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챕터 7 미지와의 조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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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그리고 어디서 말을 하는 거야?”
놀란 이세우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당연한 거다.
지금 이세우가 위치한 곳은 우주다.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방금 전의 목소리는 환청?
“극한의 상황에 빠지면 헛것이 보이거나 환청이 들린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내가 그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헛것? 환청? 감히 나 태세우스를 헛것에 환청이라고 하는 거냐?!]
“헉! 또 들렸어! 내가 진짜 미쳐가는 건가?”
자신의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오해하는 이세우.
[인간이란···. 잘 들어라. 넌 미친 게 아니다. 나, 태세우스는 일종의··· 음-]
스스로를 ‘태세우스’ 라고 밝힌 존재는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미친 게 아니라고? 그럼, 넌 지금 어디 있는데? 어디서 말을··· 네가 진짜 실존한다면 당장 모습을 보여라.”
[흠- ]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잘도 떠들던 태세우스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역시··· 내가 미친 거였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처음에는 환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태세우스의 목소리가 환청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저렇게 말하는 것은, 태세우스라고 하는 존재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지금 상황에서 이세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즉 이대로 있으면 산소가 소진되어 죽는다는 뜻이다.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던 이세우는 태세우스라고 하는 미지의 존재에게 희망을 걸기로 했다.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초능력을 각성했을 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니···. 기어코 미쳐버리고 말았구나. 헛소리를 늘어놓던 태세우스라는 것도 사실은 나의 또 다른 자아였어. 광증이 극에 달한 내가 개소리를 늘어놓는 자아를 만들어냈어. 이렇게 죽는 것도 억울한데. 개소리를 늘어놓는 미친 자아까지 만들다니···.”
[뭐? 미친 자아? 헛소리도 부족해서 개소리?!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나 태세우스는···. 에잇! 다 말해주마. 난 지금 네 영혼에 빙의한 상태다.]
“뭐? 빙의?! 그러니까 네가 유령이라고? 게다가 내 영혼에 빙의한 상태라고?! 차라리 내가 미치는 게 낫지! 야! 당장 내 몸 아니 영혼에서 꺼져!”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 없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사실 나는···.]
아까처럼 뭔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다시 입을 다무는 태세우스.
“야! 왜 자꾸 말을 하다가 말아? 그게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 줄 알아? 어차피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대로 있으면 몇 시간 안에··· 죽어. 그러니까 그냥 다 말해. 어차피 죽는다면 속이 답답한 상태로 죽고 싶지 않아. 속이라도 시원한 상태로 죽고 싶다고.”
[음- 그래. 이렇게 된 거, 다 말해주마. 사실 나는 네가 속한 세계의 존재가 아니다. 나는 원래···.]
태세우스는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드래곤이다.
태어날 때부터 반신의 힘을 가지고 있던 태세우스 아니 드래곤들은 하나의 사명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그 하나의 사명이란 세계를 수호하는 것이다.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었다.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곰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드래곤 역시 ‘수면기’ 라고 하는, 일종의 휴식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수면기를 가지지 않으면 드래곤의 육체와 정신에 문제가 생긴다.
육체는 병들어가고 정신은 피폐해진다. 그리고 세상을 파괴하는 광룡으로 변모한다.
본능적으로 수면기가 된 것을 느낀 태세우스는 육체와 정신을 정화하기 위해서 수면기를 가졌다.
아니 가지려고 했다.
태세우스가 막 수면기에 들려고 할 찰나,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부모로부터 마족이라고 하는, 사악한 존재에 대해서 교육받았다.
태세우스는 자신의 레어 위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 물체’가 마족의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족에게 시간을 줄수록 자신이 불리해진다고 느낀 태세우스는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태세우스는 전력을 다했지만 마족을 물리칠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을 다한 탓에, 육체와 정신에 문제가 생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광룡이 되고 말 것이다.
죽으면 죽었지, 광룡이 되어 세상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태세우스는 자폭을 결정했다.
마족의 미확인 비행 물체와 자폭함으로써 세상을 구하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자신이 자폭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태세우스가 자폭했는데도 마족의 미확인 비행물체는 멀쩡했다.
다행스럽게도(?) 태세우스의 육체는 폭발했지만 정신은 아직 남아 있었다.
자신의 자폭으로도 마족의 미확인 비행물체를 처리하지 못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이미 자폭을 한 후라서, 정신이 버틸 시간이 길지 않았다.
길어봤자, 1분?
1분이 지나면 정신도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다급했던 태세우스는 드래곤들 사이에서 사실상 금지된, 세상이 파멸할 때가 아니면 절대 쓰지 말아야하는 비술을 사용하고 말았다.
그 비술이란 세계의 기운과 드래곤의 기운을 충돌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의 일부가··· 찢어지게 된다.
더불어 그 충돌의 범위에 있는 모든 것이 소멸하게 된다.
이미 자폭해버린 태세우스는 세계에게 약간의 피해를 주더라도, 마족의 미확인 비행물체를 확실하게 끝장내려고 했다.
그게 결과적으로는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비술의 사용과 함께 흔적도 없이 소멸할 줄 알았던 마족의 미확인 비행물체가 멀쩡한 것이 아닌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족의 미확인 비행물체라고 알고 있었던, 과학 탐사선 멘타인이 비술의 발동과 동시에 웜홀로 진입해버렸다.
그 절묘한 타이밍이 태세우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발생시켰다.
