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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탄 세우-21화 (21/81)
  • 〈 21화 〉 챕터 7 미지와의 조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몇 시간은 더 버틸 줄 알았던 산소의 양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이세우만 겪는 고통이 아니었다.

    [크으-]

    이세우의 영혼에 빙의되어 있던 태세우스도 똑같은 고통을 느꼈다.

    [일단 네가 살아야 나도 사니···.]

    태세우스는 처음부터 정신체가 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희생하여 세상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우주선 멘타인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멘타인이 박살날 때, 태세우스의 정신체도 산산이 조각났다.

    태세우스의 정신체가 조각나자, 그와 얽혀있던 셀레리스도 산산이 조각났다.

    조각난 태세우스의 정신체는 멘타인에서 셀레리스로 옮겨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형체가 없던 셀레리스가 태세우스의 정신체와 융합되자, 크리스털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다.

    그걸 이세우가 습득하여 초능력을 각성했다.

    그러자 셀레리스와 융합되며 크리스털과 하나가 되었던 태세우스의 정신체가 이세우의 영혼으로 옮겨졌다.

    이 모든 과정을 겪은 태세우스의 정신체는 온전한 상태일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존재감이 약해진 탓일까?

    이세우는 아니 셀레리스로 초능력을 각성한 모든 초능력자는 태세우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초능력자의 영혼에 빙의한 태세우스가 고함을 질러도, 태세우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렇게 약해진 태세우스가 갑자기 강해졌다.

    구난도 센터장이 이미소의 능력을 이용하여, 이세우 등이 가지고 있는 아크 에너지를 김지석에게 집중시켰다.

    이때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의 영혼에 빙의하고 있던 태세우스의 조각난 정신체들도 하나로 합쳐졌다.

    원래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태세우스의 정신체는 차원의 균열을 강제로 닫아, 마족의 일을 방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건 마법으로 만들어진 차원의 균열이 아니었다.

    과학으로 만들어진 웜홀이었다.

    과학과 마법.

    결이 다른 두 개의 힘이 충돌한 영향일까?

    태세우스가 바라던 대로 웜홀은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지 알 수 없는, 우주로 튕겨져 버렸다.

    참고로.

    하나로 다시 합체한 태세우스의 정신체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 선택이란, 어느 몸에 빙의할 것 인가였다.

    정신체 상태에서는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셀레리스로 만들어진 크리스털에 빙의하던가.

    아니면 영혼을 가진 온전한 존재에게 빙의해야지만 정신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몸에나 빙의할 수도 없었다.

    조각났던 정신체들이 하나로 합쳐지자, 정신체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졌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평범한(?) 초능력자는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정신체의 존재감을 버티지 못하는 존재에게 빙의하게 되면 그 존재와 함께 소멸하게 된다.

    자폭할 때와 달리 지금은 죽고 싶지 않았다.

    정신만 남은 상태라도 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런 처지로 만든 마족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태세우스가 자초한 거지만.

    어쨌든 태세우스가 살기 위해서는 강해진 존재감을 버틸 수 있는 몸에 빙의해야만 했다.

    방공호에 있던 초능력자들 중에서 가장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던 것이 이세우다.

    이세우는 태세우스의 존재감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세우를 선택한 것이다.

    각설하고.

    정신체가 하나가 되고 아크 에너지가 집중되자, 드래곤일 때의 능력을 발동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100퍼센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래곤일 때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그 미약한 수준도 평범한 사람에게는 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대단했다.

    [일단 감각의 범위를 넓혀서 안전한 곳을 찾아보겠다. 그런 다음, 안전한 곳으로 공간 이동하겠다.]

    “공간이동? 텔레포트 말이지? 근데 그게 가능해?”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그리고 길게 말할 시간이 없다. 일시적인 효과라··· 지금 당장에라도 사라질 수도 있다.]

    “뭐가 사라진다고?”

    [설명은 나중에. 넌 그저 가지고 있는 기운을 집중시키기만 하면 된다.]

    태세우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머리가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네가 그러는 거야?”

    [그래. 내가 하는 거다. 이것도 나중에 설명할 테니, 넌 기운을 모으는데 집중해라.]

    “···알았다.”

    지금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태세우스의 말대로, 일일이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태세우스가 시키는 대로, 아크 에너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자···.

    “어?!”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찾았다!]

    태세우스는 안전한 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세우는 안전한 곳의 ‘ㅇ’ 도 느낄 수 없었다.

    “진짜? 어디?”

    [설명은 나중에. 넌 방금 한 것처럼 기운을 집중시켜라.]

    “알았다.”

    온 신경을 아크 에너지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이세우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의 밝기가 절정에 달했다 싶을 때···.

    [젠장.]

    촛불을 훅~ 하고 불 듯, 이세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뭐야? 실패한 거야?”

    [조금만 더 했으면 됐는데···. 하필이면 중요한 순간에 상승효과가 끝나버려서···. 아쉽게 됐다.]

    “상승효과? 아, 설명은 천천히 하고. 그래서 진짜 실패한 거야? 다시 시도할 순 없는 거야?”

    [말했다시피 상승효과가 끝나서 더 이상은 어렵다. 그리고 겨우 찾아낸 그 장소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거기까지 공간 이동할 수 없다.]

    “그놈의 상승효과가 뭔데? 다시 발동시킬 순 없는 거야?”

    [상승효과란···.]

