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14화 (14/81)
  • 〈 14화 〉 챕터 5 초능력 연구 센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저 멀리로 무장한 미군들의 경계서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세우의 머리 위로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루며 날아가고 있다.

    “예. 맞아요.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사령부에요.”

    “여기서 초능력 연구를 한다고요? 아, 그럼, 미국이랑 같이?”

    최인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외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초능력 연구는 미국과 함께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건 아니에요. 우리 한국과 미국이 동등한 관계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최인애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럼, 가실까요?”

    최인애가 방금 손으로 가리켰던 건물을 향해서 걸어갔다.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첫발을 디뎠을 때처럼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던 이세우가 최인애를 따라서 건물로 향했다.

    “최인애 씨, 수고했어요.”

    관계자들이 센터라고 부르는, 초능력 연구 센터에 들어가니 하얀 가운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사내가 이세우를 반겼다.

    “이분이 이세우 씨? 반갑습니다.”

    사내가 이세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구난도’라고 합니다. 그냥 편하게 ‘구 센터’라고 부르면 됩니다.”

    이세우가 구 센터 아니 구난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세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인애 씨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구난도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 어떤 여성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센터장님!”

    “어허- 그냥 구 센터라고 부르라니까.”

    구난도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센터장님’ 이라고 불린 것에 흡족한 표정이었다.

    “아, 여기 이 사람은 센터의 총괄 주임 연구원 심미안입니다.”

    최인애보다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심미안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심미안이라고 해요.”

    심각한 표정의 심미안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던 구난도의 귀에 뭐라고 속삭였다.

    “뭐?!”

    구난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건 잠시잠깐이었다.

    구난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

    “이거 어쩌죠? 갑자기 일이 생겨서···. 원래라면 내가 직접 센터 견학도 시켜드리고 사람들 소개도 시켜드려야 하는데, 그럴 수 없게 됐네요. 인애 씨.”

    “예. 구 센터.”

    “인애 씨가 내 대신 수고 좀 해줘요.”

    구난도가 이세우를 보며 말했다.

    “이세우 씨. 우린 나중에, 정식으로 다시 인사합시다. 지금은 내가 너무 바빠서···. 이만.”

    구난도가 심미안을 앞장세우며 어딘가로 걸어갔다.

    괜한 호기심이 발동한 이세우가 말했다.

    “무슨 일이죠?”

    최인애가 어색한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글쎄요. 저도 잘···. 저런 분이 아니신데···. 뭔가 급한 일이 있으신가 보네요. 바쁘신 센터장님을 대신해서 제가 센터를 안내해드릴게요.”

    그렇게 초능력 연구 센터의 견학이 시작되었다.

    “여기는···.”

    최인애가 관계자외출입금지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할 찰나, 복도를 걸어오던 누군가가 아는 척을 했다.

    “어! 인애 씨!”

    지금껏 웃는 얼굴만 보이던 최인애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원상 복귀했다.

    그 순간은 아주 짧았다.

    초능력으로 시력이 좋아진 이세우였기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름을 바른 것 같은 사내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하하. 내가 어제 꿈을 잘 꿨나봐. 우리 인애 씨를 이렇게 보네.”

    “잘 지내셨죠? 아, 여긴 오늘부터 센터에 머물게 된 이세우 씨에요.”

    최인애가 이세우와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이세우 씨. 여기 이분은···.”

    사내가 최인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했다.

    “반갑다. 난 김지석. 센터 초창기 멤버로, 그러니까 너한테는 선배라고 할 수 있겠네. 그렇다고 선배 대접 해달라는 것은 아니고. 하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최인애의 표정 변화 때문에 좋게 보이지 않았다.

    첫 대면에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니 김지석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졌다.

    그렇다고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순 없었다.

    이세우가 표정 관리를 하며 김지석의 손을 잡았다.

    “이세웁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세우와 건성으로 악수를 한 김지석이 최인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구 센터는 뭐하고 인애 씨가 세우 동생 견학을 시키는 거죠?”

    김지석이 이세우를 보며 말했다.

    “아, 동생이라고 해도 되지? 액면가로는 내가 10살 정도 더 위인 것 같은데···. 기분 나쁘려나?”

    기분 나빴다.

    어느 정도 친분을 쌓은 후라면 모를까.

    초면에 바로 저렇게 나오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표시내지 않았다.

    “저보다 한참 형님이신 것 같은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좋든 싫든 초능력 연구 센터에서 생활해야 한다.

    보아하니 김지석도 초능력자인 것 같다.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지낼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각을 세우기보다는 좋게 가는 게 좋았다.

    참고로.

    김지석의 말대로, 김지석이 액면가는 물론이고 실제 나이도 11이나 많았다.

    “그치? 동생 마음에 드네.”

    곧바로 최인애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김지석.

    “인애 씨 요즘 많이 바쁘죠? 내가 몇 번이나 연락을···. 아! 센터 견학 중이었죠? 센터는 내가 꽉 잡고 있잖아요. 동생, 내가 견학시켜줄게.”

    이세우와 최인애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이세우와 최인애가 들어가려고 했던 ‘관계자외출입금지’ 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문을 여는 김지석.

    “여기가, 측정실이야.”

    문 안쪽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섯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헤이. 스티브. 나 왔어.”

    한국계 미국인 스티브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야! 너 왜 자꾸 와?! 오늘은 린다도 없다고!”

    스티브의 말에 최인애의 안색을 살피는 김지석.

