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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탄 세우-11화 (11/81)

〈 11화 〉 챕터 4 첫 대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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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

처음부터 김 씨라고 불린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분명 이름을 제대로 불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그때부터 ‘김 씨’라고 불렀다.

사채업자가 그렇게 부르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불렀다.

처음에는 불쾌하게 여기던 김 씨는 어느 순간부터는 김 씨라고 불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각설하고.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 전 재산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탈탈 털린 김 씨는 항상 땅바닥만 보며 걸었다.

땅바닥에 만 원짜리 아니 100원짜리 동전이라도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어!”

오늘도 평소처럼 땅바닥만 보며 걸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다이! 읍!”

급하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김씨.

김 씨가 주변을 살피며 땅바닥으로 손을 뻗었다.

“끄아아아악!”

무언가를 주운 김 씨가 비명을 질렀다.

김 씨가 주운 것은 스트리머를 꿈꾸던 불꽃 남자 김학길과 이세우가 손에 넣은, 크리스털이다.

크리스털에 닿는 순간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고통이 어찌나 심한지, 김 씨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못 낸다고 사채업자에게 두들겨 맞을 때보다 더한 고통이 느껴졌다.

고통의 근원이 크리스털이라는 것을 직감한 김 씨가 손에 쥐고 있던 크리스털을 놓았다.

“하악- 하악-”

그러자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뭐지? 저거 뭐야?”

방금 느꼈던 고통 때문이라도 크리스털을 무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에잇.”

크리스털이 주는 고통을 두려워하면서도 다시 손을 뻗는 김 씨.

크리스털 아니 다이아몬드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저것만 팔면 사채 빚을 한 번에 갚을 수 있다.

사채 빚이 뭔가.

시궁창 같은 현실이 꽃밭으로 바뀔 것이다.

“어?”

돈 욕심에 다시 크리스털을 잡기는 했지만 고통을 참을 자신이 없었다.

크리스털을 잡는 순간, 다시 이어질 고통이 두려워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는다고 해서 고통이 안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 거다.

그런데 방금 전에 느꼈던 그 지독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하하하- 그럼, 그렇지. 다이···. 잡는다고 고통이 느껴지는 게 말이 돼? 요즘 생활이 생활이다 보니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거였어.”

다이아몬드를 팔면 병원부터 가자고 다짐하는 김 씨.

“가짜야.”

희희낙락하며 금은방으로 달려간 김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뭐! 그럴 리 없어!”

김 씨의 기대와 달리 다이아몬드는 진짜가 아니었다.

가짜였다.

“내 행색이 이렇다고 속이려는 거지? 내가 지금은 이래도···.”

“가짜를 가짜라고 하는데···.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다른데 가봐. 다 가짜라고 할 거야.”

“아냐! 그럴 리 없어! 이건 진짜야!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김 씨는 다른 곳의 금은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다.

다른 금은방에서도···.

김 씨가 주운 다이아몬드는 겉보기만 그럴싸한 가짜 다이아몬드였다.

“에잇!”

진짜 다이아몬드를 주운 줄 알고 좋아하던 김 씨가 가짜 다이아몬드를 땅바닥으로 던졌다.

“쯧.”

가짜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던 김 씨가 미련이 남았다는 듯 가짜 다이아몬드를 다시 주웠다.

“어제 꿈이 진짜 기똥찼었는데···.”

가짜 다이아몬드를 손에 쥔 김 씨가 평소처럼 땅바닥을 보며 걸었다.

툭-

그러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에이씨! 뭐야! 눈을···.”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걷던 김 씨가 화를 냈다.

아니 화를 내려고 했다.

“어- 박 사장.”

습관처럼 땅바닥만 보며 걷던 김 씨와 부딪힌 사람은 사채업자 박 사장이다.

“김씨, 듣자하니 좋은 거 주웠다고 하던데?”

“좋은 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김 씨.

“김 씨. 이 바닥, 얼마나 좁은지 몰라? 김 씨가 다이아몬드 주웠다는 소문이 정선에 짠~하게 다 퍼졌어.”

“아, 그거. 헛소문이야. 가짜래. 가짜.”

“가짜?”

김 씨가 손에 쥐고 있던 가짜 다이아몬드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 근처 금은방 다 돌아다녔는데,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가짜래.”

“진짜 가짜라고?”

사채업을 하면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보석도 많이 다루었다.

그런 박 사장의 눈에도 진짜 다이아몬드처럼 보였다.

박 사장이 옆에 있던 부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부하가 김 씨의 가짜 다이아몬드를 낚아챘다. 그리고 가까운 금은방으로 향했다.

