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18화 (18/81)
  • 〈 18화 〉 챕터 6 일상으로의 복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알버트 조.

    올해 39살인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인이 되어 영원히 미국에만 머물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자신처럼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온 한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알버트 조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가 사랑한 여성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녀 역시 알버트 조를 사랑했다. 그리고 가족들 역시 사랑했다.

    그녀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도 사랑했다.

    갈등하던 그녀는 결국 알버트 조가 아닌 한국을 선택했다.

    그녀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알버트 조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녀를 너무 사랑했던 알버트 조는 다시는 밟지 않으려고 했던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되었다.

    알버트 조는 군인이 아니다.

    미군과 관련된 일을 할 뿐이다.

    알버트 조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가 미국 시민권자가 될 수 있게 힘을 써준 그의 상사가 알버트 조의 편의를 봐줬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알버트 조를 해고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평택에 있는 주한 미국 사령부로 출퇴근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물론 연봉은 그대로였다.

    상사 덕분에 고액 연봉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알버트 조는 그녀와의 연애를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일 년 후 결혼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일 년 후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들을 낳았다.

    이때만 해도 인생이 꽃밭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았다.

    그런데 2019년 9월 9일에 발생한 운석 사태로 뒤집히고 말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당시 박살난 운석의 파편 때문이다.

    운석 사태 이후 초능력자들이 생겨났다.

    한두 명씩 드러나던 초능력자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초능력자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관련된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어느 날, 대형 마트가 공격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초능력을 각성한지 며칠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술에 취해 대형마트를 공격한 것이다.

    대형마트에 있던 다수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사망자들 중에는 알버트 조의 아내와 아들도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아내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알버트 조가 짐승처럼 포효했다.

    아내와 아들을 너무 사랑했던 알버트 조는 출근은커녕 집밖으로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집 안에서, 죽지 못해 겨우 살아가던 알버트 조를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알버트 조처럼 초능력자로 인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

    또 초능력자들이 생기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창하는,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단체를 만든 사람들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알버트 조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공유하기만 했다.

    삶이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한 알버트 조가 그들에게 동화될 때쯤 본색을 드러냈다.

    이제는 더 이상 말로 할 때가 아니다.

    대화도 통하는 상대에게나 하는 것이다.

    초능력자들은, 물론 모든 초능력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초능력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짐승이다.

    그 짐승들에게는 똑같은 아픔을 경험하게 해야만 겨우 말이 통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는 그렇게 말하며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공동운영하고 있는 센터를 공격하자고 했다.

    그곳이야 말로 만악의 중심이다.

    그곳의 초능력자들을 모두 죽여서 경고를 해야 한다.

    초능력만 믿고 함부로 날뛰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은 평화로워진다.

    그래야 우리가 겪은 아픔과 슬픔이 반복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죽음으로, 올바른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던 알버트 조는 그들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자신이 일하는 평택의 주한 미군 사령부에 센터가 있는 줄 몰랐다.

    일상으로의 복귀에서 알려준 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원수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알버트 조는 충격을 받았다.

    더불어 복수심이 더 세차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계획! 철저한 계획이 필요해.”

    센터의 위치를 알았다고 해서 바로 센터를 공격한 것은 아니다.

    센터는 주한 미군 사령부 내에 위치하고 있다. 무장한 미군들과 한국군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다.

    그런 곳을 무작정 공격한다?

    뜻을 이루기도 전에 총살당할 것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알버트 조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내와 아들의 복수를 하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이건 일상으로의 복귀도 마찬가지였다.

    한명의 초능력자라도 더 죽이고 싶었던 그들은 주한 미군 사령부와 센터의 경비를 철저히 조사했다.

    이 일은 다시 출근을 시작한 알버트 조가 맡았다.

    언제 경비에 빈틈이 생기고 어떤 루트를 뚫어야 하는지 알게 된 알버트 조는 일상으로의 복귀와 작전을 구상했다.

    “어?! 이건!”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의 장난처럼 크리스털을 발견하게 되었다.

    초능력을 각성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크리스털이 필요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시점이었다.

    눈앞의 크리스털을 보고 갈등하던 알버트 조는 원수의 힘으로 원수를 처단하기로 했다.

    크리스털을 만져, 초능력을 각성했다는 뜻이다.

    “끄아아아아악!”

    크리스털을 만지는 순간, 온몸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 알버트 조.

    그는 죽은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그 고통을 참았다.

    그리하여···.

    콰아아아앙!

    최근 알버트 조와 친해진 미군의 몸이 폭발했다.

    알버트 조의 짓이다.

    “다 죽여!”

    광기로 번들거리는 알버트 조의 외침과 함께 총탄이 빗발쳤다.

    어떠한 이유로, 주한 미국 사령부를 손쉽게 출입할 수 있게 된 일상으로의 복귀에 속한 무장 병력이 방심하고 있던 미군들을 공격했다.

    타다다다당!!!!

    “으아악!”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미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미군들을 공격한 것은 총탄만이 아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초능력자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상으로의 복귀에는 초능력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초능력을 마음껏 뽐내며 미군들을 공격했다.

    “저기다!”

    미군을 공격하는데 거침이 없었던 알버트 조가 센터의 닫혀있는 문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최초의 총성과 함께 자동으로 닫혔던 센터의 철문이 콰아아아아앙! 하고 폭발했다.

