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13화 (13/81)
  • 〈 13화 〉 챕터 5 초능력 연구 센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초능력자 신고 센터.

    “이세우 씨,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세우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초능력자 신고를 할 생각이 없었다.

    한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던 이세우는 사태를 좀 더 관망한 후에 신고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정이 바뀌었다.

    김 씨라고 하는(이미 죽었지만 이세우는 그 사실을 모른다.) 적이 생겼다.

    이세우의 잘못도 아니고 이세우가 바란 것도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이세우는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자진 신고를 선택했다.

    “후~”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발을 디디는 순간, 머릿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웠던 이세우가 심호흡을 한 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세우라고 합니다.”

    웃는 얼굴로 이세우를 반겨준 사람은, 하얀 블라우스에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은 검정색 치마를 입은, 이세우 전담 도우미 최인애다.

    “이세우 씨의 안내를 맡은, 최인애라고 해요. 인애 씨라고 불러도 되고 최 양··· 이라고 불러도 되요. 호칭은 이세우 씨가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되요. 아, 복도에서 이럴게 아니라 사무실로 들어가실까요? 절 따라오세요.”

    ‘박유나’ 수준은 아니지만 ‘저런 얼굴로 왜 이런 일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최인애가 발걸음을 옮겼다.

    최인애의 발이 움직일 때마다 ‘또각 또각’ 하는 구두 소리가 작게 울렸다.

    “앉으세요.”

    최인애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이세우가 소파에 앉았다.

    최인애가 미리 준비되어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밀 유지 서약서예요.”

    “그러니까 이걸 왜 저한테···.”

    “정부에서 공식 브리핑을 했다고 해서 모든 일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특히나 이세우 씨 같은 초능력자의 신상은 철저히 숨겨야 하죠. 이 비밀 유지 서약서는 그런 의미에서 작성하는 거예요. 아시겠지만 초능력자는 이세우 씨 한 명이 아니에요. 정확히 몇 명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앞으로 이세우 씨가 센터에서, 아- 이세우 씨가 앞으로 생활하게 될 초능력 연구 센터를 저희는 센터라고 말해요. 그곳에서 생활하시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초능력자들과도 안면을 익히게 될 거예요. 물론 이세우 씨가 그럴 리 없겠지만··· 그분들의 신상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례적인 절차라고 할까요? 아,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게 되면 거기서 만날 다른 초능력자들도 이세우 씨의 신상에 대해서 외부에 유출할 수 없어요. 그리고···.”

    비밀 유지 서약서가 이세우를 비롯한 초능력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최인애.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진짜 이유는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며 넘어갔다.

    “그러니까 이걸 저한테 왜 내미시냐고요. 저, 여기 들어온 지 5분도 안 됐거든요? 제가 진짜 초능력자인지 아니면 가짜인지도 확인 안 했잖아요? 근데 대뜸 비밀 유지 서약서부터 내미는 건···. 원래 자진 신고한 사람한테는 무조건 서약서부터 내미시는 건가요? 아니면···.”

    초능력자 신고 센터로 신고를 했다고 해서 신고한 모든 사람들이 초능력자인 것은 아니다.

    정부에서 초능력자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하기 전부터 초능력자를 자처하는 사기꾼들이 많았다.

    정부가 진짜 초능력자의 존재를 알리자, 사기꾼의 수가 더 늘어났다.

    사기꾼들은 말로만 초능력자라고 자처하지 않았다.

    의심 많은 사람도 깜빡 속을 정도의 정교한 마술을 사용하며 초능력자를 자처했다.

    그 때문에 몇몇 사기꾼들은 진짜 초능력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심지어 방송에 진짜 초능력자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세우는 그 사기꾼들처럼 초능력 시연을 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신고만 했다.

    초능력자 신고 센터로부터 초능력자 확인을 위해서 방문을 요한다는 대답을 들었을 때만 해도,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오면 진짜 초능력자와 가짜 초능력자를 가려내는 시험 같은 것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시험은 하지도 않았다.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방문만 했을 뿐인데, 사무실로 데려와 비밀 유지 서약서를 내밀었다.

    초능력자 신고 센터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일을 할 리 없다.

    초능력자 신고 센터는 어떤 식으로든, 이세우가 진짜 초능력자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 분명하다.

    ‘혹시 날 감시했나?’

    이세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게 간파할 수 있었던 최인애가 옅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이세우 씨,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하세요. 그럼, 다 말씀드릴게요.”

    “음-”

    잠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던 이세우가 테이블 위에 있던 볼펜을 집어 들었다.

    부모님의 안전이 달린 일이다보니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이세우는 어쩔 수 없이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제 말씀해주시죠.”

    “사실은···.”

    정부의 발표이후 초능력자를 자처하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초능력자 신고 센터의 전화기에 불이 난 것은 물론이고 초능력자 신고 센터를 찾는 방문객도 수를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그들이 몰랐던 사항이 있다.

    그건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초능력자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초능력자 판별기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초능력자 판별기는 초능력자 신고 센터 내부가 아닌 외부 그러니까 초능력자 신고 센터 주변에 설치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초능력자 신고 센터를 찾아오면 곳곳에 설치된 초능력자 판별기가 그들도 모르게 진짜와 가짜를 가려냈다.

