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7화 (7/81)
  • 〈 7화 〉 챕터 3 너 어느 별에 서 왔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코스모스 연맹의 베타 분면의 8섹터.

    “글란더 선장님. 출발 준비를 마쳤습니다.”

    여성 부관 시리안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글란더 선장.

    참고로.

    라야급 과학 탐사 우주선 ‘멘타인’의 승무원들은 모두 듀갈족이다.

    듀갈족의 기본 형태는 인간이다.

    그렇다고 지구인과 똑같이 생긴 것은 아니다.

    듀갈족의 목 부분에는 아주 작은 문어의 다리가 수염처럼 붙어 있다.

    총 8개인 이 문어 다리는 듀갈족의 감정에 따라 특정한 움직임을 보인다.

    가령 듀갈족이 흥분 상태면 문어 다리가 꼿꼿하게 세워진다.

    그리고 공포를 느끼면 1/5의 크기로 줄어든다.

    각설하고.

    글란더 선장이 자신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관제센터, 과학 탐사선 멘타인의 선장 글란더다.”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 등이 자리하고 있는 항해실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울렸다.

    [여기는 관제센터, 말씀하십시오. 글란더 선장님.]

    “멘타인의 출발 준비를 마쳤다. 5분 후 웜홀 2.0의 시운전을 시도하려고 한다.”

    [여기는 관제센터. 멘타인의 항해를 방해할 요소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언제든 웜홀 진입이 가능합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다. 그럼, 예정대로 5분후에 웜홀 2.0의 시운전을 시작하겠다.”

    [여기는 관제센터, 멘타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관제센터와의 통신을 끝낸 글란더 선장이 항해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항해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라.”

    “예! 선장님.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5분후 웜홀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글란더 선장이 자신의 왼쪽에 서 있던 시리안 부관을 보며 말했다.

    “승무원들에게 안내방송을 시작하라.”

    “예. 선장님.”

    시리안 부관이 자신의 팔목에 채워져 있는 팔찌의 버튼을 눌렀다.

    [과학 탐사선 멘타인의 선장 글란더님의 부관 시리안이 전 승무원들에게 알린다. 5분 후 웜홀에 진입할 예정이다. 함 내의 모든 승무원들은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라. 다시 알린다. 5분 후 웜홀에 진입할 예정이다. 함 내의 모든 승무원들은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라.]

    시리안 부관의 안내 방송이 끝나자, 글란더 선장의 발밑에서 등받이가 긴 의자가 천천히 올라왔다.

    이런 일에 익숙했던 글란더 선장은 가만히 서 있다가 서서히 올라오는 의자에 천천히 몸을 기댔다.

    등받이가 긴 의자는 글란더 선장의 발밑에서만 올라오지 않았다.

    시리안 부관을 비롯해서 항해실에 있던 모든 승무원들의 발밑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승무원들 역시 글란더 선장처럼 자연스럽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렇게 5분이 흘렀다.

    항해사가 설정한 5분이 지나자, 우주선 멘타인이 분신술을 쓴 것처럼 여섯 대로 늘어났다.

    한순간에 여섯 대로 늘어난 멘타인이 진동했다.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가 싶을 때.

    츠으-

    기묘한 소리와 함께 여섯 대로 늘어난 멘타인이 사라졌다.

    여섯 대에서 다시 1대로 돌아온 멘타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유빛으로 이뤄진 공간이다.

    코스모스 연맹은 이 우유빛의 공간을 웜홀이라고 불렀다.

    이 웜홀을 이용하면 수 광년 혹은 수백 광년 떨어진 곳도 몇 시간 혹은 며칠 안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해사, 지금 상황은?”

    홀로그램으로 된 모니터를 살피던 항해사가 대답했다.

    “성공적으로 웜홀에 진입했습니다.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글란더 선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리안 부관을 쳐다보았다.

    “멘타인의 상태는?”

    “모든 부서들과 기관들, 아무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 역시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좋군. 좋아.”

    “글란더 선장님, 이대로 웜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성공입니다.”

    “그래. 이대로 웜홀 밖으로 무사히 나가면···.”

    뒷말을 흐리던 글란더 선장이 항해사를 쳐다보았다.

    “항해사, 목표지점까지의 예상 시간이 어떻게 되지?”