    스티브의 입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김지석이 빠르게 말했다.

    “스티브! 무슨 말, 하는 거야? 일 때문에 온 거야. 일 때문에. 여기, 아,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세웁니다.”

    “그래. 우리 세우 동생 견학시켜 주려고 왔다고!”

    스티브가 이세우를 보며 말했다.

    “이세우? 아! 오늘 온다는 신입 초능력자···. 오! 인애 씨도 있었네? 근데 센터장님은 어디 가시고 인애 씨가?”

    최인애가 말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셔서, 심미안 총괄 주임님과 어디 가셨어요.”

    “그래요? 아, 반갑습니다.”

    스티브가 이세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측정실을 맡고 있는 스티브라고 합니다.”

    다시 자기소개를 하는 이세우.

    “이세웁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세우와 악수한 스티브가 최인애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설명 안했죠?”

    최인애가 대답했다.

    “예. 아직 설명 못 드렸어요.”

    “O.K. 그럼, 제가 설명하죠.”

    최인애가 말한 것처럼.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이세우가 이게 다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스티브가 옅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여기는 말 그대로 초능력을 측정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측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지죠. 첫 번째는 에너지 측정입니다.”

    “에너지 측정이요?”

    “초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요. 그리고 쉽게 간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초능력에 대한 연구는 걸음마 수준입니다. 초능력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뜻이죠.”

    “운석 때문에 초능력을 각성했다고 발표했잖아요?”

    이세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스티브.

    “예. 그렇게 발표를 했죠. 근데 운석의 어떤 요소가 초능력을 각성시켜주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매년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의 수가 제법 되었다.

    그렇다고 그 운석들 전부가 초능력자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떨어진 운석이 특별했다.

    이번에 떨어진 운석의 어느 요소가 초능력을 유발시켰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운석 없이도 초능력자를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원래라면 초능력 각성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지금껏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던 스티브가 이세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셨죠? 생방송에 나온 초능력자의 몸이 폭발하는···.”

    초능력 연구 센터가 세워졌을 때만 해도 정부가 확보한 초능력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50명이 넘는 초능력자들을 확보했다.

    모두, 불꽃 남자 김학길이 나온 생방송 덕분이다.

    “초능력의 각성 원인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능력자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는 것도 엄청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사실상 그쪽으로 모든 연구가 집중되고 있어요.”

    불꽃 남자 김학길의 몸이 폭발한 생방송 이야기가 나오자, 이세우는 물론이고 김지석까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100퍼센트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만··· 초능력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는 걸로···.”

    이세우 역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초능력의 사용을 자제해주세요. 센터 안에서는 초능력을 쓸 일도 없겠지만··· 꼭 써야한다면 저희 연구진과 상의를 한 다음에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중요한 걸 묻지 않았네요. 이세우 씨의 초능력은 뭐죠?”

    초능력자 신고 센터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초능력자 판별기는 말 그대로 대상이 초능력을 각성했는지의 유무만 판별한다.

    어떤 종류의 초능력을 각성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당연히 이세우가 어떤 계열의 초능력을 각성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세우가 어떤 초능력을 각성했는지 다들 궁금했다.

    최인애를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이세우에게로 집중되었다.

    이세우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제 초능력은···.”

    ※  ※  ※  ※

    총괄 주임 연구원 심미안과 함께 보관실에 도착한 구난도.

    “진짜군! 진짜 이걸 찾았어!”

    과학 탐사선 멘타인의 임무는 웜홀 2.0 디바이스를 사용했을 때 기존보다 얼마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멘타인에 사용된 웜홀 2.0 디바이스는 프로토타입(prototype)으로, 코스모스 연맹에도 몇 대 없는, 아주 희귀한 것이다.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은 이 웜홀 2.0 디바이스를 가지고 멘타인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그런데 탈출 직전에 폭발이 발생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웜홀 2.0 디바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웜홀 2.0 디바이스가 폭발했거나 지구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영영 찾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멘타인의 수거 작업을 하던 미군이 찾아낸 것이다.

    다만 미군은 자신들이 찾은 것이 웜홀 2.0 디바이스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글란더 선장 아니 지금은 지구인 그것도 한국인으로 위장하고 있는 구난도와 심미안이 설명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센터··· 아니 선장님. 로그파일이 멀쩡합니다.”

    “진짜?!”

    웜홀 2.0 아니 모든 웜홀 디바이스에는 웜홀 좌표와 그동안의 이동경로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이 기록을 사용하면 왔던 경로를 되짚어갈 수 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멘타인은 의도치 않게 지구로 추락했다.

    그리고 멘타인이 박살나면서 제대로 된 장비를 구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멘타인이 멀쩡할 때도 어려운 일을 지금 상태에서 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참고로.

    거대 파충류의 행성으로 이동했을 때도, 웜홀의 로그파일을 분석 및 역산하여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멘타인의 모든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좌표의 역산을 할 수 없었다.

    “음-”

    고민을 거듭하던 글란더 선장이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밖에서 활동 중인 승무원들과 연락할 수 있다고 했지?”

    “예. 길게는 못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전달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러면···.”

    글란더 선장이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시리안 부관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선장님. 그렇게 되면···.”

    센터에 있는 지구인들에게 사람 좋은 얼굴을 보여주던 글란더 선장이 야차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글란더 선장의 명령을 따르기로 한 시리안 부관이 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

    ‘제발, 제발 모두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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