“내가 몇 번이나 확인했다니까.”

박 사장과 부하는 김 씨의 말을 무시했다.

잠시 후 부하가 돌아왔다.

“사장님. 김 씨 말대로 가짜랍니다.”

“쳇.”

“거봐. 내가 뭐랬어.”

김 씨처럼 한껏 기대했다가 기분을 잡친 박 사장이 김 씨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김 씨, 그동안 밀린 이자가 얼마지?”

이자 이야기에 겁먹은 표정을 짓는 김씨.

“박 사장, 내 사정 어려운거 알잖아. 열흘, 열흘만 시간을 줘. 열흘 후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자를 갚을 게.”

“열흘 전에도 그 이야기 했었지? 그런데 또 열흘을 달라고?”

“아니 그건···.”

느낌이 좋지 않았던 김 씨는 지금의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는 박 사장을 뿌리칠 수 없었다.

“김 씨, 저번에 내가 말했지. 이번에도 이자 못 갚으면 그날이 마지막이라고. 내가 요즘 김 씨 때문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이 바닥은 조금만 얕보이면 사방에서 물어뜯으려고 한다.

다른 놈들에게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김 씨, 몸 관리라도 잘하지 그랬어?”

어쩌다가 돈이 생기면 도박장으로 달려갔다. 도박장에 갈 돈이 안 되면 술과 담배를 사는데 사용했다.

몸 관리를 전혀 안하다보니 멀쩡한 부분이 없었다.

장기도 팔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박 사장, 갑자기 왜 이래?”

“갑자기는 무슨, 내가 저번에 경고했잖아.”

“박 사장,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이자 낼게. 닷새 아니 사흘만 시간을 줘. 이혼한 마누라한테라도 전화를 할게.”

“됐어. 뭐하려고 이혼한 마누라한테까지 전화를 해. 그냥 나랑 같이 가기만 하면 돼.”

“박 사장. 제발! 제발 살려줘.”

박 사장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직감한 김 씨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박 사장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박 사장이 준비한 승합차에 강제로 타고 말았다.

“사장님. 굳이 이럴 필요 있습니까? 그냥 팔이나 다리 하나 부러뜨리는 걸로···.”

박 사장이 부하를 노려보았다.

“네가 이 따구로 하니까, 다른 놈들까지 날 얕잡아보는 거잖아! 본보기는 뭐든 확실하게 보여줘야 해! 그래야 다른 놈들이 엄한 생각을 안 하지. 두고 봐라, 우리가 김 씨 생매장했다는 소문이 짠~ 하게 퍼지면 이자 내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이자 내러올 거다. 그리고 우리 조직 노리는 다른 놈들도 우리 구역 근처는 얼씬도 안 할 거다.”

김 씨를 태운 승합차가 향한 곳은, 이세우의 고향집이 있는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다.

박 사장은 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기 전부터 이곳에 사람을 묻었다.

이 주변에는 사람도 없고 CCTV도 없어서 꼬리 잡힐 일이 없었다.

“내려.”

박 사장의 부하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김 씨를 승합차에서 밀어냈다.

“박 사장. 아니 박 사장님. 제발! 이렇게 빌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야, 뭐해! 얼른 파.”

박 사장의 부하들이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김 씨, 이 주변에 내가 묻은 사람이 여럿 있어. 외롭지 않을 거야.”

“야 이! 개새끼야! 네가 사람이야! 어떻게 사람을 생매장시킬 수 있어!”

이제 진짜 끝이라고 여긴 김 씨가 불같이 화를 냈다.

“개새끼?!”

빠악!

박 사장이 강제로 무릎을 꿇고 있던 김 씨의 머리를 발로 찼다.

“커억!”

“어차피 죽을 놈. 좋게 보내주려고 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쓰러진 김 씨를 무차별적으로 밟는 박 사장.

“하악- 하악-”

숨이 거칠어질 때까지 발길질을 하던 박 사장이 뒤로 물러났다.

“사장님. 다 팠습니다.”

“묻어.”

“예.”

박 사장의 발길질에 의식을 잃은 김씨가 구덩이로 떨어졌다.

“야, 물 가져와.”

부하가 승합차에 있던 생수를 가져왔다.

박 사장이 생수 한 모금을 마신 후, 기절한 김 씨에게 생수를 부었다.

“어푸~”

기절해 있던 김 씨가 깨어났다.

“너무 편하게 가면 안 되지. 아 참! 이것도 가져가.”

박 사장이 김 씨에게서 빼앗았던 가짜 다이아몬드를 구덩이로 던졌다.

“덮어.”

