 부운 후에야 트롤을 해치울 수 있었다.

    “응? 강원도에도 균열이 발생했었다고?!”

    포털 사이트와 너튜브를 오가며 검색하던 이세우는 부모님이 걱정되었다.

    균열 사태가 생각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강원도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5개월 전에 강원도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검색되었다.

    해당 균열은 진즉에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균열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5개월 전에 나타난 강원도의 균열에서는 고블린이라고 하는, 1미터가 조금 넘는 녹색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이때는 균열 감지 시스템이 갖춰진 후였다.

    그런데도 초동대응에 실패했다.

    왜?

    균열이 발생한 지역이 오지 중에 오지였고.

    산세가 너무 험해서 접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균열에 도착했을 때는 다수의 고블린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후였다.

    뒤늦게 균열 지역을 폐쇄하고 현장에 있던 고블린들을 사살했지만 도망친 고블린들은 찾을 수 없었다.

    고블린들은 숨는 것이 특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산세가 험하고 숨을 곳이 많은 강원도다.

    고블린들이 작정하고 숨자, 고블린들을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고블린들이 가만히 숨어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숨어 있던 고블린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과 가축을 해쳤다. 군대가 출동하면 또 산으로 도망쳤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되었다.

    군대는 아직도 강원도 어딘가에 숨어 있는 고블린들을 찾고 있다.

    “설마, 엄마 아빠도?”

    고블린들에게 피해를 입은 지역 중에는 고향집도 있었다.

    최인애에게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을 때 인상이 좋지 않았다.

    “아냐, 아닐 거야.”

    부모님께 문제가 생겼다면 바로 이야기했을 거다.

    “내일 면회 오신다고 했으니까. 기다려보자.”

    만약 최인애가 거짓말을 했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다음날.

    “엄마! 아빠!”

    최인애가 말한 대로, 부모님이 격리실로 면회를 오셨다.

    “아들! 진짜 우리 아들이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으면 얼굴이 반쪽이 됐네.”

    “세우야, 괜찮냐?”

    “예. 전 괜찮아요. 오히려 두 분이 걱정이에요. 뉴스를 보니까, 강원도에도 균열이 발생했다고 하던데···.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아버지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이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1년 전 이세우를 비롯한 다수의 초능력자들이 사라졌다.

    센터의 존재를 비밀로 해온 한국 정부는 초능력자들의 실종도 비밀로 했다.

    그렇다고 그 비밀을 영원히 지속시킬 순 없었다.

    실종된 초능력자들에게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만 실종된 것이 아니었다.

    그날 센터를 방문한 한국과 미국의 관료들이 사망했다.

    그것도 미이라 형태로.

    또 주한 미군 사령부가 공격당하는 것을 본 민간인이 제법 많았다.

    그들은 단순히 목격만 한 것이 아니었다.

    테러 현장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어떤 사람은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단체가 있었다.

    그건 센터를 공격한 ‘일상으로의 복귀’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주한 미군 사령부를 공격한 것이 자신들이라고 당당하게 발표했다.

    그러면서 주한 미군 사령부에 초능력자들을 모아둔 센터가 존재했고 그 센터에서 끔찍한 실험을 자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그 증거라면서 방공호 안에 있던 미이라 형태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공개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럽던 한국이 아니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초능력자들의 실종을 숨길 수 없게 된 한국 정부는 센터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끔찍한 생체 실험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관료들을 미이라 행태로 죽인 것은 테러를 저지른 일상으로의 복귀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일상으로의 복귀가 초능력자들을 납치해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초능력자들의 실종과 미이라 시체는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일로, ‘정부의 말이 맞다, 아니다 정부가 일상으로의 복귀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라는 키보드 베틀이 펼쳐졌다.

    어쨌든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이세우가 초능력자이고 실종되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아들이 뉴스에서 떠들던 초능력자라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말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세우의 부모님은 하던 농사를 때려치우고 서울로 상경했다.

    아들을 찾으려면 서울로 가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디에 숙소를 잡고 어떤 식으로 아들을 찾아야지 하는 계획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부모님께 손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이세우를 아들처럼 여기던 박도술이다.

    이세우가 초능력자이고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박도술은 이세우의 부모님을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이세우가 머물던 옥탑방이 아니라 자기들이 사는 2층으로 모셨다.

    그런데 이세우의 부모님이 너무 큰 신세를 진다며 거절했다.

    박도술은 괜찮다며 몇 번이나 권유했지만 이세우의 부모님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결국 이세우의 부모님은 이세우가 머물던 옥탑방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렇게 숙소를 구한 이세우의 부모님은 만사를 제쳐두고 이세우를 찾아다녔다.

    이세우가 살아 있을 거라고 확신했던 부모님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세우의 얼굴이 찍힌 전단지를 돌렸다.

    박도술도 시간이 날 때마다 이세우의 얼굴이 찍힌 전단지를 돌렸다.

    그렇게 부모님이 서울에 계시는 사이, 강원도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에서 튀어나온 고블린들로 인해서 강원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부모님은 이세우를 찾는다고 서울에 계셨기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으셨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부모님이 날 찾는다고 고생하신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더불어 화가 났다.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 죽으면 누구세요 라고 하더니···.”

    부모님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돌릴 때 정부의 그 누구도 부모님을 도와주지 않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비밀리에 운영하던 센터의 존재가 드러났고 미이라 시체도 나왔다.

    또 균열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이세우의 부모님을 비롯한, 실종된 초능력자들의 가족들이 전단지를 돌리며 실종된 초능력자들을 찾아다녔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언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실종된 초능력자들과 그들을 찾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물론 언론의 포커스는 실종된 초능력자가 아니라 정부를 비난하는데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게 통했다.

    가뜩이나 바닥까지 내려간 정부 지지율이 그 뉴스들로 인해서 지하를 파고 내려갈 지경이었다.

    균열과 그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가족들에게는 손을 쓸 수 있었다.

    회유를 한다거나 협박을 한다거나 해서 전단지 돌리는 것이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못하게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정부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가족 일부가 전단지 돌리는 것을 중단했다.

    언론과의 접촉도 피했다.

    이세우의 부모님은 그런 것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단지를 돌렸다.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영영 이세우를 찾지 못한다는 생각에 갖은 협박과 시비를 힘겹게 견디며 전단지를 돌렸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아들 이세우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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