    홀로그램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던 항해사가 홀로그램 모니터를 만졌다.

    그러자 홀로그램 모니터에 낯선 문자와 숫자가 떠올랐다.

    “목표 지점인 감마 분면의 2섹터까지의 예상소요시간은··· 8시간 25분입니다.”

    출발지인 베타 분면의 8섹터에서 감마 분면의 2섹터까지는 180광년이다.

    다시 말해 빛의 속도로 쉬지 않고 달려도 도착까지 180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웜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존의 웜홀 디바이스보다 업그레이드된 웜홀 2.0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8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에 갈 수 있다.

    참고로.

    기존의 웜홀 디바이스를 사용할 경우, 베타 분면의 8섹터에서 감마 분면의 2섹터까지 걸리는 시간은 244시간이다.

    “8시간이라··· 세상에서 가장 짧은 8시간이 되겠군.”

    옅은 미소를 그리는 글란더 선장.

    “시리안 부관, 잠시 항해실을 맡아라. 나는···.”

    뭔가를 떠올린 글란더 선장이 시리안 부관에게 자신의 자리를 잠깐 물려주고 항해실을 떠났다.

    아니 떠나려고 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우주선 멘타인의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무슨 일이야?”

    항해실을 나가려고 했던 글란더 선장의 말에 바로 대답하는 시리안 부관.

    “9번 갑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웜홀 2.0 때문인가? 피해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만···.”

    시리안 부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보음이 울렸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그럼, 저 경보음은 뭐야?”

    “방금 전의 폭발로 9번 갑판의 벽에 금이 갔습니다. 그로인해 멘타인 전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졌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9번 갑판을 시작으로 멘타인 전체가 찌그러집니다.”

    “해결책은?”

    “금이 간 부분을 때우는 겁니다. 문제는 10분 안에 때우지 못할 경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멘타인 전체에 피해가 미친다는 겁니다. 그땐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글란더 선장이 자신의 팔찌를 누른 후 말했다.

    “글란더 선장이다. 보수 팀. 9번 갑판의 금을 10분 안에 때울 수 있겠나?”

    [글란더 선장님, 보수 팀의 물라크입니다. 현재 9번 갑판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9번 갑판의 상황이 생각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이곳의 압력이 너무 강해서 움직이기 힘듭니다. 게다가 탐지 장치도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는 10분 안에 금이 간 부분을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음- 알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 찾아보도록.”

    [예. 알겠습니다.]

    보수 팀의 물라크와 통신을 끝낸 글란더 선장이 시리안 부관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웜홀 안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실험보다는 우리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 시리안 부관, 실험을 중단하고 웜홀을 벗어난다. 이 사실을 멘타인 전체에 공지하도록.”

    “···예.”

    어두운 얼굴의 시리안 부관이 멘타인 전체에 공지를 하려고 할 찰나.

    콰아아아아아앙!

    멘타인 내부에서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이번엔 또 어디야?”

    [여기는 엔진실. 방금 엔진실의 3번 제어기가 폭발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표정이 좋지 않았던 글란더 선장의 얼굴이 더 심하게 일그러졌다.

    “뭐?! 방금 전의 폭발이 엔진실의 폭발이라고?! 엔진은?! 웜홀 디바이스는 무사한가?”

    [글란더 선장님, 보수 팀의 팀장 멕코린입니다. 다행히 엔진과 웜홀 디바이스는 무사합니다. 그런데··· 3번 제어기가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그리고 주엔진으로 향하는 에너지 전달부에도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당장 주엔진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과부하가 걸려 멘타인 전체가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항해의 목적은 업그레이드 된 웜홀 디바이스 그러니까 웜홀 2.0의 실전 테스트다.

    단순히 웜홀에 진입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과 동일한 엔진을 사용할 경우, 기존의 웜홀 디바이스를 쓸 때보다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지금 상태로는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일단 주엔진을 중단시켜야 수리를 하던 뭘 하던 할 수 있습니다.]

    “젠장!”

    주먹을 쥐며 얼굴을 찡그리는 글란더 선장.

    “알겠다. 주엔진을 지금 당장 중단시켜라.”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주엔진을 중단시키겠습니다.]

    글란더 선장이 팔찌의 버튼을 누른 후 말했다.

