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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탄 세우-24화 (24/81)
  • 〈 24화 〉 챕터 8 아크 광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으음”

    기절했던 이세우가 의식을 찾았다.

    “내가 왜··· 아!”

    멍했던 머리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눈이 세 개 달린 대머리 외계인과 싸우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갑자기 감전된 것도 떠올랐다.

    “여긴 또 어디지?”

    대머리 외계인과 싸우던 골목은 아니다.

    그렇다고 쓰레기통도 아니었다.

    어디에 쓰는지 모를, 낯선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는 창고 같은 곳이다.

    “정신 차렸냐?”

    이세우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물고기 외계인 돈포이다.

    “너어!”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돈포이를 쓰러뜨려야 한다.

    그래야 어딘지 모를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몸이 강철처럼 단단한 대머리 외계인은 단번에 쓰러뜨릴 수 없지만 돈포이라면 가능하다.

    그런데···.

    “끄아아아악!”

    돈포이를 향해서 몸을 날렸던 이세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성질이 그렇게 급해서야···.”

    돈포이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이세우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말했다.

    “한국인지 뭔지 하는 변방의 촌구석에 온 촌놈.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지금 네 목에 채워져 있는 목걸이는···.”

    돈포이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목에 목걸이가 채워져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세우.

    아니 그건 목걸이라고 보기보다는 개목줄 같은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일반적인 목걸이 형태가 아니라 진짜 개목줄처럼 두꺼웠다.

    그 정도면 두께면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그런데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어허- 함부로 만지지마. 그거 잘못만지면 터져.”

    돈포이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장난 같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1단계로 맞춰나서 고통만 느껴지는 거야. 2단계로 올리면··· 푸우~”

    돈포이가 손으로, 뭔가가 폭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목걸이에 장착된 폭탄이 터져. 그럼, 네 목과 머리도···. 그 뒤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이제 2단계로 올린다?”

    돈포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팔에 차고 있던 팔찌를 만졌다.

    그러자 이세우의 목에 채워진 개목줄에서 삐삐- 하는 소리가 울렸다.

    “이제 2단계야. 방금 말한 대로, 2단계에서 목걸이를 만지면··· 알지?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확인해도 돼.”

    돈포이의 말을 100퍼센트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개목줄을 함부로 만질 수도 없었다.

    돈포이의 말이 진짜라면···.

    “주의할 점은 그것만이 아니야. 이미 경험했다시피, 네가 목걸이의 주인에게 덤비면 고통이 발생해. 그리고 목걸이의 주인과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10분 정도 고통이 느껴지다가 푸우~ 알겠지?”

    일정 거리라고만 말하고 정확한 거리를 말하지 않는 돈포이.

    “이제 형님께 가자.”

    돈포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고 밖으로 걸어갔다.

    으드득!

    지금의 상황이 너무 화가 나서 어금니를 가는 이세우.

    삐삐삐!

    돈포이와 10미터 정도 멀어지자, 개목줄에서 소리가 울렸다.

    “야, 그러다가 진짜 터진다.”

    “쯧!”

    돈포이의 말과 개목줄의 경고음을 무시할 수 없었던 이세우가 얼굴을 구기며 돈포이의 뒤를 따랐다.

    “형님. 데려왔습니다.”

    팔찌에서 투영된 홀로그램을 보고 있던 칼건이 홀로그램을 종료시켰다.

    “야, 너 이름이 뭐냐?”

    여전히 화가 나 있던 이세우는 칼건의 말을 무시했다.

    “이 새끼가 감히 형님 말씀을 씹어!”

    돈포이가 손가락으로 팔찌를 눌렀다.

    “끄아아악!”

    이세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고통에 굴복한 이세우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이, 이세우다.”

    “리세우? 특이한 이름이군. 그래, 리세우, 네 모행성이 한국이라고? 그건 어디 있는 행성이냐? 내가 큐넷을 샅샅이 훑었지만 그런 이름을 가진 행성은 없었다. 이름을 속인 거냐? 아니면 코스모스 연맹에서 부르는 이름과 너희 종족이 부르는 이름이 다른 거냐? 아, 이름은 중요한 게 아니지.”

    칼건이 자신의 팔찌를 손가락으로 찍은 후 뿌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수십 장의 홀로그램이 허공에 나타났다.

