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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탄 세우-26화 (26/81)
  • 〈 26화 〉 챕터 8 아크 광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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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후.

    “리, 나와라.”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세우가 앞으로 나왔다.

    이세우를 호출한 코뿔소 외계인이 반대편을 보며 말했다.

    “지난 5개월 동안 44구역의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와 싸우게 될 상대는, 어제 오자마자 8구역의 챔피언이 된!”

    코뿔소 외계인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골락족의 다다이크!”

    이세우의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등에 엄지손가락 굵기의 뿔이 듬성듬성 나 있는, 2미터 크기의 외계인이 쿠웅! 하는 소리를 내며 등장했다.

    등에 뿔이 나 있는 골락족의 특성 때문인지.

    다다이크라는 이름의 외계인은 상의를 입지 않았다.

    바지만 입은 상태였다.

    “두 선수, 중앙으로.”

    코뿔소 외계인이 이세우와 다다이크를 향해서 팔을 뻗은 후 중앙으로 모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딴 약골이 챔피언이라니. 44구역 놈들은 얼마나 약한 거냐?”

    다다이크의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이세우가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로 말했다.

    “8구역 놈들이 허접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속빈 깡통 같은 놈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줄 줄이야. 그냥 내가 8구역까지 접수할 걸 그랬나.”

    “뭐!”

    이세우의 말에 발끈한 다다이크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행동했다.

    “어허! 아직 시작 안 했다!”

    심판 노릇을 하고 있던 코뿔소 외계인이 다다이크를 말렸다.

    세상 무서울 것이 없어보이던 다다이크지만 코뿔소 외계인에게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코뿔소 외계인에게 작은 반항이라도 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준비됐지? 그럼, 파이트!”

    대결의 시작을 알리며 뒤로 물러나는 코뿔소 외계인.

    “으아아압!”

    다다이크가 기다렸다는 듯 기합을 지르며 주먹을 날렸다.

    물론 그 대상은 이세우다.

    빠아악!

    강렬한 소리와 함께 세상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이세우에게 주먹을 날린 다다이크는 그렇게 느꼈다.

    “말도 안 돼!”

    이세우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진 다다이크가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크윽- 왜 이렇게 아픈 거지?”

    다다이크가 고통이 진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턱을 만졌다.

    “아아악!”

    턱에 살짝 닿았을 뿐인데, 죽을 것처럼 아팠다.

    “젠장.”

    그때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주먹을 날리는 것과 동시에 이세우가 크로스카운터 펀치를 날렸다는 것을.

    미사일처럼 날아온 이세우의 주먹이 자신의 턱에 꽂히는 것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느낀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턱이 미칠 듯이 아픈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럭키 펀치 따위에 좋아하지 마라!”

    다다이크가 그렇게 말한 후 몸을 숙였다. 그러자 그의 등에 듬성듬성 나 있던 뿔들이 발사되었다.

    그 뿔들은 유도기능이 있다는 듯,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이세우에게로 날아갔다.

    다다이크의 덩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뿔들은 총알과 비슷한 속도로 날고 있었다.

    방향을 자유자재로 트는 뿔들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피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세우는···.

    “훅- 훅-”

    다다이크의 공격에 대비해서 가드를 올리고 있던 이세우가 짧게 호흡하며 주먹을 날렸다.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오던 뿔과 이세우의 주먹이 충돌했다.

    신체 능력은 물론이고 감각도 남달랐던 이세우는, 그 작고 빠른 뿔의 움직임을 모두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빠악!!!!

    이세우의 주먹과 충돌한 뿔이 강렬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끄아아악!”

    뿔이 박살나자, 다다이크가 비명을 질렀다.

    뿔이 탄환처럼 발사되며 다다이크와 분리되었다고 해서 다다이크와 뿔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랬기에 뿔을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인즉 지금처럼 뿔이 부서지거나하면 다다이크도 고통을 받는다는 뜻이다.

    “끄아아악!”

    다다이크가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다.

