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5화 (35/81)

〈 35화 〉 챕터 11 내가 없는 동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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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수~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센터에서 경험했던 아크 에너지 측정기의 문이 열렸다.

“이세우씨, 이제 나오시면 됩니다.”

안내인의 말에 따라, 천천히 밖으로 나오는 이세우.

측정기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센터 때는 아크 에너지가 얼마나 측정되었는지, 바로 알려줬었다.

그런데 여긴 그러지 않았다.

센터 때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불편했고 불친절했다.

하지만 따지지 않았다.

지구로 돌아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이정도의 불편과 불친절은 아크 광산의 노예 생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크 광산 때처럼 기약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의무 격리 기간인 14일이 지나면 자유의 몸이 된다.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크 광산에서는 누릴 수 없었던 자유와 문명의 이기(利器)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세우씨, 불편한 곳은 없죠?”

아크 에너지 측정이후 이런 저런 검사를 한 이세우는 격리실로 이동했다.

그 격리실은 허가받은 사람만 면회를 올 수 있었다.

첫 번째 면회객은 최인애다.

“보름이든, 한 달이든, 있으라는 데로 있을 테니까. 부모님 좀 만나게 해줘요.”

“그렇지 않아도 이세우씨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어렵고. 내일은 면회가 될 거에요.”

“정말이요? 정말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고요?”

단순히 지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 돌아오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지구 아니 대한민국에 계신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돌아온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어떠세요? 건강하시죠? 잘 지내시고 계신 거 맞죠?”

“그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예? 설마, 부모님께 무슨 문제라도?”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최인애.

“아뇨.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없어요. 다만 한국 사정이···. 그 안에 있는 상자에 태블릿 PC가 있어요. 외부에 전화는 걸 수 없지만 인터넷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최인애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바로 알아들은 이세우가 태블릿PC를 꺼냈다.

“혹시 필요한 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그 안의 빨간 버튼을 누르세요. 그러면 담당자가 올 거예요. 전··· 처리해야하는 일이 많아서···.”

최인애에게 가볍게 인사한 이세우는 태블릿 PC를 사용하여 가장 핫한 이슈를 검색했다.

“균열?!”

이세우가 웜홀로 사라진지 사흘이 될 무렵, 주한 미군 사령부에 균열이 나타났다.

균열은 균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고목나무의 뿌리처럼 갈라졌다.

이때 등장한 균열의 길이는 무려 87미터나 되었다.

두께가 1미터였던 푸른빛의 균열은 발생과 함께 주한 미군 사령부의 전자기기를 먹통으로 만들었다.

단순히 87미터 내에 있던 전자기기만 먹통이 된 것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균열의 길이와 상관없이 주한 미군 사령부의 모든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갑작스런 이상 현상에 다들 어리둥절해졌다.

잠시 멍해진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괴성이었다.

그것은 균열의 길이나 두께와 상관없이,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 이후 ‘오크’라고 명명된 2미터 크기의 녹색 괴물들의 포효였다.

보디빌더 저리가라고 할 정도의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던 오크들은 사납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오크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사람이 보이면 사람을 공격했고 건물이 보이면 건물을 공격했다.

갑작스런 이상 현상에 잠시 멍해졌던 군인들이 반격에 나섰다.

전자기기들은 작동 불능이 되었지만 총은 문제가 없었다.

군인들은 사나운 오크들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근육질의 오크라고 해서 총탄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총탄에 맞은 오크들이 녹색 피를 튀기며 쓰러졌다.

이대로 가면 군인들 아니 인간의 승리였다.

상황은 한순간에 반전되었다.

‘오크 주술사’라고 명명된 개체가 등장했다. 그리고 오크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오크 주술사가 주술을 사용하자, 오크들의 움직임이 몇 배나 빨라졌다.

움직임만 빨라진 것이 아니었다.

몸도 더 튼튼해졌다.

방금 전까지 오크의 몸에 박히던 총알이 피부를 뚫지 못했다.

