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2화 (32/81)
  • 〈 32화 〉 챕터 10 귀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위이잉! 위이잉!

    빨간색 조명이 깜빡 깜빡 거리며 경고음이 울렸다.

    “젠장!”

    레이더를 살피던 군인이 바로 앞의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균열 발생! 구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던 평택 기지에 균열 발생! 34기동대! 지금 바로 현장으로 출동하라!]

    매뉴얼대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기 중이던 기동대를 출동시킨 군인이 테이블 한쪽에 있던 유선 전화기를 들었다.

    그 유선 전화기는 일반 전화기가 아니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중요시설 몇 곳에 직통으로 연결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이 설치된 전화기다.

    “수도권 균열 감지 센터! 차무혁 소령입니다! 2021년 2월 3일 13시 11분에 차원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발생위치는 구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던 평택 기집니다. 예! 거깁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기 중이던 34기동대를 출동시켰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충성!”

    상대방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경례를 하는 차무혁 소령.

    차무혁 소령이 전화기를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듯 대위 계급을 달고 있는 군인이 다가왔다.

    “구 주한미군 사령부면··· 예전에 초능력자들을 관리하던··· 거기 아닙니까?”

    차무혁 소령이 말했다.

    “센터? 맞아. 거기야.”

    “역시. 거기군요. 거기가 세계 최초로 균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고···.”

    차무혁 소령이 대위의 말을 이어갔다.

    “우리 국군과 미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 곳이기도 하지. 그래서···.”

    차무혁 소령이 한번 뜸을 들인 후에 말했다.

    “사령부가 아니라 최충렬 대장님 아니 장관님께 바로 보고 드린 거다.”

    “아! 그럼, 방금 전의 전화가···.”

    원래는 균열이 발생하면 상급 기관인 수도 방위 사령부에 알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그걸 무시하고 국방부 장관이 된 최충렬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

    얼마 전에 국방부 장관이 된 최충렬이 그렇게 하라고 직접 명령을 내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최초의 균열 사태 때 발생했던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차무혁 소령이 레이더를 보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군인들도 덩달아 각자 믿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  ※  ※  ※

    “하차!”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군용 트럭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트럭에서 내렸다.

    군인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듯,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트럭에서 원기둥 형태의 무언가를 내렸다.

    원기둥은 하나가 아니었다.

    두께 15cm에 길이 2m인 원기둥은 총 10개였다.

    그렇다고 이게 전부인 것은 아니다.

    군용 트럭은 총 4대였다.

    트럭 1대당 원기둥 10개나 나왔다.

    다시 말해 원기둥은 총 40개라는 뜻이다.

    군인 한명이 원기둥을 세우고 잡았다.

    다른 군인들이 원기둥 아래에 연결된 고리에 작은 쇠말뚝을 박았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 쇠말뚝이 박힌 원기둥은 군인이 잡지 않아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고정되었다.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군인이 작은 사다리를 가져왔다.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군인이 새로운 원기둥을 가져왔다.

    그 군인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땅에 박은 원기둥의 윗부분에 새로운 원기둥을 결합시켰다.

    또 다른 사다리를 가져온 군인이 그 작업을 도왔다.

    원기둥의 재질은 알 수 없지만 생각만큼 무겁지 않았다.

    땅에 박힌 원기둥에 다른 원기둥을 결합하는 작업은 금방 끝났다.

    “설치 완료!”

    작업을 끝낸 군인이 그렇게 소리치며 원기둥 한쪽에 부착되어 있던 버튼을 눌렀다.

    삐비-

    기계음이 울린 후 결합된 원기둥의 윗부분에서 직사각형의 바가 올라왔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올라온, 지면과 수평을 이르고 있던 4개의 바에서 나방의 더듬이 같은 것이 쭉쭉쭉- 튀어나왔다.

    보기에는 뭔가 엉성해 보이는 이것은 균열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치다.

    균열 감지 센터의 레이더가 균열 그 자체만 감지할 수 있다면 이 측정기는 균열의 등급을 측정할 수 있었다.

    “장비 이상무!”

    군에서 보급 받은 노트북을 작동시킨 군인이 소리쳤다.

    그러자 원기둥 형태의 측정 장치를 땅에 박은 군인들이 균열을 향해서 성큼 성큼 걸어갔다.

    발걸음으로 땅에 박은 측정 장치와 자신의 거리를 가늠한 군인들이 새로운 측정 장치를 땅에 박았다.

    삐비-

    그 장비 역시 제대로 작동했다.

    군인들이 또다시 성큼 성큼 걸어가 거리를 가늠한 후 측정 장치를 땅에 박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계음이 울리지 않았다.

