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10화 (10/81)
  • 〈 10화 〉 챕터 4 첫 대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9시가 되자, 예고했던 초능력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이세우는 치킨을 뜯으며 휴대폰 화면에 집중했다.

    [여러분,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진짜! 초능력자 김학길씨입니다.]

    방송에서 박수 효과음이 울렸다.

    그리고 낯익은 사내가 화면으로 걸어 나왔다.

    진짜 초능력자 김학길로 소개된 사람은 한 달 전 너튜브에 초능력 시연 영상을 올렸던 불꽃 남자였다.

    [김학길씨. 시청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저는 진짜 초능력자 김학길이라고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오는 아나운서가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김학길씨. 이왕 이렇게 나오셨으니, 진짜 초능력이 뭔지 보여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말로만 진짜 초능력, 진짜 초능력해도 시청자분들이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진짜 초능력을 보여주시죠?]

    [그럴까요?]

    김학길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손바닥이 천장을 향하게 손을 핀 김학길이 기합을 질렀다.

    “하아압!”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에 사과 크기의 불덩어리가 생성되었다.

    [헉!]

    그 모습을 본 아나운서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아나운서가 그 불덩어리를 향해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앗! 뜨거!]

    손이 불덩어리에 닿지도 않았는데, 뜨겁다고 호들갑을 떠는 아나운서.

    뒤늦게 생방송 중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나운서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이건 절대 엄살이 아닙니다. 진짜 뜨거워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아나운서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방송 대본을 불덩어리로 가져갔다.

    화르르륵!

    방송 대본이 불덩어리에 닿지도 않았는데, 불타올랐다.

    [보셨죠? 보셨죠?! 제가 엄살 피운 게 아니라니깐요. 진짜 뜨거워요.]

    그때 손바닥 위에 떠 있던 불덩어리가 사라졌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불덩어리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유지하는 건 더 어려워서···.]

    그렇게 말하는 김학길은 진짜 힘들다는 듯 구슬땀을 흘렸다.

    [그렇군요. 아, 그러면···.]

    예능 프로그램으로 입담을 길러온 아나운서가 실력발휘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렇다고 그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십여 분이 지나자, 다들 지루해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던 PD가 아나운서에게 신호를 보냈다.

    아나운서가 자신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학길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김학길이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 여러분. 오래 기다렸습니다. 사실 방송 초반에 보여드렸던 것은 맛보기였습니다. 여러분이 고대하시는, 진짜 초능력 시연은 이제 시작입니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방송 스텝들이 마네킹을 들고 왔다.

    방송 스텝들이 마네킹을 한쪽에 세워놓은 후 화면 밖으로 나갔다.

    아나운서가 마네킹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저 마네킹이 어떻게 될지··· 60초 후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광고가 시작되었다.

    “에이.”

    초능력 시연을 기대하던 이세우가 치킨 한 조각을 씹었다.

    치킨과 함께 배달된 콜라를 마신 후에야 답답했던 가슴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세우도 초능력을 각성했다.

    그런데 김학길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육체가 일반인보다 몇 배 더 강해진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초능력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위력적인 김학길의 초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다.

    더불어 ‘왜 난 이런 초능력을 각성한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초능력은 하나만 각성할 수 있는 건가?’ ‘김학길이 사용하는, 화려하고 위력적인 초능력을 또 각성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하는 등의 의문이 떠올랐다.

    60초 후 광고가 끝났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휴대폰 화면이 김학길과 마네킹으로 양분되었다.

    배경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네킹과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던 김학길이 마네킹을 향해서 손바닥을 펼쳤다.

    “하아압!”

    김학길의 기합과 함께 아까 보았던 불덩어리가 생성되었다.

    사과 크기의 불덩어리가 마네킹을 향해서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제법 큰 소리와 함께 마네킹이 박살났다.

    마네킹의 머리와 팔 그리고 몸뚱이 일부와 다리가 퍼즐 조각처럼 분리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우와!”

    그 모습을 본, 방송 화면에는 나오지 않는 방송 스텝들이 고함을 질렀다.

    방송 화면이 박살난 채 화르륵! 불타고 있는 마네킹의 일부분을 클로즈업했다.

    곧이어 사방팔방으로 날아간 또 다른 일부분을 클로즈업했다.

    방송 화면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김학길에게로 돌아갔다.

    김학길을 비추고 있는 방송 화면에 ‘진짜 초능력자’ 라는 자막이 나왔다.

    [시청자 여러분, 보셨습니까? 이것이 진짜 초능력자의 힘입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보셨다시피 김학길씨는··· 진짜! 진짜! 초능력자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진짜 초능력자 김학길씨에게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 효과음이 울려퍼졌다.

    방송 스텝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마네킹의 잔해를 치웠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새로운 마네킹을 가져왔다.

    그런데 처음 가져온 마네킹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네킹의 재질이 달랐다.

    처음 등장해서 박살난 마네킹은 의상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마네킹이다.