    “9번 갑판의 보수 팀.”

    [예! 9번 갑판에 나와 있는 보수 팀의 물라크입니다.]

    “주엔진을 중단시켰다. 예정보다 빨리 웜홀을 벗어나게 될 거다. 최대한 빨리 금이 간 곳을 찾아서 수리해라.”

    [알겠습니다. 보수 팀 물라크, 통신 아웃-]

    글란더 선장이 말한 대로 주엔진이 멈추자, 우유빛의 세상을 빠르게 이동하던 멘타인이 어딘가로 튀어나갔다.

    그렇다고 시커먼 우주로 나온 것은 아니다.

    티 없이 푸른 하늘 그러니까 행성의 대기권 안쪽이 모습을 드러냈다.

    “글란더 선장님!”

    그 모습을 본 시리안 부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당황한 것은 시리안 부관만이 아니었다.

    글란더 선장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대기권 안으로 진입한 거지?”

    웜홀은 우주의 숨겨진 지름길로, 우주에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웜홀은 우주에서만 진입이 가능하다.

    반대로 웜홀을 나오면 무조건 우주가 나온다.

    그게 코스모스 연맹의 상식이다.

    행성의 내부 그러니까 지금처럼 대기권 안으로 나오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았다.

    아니 발생할 수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절대 진리 같던 상식이 깨진 것이다.

    “글란더 선장님. 아무래도 조금 전에 발생한 멘타인 내부의 폭발과 웜홀 2.0의 갑작스런 중단이 중첩 발생하면서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기록관, 중요한 일이다. 반드시 지금의 상황을 기록하라.”

    “예!”

    “항법사.”

    “예! 함장님.”

    “지금, 우리 위치가 어디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스페이스 맵에 기록된 별자리를 대조하여 현재의 위치를 파악 중입니다.”

    시리안 부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글란더 선장님! 저길 보십시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곧이어 외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홀로그램 윈도우가 경보음의 원인을 확대해서 보여줬다.

    “저게 뭐야?!”

    글란더 선장을 비롯한 항해실의 모든 승무원들은 볼 수 있었다.

    “저런 생물체가 존재한다고?”

    엄청나게 큰 파충류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거대한 파충류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것에 화가 났는지, 불을 토해냈다.

    “글란더 선장님! 선체의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파충류가 토해낸 불은 멘타인의 방어막에 차단되었다.

    그런데도 멘타인의 온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멘타인에 설치되어 있는 냉각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승무원들은 뻘겋게 익어버렸을 것이다.

    “감히 내 멘타인을 공격해?! 반격! 반격하라!”

    멘타인에서 레이저 광선이 발사되었다.

    이때부터 멘타인과 거대한 파충류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글란더 선장님. 9번 갑판에 나와 있는 보수 팀의 물라크입니다.]

    “어떻게 됐나?”

    [방금 9번 갑판의 수리를 끝냈습니다.]

    “그래? 그럼, 항해를 계속해도 문제없겠나?”

    [예. 아까와 같은 내부 폭발만 없다면··· 우주를 항해하는데, 아무 문제없습니다.]

    ‘아까와 같은 내부 폭발이라···.’

    찝찝함을 떨쳐낼 수 없었던 글란더 선장이 인상을 쓰며 고민에 사로잡혀 있을 때 엔진실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글란더 선장님. 엔진실에 나와 있는 보수 팀의 팀장, 멕코린입니다. 3번 제어기의 응급 수리가 끝났습니다. 주엔진으로 향하는 에너지 전달부의 수리도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웜홀 진입이 가능한가?”

    [예. 일반 항해는 물론이고 웜홀 진입도 가능합니다.]

    “알겠다. 수고했다. 아, 혹시 모르니 엔진실에서 계속 대기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멕코린, 통신 아웃-]

    글란더 선장이 아직도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거대한 파충류에게로 눈을 돌렸다.

    “저놈만 해결하면 문제를 다 해결한 건가? 아, 항법사. 우리의 현재 위치는 파악됐나?”

    “죄송합니다. 스페이스 맵에 일치하는 별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항법사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항해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항해사, 무슨 일인가?”

    “항해 시스템이···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뭐?!”

    그게 시작이었다.

    멘타인의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시리안 부관이 말했다.

