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19화 (19/81)
  • 〈 19화 〉 챕터 7 미지와의 조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웁!”

    자신의 현재 위치가 우주라는 것을 인지한 이세우가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자하는 본능에 그렇게 한 것이다.

    ‘응?’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주에 맨몸으로 있는데 너무 멀쩡했다.

    그리고 숨 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은 이세우가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치웠다.

    “김지석의 방어막···.”

    아닌게 아니라, 이세우의 몸을, 김지석의 방어막이 지키고 있었다.

    그 방어막 덕분에 맨몸인데도 멀쩡할 수 있었다.

    방어막을 생성할 때 내부에 채워진 공기 덕분에 숨을 쉬는 것도 문제없었다.

    다만 그게 영원하진 않았다.

    방어막에 공기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인즉 몇 시간 후면 산소가 모두 소진되어 죽는다는 뜻이다.

    방어막의 산소가 모두 소진되기 전에 숨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근데 내가 어쩌다가 우주로 나오게 된 거지?”

    이세우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  ※  ※  ※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평소 웃는 얼굴로 나긋나긋하게 말하던 구난도 센터장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 구난도 센터장으로 변장한 것처럼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방공호의 철문에서 폭음이 울렸다. 그리고 시커먼 연기가 방공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철문에 금이 갔다는 뜻이다.

    철문이 버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시 후면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방공호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을···.

    공포에 휩싸인 초능력자들은 구난도 센터장의 입만 바라보았다.

    “심미안.”

    구난도 센터장의 호출에 자신의 팔찌를 푸는 심미안 주임 연구원.

    심미안 주임 연구원만 팔찌를 푼 것이 아니었다.

    구난도 센터장도 팔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팔찌가 똑같이 생겼다.

    팔찌의 외형은 물론이고 회오리 모양이 새겨져 있는 것도 똑같았다.

    “차라.”

    구난도 센터장이 흡수 능력을 가진 여성 초능력자에게 자신의 팔찌를 내밀었다.

    사이비 종교 영생교의 교주이자 성녀를 자처하는, 흡수 능력을 지닌 이미소가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왜 네 말을 따라야 하지?”

    이미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 이미소의 목을 잡았다.

    그러자···.

    “끼아아아악!”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에 휩싸인 이미소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 어찌나 심한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었던 이미소가 구난도 센터장의 팔찌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채웠다.

    “난 두 번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명령을 거부하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시키면 되묻지 말고 무조건 해라. 그러지 않으면 방금 느낀 고통은 애들 장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이미소의 목에서 손을 땐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 김지석에게 팔찌를 건넸다.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주임 연구원의 낯선 모습에 위축된 김지석은 군말하지 않고 팔찌를 찼다.

    “이세우 그리고 다른 초능력자들은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어라.”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이세우와 초능력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때 철문에서 폭음이 울렸다.

    방공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시커먼 연기의 양이 늘어났다.

    금방이라도 철문이 뚫릴 것 같았다.

    겁에 질린 초능력자들이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었다.

    “쯧.”

    이세우 역시 어쩔 수 없이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었다.

    “나머지 초능력자들은,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은 초능력자들의 몸에 손을 얹어라.”

    나머지 초능력자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의 몸에 손을 얹었다.

    그 모습을 본 구난도 센터장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너희는 저 여자 몸에 손을 얹어라.”

    구난도 센터장이 말하는 너희들이란 한국과 미국 정부에서 온 관료들이다.

    그리고 초능력을 각성하지 못한, 센터의 연구원들이다.

    “우리도 해야 하는 겁니까?”

    “구난도 센터장, 지금 뭐하는 거요?”

    “센터장도 보다시피 방공호의 문이 뚫리기 직전이오. 뭐라도 수를 써야하지 않겠소?”

    “가령 초능력자들에게 초능력으로 싸우도록 지시를 한다거나···.”

    관료들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진 구난도 센터장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찰나.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센터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텔레포트 초능력으로 여러분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려는 거예요.”

    “아! 텔레포트 초능력!”

    공간을 이동하는, 텔레포트 초능력은 영화와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그 덕분에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불평을 늘어놓던 관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었다.

    “진즉에 그렇게 말을 하지.”

    “하하하. 구난도 센터장. 난 당신을 믿고 있었소.”

    “암, 구 센터장이 어떤 사··· 으흠-”

    살길이 열렸다는 말에, 관료들이 앞을 다투어 이미소의 몸을 만졌 아니 손을 얹었다.

    “지금 어딜 만지는 거야!”

    30대의 농후한 몸을 가지고 있던 이미소가 화를 냈다.

    그 화는 금방 억눌러야 했다.

    방금 전 목을 잡는 것만으로, 죽을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을 준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 다시 목을 잡는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치-”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초능력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의 몸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다들 ‘이러면 된 건가?’ 하는 생각을 할 찰나.