    그런데 이번에 가져온 마네킹은 철로 만들어진, 오늘의 방송을 위해서 방송국이 직접 제작한 마네킹이다.

    깡! 깡!

    아나운서가 새로 가져온 마네킹을 두드리자, 맑은 소리가 울렸다.

    [시청자 여러분, 들으셨습니까? 이 마네킹은 방송국에서 직접 제작한, 철로 만든 마네킹입니다. 방금 보셨다시피 어지간해서는 부서지지 않습니다. 정말, 단단합니다.]

    아나운서가 다시 마네킹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쇳소리가 울렸다.

    [지금 바로 하시겠다고요? 괜찮으십니까? 휴식을 취한 후에 해도 됩니다만?]

    아나운서의 말에 빙그레 웃는 김학길.

    불덩어리를 생성하고 그걸 유지하는 게 더 힘들었다.

    지금처럼 불덩어리를 생성한 후에 바로 발사하는 것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안 힘든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 여러분, 지금 바로 하시겠답니다. 그러면 방송국에서 특별히 제작한, 철 마네킹을 대상으로 하는, 두 번째 시연을··· 아! 이것도 60초 후에··· 보겠다고 하면 제가 욕을 먹겠죠? 이번에는 광고 없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진짜 초능력자 김학길씨! 부탁~해요.]

    아나운서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불덩어리를 생성하는 김학길.

    김학길이 철 마네킹을 상대로 두 번째 불덩어리를 발사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퍼억!

    갑작스런 소리와 함께 불덩어리를 발사하려고 했던 김학길의 몸이 폭발했다.

    공기가 과도하게 주입된 풍선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처럼.

    김학길의 몸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김학길의 피와 살점이 비교적 가까이에 있던 아나운서의 얼굴에 쏟아졌다.

    김학길의 피와 살점은 방송을 보내고 있던 카메라에도 튀었다.

    “엇!”

    방송에 집중하고 있던 이세우의 눈에는 김학길의 피와 살점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아나운서는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방송 스텝들이 비명을 질렀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끔찍한 광경에 방송 스텝들의 멘탈이 바사삭- 부서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방송 화면의 송출을 중단시켰다.

    시커멓게 변한 방송 화면 밑으로, ‘방송 장비의 이상으로 방송이 중단되었습니다.’ 라는 자막이 흘러나왔다.

    방송국도 예상하지 못한,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자, 아무 자막이나 급하게 쓴 것 같다.

    “이거 뭐야?!”

    김학길의 몸이 풍선처럼 터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김학길에게 생긴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에게도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불안하고 초조해진 이세우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작은 정보라도 건지고 싶었던 이세우는 1초 아니 0.5초 단위로 올라오는 글들을 클릭하고 또 클릭했다.

    생방송 도중에 사람의 몸이 폭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터넷이 아니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세우가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 역시 난리가 났다.

    김학길의 몸이 폭발하는 짤방과 캡쳐 사진 등등이 쉼 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밑에 수많은 사람들의 글이 달렸다.

    “헐, 님들 방금 방송 봤음? 그거 실화임?”

    ↳ CG 아님? 사람 몸이 풍선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폭발하는 게 가능함?

    ↳ 뭐야, 여기도 그게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네. 당연히 가짜지. CG임.

    ↳ 너는 눈이 없냐? 그게 어떻게 CG야! 진짜라고! 진짜로 사람 몸이 폭발했다고!

    ↳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하냐? 방송국이 인지도 높이려고 쑈 하는 거임. 다들 속았음. 장담컨대 내일 되면 방송국이 국민 여러분 사실 어제 일은···. 이러면서 형식적인 사과문 올린다에 500원 건다.

    ↳ 나도 여기에 100원.

    ↳ 애초에 진짜 초능력자라고 한 것부터가 사기라니까. 현실에 초능력자가 어디 있어. 다 사기꾼이지.

    ↳ 여기 있는데. 나 진짜 초능력자. 에헴.

    ↳ 저게 CG고. 방송국에서 기획한 쑈 라면 더 말이 안 되는데? 세상 어떤 방송국이 이런 끔찍한 쑈를 꾸미냐? 아무리 인지도 높이는데 미쳤다고 해도 저런 짓은··· 절대 용서받지 못하고 용납 받지 못한다고. 저게 진짜 쑈면 방송국 문 닫는 걸로도 안 끝나. 저걸 기획한 PD가 콩밥 먹을 수도 있어.

    ↳ 콩밥까지는 모르겠고. 저게 쑈면 방송국 문 닫아야 할 걸?

    ↳ 그럼, 저 모든 게 진짜라고?! 초능력자가 실제로 존재하고. 초능력을 시연하다가 몸이 폭발했다고?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인터넷 글을 클릭하고 또 클릭하는 이세우.

    혹시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글이 올라왔을까 싶어서 계속해서 클릭했다.

    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글은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세우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글만 계속 올라왔다.

    “진짜 초능력 때문에 몸이 폭발한 걸까?”