    측정 장치의 안테나도 펼쳐지지 않았다.

    “3 포인트, 장비 불능!”

    노트북을 꺼낸 군인이 소리쳤다.

    “김 중사!”

    34기동대를 이끄는 중대장의 외침과 함께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3 포인트 그러니까 작동되지 않는, 세 번째 측정 장치가 박힌 땅을 중심으로 경계 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던 군인이 말했다.

    “균열 등급! 확인했습니다.”

    그 군인 옆에 있던 중대장이 말했다.

    “몇 등급이야?”

    “헉! 5등급입니다! 현재까지 측정된 등급 중에서 최고 등급입니다.”

    균열의 경우, 1등급이 가장 아랫단계이다.

    “젠장! 김 중사! 5등급이다!”

    김 중사가 인상을 쓰며 중대장을 쳐다보았다.

    김 중사와 눈이 마주친 중대장이 말했다.

    “김 중사,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예.”

    실전 경험이 풍부한 김 중사가 군인들을 통솔하며 은폐 및 엄폐가 될 만 한 곳으로 이동했다.

    한때 주한미군의 사령부로 쓰이던 곳이라서 그런지.

    몸을 숨길만한 곳이 많았다.

    그 사이 중대장은 상부로 전화를 걸었다.

    “예. 5등급으로 확인됐습니다. 지금 바로 지원을 부탁합니다. 예. 최선을 다해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보고를 끝낸 중대장이 군인들을 보며 말했다.

    “내 신호가 있을 때까진 쏘면 안 된다. 그렇다고 몬스터가 공격해오는데 멍하니 구경만 하란 소린 아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예!”

    흔히 하는 말로, 알아서 잘 하라는 뜻이다.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독박쓰는 거고.

    “뭔가 나옵니다.”

    망원경으로, 균열 방향을 지켜보던 군인의 말과 함께 시커먼 그림자가 쿠웅- 하고 쓰러졌다.

    “사람처럼 보입니다.”

    망원경으로 보기에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몬스터 중에는 사람처럼 생긴 몬스터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 균열이··· 사라집니다.”

    “뭐?! 그게 무슨···.”

    관측병의 말대로 균열이 사라졌다.

    기동대 일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김 중사.”

    “예. 알겠습니다.”

    함께한 세월이 있어서 그런가.

    중대장이 왜 불렀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박 하사는 저쪽. 문 하사는 이쪽. 그리고···.”

    상병 때 부사관으로 꼬드긴 ‘이 하사’를 데리고 시커먼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김 중사.

    균열이 사라졌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차! 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박 하사 분대와 문 하사 분대를 좌우로 포진시켜 경계하게 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김 중사가 사라진 균열 방향을 경계하며 이 하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하사가 시커먼 그림자를 살폈다.

    “제가 보기엔··· 사람 같습니다. 어?! 김 중사님. 이 사람··· 죽은 것 같은데요?”

    그때 시체라고 생각되던 시커먼 그림자가 힘겹게 말했다.

    “나, 아직··· 안 죽었다.”

    “헐! 살아있어! 이 사람, 살아있다고! 가만! 김 중사님!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이 하사의 말에 시커먼 그림자로 시선을 돌리는 김 중사.

    “뭐? 이 사람이 누군지 알겠다고?”

    “예!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

    “거 왜 있잖습니까. 1년 전에 실종된 센터의 초능력자! 이름이··· 맞다! 이세우! 이름이 특이해서 까먹지 않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이 사람, 1년 전에 실종된 초능력자, 이세우씹니다.”

    “이 사람이··· 그 초능력자라고?”

    “예. 확실합니다.”

    “아, 일단 보고부터···.”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이세우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중대장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말로 보고하기 어려웠다.

    목이 찢어져라 고함을 지르면 들릴 것 같기는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라면 일단 고함부터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위급하지 않았다.

    무전기와 휴대폰을 비롯한 그 어떤 전자기기도 가져오지 않은 김 중사가 허벅지의 주머니에서 작은 깃발을 꺼냈다.

    김 중사가 멀리서도 잘 보이는 붉은 깃발을 수신호에 맞게 휘둘렀다.

    “안전하다고?”

    그 수신호의 뜻을 알고 있는 중대장이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김 소위. 확인해.”

    “예.”

    중대장과 함께 관측 장비를 지키고 있던 김 소위가 남은 병력을 데리고 천천히 전진했다.

    김 중사를 비롯한 부사관들은 실전 경험이 많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부임한 김 소위는 아니었다.

    실전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말 그대로 생초짜다.

    이번 출동이 첫 실전이다.

    그래서일까?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원래라면 중대장이 관측 장비를 지키며 전체적인 지휘를 해야 한다.

