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8화 (8/81)
  • 〈 8화 〉 챕터 3 너 어느 별에 서 왔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대한민국 남해.

    “최씨, 진짜 나갈 거야?”

    “그럼, 놀아?”

    “다른 것도 아니고 운석 때문이잖아.”

    “그놈의 운석 때문에 사흘을 쉬었으면 됐지! 또 쉰다고?!”

    최씨라고 불린 60대의 어부가 자신의 통통배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하루 쉴 때마다 손해가 얼만지 몰라? 난 나갈 거야.”

    “해경 다니는 박씨네 둘째 아들이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라잖아.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내가 진짜 왜 이러는지 몰라? 내 사정 뻔히 알면서···.”

    “내가 최씨 사정을 왜 몰라. 너무 위험하니까 하는 말이지. 운석 때문에 군함도 침몰했다잖아.”

    3일전만 해도 운석이 떨어질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기 2~3시간 전에야 발견했다.

    그 당시 해군은 미리 계획되어 있던 해상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운석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남해 먼 바다에서 훈련을 하던 해군은 운석 경보를 받자마자, 훈련을 중단했다.

    그리고 먼 바다에 나가 있던 군함들을 회항시켰다.

    문제는 훈련을 한다고 너무 멀리 나가 있었던 것이다.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제 시간에 입항하지 못했다.

    군함들이 여전히 바다를 질주하고 있을 때, 미군을 비롯한 각국의 미사일에 명중한 운석의 파편들이 남해로 떨어졌다.

    운석 파편들이 남해로 떨어지자, 큰 파도가 일었다.

    해일 수준은 아니었지만 군함에 타격을 줄 정도는 되었다.

    그렇다고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었다.

    군함이 휘청거리고 해군이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

    먼 바다로 나갔던 군함들은 무사히 기지로 회항했다.

    이렇게만 보면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작은 해프닝이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운석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사람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래저래 불안했던 사람들은 작은 해프닝에 불과한 이야기를 크게 부풀렸다.

    그 결과 운석의 파편이 회항하는 군함에 떨어져, 군함이 침몰했다는 루머가 되었다.

    또 침몰한 군함에 타고 있던 해병들 다수가 죽었다는 루머도 만들어졌다.

    최씨를 비롯한 어부들은 이 루머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믿고 있었다.

    “··· 에잇. 몰라. 난 갈 거야.”

    운석 사태가 끝났다고 해서 바다가 잠잠해진 것은 아니다.

    큰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 발생하듯, 운석의 파편들이 떨어진 이후 큰 파도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해경은,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당분간 바다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어촌과 인근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며 어민들이 바다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 그렇게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인근 어촌을 돌며 경고 방송을 몇 번하기만 했다.

    그 정도만 해도, 다들 알아서 몸을 사렸다.

    각설하고.

    연대보증을 섰던 아들이 사업을 크게 말아먹은 탓에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최씨는 해경의 경고를 무시하고 바다로 나갔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어이쿠! 저게 뭐여?!”

    거대한 무언가의 파편으로 보이는 것들이 바다에 둥둥 떠 있었다.

    분명 자연적으로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무언가의 파편들이었다.

    파손이 너무 심해서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설마, 운석 때문에 침몰했다는, 그 군함?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군함의 일부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해경, 해경에 알려야 해.”

    어쩌면 이곳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최씨는 해경 다니는 박씨네 둘째 아들에게 전화를 넣었다.

    ※  ※  ※  ※

    대한민국 서울의 어느 곳.

    글란더 선장의 이야기를 다 들은 국정원 소속의 이해원 요원이 말했다.

    “그러니까 정신을 차려보니까, 지구였다. 이 말입니까?”

    글란더 선장이 말했다.

    “지구? 당신네 종족은 자기 행성을 그렇게 부르나? 참으로 특성 없는···. 그렇소. 멘타인에서 탈출하기 직전에 의식을 잃은 후···.”

