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4화 (34/81)
  • 〈 34화 〉 챕터 10 귀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언제부터인가 공격받는 우주선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우주 해적의 짓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우주 해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주 해적의 짓이라면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그런데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체가 잔혹하게 방치되어 있는 것은 둘째 치고.

    귀중품들도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시체는 그렇다 쳐도 귀중품은··· 암만 봐도 우주 해적의 짓은 아니었다.

    대체 누구의 혹은 어떤 단체의 짓일까 하는 의문이 쌓여갈 때 생존자가 발견되었다.

    이때만 해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충격이 컸는지, 생존자는 ‘파스텔리온’ 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작은 단서라도 필요했던 중앙 정부의 수사관은 파스텔리온이 뭘 의미하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파스텔리온이란, 생존자의 모행성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와 관련되어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신화에 등장하는, 악마가 기르는 괴수를 뜻한다.

    파스텔리온이 뭘 뜻하는지 알게 된 수사관은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단서를 잡았나싶었는데, 정신 나간 생존자의 헛소리였던 것이다.

    수사가 다시 난항에 빠진 사이, 우주선들이 공격받는 일이 계속 발생했다.

    그리고 새로운 생존자가 나왔다.

    그런데 그 생존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상한 헛소리만 끝없이 반복했다.

    이렇게 수사가 난항에 빠져 있는 사이, 이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된 사람들 사이에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주 괴수가 우주선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첫 번째 생존자가 말했던 파스텔리온이라는 말이 알음알음 알려지더니 나중에는 우주 괴수를 파스텔리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때까지도 우주 괴수 그러니까 파스텔리온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공격받는 우주선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데, 누구의 짓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보니, 다들 답답한 심정에 우주 괴수 파스텔리온의 짓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파스텔리온이 상상의 존재가 아닌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행성의 환경파괴와 자원 고갈 등으로 더 이상 고향 행성에 머물 수 없게 된 외계인들이 대규모 이주 선단을 구성했다.

    그 이주 선단이 공격당했다.

    그동안은, 어떤 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감시 장치를 비롯한 전자장비들이 모두 고장 나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주 선단 중에 범인의 모습을 촬영한 장치가 있었다.

    비록 온전한 영상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범인의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놀랍게도 영상 속의 범인은, 진짜 우주 괴수였다.

    거대하고 흉측하게 생긴, 이제껏 그 어느 곳에서도 본적이 없는 우주 괴수가 우주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이주 선단을 공격했다.

    이주 선단에는 우주 해적 등의 공격을 대비한 전투선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전투선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우주선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주 괴수가 전투선과 이주선들을 공격하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심지어 도망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영상을 본 과학자들은 그동안의 사건 자료를 검토한 후, 우주 괴수가 아크 파장 혹은 그와 유사한 무언가를 발산하여 전자기기들을 먹통으로 만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의 사건이 말이 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보고를 받은 중앙 정부는 우주 괴수의 존재를 숨기기로 했다.

    과학자들의 보고가 사실이면 중앙 정부의 군대로도 우주 괴수를 물리칠 수 없었다.

    전자기기가 작동을 해야 싸우던가 말던가 할 것이 아닌가.

    우주에서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면 우주 괴수가 공격하지 않아도 몰살당할 수밖에 없다.

    전자기기의 작동이 멈춘다는 것은 생명 유지 장치의 작동도 멈춘다는 뜻이니까.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우주 괴수의 존재를 숨겨야 한다.

    그렇게 결론 내린 중앙 정부는 우주 괴수에 대한 진실을 숨기는 한편 우주 괴수와 관련된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중앙 정부가 일을 잘했는지, 사람들은 우주 괴수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면서도 진짜 우주 괴수는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지구인들이 산타클로스와 관련된 수많은 영화를 만들고 코스프레까지 하면서도 산타클로스가 실존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처럼.

    각설하고.

    우주 괴수 파스텔리온의 진실에 대해서 알고 있던 글란더는 갑자기 멘타인을 공격해온 태세우스를 보자마자, 우주 괴수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시리안을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우주 괴수 파스텔리온에 대해서 말해봤자, 상황만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시리안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우주 괴수 파스텔리온에 대해서 안다고 해서 해결책이 짠!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다.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거기가 어딘가?”

    글란더가 회수해온 자신의 팔찌를 내밀었다.

    “제 큐에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래?”

    하펠리온이 동석하고 있던 캄차트에게 눈짓을 했다.

    캄차트가 글란더의 팔찌 그러니까 큐를 받은 후 숙소 밖으로 나갔다.

    “글란더, 그동안 수고 많았네. 이제 자네에겐 꽃길만 펼쳐질 걸세. 누구도 자네를 막지 못할 걸세. 차기 가주? 당연히 자네 것이네. 가문의 원로들은 물론이고 다른 가문도 자네를 어쩌지 못할 걸세. 그만큼 대단한 일을 해냈어. 자네가 자랑스럽네.”

    기분 좋게 웃던 하펠리온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 자네 부관인 시리안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웜홀 2.0에 저장되어 있던 좌표를 제 큐로 옮긴 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것이 파스텔리온이라는 것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저번에도 말했지만 시리안을 경계해야 하네. 왜 그런지는···.”

    “시리안 부관이 파비온 가문에서 보낸 감시자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연맹의 중앙 정부는 다섯 가문이 지배하고 있다.

    글란더와 하펠리온은 ‘발락사’ 라고 하는 가문 소속이었다.