    이세우가 계속해서 다다이크의 뿔을 박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만, 내가 졌다.”

    힘겹게 그 말을 토해낸 다다이크가 쿠웅!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러자 이세우를 향해서 날아가던 뿔들이 두두둑-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멈춰!”

    이세우와 다다이크의 싸움을 지켜보던 코뿔소 외계인이 허공을 향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차아악!

    살벌한 소리와 함께 허공이 갈라졌다.

    그 모습을 본 이세우가 양손을 치켜들며 뒤로 물러났다.

    “못해도 5분은 버틸 줄 알았는데.”

    코뿔소 외계인이 부하를 보며 말했다.

    “뭐해! 의무실로 데려가지 않고.”

    부하가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노예 외계인들을 쳐다보았다.

    이런 일에 익숙했던 노예 외계인들이 쓰러진 다다이크를 붙잡고 의무실로 이동했다.

    “우와!”

    “리가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강하기로 유명한 골락족을 저렇게 간단하게 무릎 꿇릴 줄이야.”

    “내가 뭐랬어! 이번에도 리가 이길 거라고 했지!”

    “역시 우리들의 챔피언이야!”

    “누구든 나오라고 그래! 우리 리가 전부 다 박살내놓을 테니까!”

    열렬한 환호로 이세우를 맞이해주는 44구역의 외계인들.

    그런 외계인들과 달리 이세우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우하하하!”

    듀갈족 그러니까 문어 머리를 한 외계인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리, 수고했어. 덕분에 이번에도 수입이 짭짤해.”

    눈을 찡긋 거리며 손에든 무언가를 보여주는 외계인.

    그 외계인의 손에 있는 것은, 엄지손톱 크기의 작은 구슬 십여 개다.

    이 구슬들은 모두 아크 광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코스모스 연맹 내에서 엄청난 고가로 거래되는 물건이다.

    “올라스.”

    “어. 말해.”

    “책, 구해줄 수 있다고 했지?”

    “책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거라도 구해줄 수 있지. 리가 그동안 벌어준 돈이 얼만데. 그래서 어떤 책을 원해? 아하~”

    불현듯 뭔가를 깨달은 올라스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떤 종족을 선호하는데? 말만해, 내가 전부 다 구해줄게.”

    “그런 책 말고.”

    “응? 그럼, 어떤 책?”

    “기초 과학에 관련된 책. 구해줄 수 있어?”

    “기초 과학? 아, 그러고 보니 리는···.”

    이세우가 큐도 없고 뇌파 교류 장치도 모르는 오지 중의 오지에서 왔다는 것을 떠올린 올라스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책은 없어도 돼. 이 올라스가 있잖아. 리에게 공용어를 가르친 게 누구야? 바로 나잖아. 기초 과학 정도는 내가 가르쳐줄 수 있어.”

    아크 광산에서 올라스의 별명은 ‘신입 감별기’이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올라스는 아크 광산에 신입이 오면 그 신입의 모든 것을 조사했다.

    이를테면 어느 행성 출신인지.

    그리고 어떤 종족인지.

    또 주특기가 무엇이며 싸움은 잘 하는지.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싸움 실력이다.

    싸움 실력은 말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직접 봐야한다.

    그래서 올라스는 신입을 자극하여 일부러 싸움을 유도했다.

    그렇다고 올라스가 직접 싸우는 것은 아니다.

    올라스의 경호원 노릇을 하는 외계인이 있다.

    싸움은 그 외계인과 한다.

    신입이 그 외계인을 이기거나 대등하게 싸우면 지금과 같은, 다른 구역의 챔피언과 싸우는 일에 투입시켰다.

    그리고 내기를 걸어, 별도의 수입을 챙겼다.

    아크 광산에 끌려오는 외계인들은 하나 같이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그리고 힘도 쎄다.

    그런데 이세우는 누가 봐도 약해보였다.

    아크 광산에서 제일 약한 외계인과 싸워도 질 것처럼 보였다.

