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9화 (9/81)
  • 〈 9화 〉 챕터 3 너 어느 별에 서 왔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보고서를 읽고 있던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레이먼드, 난 미합중국의 대통령일세.”

    대통령 전용 의자에 앉아 있는 도람프 미국 대통령의 맞은편에 서 있던 레이먼드 CIA국장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손에 쥐고 있던 보고서를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말했다.

    “헐리웃에서도 쓰지 않을, 이런 터무니없는 보고서로 장난치는 이유가 뭔가? 날 엿 먹이려는 의도 아닌가?”

    “절대! 아닙니다. 그 보고서는 진짭니다.”

    “진짜라고? 그러니까 얼마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운석이 진짜 우주선이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그 우주선의 잔해 일부와 외계인 2명을 확보했다고?!”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한숨을 쉰 후 말했다.

    “레이먼드,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이 보고서를 쉽게 믿을 수 있겠나?”

    “미스터 프레지던트,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보고서 뒤쪽을 보시면···.”

    사업가 출신인 도람프 미국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그들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정치인들 그리고 정부 관료까지 다양했다.

    그들은 그럴싸한 가짜 보고서를 작성하여 도람프의 업무를 방해하는 한편 망신을 주기도 했다.

    대통령이 된 초기에만 해도 이래저래 정신이 없기도 했고 분별력도 떨어져서 그런 가짜 보고서를 가려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상반된 내용의 명령을 하달하는가 하면 공식 석상에서 구설에 오를만한 이야기를 떠들기도 했다.

    도람프 미국 대통령은 지금 보고 있는 보고서도 그런 것들 중에 하나라고 여겼던 것이다.

    불쾌한 마음에 보고서의 앞부분만 그것도 대충 훑었던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보고서를 집었다.

    그리고 뒷부분으로 넘겼다.

    “응?!”

    보고서의 뒷부분에는 외계인의 모습과 우주선의 잔해에서 찾아낸 외계 장비들이 찍혀 있었다.

    “이게 다 진짜라고?”

    “예. 진짭니다.”

    “한국 정부가 이것들을 다 확보하고도 동맹국인 우리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

    “예. 제 친구가 아니었다면··· 몇 달이 지나서야 알아냈을 겁니다.”

    20년 전 현장 요원이었던 레이먼드는 한국에 머물면서 북한의 동태파악과 남파 간첩을 찾는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한국 인사(人士)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레이먼드는 이런 저런 사람들과 접촉했다.

    그리고 그때 맺은 인연들을 지금껏 유지시켜왔다.

    그때 맺은 인연들 중에 한명이 CIA도 알아내지 못한, 외계인과 우주선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래서 먼저 조치한 후에 이렇게 후 보고를 한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보고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침묵했다.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원상 복귀시켜.”

    “예?”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미스터 프레지던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여기 보고서에 보니 외계인들의 과학기술이 대단하다고 나와 있군. 수 광년은 물론이고 수백 광년을 며칠 만에 이동할 수 있다고?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외계인들이 속한 코스모스 연맹인지 뭔지 하는 곳의 구조대가 올 거란 뜻이잖아! 지구의 위치를 모르니 당장은 오지 않겠지. 1년 아니 10년이 걸릴 수도 있어.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겠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구조대가 언젠가 지구에 온다는 거야. 그런데 구조대상인 외계인들을 우리 미국이 데리고 있네? 그것도 잘 모시고 있는 게 아니라···.”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뒷말을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생존자들을 확보한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한국 정부가 확보한 외계인들을 상전으로 모시려고 데려오는 건 아니잖아?”

    도람프 미국 대통령은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저 표정으로 말했다.

    외계인들을 데려오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온갖 실험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그게···.”

    속내를 들켜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먼드 CIA 국장.

    그렇다고 처음부터 생체실험을 할 생각은 아니다.

    일단은 취조부터 할 계획이다.

    외계인들로부터 최대한 협조를 얻은 후 조금씩 단계를 높여서 이런 저런 실험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되면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말씀하신 것처럼 코스모스 연맹이라는 곳에서 구조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전문가의 말이,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하더군요.”

    레이먼드 CIA 국장이라고 해서 코스모스 연맹의 구조대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외계인의 침공이다.

    그것도 지구의 과학을 아득히 뛰어넘는 고등 외계인의 침공.

    “외계인들은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서 지구에 추락했습니다. 탈출이 급했던 외계인들은 코스모스 연맹과 통신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인즉 코스모스 연맹은 지구의 위치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코스모스 연맹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지구를 찾을 가능성이 ‘0’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코스모스 연맹이라고 해서 무한정으로 생존자들을 찾지 않을 겁니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광활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위험성이 다분한 웜홀 실험을 하다가 지구에 추락했습니다. 코스모스 연맹이 더 이상의 수색작업이 무의미하다고 여기고 구조 활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 레이먼드, 자네의 말이 맞을 수도 있어.”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말씀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번 일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그게 무슨 말이냐?’ 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예상대로, 코스모스 연맹이 보낸 구조대가 지구를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코스모스 연맹이 생존자들만 데려갈까요?”

    미국이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을 상전 모시듯 극진히 대접했다고 해서 코스모스 연맹이 평화적으로 나올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아니 지구가 외계인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줘도 지구를 공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구인들을 노예로 부리거나 지구인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할 수도 있다.

    레이먼드 CIA 국장은 그걸 우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계인들을 연구해서 그때를 대비하자?”

    “예!”

    운석으로 위장하고 있던 우주선은 미군을 비롯한 각국이 쏜 미사일에 산산이 부서졌다.

    지구인들의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주선 멘타인이 파괴된 것은 맞지만 생각만큼 많이 부서지진 않았다.