    그렇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었던 초능력자 신고 센터는 이세우 같은 진짜 초능력자에게는 미남 미녀 도우미를 붙여, 방음이 확실한 사무실로 데려가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럼, 가짜들에게는 어떻게 했느냐?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람을 붙여서, 초능력 검증이라는 핑계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며칠에 걸쳐서 하게했다.

    그런 후에도 정신을 못 차렸다싶으면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게 했다.

    그러면 가짜들은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아···.”

    최인애가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지금 제가 말씀 드린 사항도 비밀 유지 서약서에 포함된 거예요. 혹시라도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안돼요. 아시겠지만 비밀 유지 서약서를 어기면 처벌이···. 그리고 초능력자를 자처하는 가짜들의 성질이 하나같이··· 이게 밝혀지면 저희들이 엄청 피곤해져요. 그러니까 이세우 씨 본인과 저희들을 위해서라도 꼭 비밀을 지켜주세요.”

    “예. 절 위해서. 그리고 최인애 씨 아니 초능력자 신고 센터를 위해서라도 꼭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호호호. 절 위해서···.”

    사람을 홀릴 것 같은,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던 최인애가 비밀 유지 서약서를 챙기며 말했다.

    “아! 부모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세우 씨가 자진 신고를 했을 때부터 사람을 붙여서 지키고 있었어요.”

    이세우는 또 다른 초능력자인 김 씨의 위협으로부터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서 자진 신고를 했다.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던 이세우는 단순히 초능력자 신고만 한 것이 아니었다.

    김 씨에 대해서도 신고했다. 아울러 부모님의 보호를 요청했다.

    이때만 해도 이세우가 진짜 초능력자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판별되지 않았다.

    다만 이세우의 이야기가 일반적이지 않기에 혹시나 하고 미리 사람을 보냈다.

    이세우가 진짜 초능력자인지 확인한 후에 경호 인력을 보낼 경우, 김 씨가 먼저 손을 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세우와 정부의 관계는 시작하기 전부터 틀어지게 된다.

    초능력자 한명 한명이 소중했던 정부는 그런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서 이세우의 신고 전화를 받자마자, 이세우의 부모님에게 경호 인력부터 배치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배치한 것은 아니다.

    이세우의 부모님이 눈치 채지 못하게 비밀스럽게 배치했다.

    “아!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부모님께 경호 인력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을 짓누르던 바위가 사라진 것처럼 편해졌다.

    더불어 정부에 대한 불신도 사라졌다.

    “말씀하신, 적대 초능력자에 대한 수사도 시작했어요. 결과가 나오는 데로,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부모님의 경호에 이어, 김 씨에 대한 수사까지 시작되었다고 하니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

    아울러 그동안 정부를 불신해온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럼, 앞으로 함께 생활할 초능력자들을 만나 뵈러 갈까요?”

    최인애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세우 역시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이에요.”

    최인애가 향한 곳은, 사무실로 들어올 때 사용한 문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사무실 안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이세우가 사무실에 들어올 때 이용했던 문과 그 문을 번갈아 쳐다본 후 최인애의 뒤를 따랐다.

    사무실의 두 번째 문을 열고 나온 이세우는 미로 같은 복도를 5분 정도 걸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이제 다 왔어요. 저기에요.”

    최인애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지하 주차장이다.

    그것도 최인애처럼 진짜 초능력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소수만이 아는, 비밀 지하 주차장이다.

    그 비밀 지하 주차장에는 내부를 살필 수 없는, 특수 처리가 된 유리창이 붙은 검은색의 SUV가 있었다.

    사무실에 있을 때만 해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고 믿음이 무럭무럭 자라났었다.

    그런데 지금 또다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스물 스물 피어올랐다.

    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이라고 할까?

    “아, 이건 이세우 씨의 신상과 다른 초능력자들이 생활하는 곳의 위치를 숨기기 위한 절차에요. 이세우 씨가 걱정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저 말을 들으니까, 더 수상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정부는 이세우의 신분 파악을 끝냈다.

    이제 와서 초능력자 신고를 없었던 일로 만들 순 없다.

    그리고 부모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

    “출발.”

    이세우와 함께 SUV에 탑승한 최인애가 운전석을 보며 말했다.

    이미 시동이 걸려 있던 SUV가 비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초능력자 신고 센터를 감시하고 있던 언론 등등은 그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

    이세우가 도착한 비밀 지하 주차장은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 위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세우가 미로 같은 복도를 5분이나 걸어서 도착한 곳은, 초능력자 신고 센터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정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평범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이다.

    각설하고.

    이세우를 태운 SUV는 목적지로 직행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미행이 붙을 것을 우려하여 일부러 길을 돌고 돌아서 갔다.

    그 때문에 이세우 같은 진짜 초능력자들이 모여 있다는 센터에는 한참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네요. 이세우 씨, 환영합니다. 여기가 이세우 씨가 앞으로 생활하게 될 센터, 그러니까 초능력 연구 센터에요.”

    웃는 얼굴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최인애.

    “여긴!”

    SUV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낼 때만 해도, 인적이 드문, 정부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그런 곳에 도착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평소 정부의 일이나 시설에 관심이 없었던 이세우도 어딘지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 주한 미군 기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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