    글란더 선장이 자신의 팔목에 채워진 수갑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의식을 되찾으니 이 상태였소.”

    “음- 알겠습니다.”

    이해원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글란더 선장이 말했다.

    “이건 언제 풀어줄 거요?”

    “글란더 선장님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면··· 금방 풀려나시게 될 겁니다.”

    이해원 요원이 취조실 밖으로 나갔다.

    취조실 밖에는 그의 직속상관인 김권오 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들으셨다시피 글란더 선장의 부관을 자처하는 시리안이라고 하는 외계인의 자백과 동일합니다.”

    취조실의 한쪽 벽은 대형 거울로 되어 있다.

    그 거울은 특수 거울로, 안에서 보면 거울이지만 밖에서는 내부를 살필 수 있었다.

    이해원 요원이 글란더 선장을 취조할 때, 김권오 팀장은 그 특수 유리와 내부 감시 장치로, 그 모든 내용을 듣고 기록하고 있었다.

    “운석인줄 알았던 것이 우주선의 위장이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외계인까지···. 절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돼.”

    “그게···.”

    “왜? 설마, 벌써 외부에 발설한 거야?”

    이해원 요원이 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팀장님도 들으셨다시피 우주선에서 탈출한 외계인이 제법 많습니다.”

    그제야 이해원 요원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들은 김권오 팀장.

    “우리가 아무리 비밀로 해도 탈출한 외계인들로 인해서 다 밝혀질 거다?”

    자신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그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해원 요원.

    “우리가 신도 아니고. 그런 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다 통제해. 우린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그리고 외부의 어딘가에 있는 외계인들에 관한 일은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그건 다른 팀의 몫이야. 우린 이미 확보한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만 잘 데리고 있으면 돼.”

    “그 일이라면 염려하지 마십쇼.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이 저렇게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쪽에서 큰 실수하지 않는 이상, 아무 문제도 없을 겁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 하물며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이야. 겉으로는 우리에게 협조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방심하지마. 그렇다고 괜히 자극해서 심기불편하게 만들지도 말고.”

    김권오 팀장이 복도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원래라면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천장에는 보라색의 원반이 부착되어 있었다.

    김권오 팀장의 시선을 따라, 천장의 보라색 원반을 쳐다보던 이해원 요원이 말했다.

    “저건 진짜 볼 때마다 놀랍네요. 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역해주는 것도 모자라 외계어까지···.”

    보라색 원반은 추락한 우주선의 잔해에서 찾아낸 것이다.

    국정원 요원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답답해하던 시리안 부관이 직접 보라색 원반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시리안 부관이 말하는 외계어가 통역되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성체가 발산하는 뇌파를 분석하여 서로 무슨 의미의 말을 하는지 알려주는 장치다.

    주엔진이 폭발할 당시 글란더 선장은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 여파인지 시리안 부관보다 의식을 찾는 것이 늦어졌다.

    글란더 선장보다 먼저 의식을 찾은 시리안 부관은 자신과 글란더 선장을 체포한 국정원 요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뇌파 분석 교류 아니 통역 장치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한편 다른 외계 장치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그렇다고 아무 대가없이 협조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던 글란더 선장의 치료와 지구 곳곳으로 탈출한 승무원들의 안전을 책임져 달라고 했다.

    국정원은 아니 한국 정부는 정부의 힘을 다해서 외계인들을 찾고 그들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팀장님!”

    그때 또 다른 국정원 요원이 달려왔다.

    “왜? 혹시 다른 외계인이라도 찾았어?”

    “그게···.”

    국정원 요원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을 데려오랍니다.”

    “누가? 어디로?”

    “그게···.”

    국정원 요원이 뒷말을 흐린 뒤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VIP께서? 아니면 원장님이?”

    김권오 팀장이 말하는 VIP는 한국 대통령을 뜻한다.

    “아뇨.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데려오랍니다.”

    “뭐?! 걔들이 어떻게 알고? 설마, 남해 일이 벌써 발각된 거야?”