    그리고 그 발락사 가문과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는 가문이 파비온 가문으로, 올라스와 히라칸이 속한 가문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안타깝게 됐군. 멘타인이 파괴되다니···.”

    과학 탐사선 멘타인은 웜홀 2.0의 실전 테스트를 위해서 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 탐사선으로 위장하고 있던 멘타인에는 숨겨진 임무가 있었다.

    그 숨겨진 임무란···.

    “자네의 감시를 맡은 시리안도 멘타인의 진짜 임무는 알아차리지 못했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그만큼 멘타인의 아니 저의 비밀 임무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비밀 임무를 성공했으면 자네의 입지가 한순간에 높아졌겠지. 그런데 임무를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코스모스 연맹에도 몇 대 없는 멘타인까지···.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가주의 후보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문에서 축출될 수도 있네.”

    지금껏 심각한 표정을 짓던 하펠리온이 언제 그랬냐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럴 걱정은 사라졌지. 자네가 누구도 해내지 못한, 파스텔리온의 모행성의 위치를 알아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자네가 우리 발락사 가문의 차기 가주가 되는 것일세. 가주가 되면 우리의 관계도··· 많이 바뀌겠지. 그렇다고 그동안 자네를 후원해온 나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네.”

    “잊다니요.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가주가 된 후에도 하펠리온님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하하하하. 지금의 그 말, 똑똑히 기억하겠네.”

    그때였다.

    숙소를 나갔던 캄차트가 돌아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어떻게 됐나?”

    캄차트가 글란더의 눈치를 살핀 후 말했다.

    “두 개의 좌표가 저장되어 있었습니다만··· 두 좌표 모두 훼손되어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없다고 합니다.”

    캄차트의 말에 보기 흉할 정도로 얼굴이 일그러진 글란더.

    “아냐! 그럴 리 없어! 난 분명히···. 아!”

    불현듯 방공호에서 들었던 의문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원래라면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과 함께 넘어왔어야 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듣고 난 후 이세우를 비롯한 몇 명의 초능력자들과 강제로 떨어졌다.

    그 목소리가 뭔가 수작을 부린 것이 확실하다.

    아마도 그 목소리의 수작 때문에 지구와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가 훼손되었을 것이다.

    “이제 어쩔 셈인가? 자네에게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가 있다면 모든 잘못을 무마시킬 수 있지만···.”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는 없다.

    그리고 멘타인도 없다.

    멘타인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도 없다.

    이제 글란더는 가문의 후보자는 물론이고 가문에서도 축출될 것이다.

    “하펠리온님···.”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던 캄차트가 하펠리온의 귀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뭐?! 아까는···. 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뭔가를 집어던지는 하펠리온.

    “찾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찾아내!”

    알고 보니 아까 보고했던 경비 팀은 진짜가 아니었다.

    범인이 경비 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치를 사용하여 가짜 보고를 한 것이다.

    진짜 경비 팀은 수면 가스에 취해서 잠에 빠져 있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캄차트의 부하가 잠에 취해 있는 경비 팀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경비 팀이 지키던 물건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아아아악!”

    그 물건을 강탈당한 것이 알려지면 하펠리온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호노렛의 출입을 차단했다고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호노렛은 생각이상으로 넓고 복잡하다.

    숨을 곳이 많다는 뜻이다.

    범인이 작정하고 숨으면 1년이 걸려도 찾기 어렵다.

    아무리 하펠리온이라고 해도 그렇게 오랫동안 호노렛의 출입을 차단할 순 없다.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펠리온 각하. 제가 데려온 자들을 연구하게 해주십시오.”

    “뭐?”

    그러고 보니 글란더와 함께 온 자들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자들은 지구라는 행성의 지성체로··· 초능력을 각성했습니다.”

    “초능력?”

    “그들은 자기 종족의 고유한 특성을 뛰어넘는, 강력한 능력을 각성했습니다. 그들의 신체를 연구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렇게만 되면···.”

    “초능력이라···.”

    그렇지 않아도 솟아날 구멍이 필요했던 하펠리온은 글란더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훼손된 좌표를 어떻게든 복원해야 합니다. 하다못해 지구의 좌표만이라도 복원해야 합니다.”

    “지구의 좌표를?”

    “예. 지구에는, 웜홀 2.0의 백업 서버가 있습니다. 웜홀 2.0의 본체에 있던 좌표는 삭제했지만 백업 서버에 있는 좌표는 삭제하지 못했습니다.”

    글란더는 한국군과 미군을 이용해서 백업 서버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지구를 떠날 때까지 백업 서버를 찾아내지 못했다.

    어쩌면 백업 서버가 파괴되어 찾지 못한 걸 수도 있다.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가 꼭 필요했던 글란더는 절대 아닐 거라고 되뇌었다.

    “그러니까 그 지구에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가 있단 말인가?”

    “예.”

    “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하펠리온이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시간을 오래 끌 순 없네. 자네와 나의 실책이 밖으로 드러나게 되면···. 길어야 5개월이네. 그것도 자네가 데려온 지구인들로 눈가림을 했을 때의 이야기네. 그 5개월 동안, 자네가 말한 초능력에 대한 성과가 없으면···.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테니. 자네도 최선을 다해주게. 아니 최선으론 부족해. 무조건 결과를 내야 하네. 그래야 나와 자네가···.”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결과를 내놓겠습니다. 이왕이면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좌표를 복원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지구의 좌표만이라도 무조건 복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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