    손으로 접촉하는 대상을 폭발시키는 초능력을 각성한 알버트 조는 그렇게 센터의 닫힌 문들을 부수고 또 부수며 전진했다.

    그리하여···.

    “젠장!”

    이세우 등이 있는, 방공호 앞에 도착한 알버트 조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지금껏 거쳐 온 센터의 철문들은 접촉 한번으로 박살이 났다.

    그런데 방공호의 철문은 한 번에 박살나지 않았다.

    무리하게 초능력을 사용하면 초능력자의 몸이 폭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알버트 조가 전력을 다해서 초능력을 발동시켰는데도 멀쩡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아크 에너지를 소모한 알버트 조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래저래 피곤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죽은 아내와 아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초능력자들에게 복수만 할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알버트 조는 얼마 남지 않은 아크 에너지를 쥐어짜내서 능력을 발동시켰다.

    콰아아아아앙!!!!

    그렇게 몇 번의 폭발이 이어졌다.

    그때서야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던 철문에서 반응이 왔다.

    철문 곳곳에 금이 갔다. 그리고 그 금이 간 부분으로 시커먼 연기가 흘러들어갔다.

    “조금만 더 하면···.”

    아크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알버트 조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어느 때보다 큰 폭발음과 함께 철옹성 같던 철문에 구멍이 뚫렸다.

    성인 남성이 허리를 숙이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

    “됐다!”

    “알버트! 수고했어!”

    “이 다음은 우리한테 맡겨.”

    “자넨 여기서 쉬고 있게.”

    “아니. 나도 안으로 들어간다. 개 같은 초능력자들의 최후를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거다.”

    살기등등한 알버트 조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알버트 조와 그의 동료들이 함께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방공호 안에 있는 초능력자들이 독안에 든 쥐처럼 느껴졌다.

    방공호 안에는 다수의 초능력자들이 있다.

    그들은 센터 소속인 만큼 하나같이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지 않았다.

    초능력이 대단하다고 해서 전투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온실 속의 화초나 다름없는, 실전 경험이 없는. 그들을 제압하고 죽이는 일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쉽다.

    알버트 조와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응?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방공호 안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살아있는 초능력자들이 자신들을 맞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알버트 조를 비롯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맞이한 것은 말라비틀어진 미이라들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 미이라들은 뭐야?”

    “우리가 잘못 알고 들어왔나?”

    “방공호가 아니라 미이라를 보관하는 장소였나?”

    ※  ※  ※  ※

    미국 대통령 집무실.

    “뭐? 어디가 공격당해?!”

    불 같이 화를 내는 도람프 미국 대통령.

    “그게 말이 되냐고! 한국이야! 한국! 중동이나 아프리카가 아닌!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은 한국이라고! 그것도 우리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라고! 그런 곳을 공격당했다는 게 말이 돼?!”

    화상 연결로 사건 보고를 하고 있던, 주한 미군 사령부의 마이클 중장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모든 게 저의 불찰입니다.”

    “됐고! 그래서? 테러리스트들은 모두 잡았어? 아니 죽였어?”

    “그게···.”

    “설마?! 놓쳤다는 거야? 미군 기지가 공격받았다는 것도 황당한데···. 테러리스트들을 놓쳐?! 당신!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테러리스트들 중에··· 초능력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 때문에···. 그리고 모두 놓친 것은 아니고 몇 명을 잡기는 했는데··· 생포된 자들이 자살하는 바람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불 같이 화를 내던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초능력자들은? 센터장과 주임 연구원은 어떻게 됐어? 설마 그들까지 모두 죽은 건 아니지?”

    “그게···.”

    “사람 복장 터지게···. 얼른 말을 해! 그 외··· 사람들은 무사하다고 얼른 말 하라고!”

    “죄송합니다. 방공호로 대피한 초능력자들과··· 말씀하신 센터장과 주임 연구원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테러리스트들에게 죽었으면 죽은 거지, 행방이 묘연하다니? 설마,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인질로 붙잡힌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럼, 뭔데?”

    “말 그대로, 방공호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방공호 안에서 미이라 형태의 시체 몇 구가 발견되었지만 말씀하신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미이라 상태로 죽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통해서 그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죽은 사람들 중에 초능력자는 물론이고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주임 연구원은 없었다.

    “그럼,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다는 거야? 단체로 텔레포트라도 했다는 거야?”

    “어쩌면··· 센터 자체가 초능력을 연구하던 곳 아닙니까? 그동안의 연구로, 텔레포트 기술을 완성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말이 되는···. 아- 됐어! 당신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지금 당장 당신을 대신할 사람을 보낼 테니까, 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대기하고 있어!”

    “미스터 프레···.”

    마이클 중장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얼굴도 보기 싫었던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화상 연결을 끊었다.

    “텔레포트라···. 진짜 그랬으면 좋겠는데···.”

    정말 텔레포트를 연구하고 있었다면 진즉에 보고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텔레포트의 ‘ㅌ’에 관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텔레포트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사라진 거지?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  ※  ※  ※

    “씨발! 여기가 어디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 당혹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욕을 터뜨린 이세우.

    이세우는 어둠으로 가득한, 우주 한 공간에 맨몸으로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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