    “이 지도들 중에 네가 아는 지도가 있냐?”

    이세우의 눈을 어지럽히는 홀로그램들은 코스모스 연맹의 스페이스 맵이다.

    홀로그램 지도 중에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판단한 이세우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홀로그램 지도들을 세세하게 살폈다.

    하지만 그 어떤 지도에서도 익숙한 것을 볼 수 없었다.

    사실 이게 당연한 거다.

    칼건이 보여주는 홀로그램 지도는, 이세우에게는 낯선 방식이다.

    코스모스 연맹의 외계인들은 지도를 보자마자, 자신들의 모행성을 바로 찾아낼 수 있어도 이세우는 아니었다.

    그리고 홀로그램 지도 중에는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는 없었다.

    “이제 보니 촌놈이 아니라 원시인이었군.”

    칼건은 이세우가 스페이스 맵을 볼 줄 모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 여긴 어떻게 왔냐? 내가 브로커란 브로커는 다 만났거든? 근데 널 데려왔다는 놈이 없어. 입항 기록에도 없고. 진짜 어떻게 들어왔냐?”

    “모른다. 눈을 떠보니··· 여기였다.”

    이세우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실제로, 방공호에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우주였다.

    “하- 쓸만한 노예 행성하나 찾나 싶었더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돈포이.”

    “예. 형님.”

    “저 새끼, 거기로 데려가. 아토스에게 2인분이라고 확실하게 말해라.”

    “예.”

    돈포이가 이세우를 보며 말했다.

    “따라와.”

    따라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개목줄이 채워진 이상, 돈포이의 말에 따라야했다.

    “아, 그러고 보니 넌 연맹의 공용어를 모르지? 거기 가면 고생 좀 하겠는데···.”

    대체 어딜 간단 말인가?

    궁금한 것이 많았던 이세우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질문을 내뱉었다.

    하지만 뜻한 바를 이룰 순 없었다.

    “크크크크.”

    자기 할 말을 다한 돈포이가 뇌파 교류 장치의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세우에게 된통 당했던 돈포이가 통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당장 번역기 켜라!”

    이세우가 몇 번이나 고함을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봤자, 네 목만 아프지.”

    자기 말을 할 때만 뇌파 교류 장치를 작동시키는 돈포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나 다름없었던 이세우는 뜨거운 콧김만 씩씩- 뿜을 뿐이다.

    “들어가.”

    돈포이가 가리키는 곳은, 우주 화물선의 화물칸이다.

    작은 반항도 할 수 없었던 이세우는 돈포이를 노려본 후 화물칸 안으로 들어갔다.

    “왜 이제와?”

    화물칸 안에는 돈포이의 동족인 돈코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외계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에도, 이세우의 목에 채워진 개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돈포이와 돈코이를 제외하면 다들 이세우와 똑같은 신세라는 뜻이다.

    아니 완전히 똑같은 신세는 아니었다.

    그들은 이세우와 달리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할 줄 알았다.

    게다가 코스모스 연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즉 코스모스 연맹의 생활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낯선 이세우와 많은 차이가 있다.

    “칼건 형님이 이놈에게 뭐 좀 물어본다고···. 어쨌든 왔잖아.”

    “쳇.”

    불만이 많아 보이는 돈코이가 이세우를 노려본 후 팔찌를 만졌다.

    “다 탔다. 출발해.”

    돈코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주 화물선이 하늘로 떠올랐다.

    우주 화물선은 관제센터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 후 우주 정거장 밖으로 나갔다.

    우주 정거장을 나올 때만 해도 천천히 움직이던 우주 화물선의 속도가 빨라졌다.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중력이 2배 정도 높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찰나에 불과했다.

    중력이 상승하는 것과 동시에 중력 안정화 장치가 작동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중력은 평소 수준을 유지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이세우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돈포이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 이세우와 같은 줄에 앉아 있던, 목에 개목줄이 채워진 외계인들이 웅성거렸다.

    “저거 어느 행성 말이야?”

    “왜 연맹의 공용어를 사용하지 않지?”

    “설마···.”

    개목줄이 채워진 외계인들에게는 큐가 없었다.

    당연히 뇌파 교류 장치도 없다. 그렇다보니 이세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코스모스 연맹의 공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세우를,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쳐다보았다.

