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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탄 세우-17화 (17/81)
  • 〈 17화 〉 챕터 6 일상으로의 복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애애애애애애애앵!!!!!

    “뭐야? 갑자기 무슨 경보야?”

    “방금 총소리 들리지 않았어?”

    “여기가 어딘지 잊었어? 여긴 주한 미군 사령부야! 대한민국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라고. 어떤 바보가 여길 공격하겠어?”

    “맞아. 죽으려고 환장한 놈 아니고서야···. 그리고 우리나라가 총기 관리에 얼마나 엄격한데.”

    “아마도 미군이 훈련하는 걸 거야.”

    “보나마나 별일 아닐 텐데, 저 경보기 끄면 안 돼? 너무 시끄러운데?”

    제 1 측정실에는 센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본적 없는, 다수의 외부인들이 있었다.

    느낌상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서 보낸 고위직 관료들 같았다.

    그들은 총성과 경보음을 듣고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는 센터 경비대! 다수의 괴한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이건 실제 상황이다. 적들의 화력이 너무 막강하다. 우리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미군의 지원이 올 때까지, 안전시설로 대비하기 바란다.-

    연구원이 가지고 있던, 센터 내에서만 사용하는 무전기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게 무슨 소리야?”

    “미군의 훈련이 아니라고?”

    “그럼, 방금 전의 총성이 진짜로···.”

    “헉!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던 사람들이 돌변했다.

    그들은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얼른 안전시설로 안내해!”

    “나 먼저! 나 먼저 안전시설로 안내해!”

    일부는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타다다다다당!!!!

    아까보다 더 많은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총성이 더 크게 들렸다.

    제 1 측정실과 총성 주체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경비를 어떻게 서고 있기에···.”

    평소답지 않게 날선 모습을 보이고 있던 구난도 센터장이 말했다.

    “열어.”

    구난도 센터장의 말과 함께 제 1 측정실에서 제 2 측정실로 들어가는 문이 열렸다.

    “다들 따라와.”

    구난도 센터장이 제 2 측정실로 들어갔다.

    “나 먼저!”

    “내가 먼저야!”

    아까 큰소리쳤던 인사들이 서로 밀치며 제 2 측정실로 먼저 들어가려고 난리를 쳤다.

    “쯧!”

    구난도 센터장이 혀를 차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헙!”

    구난도 센터장의 날카로운 기세에 압도당한 인사들이 움찔하며 뒤로 한발 물러났다.

    나머지 사람들이 줄을 맞추며 제 2 측정실로 들어갔다.

    그때서야 큰소리 쳤던 사람들도 구난도 센터장의 눈치를 보며 발을 움직였다.

    구난도 센터장이 방금 열고 들어온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여기서 저 문을 지킨다.”

    초능력 범죄자와 소아성애 범죄자를 데려온 무장 군인들과 70대에서 50대로 젊어진 누군가를 경호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알았다는 뜻을 표한 후 경계 자세를 취했다.

    “이쪽으로.”

    구난도 센터장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단호한 어투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여긴?!”

    센터에는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지금 도착한 곳이 그 중 하나다.

    대형 은행의 금고에서나 볼법한 두꺼운 철문이 삐익-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들어간다.”

    구난도 센터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부 관료들이 우르르! 들어갔다.

    린다를 비롯한 연구원들도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세우는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만 들어가는 겁니까? 다른 사람들은요?”

    이세우가 센터에 합류할 때만 해도 초능력자의 수가 50여 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50여명이나 된다.

    그리고 그 초능력자를 연구하는 연구원들 역시 50여명에 달했다.

    그 외에도 행정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를 보는, 일반 직원이 30여명이다.

    그들 모두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이 방공호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0명이다. 그 이상의 인원이 방공호에 들어가면 산소부족으로 방공호에 있는 모든 인원이 질식사하게 된다.”

    평소답지 않은 구난도 센터장이 이세우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세우, 넌 그걸 바라는 거냐?”

    평소에는 웃는 얼굴로 ‘세우 씨’ 혹은 ‘미스터 리’ 라고 반쯤 장난스럽게 부르던 구난도 센터장이다.

    그런데 지금은 말투에서도 냉기가 흘러넘쳤다.

    자신이 알던 그 구난도 센터장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혹시 변신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가···.’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할까.

    “저기 오는군.”

    이세우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일단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이세우가 걱정하던 센터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센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충 봐도 20명 정도 될 것 같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보이지 않았다.

    “닫아.”

    헐레벌떡 뛰어오는 20명이 방공호 앞에 도착했다.

    그걸 본 구난도 센터장이 그렇게 말한 후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을 기다···.”

    이세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공호의 두꺼운 철문이 천천히 닫혔다.

    이세우가 갈등하는 사이,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방공호에 도착한 20명의 사람들이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에잇.”

    방공호 안쪽과 방공호 밖을 번갈아 쳐다보던 이세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닫히고 있던 방공호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세우를 마지막으로, 방공호의 두꺼운 철문이 스드- 하고 닫혔다.

    “세우 씨, 걱정마세요.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안전시설로 갔을 거예요.”

    린다의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심란했던 이세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여분이 흘렀다.

    “아우- 답답해.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방공호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전화가 통하지 않았다.

    센터 내에서만 사용하는 무전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외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CCTV같은 것도 없었다.

    50명의 인원이 10일을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과 식수만 있었다.

    “굳이 우리가 방공호로 들어올 이유가 있나?”