    “끄아아아악!”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은 사람들의 몸이 미이라처럼 말라갔다.

    사람들은 이미소의 몸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런데 강력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고 있던 사람들 전부가 미이라처럼 말라서··· 죽었다.

    이미소의 몸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의 몸에 손을 얹고 있는 사람들 역시 미이라처럼 말라서··· 죽었다.

    “아, 아냐! 내가 이런 게 아냐!”

    누가 봐도 이미소가 사람들의 생기를 흡수하여 죽인 것으로 보였다.

    이미소가 격렬하게 부정했지만 누구도 믿지 않았다.

    “저 미친년이!”

    사람들이 한순간에 미이라처럼 말라죽는 것을 본 초능력자들이 금방이라도 이미소를 공격할 것처럼 굴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

    초능력자들의 손 역시 강력 접착제를 발라놓았다는 듯 김지석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게 대체···.”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의 시선이 구난도 센터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구난도 센터장이 시키는 대로 이미소와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

    바보가 아닌 이상 구난도 센터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김지석, 방어막을 발동시켜라.”

    “예?”

    평소에는 온갖 허세를 다 피우다가, 위급 상황이 닥치자, 겁쟁이가 된 김지석.

    사람들이 미이라 형태로 죽은 것이 구난도 센터장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구난도 센터장의 눈치를 살폈다.

    “선택해라. 저들처럼 죽을지. 아니면 비굴하게나마 살아남을지.”

    꿀꺽-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좋았던 김지석이 마른침을 크게 삼킨 후 방어막을 발동시켰다.

    “어!”

    그러자 김지석과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고 있던 다른 초능력자들의 몸에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센터 생활을 하게 된 초능력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본능적으로 떠오른 초능력의 사용법 말고도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방법을 시도했었다.

    그 중에 성공하는 것도 있었고 실패하는 것도 있었다.

    김지석 역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 다양한 시도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방어막을 만들어주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별의 별짓을 다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방어막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성공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에게 방어막을 만들어주는 것을 너무 쉽게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의 시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세우의 시선이 김지석이 차고 있는, 심미안 주임 연구원의 팔찌로 향했다.

    그동안의 시도와 다른 점은 저 팔찌 밖에 없다.

    “으윽-”

    김지석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더불어 김지석이 발현시킨 방어막도 사라질 것처럼 희미해졌다.

    “김지석, 저 여자를 잡아라.”

    구난도 센터장이 말하는 저 여자란 방금 전에 사람들을 미이라 형태로 죽인 이미소다.

    “어서!”

    머뭇거리던 김지석이 화들짝! 놀라며 이미소의 몸을 잡았다.

    심미안 주임 연구원에게 압도당한 이미소는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끼아아악!”

    이미소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어?! 어! 저 미친년이 지금 뭐하는 거야!”

    김지석의 몸에 손을 얹고 있던 초능력자들이 무서운 표정으로 이미소를 노려보았다.

    왜?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의 아크 에너지가 이미소에게 강제로 흡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냐. 이것도 내가 하는 게 아니라고.”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이미소가 강하게 부정했다.

    이미소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초능력자들은 이미소의 말을 믿지 않았다.

    ‘저 팔찌다. 저 팔찌들이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게 분명해.’

    아까부터 팔찌를 의심하던 이세우는 이번 일 역시 팔찌의 소행이라고 의심했다.

    ‘그 말인즉···.’

    사람들을 미이라 형태로 죽인 것이 구난도 센터장이라는 뜻이 된다.

    ‘진짜 변신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가 구 센터로 위장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세우가 구난도 센터장을 의심하고 있을 때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던 김지석의 방어막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시리안, 시작해라.”

    구난도 센터장이 이미소의 팔에 채워진 팔찌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시리안? 그게 누구지?’

    구난도 센터장이 시리안이라고 말한 사람은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다.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크기는 물론이고 생긴 것도 꼭 탁구공처럼 생겼다.

    우우웅-

    그 탁구공처럼 생긴 물건이 진동하는 것과 동시에 회오리치는 푸른 공간이 생성되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구나.”

    이미소의 팔을 잡은 형태로, 푸른 공간으로 걸어가는 구난도 센터장.

    “어? 어!”

    뭔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이세우와 사람들은 저항하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구난도 센터장이 큰 힘을 쓰지 않는데도, 다들 끌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구난도 센터장과 함께 푸른 공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계의 잡졸아, 네놈의 개수작을 내가 두고 볼 것 같으냐!]

    이세우의 머릿속에서 아니 초능력자 모두의 머릿속에서 낯설면서도 익숙한 음성이 울렸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지금 보다시피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다.

    “암만 생각해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지구 어딘가도 아니고 우주라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게다가···.

    “지구랑 달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지구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별들만 보일 뿐이다.

    이러다가 진짜 우주에서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때 예의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응?! 이건 내가 바라던 게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거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