    “앞으로 볼만하겠군. 근데 난 그걸 못 보네? 아쉽네.”

    돈포이가 말은 저렇게 했지만 아쉽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소하다는 표정이었다.

    “오, 다 왔다.”

    고중력을 발생시킬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던 우주 화물선이 정지했다.

    쿠아아-

    기묘한 소리와 함께 이세우 등이 앉아 있던 화물칸이 열렸다.

    알고 보니 우주 화물선은 몇 배나 더 큰 운반선 안에 들어온 상태였다.

    “여-”

    돈포이가 화물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누군가를 향해서 아는 척을 했다.

    그런데 상대방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칼건이 말한 아토스라고 하는, 코 대신 촉수 2개가 좌우로 나 있는 외계인이다.

    아토스가 화물칸에 앉아 있는 이세우 등을 본 후 말했다.

    “왜 이것뿐이야? 왜 저번보다 수가 더 적어?!”

    돈포이가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잖아. 소문이 날만큼 나서 우리도 해먹기 힘들다고.”

    “그래서! 내가 돈 더 준다고 했잖아!”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 그리고 그렇게 돈이 많으면 우리 말고 중앙 정부랑 손잡으면 되잖아!”

    “그거야···.”

    중앙 정부의 손을 빌리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돈포이 등등에게 지급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야, 저놈은 뭐야? 왜 저런 비리비리한 놈을 데려왔어?”

    아토스가 말한 저놈이란 이세우다.

    “어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지.”

    “그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야, 저놈이 보기에는 저래보여도 우리 칼건 형님과 대등하게 싸운 놈이야.”

    아토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정말? 정말 저 비리비리하게 생긴 놈이 칼건이랑 대등하게 싸웠다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 놈은 2인분이야.”

    “뭐?! 어디서 바가지를!”

    “칼건 형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어.”

    “칼건이 직접 2인분이라고 했다고···.”

    처음 이세우를 볼 때만해도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던 아토스가 뭔가를 계산하는 표정으로 이세우를 쳐다보았다.

    “좋아. 그 말, 믿어보지. 근데 데려가서 써봤는데 2인분이 아니면··· 알지?”

    “우리가 하루 이틀 거래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까. 아, 근데 저놈 공용어를 몰라.”

    “뭐?! 변방의 촌놈도 아는 공용어를 모른다고? 대체 어디 출신이기에···. 공용어를 모르면 부려먹기 힘든데···. 그럼, 아무리 힘이 쎄도··· 2인분 값은 못 주겠는데.”

    “어허- 어디서 개수작이야! 언제는 공용어 안다고 말 잘 들었어? 거기 가면 공용어를 알든 모르든 다 똑같아 지는데. 어디서 되도 않은 이유로 값을 깎으려고.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진짜 거래 끊는 수가 있어.”

    “쳇- 알았어. 2인분, 쳐줄게. 대신 다음에도 저런 놈으로 데려오라고. 괜히 밥만 많이 먹고 힘은 쓰지도 못하는 폐기물들만 데려오지 말고.”

    “언제 우리가 그런 폐기물을 가져왔다고···.”

    돈포이가 이세우 등을 보며 말했다.

    “야! 내려.”

    돈포이의 저 말을 거역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이세우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물칸 밖으로 나왔다.

    “이제부터 저 놈이 너희들의 주인이다. 당연히 목걸이의 통제권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저놈 말 잘 들어. 그럼, 나는 이만···.”

    돈포이가 이세우 등에게 손을 흔든 후 화물선 안으로 사라졌다.

    “돈포이 말 잘 들었지?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끄아아아악!”

    이세우 등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내 말을 거역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아, 그리고 너.”

    아토스가 이세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공용어 모른다고 미적거리거나 헛짓거리 했다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할 거다.”

    아토스가 이세우 등에게 정신 교육을 하는 사이, 이세우 등을 태우고 왔던 우주 화물선이 운반선 밖으로 사라졌다.

    “우리도 가자.”

    아토스의 말과 함께 멈춰있던 운반선이 움직였다.

    화물선보다 빠르게 움직이던 운반선이 정지했다.

    이제껏 찍소리도 하지 않던 태세우스가 소리쳤다.

    [이세우, 여기가··· 어?! 여기다! 내가 찾은, 안전한 곳! 원래 내가 오려고 했던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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