박 사장의 말에 삽으로 흙을 덮는 부하들.

“박 사장! 제발 살려줘!”

김 씨가 다시 애원했지만 박 사장은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난 구경꺼리라는 듯, 애원하는 김 씨를 지켜보기만 했다.

“우읍-”

흙더미에 묻힌 김 씨는 숨을 쉬는 것도 어려워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으로 뒤덮인 김 씨의 머리에는 ‘죽음’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숨 쉬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진 김 씨가 공포에 질려갈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응?”

어느 순간 숨을 쉬는 것이 수월해졌다.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손이 흙을 통과했다.

마치 공기를 통과하듯.

그런데···.

“응?”

손목까지만 통과했다. 나머지 부분은 흙을 통과하지 못했다.

“왜 이러는 거지?”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옷 때문인가?”

몸에 걸친 것이 없는, 손이나 얼굴은 흙을 그냥 통과했다.

옷을 입고 있는 부분만 흙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런데 사방을 꽉 채우고 있는 흙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옷을 벗을 수 없었던 김 씨는 하는 수 없이 옷을 찢었다.

“내 힘이···.”

이제 보니 힘도 평소보다 더 강해졌다.

김 씨는 어렵지 않게 옷을 찢었다.

“우하하하!”

옷을 찢으니 흙속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물에서 수영을 하듯 흙속을 유영했다.

“응?”

그때 무언가가 김 씨를 따라왔다.

그건 박 사장이 던진 크리스털이다.

“아! 박 사장!”

크리스털을 보니, 그걸 던진 박 사장이 떠올랐다.

“박 사장 개새끼! 이자 좀 밀렸다고 사람을 생매장시켜! 악마 같은 놈!”

생매장당할 뻔한 걸 떠올리니 분노가 끓어올랐다.

“응?”

그때 무언가가 보였다.

분노와 함께 능력이 발동된 것일까?

흙더미를 뚫고 땅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김 씨를 생매장하고 현장을 떠나려고 하는 박 사장과 부하들의 모습이 보였다.

“용서 못해!”

김 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김 씨 주변의 흙이 지상으로 용솟음쳤다.

“야, 그만 가자.”

김 씨를 생매장시킨 박 사장과 부하들이 승합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헉! 저게 뭐야?!”

그때 흙더미가 용솟음쳤다.

흙더미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박 사장과 부하들을 덮쳤다.

“으악!”

“사람 살려!”

흙더미가 박 사장과 부하들 그리고 그들이 타려고 했던 승합차를 뒤덮었다.

거대한 봉분(封墳)이 만들어졌다.

“우읍-”

한순간에 생매장당한 박 사장과 부하들은 입을 열기도 힘들어졌다.

그때 김 씨가 나타났다.

김 씨가 흙을 공기처럼 통과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으읍-”

그 모습을 본 박 사장과 부하들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박 사장과 부하들은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흙 때문에 말을 하기 어려웠다.

“감히 날 생매장하려고 해?! 생매장당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 똑똑히 느껴라!”

독이 바짝 오른 김 씨는 박 사장과 부하들의 숨이 끊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와하하하!”

박 사장과 부하들을 죽이는데 성공한 김 씨가 땅밖으로 튀어나왔다.

자신을 쥐 잡듯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매장하려고 했던 박 사장과 부하들에게 복수한 것이 너무나도 통쾌했다.

또 흙을 조정하는 놀라운 능력을 얻은 것이 너무 기뻤다.

자신이 벌거벗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김 씨가 미친놈 발작하듯 뛰어다녔다.

“우하하하! 나는! 신이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김 씨가 땅을 향해서 양팔을 뻗으며 다이빙했다.

김 씨의 몸이 흙 속으로 들어갔다가 흙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치 바다 밑에 있던 돌고래가 바다 위로 튀어 오르듯이.

김 씨는 이 짓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응?”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누군가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던 이세우다.

“너? 설마, 그걸 다 본 거야?”

단순히 흙 속을 유영하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흙을 조정하는 능력을 사용하여 박 사장과 부하들을 생매장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과 이세우가 있던 곳은 제법 거리가 있다.

육체가 강화되면서 시력이 좋아진 이세우라고 해도 볼 수 없었다.

10초 아니 1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김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아저씨, 일단 옷부터 입으시죠.”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는 제스처를 취하는 이세우.

“너도 박 사장 부하냐?”

“예? 박··· 누구요?”

“박 사장 부하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걸 봤으니··· 너도 죽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김 씨가 이세우를 향해서 팔을 뻗었다.

그러자 농구공 크기의 흙덩어리가 이세우에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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