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16화 (16/81)
  • 〈 16화 〉 챕터 6 일상으로의 복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2019년 9월 9일에 발견된 운석이 중국 등이 발사한 미사일 공격에 박살날 때만 해도 가슴 철렁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운석으로 인한 인류의 변화는, 그때가 시작이었다.

    산산이 부서진 운석의 파편들이 지구 곳곳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운석의 파편을 주운 사람들은 초능력을 각성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운석의 파편이 초능력을 각성시켜 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이아몬드와 유사하게 생긴 크리스털만 초능력을 각성시켜줬다.

    초능력자들은 이 크리스털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크리스털의 존재를 몰랐던 일반 대중들은, 어떻게 하면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크리스털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속속 등장하여 입방아를 찧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꾸준히 경고해온 환경오염으로 인한 돌연변이 현상이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방사능에 의한 부작용이다.

    멸망의 징조다.

    등등의 헛소리를 주구장창 늘어놓았다.

    그런 전문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초능력자가 운석의 파편인 크리스털 덕분에 초능력을 각성하게 되었다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처음에는 그게 말이 되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 동영상의 공개로, 망신살이 뻗힌 전문가들이 터무니없는 헛소리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그 헛소리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서로 짰다는 듯, 크리스털에 대해서 말하지 않던 초능력자들이 크리스털에 대한 인증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초능력자가 생각이상으로 많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초능력자의 존재를 알게 된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초능력자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초능력을 각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액의 연봉과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 알려졌다.

    다들 초능력자를 부러워했다.

    더불어 누구든 초능력자로 만들어주는 크리스털을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크리스털만 찾으면 시궁창 같은 인생이 꽃밭으로 바뀐다는 인식과 함께 크리스털과 관련된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사람의 인성과 상관없이, 크리스털만 있으면 초능력을 각성했다.

    그 말인즉 원래부터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 초능력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초능력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불어 초능력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단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일상으로의 복귀’ 라는 단체다.

    그 단체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했다.

    크리스털과 초능력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크리스털을 모두 없애야 하며 초능력자들 역시···.

    ※  ※  ※  ※

    2020년 1월 19일(일요일)

    “예.  전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음식도 잘 맞아요. 설날 전에는 들어갈 거예요. 예. 그때 봬요. 예. 들어가세요.”

    이세우가 통화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서 있던 금발의 글래머 여성이 말했다.

    “어머니세요?”

    “예.

    김지석이 꽁무니를 쫓아다니던 미국 정부 소속의 연구원 린다다.

    “근데 어쩐 일이죠? 오늘은 스케줄이 없는 날인데?”

    센터라고 해서 ‘1년 365일’ 쉬지 않고 연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은 센터 밖으로 나갈 수만 없을 뿐, 휴일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로, 편하게 쉬는 날이다.

    그런데 업무시간에도 보기 어려운 린다가 직접 찾아왔다.

    데이트 하자고 찾아온 게 아니라면 업무 때문에 온 것이다.

    “잠시 후면 새로운 초능력자가 올 거예요.”

    “신입이요?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센터에 처음 오면 아크 에너지를 측정한 후 실전 측정이라는 것을 한다.

    이세우 때는 김지석이 도움(?)을 줬다.

    그런데 그건 그때가 특별한 경우였다.

    보통은 신입 초능력자의 초능력 측정에 다른 초능력자를 관여시키지 않는다.

    아크 에너지 측정과 실전 측정을 끝낸 후 센터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야 초능력자들끼리 서로의 초능력을 교류시켰다.

    “센터장님께서 지금 오고 있는 초능력자의 측정에 참관하시라고 하셨어요.”

    “구 센터가요?”

    이세우가 아는 구난도 센터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세우의 참관을 요청했다는 것은···.

    “도대체 누가 오는데, 그래요?”

    “그게 실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던 린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예?! 그런 사람을 여기로 데려와도 되요?”

    린다의 설명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짓는 이세우.

    신입 초능력자의 능력에 대해서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윗분들의··· 결정이죠?”

    린다가 씁쓰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내가 왜 참관을 해야 하는 거죠? 굳이 내가 참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센터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린다의 말에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이세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면 더더욱 내가 갈 필요가 없잖아요?”

    “저도 그 이상은 몰라요. 센터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이세우 씨를 꼭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구난도 센터장은 센터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일을 하지 않는다.

    어지간해서는 이세우 같은 초능력자는 물론이고 연구원들에게도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가 업무 지시를 내릴 때가 있다.

    그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안 그러면 센터 생활이 피곤해진다.

    “···알았어요. 대신 설 휴가 때는 방해하면 안 돼요.”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초능력자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 갑자기 노가다를 그만두고 옥탑방을 비운 것을 어떻게 설명했느냐?

    군대 제대하고 혹시나 하고 응모한 ‘대학생 국비지원 해외 연수’에 붙었다고 알렸다.

