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3화 (33/81)
  • 〈 33화 〉 챕터 10 귀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  ※  ※  ※

    우주 정거장 호노렛의 중앙 통제실.

    “어?! 이게 무슨 일이야?!”

    방금 전까지 잘 작동하던 전자기기들이 한순간에 먹통이 되었다.

    통제실을 비롯한 특정 구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호노렛 전체가 그런 상황이다.

    레이더를 비롯한 중요 시설만 먹통이 되었다면 테러로 의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쓰레기 배출 시스템과 안내 시스템 등등까지 먹통이 된 것을 보면 테러로 보기 어려웠다.

    “설마?!”

    불현듯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레이더를 담당하고 있던 외계인이 말했다.

    “아크 웨이브다!”

    통제실을 책임지고 있던 외계인이 말했다.

    “뭐? 아크 웨이브?”

    “예!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크 웨이브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크 광산은 여기서 1000km나 떨어져 있어.”

    지금까지 측정된 최장거리 아크 웨이브는, 아크 광산을 중심으로 반경 499km였다.

    “아크 웨이브가 언제 발생하는지 그리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긴 한데···.”

    책임자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 통제실의 문이 강제로 열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하펠리온 각하!”

    책임자가 하펠리온이라고 하는, 듀갈족 외계인을 향해서 경례를 올렸다.

    통제실에 있던 다른 외계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인공 중력 발생 장치가 고장 난 탓에, 허공에 둥둥 떠 있다 보니 부동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하나같이 자세가 엉성했다.

    정작 하펠리온은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펠리온이 신경 쓰는 것은 따로 있었다.

    “두 번 말하게 할 셈인가?”

    “아, 아닙니다. 지금의 현상은···.”

    책임자가 레이더 담당관을 힐끔 쳐다본 후 대답했다.

    “아크 웨이브로 추정됩니다.”

    “아크 웨이브? 하필이면 지금···.”

    통제실의 문을 강제로 연 코뿔소 외계인이 말했다.

    “각하, 그쪽으로 인원을 더 보내겠습니다.”

    “이제 와서 인원을 더 충원해봤자···.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사람을 더 배치하는 건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기계는 아니다.

    기계는 쉬지도 않고 한눈을 팔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람은 할 수 없는, 특별한 일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보다 기계의 배치를 우선적으로 했다.

    기계를 많이 배치하는 대신 사람의 수를 줄였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아크 웨이브로 모든 장비가 먹통이 되었다.

    믿었던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계만 믿고 사람을 더 배치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어쩔 수 없군.”

    아크 웨이브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는, 재앙이다.

    또 경비 인력을 줄인 것은 하펠리온의 결정이었다.

    이걸로 부하를 나무라면 하펠리온의 꼴만 우스워진다.

    “이착륙장의 문을 봉쇄해라. 누구도, 내 허락 없이 호노렛을 나갈 수 없다!”

    “예!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통제실 책임자.

    그런데 힘찬 대답과 달리 곧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미 알다시피 호노렛 전체가 먹통이 되었기 때문이다.

    통신도 먹통이 되어, 이착륙장에 나가 있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힘차게 대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예고 없이 먹통이 되었던 전자기기들이 하나둘씩 작동하기 시작했다.

    “생명 유지 장치, 작동합니다.”

    “인공 중력 장치, 작동합니다.”

    누군가의 말과 함께 허공에 둥둥 떠 있던 외계인들의 몸이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쓰레기 배출 시스템, 작동합니다. 그런데···.”

    원래는 통제실이 직접 조정하여 쓰레기를 배출한다.

    그런데 통제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쓰레기가 자동으로 배출되고 있었다.

    쓰레기 배출 시스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작동하기 시작한 몇몇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고 있었다.

    통제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 멋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시스템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무시했다.

    “호노렛 전체 통신 시스템, 작동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하펠리온이 코뿔소 외계인을 쳐다보았다.

    코뿔소 외계인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팔찌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여기는 캄차트. 경비 팀, 들리나?]

    코뿔소 외계인 아니 캄차트가 거듭해서 통신을 시도했지만 상대편의 반응이 없었다.

    캄차트가 통신 시설을 담당하는 외계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전체 통신이 가능하다면서?”

    통신 시스템을 담당하는 외계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전체 통신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경비 팀이 있는 곳만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통신을 방해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젠장!”

    경비 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하는 캄차트.

    “진정하게.”

    “각하.”

    “자네가 도착할 때쯤이면 다 끝난 후 일걸세.”

    하펠리온의 말 대로다.

    통제실에서 경비 팀이 있는 곳까진 너무 멀다.

    전자기기들이 하나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엘리베이터는 아직이다.

    다른 이동수단들도 작동 불능 상태다.

    “되지도 않을 일에 힘을 낭비하지 말게. 자네도 들었다시피 내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호노렛을 나갈 수 없네. 힘을 아꼈다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쥐새끼를 잡는데 써주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은 했지만 분을 완전히 식힐 순 없었다.

    캄차트는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온갖 욕을 다 쏟아냈다.

    물론 그 욕의 대상은, 경비 팀과의 통신을 방해하고 그 물건을 탈취하려고 하는 범인이다.

    [여기는 경비 팀.]