더 강한 화력이 필요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었다. 탱크를 비롯한 강력한 병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군인들의 전력은 강화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오크들은 몇 배나 더 강해졌다.

오크 주술사가 등장하기 전에도 총탄을 향해서 자살특공대처럼 돌진하던 오크들이다.

이제는 총탄이 통하지 않는다.

오크들의 돌진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걸 눈으로 직접 확인한 군인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력감에 빠진 군인들은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더 빨라진 오크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결국 대부분의 군인들이 오크들에게 희생되고 말았다.

한순간에 주한 미군 사령부를 공동묘지로 만든 오크들은 그걸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주한 미군 사령부 밖으로 눈을 돌렸다.

주한 미군 사령부 밖으로 나온 오크들은, 이번에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민간인이 보이면 민간인을 죽였고 자동차가 보이면 자동차를 공격했다.

건물 안에 있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었다.

오크들은 닫혀 있는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사람들을 무참하게 죽였다.

주한 미군 사령부 주변이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뒤늦게 오크에 대해서 알게 된 청와대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오크를 처단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청와대는 가까운 곳의 군대를 출동시켰다.

균열의 일정범위 안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전자기기가 작동했다.

긴급하게 출동한 탱크와 헬리콥터가 오크들을 공격했다.

생전 처음 보는 무기에 공격당한 오크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력한 화기를 감당할 수 없었던 오크들은 주한 미군 사령부에 있는 균열로 후퇴했다.

오크의 잔혹한 행위에 분노한 군인들은 탱크와 헬리콥터를 몰고 주한 미군 사령부로 전진했다.

그리고··· 균열의 범위에 들어간 탱크가 작동을 멈췄다.

작동을 멈춘 헬리콥터가 땅으로 추락했다.

그때서야 균열 근처에서는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군인들은, 아직 작동하는 탱크와 헬리콥터를 뒤로 물렸다.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이용해서 균열의 영향 범위를 알게 된 군인들은, 경계선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오크들을 포위했다.

균열의 영향권 밖에서 포탄을 발사하며 오크들을 압박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오크들을 처리할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할 때 새로운 개체가 등장했다.

훗날 ‘오크 대전사’라는 이름을 붙인, 3미터 크기의 오크였다.

오크 대전사는 기존의 오크와 종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수십 미터를 뛸 수 있었던 오크 대전사가 한순간에 바리케이드를 뛰어넘었다.

한순간에 군인들이 포진한 곳으로 날아온 오크 대전사는 양떼 속의 굶주린 늑대처럼 군인들을 학살했다.

후방에 배치되어 있던 탱크와 헬리콥터 그리고 자주포 등등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오크 대전사가 날 뛰는 곳에는 아군이 포진해있었다.

이대로 포탄을 날리면 아군까지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후방 부대가 침묵하는 사이, 아군의 희생이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었다.

결단을··· 내려야했다.

전방의 군인들만으로는 오크 대전사를 잡을 수 없다. 그 말인즉 시간이 지나면 전방의 아군은 전멸한다는 뜻이다.

전방의 아군을 전멸시킨 오크 대전사는 그 기세를 몰아서 후방까지 밀고 올 것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다고 판단한 현장의 지휘관이 포탄의 발사를 명했다.

이때만 해도 아군의 희생과 함께 오크 대전사도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크 대전사가 손에 쥐고 있던 도끼를 휘두르자, 오크 대전사를 향해서 날아가던 포탄이 좌우로 갈라졌다.

그것도 오크 대전사와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포탄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폭발했지만 오크 대전사에게는 아무 데미지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포탄을 무력화시킨 오크 대전사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군인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균열에서 새로운 오크 대전사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단 한명의 오크 대전사도 처리하지 못해서 난리가 났다.

이제는 그 무지막지한 오크 대전사가 8명으로 늘어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평택시가 아니 수도권이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보고를 받은 청와대는 결단을 내렸다.

현장의 지휘관이 아군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오크 대전사를 처단하려고 했던 것처럼.