    최씨의 신고를 받은 해경은 최씨의 신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민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뭘 보고 신고를 한 건지 확인을 해야 했다.

    “어?! 저게 뭐야?”

    현장으로 출동할 때만 해도 별 일 아니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별 일이 아닌 게 아니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의 눈에도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범상치 않아보였다.

    최씨가 그랬던 것처럼.

    해경 역시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뭔가의 일부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 어선인가?”

    언제부터인가 중국 어선들이 대한민국의 서해와 남해 그리고 동해까지 자기들 앞마당처럼 여기며 휘젓고 다녔다.

    그래서일까?

    자연스럽게 중국 어선이 떠올랐다.

    “근데 어선의 일부라고 보기에는···.”

    일반적인 어선의 일부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우리 쪽 군함도 아니고. 아, 모르겠다. 일단 보고부터 하자.”

    골치 아픈 일에 엮이게 되었다고 투덜거리며 상부에 보고하는 해경.

    이 보고는 위에서 위로 그리고 또다시 위로 전해져, 국정원까지 보고되었다.

    “북한 잠수함 아냐?”

    북한 잠수함이 몰래 남해로 들어왔다가 재수 없게 운석 파편에 맞아서 박살났다.

    국정원은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고 남해로 출동했다.

    그리고 운석인 줄 알았던 우주선의 일부와 시리안 부관을 만났다.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된 국정원은 사건 수습에 들어갔다.

    목격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본 것이 사실은 정부에서 비밀리에 실험하던 잠수함이었고.

    갑작스런 운석 사태로 그렇게 된 거라는 거짓말을 했다.

    더불어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정부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이 옷을 벗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람 목숨 살리는 셈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 라고 부탁하는 한편 비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을 받았다.

    또 제일 문제가 될 것 같은 최씨에게 저금리 대출을 알선해주면서 비밀이 유지되어야지만 대출이 유효하다고 압박을 하기도 했다.

    이게 제대로 통했는지 최씨를 비롯한 누구의 입에서도 그들이 본 것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영원히 지켜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늦췄을 뿐이다.

    언제고 그날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김권오 팀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좀 더 압박을 했어야 했나?”

    “예?”

    “최씨라고 했던 그 어부가 말한 건가? 아니면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

    “아닙니다.”

    “그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럼, 어디서···. 설마?!”

    김권오 팀장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국정원 요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썩을 놈들이!”

    우주선의 잔해와 글란더 선장 그리고 시리안 부관을 확보한 국정원은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극소수의 고위 인사들에게만 보고했다.

    그런데 이 극소수 중에 누군가가 혹은 누군가들이 미국에 알린 것이다.

    “팀장님, 진정하세요. 언젠가 알려질 거라는 걸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알고는 있었지. 근데 이렇게 빨리···. 후우~”

    비밀이 너무 빨리 알려진 것에 화가 났다.

    김권오 팀장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믿을 수 있다고 여겼던 극소수의 인물들 중에 배신자 혹은 배신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것이다.

    “그래서, 어디로 데려오래?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사령부?”

    “자기들이 데려가겠다는 말만하고 어디로 데려갈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확보한 우주선의 잔해와 관련 정보, 전부를 넘기라고 했습니다.”

    “그게 무슨··· 가만! 데려간다고? 설마, 그놈들 지금 여기 있는 거야?”

    “···예, 방금 도착했습니다.”

    “야! 그 중요한 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김권오 팀장이 이해원 요원을 쳐다보았다.

    김권오 팀장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그의 뜻을 알 수 있었던 이해원 요원이 어딘가로 후다닥- 달려갔다.

    “윗놈들은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미국에 넘겨줄 때 넘겨주더라도 준비할 시간은 줘야할 거 아냐!”

    상부에 대한 욕을 쉼 없이 중얼거리며 글란더 선장 등을 인수받으러 온 미군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김권오 팀장.

    이때만 해도 미군 아니 미국 정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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