    그 증거로, 한국 정부는 다수의 외계 장치들을 수거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레이먼드 CIA 국장은 이 외계 장치들을 연구하여 보다 강한 무기를 만들 계획이다.

    그리고 그 무기로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코스모스 연맹의 구조대를 상대할 생각이다.

    얼마나 빨리 외계 장치들을 연구하느냐에 따라서 미국 아니 지구의 운명이 달라진다.

    괜히 이 나라 저 나라가 끼어들면 일만 지체될 뿐이다.

    또 외계 문명의 과학기술이 다른 나라에 흘러들어가게 되면 지구에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아니 반드시 사단이 발생한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해야 한다.

    이런 강력한 힘은 오직 미국만이 올바르게 컨트롤할 수 있다.

    다른 나라가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지면 반드시 지구의 파멸을 야기하게 된다.

    오직 미국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레이먼드 CIA 국장은 그렇게 확신했다.

    “레이먼드, 자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그래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건 옳지 않아.”

    “그 말씀은··· 외계인의 존재를 UN에 알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언젠가 세상에 공표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외계인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걸세. 한국 정부와 잘 지내고 있는 외계인을 우리가 강제로 데려오면 외계인이 우릴 좋게 보지 않겠지. 거기에 끔찍한 생체실험까지 한다면···. 우리는 아직 외계인이 어떤 성향인지 모르네. 레이먼드, 자네가 우려하는 대로 호전적일 수도 있어. 그렇다면 레이먼드 자네가 우려한 일이 발생하겠지. 그런데 외계인의 성향이 그 반대라면?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으로, 우리가 조금만 잘 해줘도 우리에게 앞선 문명을 전파해준다면? 우리 미국에 아니 지구에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되지 않겠나?”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말씀이 맞습니다. 외계인들이 평화를 사랑할 수도···.”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레이먼드 CIA 국장의 말을 끊었다.

    “레이먼드 자네가 우려하는 대로 흉포하고 야만스러울 수도 있지. 그래서 원상복귀 시키라고 말한 걸세.”

    “예?”

    “다시 말하지만 우린 아직 외계인의 성향을 모르네. 시간을 가지고 외계인들을 좀 더 살펴보자는 이야길세. 외계인들과 한국 정부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 지금 상태를 유지하자는 걸세. 시간을 두고 관찰하다보면 외계인들의 성향이 어떤지 알 수 있지 않겠나? 자네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그때 가서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자네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제가 뭘 놓치고 있다는 겁니까?”

    “한국 정부.”

    “한국 정부요?”

    “운석의 비밀과 외계인을 제일 먼저 확보한 곳이 한국이야. 그런데 제대로 수확하기도 전에 우리 미국한테 다 빼앗겼네? 레이먼드 자네가 한국 정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우리 미국을 위해서 끝까지 입을 다물겠나? 아니면 여기저기 다 떠들어서, 판 자체를 깨겠나?”

    “한국 정부는 예부터 우리 미국의 말이라면···.”

    “이 사람,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건가? 아, 물론 아직도 우리 미국이라고 하면 껌벅 죽는 한국인이 많지. 근데 그렇지 않은 한국인도 많아. 그들이 작정하고 깽판을 치려고 하면··· 결코 우리 미국에게 이로운 상황이 발생하진 않을 걸세. 어쩌면 이번 일을 주도한 레이먼드 자네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직해야 할지도 몰라.”

    협박성이 다분한 도람프 미국 대통령의 말에 한발 뒤로 물러나는 레이먼드 CIA 국장.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대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땐 자네 계획대로 해도 되네. 내 정치 생명을 걸고 약속하지. 됐나?”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레이먼드 CIA 국장이 가볍게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갔다.

    “흠-”

    대통령 집무실에 홀로 남겨진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런데 그 휴대폰은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평소에 사용하던 휴대폰이 아니었다.

    대포폰이다.

    그것도 평범한 대포폰이 아니라 도청이 어려운 대포폰이다.

    대통령 집무실에 자신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 휴대폰의 단축번호를 누르는 도람프 미국 대통령.

    “방금 내가 놀라운 보고를 받았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운석 사태 말이야. 그게 사실은···.”

    상대방에게 보고서의 내용을 알려주는 도람프 미국 대통령.

    “웃지마. 이거 진짜야. 레이먼드가 직접 보고한 사항이라고. 그래. 진짜야. 일단 한국 정부와 공동 진행하는 걸로 지시를 하기는 했는데···. 레이먼드에 대한 감시를 높여야겠어. 나한테는 알았다고 대답하기는 했는데···. 한국 정부쪽으로 뚫어봐. 오늘 일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미국이었다면 최소 몇 년은 지켜졌을 비밀이 며칠 만에 까발려졌어. 한국 정부는 빈틈이 많아.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지.”

    대통령 집무실에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휴대폰을 감추는 도람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을 평생 할 수 있다면 이런 짓을 할 필요도 없는데···.”

    지금이야 미국 대통령이기에 이런 비밀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누구도 이런 비밀 정보를 보고하지 않는다.

    운 좋게 극비 정보에 대해서 알게 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없게 된다.

    외계인과 관련된 일은 1~2년 사이에 해결된 일이 아니다.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계속 진행될 일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도람프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면 외계인에 대한 일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된다.

    도람프 미국 대통령은 그걸 우려하고 있었다.

    자신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외계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왜?

    미국 쪽은 사실상 뚫을 수 없지만 한국 정부는 손쉽게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람프의 동업자가 한국 정부 고위직 인사들을 구워삶아 놓으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도 외계인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게 도람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 공동 연구를 하려는 진짜 이유다.

    “외계인 놈들, 대머리 치료제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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