주한 미군 사령부와 그 근처를 포기하고 폭격하기로.

청와대의 과감한 결단과 함께 주한 미군 사령부에 미사일 소나기가 쏟아졌다.

도끼로 포탄을 가르는 오크 대전사지만 미사일 소나기는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주한 미군 사령부와 그 근처가 불바다가 되면서 균열 사태는 끝을 맺었다.

이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열흘 후 새로운 균열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주한 미군 사령부에 또 균열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대구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대구 시내 한복판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대구 외곽 그것도 인적이 없는, 산 속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그것도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이번 균열 사태는 주한 미군 사령부 때와 많이 달랐다.

균열이 열렸지만 몬스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초로, 지구인이 균열을 넘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잠에서 막 깬 상태였던 약초꾼은 현실성 없는 균열을 보고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꿈속의 돼지를 잡으면 복이 온다는 속설을 믿고 있던 약초꾼은 현실일 리 없는, 푸른빛을 손으로 잡으면 꿈에서 깬 후 산삼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푸른빛의 균열을 손으로 잡으려고 했다.

“어?! 여긴?!”

푸른빛의 균열에 가까워지자, 주변의 배경이 확!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약초꾼 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기괴한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멀리로, 공룡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동물도 보였다.

“으헉!”

두려움에 사로잡힌 약초꾼은 뒷걸음질 치다가 발을 삐고 말았다.

“아악!”

꿈이라면 느껴지지 말아야 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때서야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현실이라고 인지하자, 며칠 전에 뉴스에서 봤던 주한 미군 사령부 사태가 떠올랐다.

더불어 자신이 그 균열이라는 것을 넘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란 약초꾼은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균열의 영향인지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여기 있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여긴 약초꾼은 황급히 균열을 넘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통을 참으며 산을 내려가, 자신이 본 것을 신고했다.

약초꾼이 알려준 곳으로 군대가 출동했다.

약초꾼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군대는 균열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 탱크와 자주포 등을 배치시켰다.

그리고 군인과 과학자로 구성된 조사대를 균열로 보냈다.

당시만 해도 균열의 등급과 유지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주한 미군 사령부에 나타났던 균열은 20시간 정도 유지되다가 사라졌다.

이번에 나타난 균열은 그보다 더 짧게 유지되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조사대가 넘어가자마자, 균열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될 경우, 조사대는 영영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그래서 균열을 넘어가자마자, 가까운 곳의 흙과 식물 일부만 재빨리 채취한 후 지구로 돌아왔다.

참고로.

대구의 균열은 3일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졌다.

대구의 균열을 통해서, 인간이 균열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에는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사대가 가져온 흙과 식물 등을 통해서, 그 세상이 오염되지 않은, 많은 잠재력을 지닌 세상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균열 너머의 세상을 알게 된 세계 각국이 균열 너머의 세상을 탐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균열은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하고 있었다.

균열을 연구하려면 그리고 균열 너머의 세상으로 가려면 대한민국의 허락이 필요했다.

장애물은 또 있었다.

그건 대한민국의 동맹국, 미국이다.

대한민국과 미국이 동맹관계라고 해서 대등한 관계라는 뜻은 아니다.

말이 좋아 동맹관계지, 현실은 미국의 51번째 주나 다름없었다.

6·25전쟁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속사정은 바뀌지 않았다.

대한민국 권력자들은, 여전히 미국을 두려워하며 설설 기었다.

결국 균열과 관련된 일은 미국이 주도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바지 사장이자 꼭두각시였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영원할 것 같았다.

굳건할 것 같았던 미국과 대한민국의 관계에 변화가 발생했다.

그 변화의 원인은··· 균열이다.

한 달 전, 대한민국에서만 발생하던 균열이 미국에서도 발생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측정된 균열 등급 중에 최고 수준인 5등급이.

대부분의 균열은 하루에서 열흘 사이에 사라졌다.

그런데 미국에서 발생한 5등급 균열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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