    그리고 김 소위가 부사관들을 이끌며 균열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

    오늘이 실전 첫날인 김 소위가 실수할 것을 우려한 중대장이 김 소위의 역할을 김 중사에게 넘긴 것이다.

    “이상 없습니다.”

    김 소위의 역할은, 천천히 전진하며 전자기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균열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김 중사로부터 안전하다는 수신호까지 받았다.

    그렇다고 산책 나온 것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김 소위는 교육 받은 대로, 10미터씩 천천히 이동하며 전자기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김 중사가 있는 곳에 도착한 김 소위는 전자기기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전에 지급받은 무전기로 그 사실을 보고했다.

    “전자기기 정상 작동! 균열, 완전 소멸!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무전기로 보고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 소위가 휴대폰을 꺼냈다.

    그 휴대폰으로 죽은 것처럼 누워있는 이세우의 얼굴을 찍은 후, 중대장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이세우의 사진을 전송받은 중대장은 상부에 그 사진을 전송했다.

    보고를 받은 상부는 혹시 모를 민간인의 출입을 차단하며 현장을 보존하라고 지시했다.

    “김 중사님, 저건 뭘까요?”

    이세우를 한 번에 알아본 이 하사가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 무언가를 본 김 중사가 말했다.

    “뭐긴 뭐야. 곡괭이잖아.”

    “제가 설마, 곡괭이가 뭔지 몰라서 이러겠습니까?”

    “그럼, 뭐?”

    “이세우씨가 왜 곡괭이를 가지고 있냐, 이거죠. 1년이나 실종되어 있던 사람이 균열과 함께 나타난 것도 이상한데 곡괭이까지···.”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세우의 손에는 곡괭이가 꼬옥! 쥐어있었다.

    그 밖의 다른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정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던가.”

    김 중사의 말대로, 이세우에게 직접 물어보려고 하던 이 하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봐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아닌게 아니라, 아까 자기가 안 죽었다는 말을 한 뒤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있다.

    진짜 죽은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다.

    위급한 환자를 무턱대고 흔들어 깨우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교육을 받은 군인들은 이세우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나저나 위에서는 난리가 났겠습니다.”

    “당연하지. 1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던 초능력자가 뜬금없이 나타났는데. 난리가 나도 보통 난리가 난 게 아닐 거다.”

    34기동대는 상부의 지시대로, 현장을 철저하게 지켰다.

    애초에 구 주한미군 사령부로 민간인이 올 일도 없었지만.

    투다다다다!

    얼마 후 헬리콥터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착륙한 헬리콥터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내렸다.

    그 누군가는 이세우를 센터로 데려갔던 최인애다.

    “세우씨! 정말 세우씨군요!”

    헬리콥터가 도착할 때쯤 몸을 일으켜 세울 정도로 회복한 이세우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인애씨!”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한국말을 하는 군인들이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고향 그러니까 지구가 너무 간절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구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는 사람 그러니까 최인애를 보고 난 후에야 지구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내가 진짜 지구로 돌아왔어. 돌아왔다고!”

    ※  ※  ※  ※

    2020년 1월 19일(일요일)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구나.”

    푸른빛으로 회오리치는 웜홀을 본 구난도 아니 글란더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남은 일은, 저 웜홀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김지석의 방어막으로 보호받고 있던 글란더가 웜홀에 발을 디디려는 찰나.

    [마계의 잡졸아, 네놈의 개수작을 내가 두고 볼 것 같으냐!]

    “어디서 나는 소리지?”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목소리가 울렸다.

    느낌이 좋지 않았던 글란더는 일단 웜홀 안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저 이상한 소리 때문에 괜히 시간을 끌다가 웜홀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크윽!”

    웜홀 진입과 함께 강한 압박과 고통이 느껴졌다.

    김지석의 방어막이 없었다면 몸이 쥐포처럼 납작해졌을 것이다.

    “응?!”

    웜홀 진입 시 느껴지는 강한 압박과 고통은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기에 김지석에게 방어막을 발동시키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으아아아!”

    하나로 연결되어, 같이 넘어와야 하는 초능력자들 몇 명이 떨어져나갔다.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 십여 명이 웜홀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젠장.”

    글란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어서 끝나기를 기도하는 일 말고는.

    “후~”

    강한 압박과 고통이 사라졌다.

    웜홀 그러니까 우유빛의 공간도 사라졌다.

    “돌아온 건가?”

    글란더의 눈에 작은 빛도 뿜어내지 않는 거대한 우주 정거장이 보였다.

    그 우주 정거장의 이름은 호노렛.

    1년 전 과학 탐사선 멘타인이 웜홀 2.0의 실전 테스트를 위해서 잠깐 머물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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