    오직 강자에게만 관심이 있던 올라스는 이세우에게 관심을 끊었다.

    아크 광산에서는 비리비리한 몸으로 버틸 수 없다.

    한 달 아니 며칠도 되지 않아서 죽거나 병신이 될 것이다.

    올라스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런데 병신이 되거나 다른 노예의 노예가 될 줄 알았던 이세우가 멀쩡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다른 노예의 노예가 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노예들이 이세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올라스는 곧바로 이세우에 대한 정보수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비리비리해 보이는 이세우가 엄청난 강자라는 것을.

    올라스처럼 이세우의 겉모습만 보고 이세우를 얕잡아본 외계인들이 이세우에게 시비를 걸었다.

    올라스가 예상한대로, 자신들의 노예 아니 노리개로 만들 심산이었다.

    그런데 쥐어터진 것은 이세우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엄청난 강자였던 이세우는 시비를 걸어오는 외계인들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그때쯤 이세우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이세우와 함께 끌려온 외계인들 중에는 돈포이와 아토스의 대화를 들은 외계인도 있었다.

    그 외계인이 이세우가 호노렛에서 유명한 칼건과 대등하게 싸웠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칼건은 올라스도 알고 있었다.

    뒤늦게 이세우가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올라스가 이세우를 찾아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세우가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모른다는 것을.

    올라스는 이것을 기회로 여겼다.

    올라스가 손짓 발짓을 하며 거래를 제안했다.

    그 거래란, 이세우가 44구역의 챔피언이 되어, 각 구역의 챔피언들이 싸우는 시합에 나가 달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이세우에게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스의 제안을 알게 된 이세우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올라스의 제안을 거부해도 챔피언 시합에는 나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이득이라도 보는 게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몰라서 답답하던 참이다.

    다른 외계인들은 하나같이 무식해보였다.

    공용어를 할 줄 알아도 다른 사람을 가르칠 능력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듀갈족인 올라스는 다르게 보였다.

    자신과 비슷한 몸을 한 올라스가 경호원까지 거리는 것을 보면 탁월한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런 올라스라면 어떤 식으로든, 공용어를 잘 가르쳐줄 것 같았다.

    그래서 올라스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참고로.

    이세우가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태세우스 덕분이다.

    드래곤은 원래 사진과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태세우스의 기억력도 그만큼 좋다는 것은 아니다.

    드래곤일 때는 사진과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신체 그것도 산산이 조각난 상태가 되면서 기억 능력이 저하되었다.

    그렇다고 동물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사람 그것도 평균적인 수준보다는 나은 상태였다.

    그런 태세우스가 도와준 덕분에 한 달 만에 외계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물론이고 간략하게나마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3개월이 흐른 후에는 원어민 수준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태세우스의 존재를 모르는 올라스로써는 이세우의 언어습득 능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사실은 공용어를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 아니냐?’ 하는 말을 했겠는가.

    “오늘은 그렇고. 내일부터 내가 직접 기초 과학을 가르쳐 줄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교보재가 있는 게 더 도움이 될 테니···. 리가 말한 기초 과학 도서도 알아볼게.”

    “고마워.”

    “고맙긴. 고마운 걸로 따지면 내가 더 고맙지. 리 덕분에··· 히히히히.”

    생각하는 것만으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올라스.

    “아, 그럼, 다르마를 만나러 갈게. 리가 원하는 과학 도서랑 다른 물자들을 얻으려면 서둘러야 하거든.”

    올라스가 그렇게 말한 후 ‘다르마’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코뿔소 외계인에게 달려갔다.

    ‘태세우스, 이러면 된 거지?’

    [고맙다.]

    기초 과학 도서를 원한 것은 태세우스였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이세우에게 과학을 배우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까지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사실 이것도 어떤 계기가 있어서 부탁을 한 것이다.

    만약 그 계기가 없었다면 여전히 과학을 배울 수 있게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네가 집이라고 말하는,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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