    초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방송 자체가 쑈냐 아니면 진짜 초능력자가 존재하느냐가 쟁점이었다.

    하지만 이세우는 아니다.

    진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세우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김학길의 몸이 왜 폭발했는가였다.

    이세우는 초능력의 부작용으로, 김학길의 몸이 폭발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그게 사실이면 진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세우의 몸 역시 폭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와-씨-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지?”

    의논할 곳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이제 와서 부모님께 진실을 털어놓아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님까지 걱정하게 만들 것이다.

    “미치겠네.”

    결국 이세우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날밤을 새야만 했다.

    빠아~빠! 빠빠빠! 빠-빠라 빠빠! 빠바라 빠빠!!

    눈에 핏발이 선채로 휴대폰만 붙잡고 있던 이세우를 일깨운 것은, 이제는 듣는 것도 끔찍한 알람이다.

    “아-”

    손에 붙잡고 있던 휴대폰의 알람을 끈 이세우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그건 출근을 하는가 마는가였다.

    “···일단 가자.”

    여전히 초능력의 부작용으로 몸이 폭발할 것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지금으로써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옥탑방에서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다른 쪽으로 정신을 팔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 다른 쪽이란 늘 해오던 노가다다.

    “세우야, 너 어제 방송 봤냐?”

    생방송 도중에 김학길의 몸이 폭발한 사건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각 방송국과 인터넷에서 쉼 없이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용 역시 그 방송을 시청했다.

    “어우~ 나 그거 하마터면 우리 얘들한테 보여줄 뻔 했지, 뭐냐.”

    진짜 초능력자가 출연하여 초능력을 보여준다고 하기에 마술 쑈 같은 것을 기대했다.

    아이들이랑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아이들과 소파에 앉아서 함께 방송을 보려고 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그때 장모님이 화장실에서 넘어지셨다는 연락이 왔다.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김기용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은 아니었다.

    인대가 늘어나고 근육이 놀란 정도였다.

    다만 장모님의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금방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어쨌든 그 일로 김학길의 몸이 폭발하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당연히 아이들도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각설하고.

    김기용은 물론이고 공사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어제 방송에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것처럼.

    방송국이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쑈를 한 거다.

    아니다.

    진짜로 사람의 몸이 폭발한 거다.

    진짜 초능력자가 아니다. 사기꾼이다. 저 방송 자체가 다 사기다.

    아니다. 진짜 초능력자다. 방송도 진짜다.

    온통 이 이야기만 반복했다.

    “어? 다들 이거 봤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다들 각자의 휴대폰을 챙겼다.

    그리고 인터넷을 확인했다.

    “그럼, 어제 그게 다 진짜라고?”

    “내가 뭐랬어! 진짜라니까. 어느 미친 방송국이 그런 쇼를 하겠어! 다 진짜야!”

    “어후~ 그럼, 초능력자가 진짜 있다고?”

    이세우 등이 휴대폰을 보지 않고 일을 하는 사이, 정부에서 공식 발표를 했다.

    그 내용인즉 운석 사태 이후 운석의 영향으로, 진짜 초능력자들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어제 방송에 나왔던 김학길이 그 중에 한명이며.

    초능력의 부작용으로, 김학길의 몸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 초능력자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초능력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지도 이미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초능력자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신고해달라고 했다.

    더불어 가족이나 지인 중에 초능력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너, 초능력자지?’ 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하하하하- 우리 중에 초능력자가 있을 리 없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초능력자가 힘들고 피곤한 노가다 일을 할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

    “아- 하하하.”

    괜히 찔렸던 이세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퇴근 후 옥탑방으로 돌아온 이세우는 고민에 휩싸였다.

    “신고할까? 근데 정부를 믿을 수 있나?”

    정부의 발표대로면 정부는 운석 사태 이후 초능력자가 탄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비밀로 했다.

    만약 김학길의 몸이 생방송 도중에 폭발하지 않았다면 계속 비밀로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초능력자들을 몰래 체포했을 것이다.

    “초능력을 각성했다고 글을 올린 사람들이 글을 삭제한 것도···.”

    어쩌면 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운 것이 아니라 정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삭제한 것일 수도 있다.

    정부를 100퍼센트 믿을 수 없었던 이세우는 신고 후의 일이 걱정이었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아냐, 내 생각이 맞아. 아직은··· 정부를 믿기 어려워. 좀 더 사태를 관망할 필요가 있어.”

    결국 이세우는 초능력자 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래저래 걱정이었던 이세우는 휴일이 되면 부모님을 뵈러가기로 했다.

    “응? 저 미친놈은 뭐지?”

    이세우의 집으로 가려면 시외버스에서 내린 후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을버스의 종점에서 내린 후 20분을 더 걸어가야 한다.

    이세우의 고향집이 이렇게 먼 곳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사람 구경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그 인적 드문 산길을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 누군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우하하하! 나는! 신이다!”

    나체의 미친놈이 그 소리를 지르며 땅으로 다이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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