    조각난 정신체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발생했다.

    그 덕분에 미약하기는 하지만 드래곤일 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시너지가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일시적인 것이다.

    이 시너지가 끝나면, 하나가 되면서 더 강해진 정신체라고 해도, 드래곤일 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럼, 이게 진짜 끝이라는 거야? 정말 여기서 죽는다고?”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나 이세우가 있는 곳은, 어둠만이 가득한 우주다.

    부모님이 계신,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너만 아니었으면!”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던 이세우가 태세우스를 원망했다.

    [미안하다. 나도 이런 걸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싫어! 싫다고! 이렇게 죽기 싫다고! 난 살 거야!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부모님이 계신 지구로 돌아갈 거라고! 어디야?!”

    [뭐?]

    “안전한 곳, 찾았다고 했잖아! 그게 어디냐고!”

    [그걸 왜 물어보는 거지? 설마, 거기까지 갈 생각이냐? 거긴 너무 멀다. 그리고 이 허무의 공간에서 어떻게 이동하겠다는 거냐?]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잖아? 될지 안 될지는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거잖아?! 어차피 죽는다면 시도는 해봐야지. 넌 그냥 말해주기만 하면 돼. 네가 말한 안전한 곳이 어느 방향인지.”

    [무의미한 발버둥은 싫어하지만··· 좋다. 알려주마. 아까 내가 찾은 장소는··· 저쪽이다.]

    이세우의 영혼에 빙의하고 있는 태세우스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태세우스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느껴졌다.

    “저쪽이란 말이지? 좋아. 한번 해보자.”

    너무나도 간절했던 이세우가 아크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태세우스가 알려준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아크 에너지를 분사했다.

    그러자 이세우를 감싸고 있던 방어막이 천천히 움직였다.

    [응?!]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던 방어막에 가속도가 붙었다.

    방어막의 이동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마지못해 이세우에게 협조하던 태세우스가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빨라진다고? 어쩌면···. 아냐, 부족해. 이대로는 안 돼. 좀 더, 좀 더 빨라야 해. 하는 수 없군.]

    무언가를 결심한 태세우스.

    [네가 말한 대로, 네가 이렇게 된 것은 순전히 내 잘못이다.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 너만큼은 부디··· 살아남아라.]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태세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어?!”

    안전한 곳을 향해서 날아가던 방어막의 이동속도가 빨라졌다.

    정신체인 태세우스가 스스로를 불살라 연료로 사용한 것이다.

    그 덕분에 이동속도가 높아졌다.

    이동속도가 빨라지자, 태세우스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태세우스가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너···.”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었던 이세우는 태세우스를 원망했다.

    그리고 그 태세우스가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켜가며 이세우를 살리려고 한다.

    그걸 알게 된 이세우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태세우스가 고마웠다. 그렇다고 원망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태세우스라고 하는 정신체가 완전히 소멸되려고 할 찰나.

    “저거야?! 네가 찾았다고 한 안전한 곳이?”

    무언가가 이세우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거대한 도너츠다.

    아니 도너츠 형태를 하고 있는 우주 정거장이다.

    거대한 도너츠 형태로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던 우주 정거장이 자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의 거대한 구멍에 거대한 볼펜처럼 생긴 기둥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뭐야? 저건? 내가 말한 장소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내가 찾은 장소는 아직 한참 더 가야한다.]

    “됐어. 거기까지 갈 필요 없어. 저 안에만 들어가면 돼. 근데 입구가 어디지?”

    우주 정거장은 온통 검은색이다.

    그리고 발광하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거리가 가까워지기 전까지는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이세우가 우주 정거장의 코앞까지 다가갔지만 출입문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수고 들어갈 수도 없고.”

    우주 정거장이 쉽게 부서질 리 없다. 그리고 부서져도 문제다. 자칫하면 우주 정거장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나 하나 살자고 수많은 외계인들이 살고 있는, 우주 정거장에 피해를 끼칠 순 없다.

    아직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 찾았다.”

    우주 정거장의 외벽을 돌며 출입문을 찾던 이세우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건 성인 남성이 몸을 숙이면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구멍이다.

    수우-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그 구멍에서 무언가가 발사되었다.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게다가 이세우와 구멍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피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젠장!”

    탄환처럼 날아온 그것에 맞았지만 데미지를 받진 않았다.

    왜?

    이세우의 몸을 감싸고 있던 김지석의 방어막이 대신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푸수-

    방어막이 찢어졌다.

    그리고 방어막 안에 있던 공기가 우주로 새어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산소가 부족했던 이세우로써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읍!”

    이러다가 진짜 죽을 것 같았다.

    1초도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이세우가 자신을 공격한 무언가를 발사한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또?!”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무언가가 또 발사되었다.

    구멍 안은, 이세우가 허리를 굽히면 딱 맞을 정도로 좁았다.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피할 공간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다시 우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에잇!”

    물러날 곳이 없었던 이세우가 허리를 굽힌 상태로 주먹을 날렸다.

    빠아악!

    “끄아아악!”

    강렬한 소리와 함께 이세우의 팔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리고 겨우 구멍 안으로 들어왔던 이세우의 몸이 우주 밖으로 튕겨나갔다.

    고통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세우는 우주 정거장에서 점점 멀어졌다.

    이젠 김지석의 방어막도 없다.

    이대로 몇 초만 있으면 이세우는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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