비술이 발동되면서 소멸해야 하는 멘타인과 태세우스의 정신이 하나로 결합된 것이다.
‘정신체’ 라는 특수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 태세우스는 당황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상황파악은 되지 않았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정신체가 결합한 멘타인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멘타인의 이것저것을 건드렸다.
그 결과, 웜홀 진입과 함께 정상으로 돌아갔던 멘타인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그리하여···.
여기까지 들은 이세우가 태세우스의 말을 끊었다.
“잠깐! 그러니까 이제껏 운석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운석이 아니라 우주선이었다고? 그럼, 운석의 파편으로 알고 있던 크리스털은 뭐지? 뭔데 초능력을··· 각성시켜 준 거지? 외계인의 무기 같은 건가?”
태세우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크리스털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마족 놈들의 물건이 아니다. 그건··· 내가 비술을 발동시킬 때 사용한 세계의 기운이다. 우리 드래곤은 그것을 ‘셀레리스’라고 부른다.]
“셀레리스? 그게 뭔데?”
[드래곤의 언어로, ‘세계의 근원’ 이라는 뜻을 가진 셀레리스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해준다.]
“초능력··· 말이지?”
[그래. 너희 인간들이 초능력이라고 부르는, 내가 있던 세계에서는 ‘메호임’ 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능력이 바로 셀레리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셀레리스··· 메호임.”
태세우스의 말을 듣고 있자니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근데 왜 UFO를 보고 마족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야? 외계인을 마족이라고 부르는 거야? 네 입장에서는 나도 외계인이잖아? 그럼, 나도 마족이야?”
[무슨 소리냐?! 네가 왜 마족이야? 넌 그냥 하ㅊ··· 인간이잖아? 굳이 구분을 하자면 다른 세계의 인간이니··· 이계인?]
“그러니까 외계인이랑 마족은 다른 종족이라는 거지?”
[그렇다. 네가 외계인이라고 지칭하는 존재는 다른 세상에서 온 이계인이고 내가 마족이라고 칭하는 존재는 세계를 파괴하려고 하는 악마다.]
“그럼, 더 이상한데?”
[뭐가?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네가 자폭까지 해가면서 없애려고 했던 건··· 우주선이잖아?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타고 있는···.”
[응? 뭐라고? 우주선? 외계인?! 마, 마족이 아니라? 어?! 그러고 보니 마족 특유의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으음-]
“너, 제대로 알아본 거 맞아? 진짜 마족이었어?”
[그, 그게··· 아까 말했다시피 그 당시 내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육체와 정신을 정화시키는 수면기에 빠져들기 직전이었다.
또 우주선을 처음 보았다.
이래저래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냐! 그놈들은 마족이 맞아!]
이세우의 추궁에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던 태세우스가 한순간에 돌변했다.
태세우스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도 봤잖아! 마족 놈들이 차원의 균열을 만드는 걸!]
“차원의 균열? 그게 뭔데 그리고 내가 언제 그걸 봤··· 잠깐!”
말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건 구난도 센터장이 만든, 푸른 공간이다.
“방공호에서 봤던, 푸른 공간이··· 차원의 균열이야?”
[그래! 바로 그거다! 그게 차원의 균열이다. 차원의 균열은 말 그대로 차원의 균열을 유발시킨다. 그렇다고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발동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차원의 균열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 말인즉···.”
태세우스가 말한 차원의 균열이라고 불리는 푸른 공간은 구난도 센터장이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구난도 센터장이 외계인이라는 뜻이다.
‘아니지. 외계인의 기술을 습득한 걸 수도 있지.’
자신과 똑같이 생긴 그리고 3개월 넘게 센터에서 함께 생활해온 구난도 센터장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구난도 센터장은 텔레포트 초능력을 사용해서 안전한 곳으로 탈출한다고 했어. 그리고···,’
찰나의 순간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지금 있는, 우주였다.
“야! 결국 너 때문이잖아!”
[뭐가 나 때문이라는 거냐?]
“구난도 센터장이 발동시킨 텔레포트, 그거 네가 방해했잖아?! 텔레포트 공간을 차원의 균열로 오해해서 방해한 거 맞잖아?! 네가 방해한 탓에!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고!”
[어?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세우가 말한 대로, 태세우스가 방해한 탓에 이세우가 우주에 있는 것이다.
[나 때문인 건 맞는데···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은 아니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차원의 균열을 닫으려고 했던 건데···.]
방금 전까지 태세우스를 몰아붙이던 이세우가 돌변했다.
“자책은 나중에 하고. 방법이나 내놔.”
[응? 방법?]
“그럼, 이대로 여기서 죽을 거야? 텔레포트를 방해할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이 우주를 벗어날 방법도 있을 거 아냐? 설마··· 없는 거야?”
이세우는 일부러 태세우스를 자극하며 몰아붙였다.
대단한 능력을 지닌 ‘드래곤’ 태세우스로 하여금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온전한 상태였다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미안하다.]
“진짜 없어? 진짜 이대로 죽어야 한다고?! 그럼! 텔레포트를 방해하지나 말던가! 왜 그걸 방해해서 애꿎은 사람을 이런 곳에서 죽게 만드는 거야!”
[다시 말하지만··· 응? 가만! 이거 잘하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태세우스의 말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방법이 있다고? 그게 뭔데? 현기증 날 것 같으니까, 얼른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