    5분 정도 지나자, 경비 팀에서 먼저 통신을 해왔다.

    [캄차트다. 어떻게 됐나? 물건은 무사한가?]

    [보고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물건을 강탈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건은? 안전한가? 설마, 빼앗긴 것은 아니겠지?]

    [걱정 마십시오. 물건은 안전합니다.]

    [그래? 잘했다. 아! 물건을 강탈하려고 했던 놈은 어떻게 됐지? 잡았나?]

    [그게··· 생포 직전에 자살했습니다.]

    [으음- 알았다. 일단 그놈의 시체라도 잘 보관해두도록.]

    [그게···.]

    [또 뭔가?]

    [놈의 자살과 함께 놈의 몸이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습니다. 놈의 소지품 역시···. 죄송합니다. 하다못해 놈의 신체 일부라도 확보했어야 했는데···.]

    캄차트가 하펠리온을 쳐다보았다.

    하펠리온이 인상을 쓴 후 통신을 끊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에 듣겠다. 그만 통신을 끊겠다.]

    캄차트가 하펠리온에게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갔다면 놈을 생포했을 텐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입니다.”

    “그게 왜 자네 불찰인가. 그렇게 따지면 내 잘못이지.”

    원래 캄차트는 그 물건의 경비를 맡았다.

    호노렛이 먹통이 되자, 하펠리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 하펠리온을 지키기 위해서 달려온 것이다.

    하펠리온이 아니라 그 물건을 지키고 있었다면 범인을 생포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물건은 지키지 않았나. 그거면 됐네.”

    “······.”

    유구무언 그 자체였던 캄차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때 호노렛의 이착륙장을 지키고 있던 장교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응? 누구?!]

    그 보고를 받은 통제실의 책임자가 하펠리온을 보며 말했다.

    “가, 각하. 1년 전에 실종되었던 글란더 선장이 12번 이착륙장의 문을 강제로 열고 호노렛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뭐? 누구?”

    “멘타인의 선장, 글란더 말입니다.”

    “글란더가 어떻게···. 아, 일단 이곳으로 아니 내 숙소로 데려가게.”

    “예.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캄차트가 말했다.

    “각하. 가짜일 확률이 높습니다. 1년 전에 실종된 글란더 선장이 그것도 아크 웨이브로 호노렛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다니요? 게다가 그 물건의 강탈시도까지 있었습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습니까? 여러모로 수상합니다.”

    “직접 만나보면 알 수 있겠지. 그놈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그리고 가짜를 내세워 뭘 획책하려고 하는지도···.”

    하펠리온의 숙소.

    “자네! 진짜군! 진짜 글란더 자네야!”

    “하펠리온 각하,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나야 보다시피 잘 지냈지. 글란더 이 사람아,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건가? 살아있으면 살아있다고 연락이라도 하지. 왜 그동안 감감 무소식이었어?”

    “저도 연락을 하고 싶었습니다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기에. 그러고 보니 우주선도 없고 우주복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우주에 떠 있었다고 하던데. 그건 또 어떻게 한 건가? 그리고 다른 승무원들은 어디 있는 건가? 함께 온 낯선 종족은 또 뭐고?”

    “그게··· 다 말씀드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할 순 없겠지. 헌데···.”

    방금 전까지 글란더를 만나서 반갑다는 표정을 짓던 하펠리온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자네에게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군.”

    하펠리온이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글란더.

    “자네도 자네가 어떻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군? 하긴 그 정도도 생각 못할 정도의 멍청이였다면 진즉에 가주 후보에서 제외되었겠지.”

    글란더는 과학 탐사선 멘타인의 선장이다.

    그 말인즉 멘타인에 문제가 생기면 그게 어떤 문제든, 선장인 글란더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글란더는 멘타인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코스모스 연맹에도 몇 개 없는, 웜홀 2.0 디바이스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수백 명의 승무원들도 잃어버렸다.

    이건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글란더가 아무리 차기 가주 후보라고 해도 아니 차기 가주 후보이기에 더더욱 용서가 되지 않았다.

    글란더가 무사히 복귀한 것이 알려지면 그와 가주 자리를 다투는 다른 후보자들은 물론이고 글란더의 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가문까지 달려들 것이다.

    그들은 피 냄새를 맡은 피라냐 떼처럼 글란더를 산 채로 뜯어먹을 것이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글란더에게 변명의 시간도 주지 않을 것이다.

    글란더의 후원자이자, 코스모스 연맹의 고위직을 맡고 있는 하펠리온이라고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괜히 글란더를 옹호하려고 하다가, 하펠리온까지 파리냐 떼의 먹이가 될 것이다.

    이럴 때는 글란더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좋았다.

    “하펠리온 각하, 파스텔리온의 모행성을 찾아냈습니다.”

    어떻게 관계를 끊어야, 자신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을까를 생각하던 하펠리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던 하펠리온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 글란더! 내가 가장 총애하는 후보자! 자네가 언제고 큰일을 해낼 줄 알았네! 난 진즉에 자네의 가능성을 알아봤네. 그러니 모두의 반대를 무릎 쓰고 자네의 후원자가 되었지.”

    하펠리온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입을 열었다.

    “파스텔리온의 모행성, 거기가 어딘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