    “글란더 선장님. 이 상태가 계속될 경우, 겨우 작동이 가능해진 주엔진까지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주엔진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는 4개의 보조 엔진을 작동시켰다.

    그런데 그 4개의 보조 엔진 중에 2개가 작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대로 몇 분 더 지나면 나머지 보조 엔진은 물론이고 주엔진과 웜홀 디바이스도 작동불능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문제는 승무원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글란더 선장님! 파충류의 몸에서 고에너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파충류와 멘타인의 거리가 너무 가깠습니다. 정체불명의 고에너지로 인해서 멘타인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뭐? 가뜩이나 멘타인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저 파충류까지···.”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고에너지 반응을 보이던 파충류의 몸이 폭발했다.

    멘타인 내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던 파충류는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자폭을 선택한 것이다.

    우우우웅-

    파충류의 자폭과 함께 정체불명의 고에너지가 멘타인을 휩쓸었다.

    멘타인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휘청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오류로 시스템이 정지되어가던 멘타인의 상태가 빠르게 나빠졌다.

    “글란더 선장님. 이대로 있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군. 지금 당장 웜홀 디바이스를 작동시킨다.”

    “예? 그건 연맹법 위반입니다!”

    코스모스 연맹은 행성의 대기권 내에서 웜홀 디바이스를 작동시키지 못하게 했다.

    대기권 내에서 웜홀 디바이스를 작동시켜도 웜홀로의 진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대기권 내에서 웜홀 디바이스를 작동시키면 행성의 내핵에 자극을 주어 행성을 파괴하거나 그에 준하는 피해를 끼치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행성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기에 행성의 대기권 내에서의 웜홀 디바이스 작동을 법으로 금지했다.

    “게다가 대기권 내에서는 웜홀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웜홀 디바이스를 작동시켜봤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연맹법 따질 때야?! 난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우리가, 멘타인이 이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얼른 웜홀 디바이스나 작동시켜!”

    “···예. 알겠습니다.”

    시리안 부관을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 역시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웜홀 디바이스 작동에 찬성표를 던졌다.

    웜홀 디바이스의 작동과 함께 멘타인이 여섯 대로 늘어났다.

    여섯 대로 늘어난 멘타인이 진동하는가 싶더니 쓕- 하고 사라졌다.

    코스모스 연맹의 우주를 떠날 때처럼 웜홀 공간으로 진입한 것이다.

    “글란더 선장님! 정말 웜홀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오류를 일으키던 시스템과 장비들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멘타인이 웜홀에 진입하는 것과 동시에 각종 오류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보고를 받은 글란더 선장이 오랜만에 미소를 그렸다.

    “그래? 다행이군.”

    이번에야 말로 진짜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할 찰나.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이건 또 뭐야?”

    또다시 멘타인 전체에 경보음이 울렸다.

    [글란더 선장님, 엔진실에 나와 있는 보수 팀의 팀장, 멕코린입니다. 주엔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주엔진으로 공급되는 에너지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류 문제는 다 해결된 거 아니었어? 그리고 제어기도 고쳤다면서?”

    [제어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주엔진을 과부하 상태로 만들고 있는 이 에너지는··· 멘타인의 동력부에서 공급되는 것이 아닙니다. 멘타인의 외부에서 주입되고 있는 겁니다.]

    “뭐?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정상 상태로 돌아온 줄 알았던 멘타인의 전체 시스템이 또다시 오류를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에너지가 과잉 공급되면서 과부하 상태가 되어가던 주엔진이 폭발했다.

    멘타인이 불길에 휩싸이는 것과 동시에 웜홀에서 강체 방출되었다.

    “으으~”

    주엔진이 폭발하자, 멘타인 전체에 피해가 발생했다.

    글란더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 전부가 크고 작은 데미지를 받았다.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은 글란더 선장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탈출! 모든 승무원들은 비상 탈출하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글란더 선장은 승무원들의 탈출을 명령했다.

    승무원들을 탈출 시키는데 성공한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도 멘타인을 탈출하려고 했다.

    콰아아아앙!

    그때 또다시 멘타인이 폭발했다.

    긴급 탈출 버튼을 누르려고 했던 글란더 선장과 시리안 부관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이 타고 있던 라야급 과학 탐사 우주선 멘타인은 창백한 푸른빛의 행성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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