    부모님을 비롯한 누구도 이세우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세우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사 의심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정부가 나서서 조작을 했기에 들킬 염려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센터 생활이 시작되었다.

    평소에는 센터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설날 같은 특별한 날은 휴가 형식으로 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대신 센터에 일이 생기면 휴가가 며칠 남았든 상관없이 무조건 바로 복귀해야 한다.

    “그건 제가 확답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센터장님께 직접 말씀을···.”

    린다가 힘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말해 본거다.

    “왜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요.”

    린다와 함께 센터 첫날 방문했던 측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 동생 왔어?”

    측정실에 먼저 와 있던 김지석이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아는 척을 했다.

    “아, 예.”

    먼저 아는 척을 한 김지석을 향해서 고개를 까닥거리는 이세우.

    “구 센터랑 심 주임님도 벌써 와 계셨네요.”

    평소 보기 힘든 구난도 센터장과 심미안 총괄 주임 연구원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춰서 인사했다.

    ‘스티브가 없네? 오늘 쉬는 날인가?’

    측정실의 책임자인 스티브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스티브가 없어서 린다를 보낸 모양이다.

    “옵니다.”

    연구원의 말과 함께 초능력 실전 측정을 하는 제 2 측정실의 문이 열렸다.

    “저 사람이···.”

    총으로 무장한 군인 2명이 안대와 수갑 그리고 장갑을 끼고 있는 여성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 여성을 본 구난도 센터장이 옆에 있던 심미안 주임 연구원에게 말했다.

    “데려와.”

    심미안 주임 연구원이 뒤에 대기하고 있던 연구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 연구원이 센터 안에서만 사용하는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냈다.

    제 2 측정실의 문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총으로 무장한 군인 2명이 또 다른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왔다.

    “응? 저 사람은 누구죠?”

    두 번째로 들어온 사람은 남자다.

    그런데 첫 번째로 들어온 여성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는 안대와 입마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팔과 다리에 수갑과 족쇄를 차고 있었다.

    그가 걸을 때마다 발에 찬 쇠사슬이 찰랑거리며 소음을 유발시켰다.

    “시작해.”

    구난도 센터장은 항상 사람 좋은 얼굴로 부드럽게 말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다.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목소리도 날카로웠다.

    ‘구 센터도 이번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분명해.’

    위에서 억지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분위기다.

    ‘근데 진짜 나는 왜 불렀지?’

    이세우는 의문을 뒤로한 채, 문제의 여자 초능력자의 초능력 시연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경악스러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어?!”

    놀란 이세우가 린다를 보며 말했다.

    “저래도··· 돼요?”

    린다가 제 1 측정실에 있던 구난도 센터장 등의 눈치를 살피며 작게 말했다.

    “당연히 안 되죠. 근데 저 남자 아니 저 새끼는··· 저래도 싸요.”

    “예? 대체 저 사람이 누군데요?”

    “저 새끼는···.”

    제 2 측정실에 두 번째로 들어온 남자는 미국 범죄자다.

    그것도 평범한 범죄자가 아닌 소아성애 범죄자다.

    무려 4~6세의 아동 8명을 강간한 인간 말종이다.

    원래는 512년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린다로부터 남자의 신상을 들은 이세우가 다시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음-”

    남자를 바라보는 이세우의 표정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제 2 측정실에 들어올 때만 해도 30대 초반이었던 남자는 80대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이세우가 남자를 한순간에 늙게 만든, 제 2 측정실에 첫 번째로 들어왔던 여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세우 역시 소아성애 범죄자라고 하는 남자가 개새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편하게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저런 식으로···.

    “모시고 와.”

    구난도 센터장의 목소리와 함께 또 다른 누군가가 제 2 측정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로 들어온 사람들과는 달랐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과 함께 등장하는 것까지는 동일했다.

    다른 점은,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로 들어온 사람들은 군인들에 의해서 강제로 끌려온데 반해, 세 번째로 들어온 사람은 군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들어왔다는 것이다.

    “저 분은···.”

    초능력을 각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뉴스 같은 것은 거의 보지 않던 이세우다.

    세 번째로 등장한 사람은 그런 이세우도 낯이 익은 인물이다.

    ‘근데 어디서 봤지?’

    뉴스에서 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뉴스에서 봤는지 그리고 정확한 신분이 어떻게 되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왜 데려온 거지?’

    그 이유는 금방 밝혀졌다.

    “헉! 저, 저게 가능하다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 번째로 제 2 측정실에 들어온, 70대 후반으로 보이던 노인이 한순간에 50대로 젊어졌다.

    그랬다.

    제 2 측정실에 첫 번째로 들어온 여자 초능력자의 능력은 다른 사람의 생체 에너지를 강제로 흡수하거나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린다로부터 생체 에너지 흡수 능력만 전해들은 이세우로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근데 나는 진짜 왜 오라고 한 거야?’

    이세우의 의문이 짙어질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타앙!

    총성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로 안전할 것 같은, 주한 미군 사령부에 자리하고 있는, 센터에 경보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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