    방공호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방공호 안으로 후다닥- 들어왔던 김지석이 허세를 부렸다.

    “그렇잖아.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도 아니고. 초능력자들이잖아. 다들 내 능력, 알잖아?! 내 방어막은 수류탄도 버틴다고. 총? 나한텐 어림도 없어. 내가 방어막으로 총알을 다 막아낼 게. 그럼, 너희들이 초능력으로 공격하는 거야. 그럼, 미군의 지원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 바로 상황 종결이야.”

    듣기에는 그럴싸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초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용기가 샘솟는 것은 아니었다.

    초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싸움을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초능력이라고 하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을 뿐, 그 외의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센터 소속이 되었다고 해서 전투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뭐, 초능력이라고 하는 특별한 능력이 생긴 덕분에 초능력을 각성하기 전보다 용기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총을 가진 적과 싸울 정도로 용기가 생긴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모르겠지만 방공호라고 하는 안전시설에 있는 이상, 굳이 방공호 밖으로 나가서 적과 싸우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자기 손해다.

    겁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상황이 종결될 때까지 안전하게 있는 것이 제일 좋다.

    “쳇. 겁쟁이들.”

    사실 이 중에서 제일 겁이 많은 사람은 김지석이다.

    그런 김지석이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지석과 눈이 마주친 초능력자들이 시선을 돌렸다.

    초능력자들의 반응에 재미를 들린 김지석이 계속해서 초능력자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다가···.

    “아-하하하.”

    이세우와 눈이 딱! 마주쳤다.

    이세우의 주먹에 방어막이 깨졌다. 김지석 본인은 벽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이세우를 볼 때마다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충격이 각인된 걸까?

    이세우를 볼 때마다, 뱀 앞의 개구리가 되는 기분이다.

    이세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었던 김지석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이세우가 피식- 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이세우의 시선이 수갑을 차고 있는, 범죄자 초능력자에게로 향했다.

    그 범죄자 초능력자의 이름은 이미소.

    사기전과 6범인 그녀는 초능력을 각성한 이후 영생교라고 하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생체 에너지를 흡수하고 또 주입하는 초능력을 각성한 그녀는, 그 능력으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료하거나 젊음을 되찾아주며 교세를 확장했다.

    초능력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아니 초능력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에게도 이미소의 능력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미소의 초능력 덕분에 영생교의 교세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그게 영생교의 발목을 잡았다.

    영생교의 교세가 확장되면서 영생교 아니 이미소의 능력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미소의 능력이 초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이미소의 능력을 탐냈다.

    그들은 제 2 측정실에서 보았던 방식을 사용하여, 젊음을 되찾고자 했다.

    ‘나였다면···.’

    린다로부터 이미소에 대해서 설명 들었다.

    그리고 제 2 측정실에서 그녀의 능력을 확인했다.

    더불어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생겼다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역시 저런 능력일수록 숨기는 게 좋아.’

    기껏 생긴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답답할 수도 있다.

    그래도 저렇게 잡혀 와서 강제로 이용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뭐, 따지고 보면 나도···.’

    인터넷이 되지 않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방공호 안에 있다 보니 잡생각만 늘어갔다.

    그래도 위험한 바깥보다 안전한 방공호 안이 좋았다.

    콰아아아아아앙!!!!

    답답하기는 해도 안전할 줄 알았던 방공호가 흔들렸다.

    “뭐지? 폭탄인가? 폭탄이지? 센터를 습격한 테러리스트들이 폭탄을 쓴 거지? 방공호, 안전한 거 맞아? 이러다가 방공호도 뚫리는 거 아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방어막이 어쩌니 하면서 테러리스트들과 싸우자고 큰 소리 내던 김지석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겁먹은 사람은 김지석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방금 전의 폭음에 겁을 먹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악! 방공호 뚫린다! 우리 이제 다 죽을 거야!”

    그렇지 않아도 방공호 내부에 공포가 짙어지고 있었다.

    김지석의 호들갑은 공포와 짜증을 더욱 짙어지게 만들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지?’

    김지석의 호들갑에 눈살을 찌푸리던 이세우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김지석의 호들갑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황만 악화시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려워도, 구난도 센터장이나 심미안 주임 연구원은 김지석을 말릴 수 있다.

    평소 허세를 잘 부리는 김지석이지만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주임 연구원에게만큼은 주눅 든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평소답지 않은 구난도 센터장은 물론이고 심미안 주임 연구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김지석을 일부러 방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가?’

    구난도 센터장이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그런가?

    지금의 상황 자체가 누군가가 일부러 의도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이세우의 시선이 구난도 센터장으로 향했다.

    구난도 센터장이 이세우의 시선을 느낀 걸까?

    이세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괜히 찔렸던 이세우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세우를 쳐다보던 구난도 센터장이 사람들을 훑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상황이 좋지 않다. 방공호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지금 당장에라도 뚫릴 수 있다. 그 말인즉 이대로 몰살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구난도 센터장의 말에 김지석 등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걱정하지마라.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까.”

    김지석이 말했다.

    “구 센터장님! 방법이 있군요? 그렇죠?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전 처음부터 구 센터장님이 우릴 구해줄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구 센터’ 라고 부르던 구난도 센터장에게 ‘님’ 자를 꼬박 꼬박 붙이는 김지석.

    구난도 센터장이 그런 김지석을 힐끔 쳐다본 후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그러면 무사히 방공호를 나갈 수 있다.”

    공포에 질려가던 사람들은 구난도 센터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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