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6화 (6/81)
  • 〈 6화 〉 챕터 2 초능력자의 등장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수정?”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세우가 라면 옆에 있는 크리스털을 쳐다보았다.

    “이 댓글을 단 사람도··· 수정을 주은 건가? 그래서 초능력이··· 생겼나?”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달라진 육체와 크리스털의 상관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다.

    너튜버 불꽃 남자가 진짜 초능력자인지 아니면 사기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댓글을 단 사람이 진짜 초능력자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세우가 댓글을 단 사람의 아이디로 마우스 커서를 가져갔다.

    “쪽지를 보내볼까?”

    너튜브의 기능을 사용하면 댓글을 단 사람에게 답글을 쓸 수도 있고 쪽지나 e-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상대방에게 이세우의 e-메일과 아이디가 알려지게 된다.

    “안 돼. 안 돼.”

    지금 이세우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세우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이다.

    초능력을 얻은 것까지는 좋지만 그걸로 다른 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다.

    영화에 흔히 나오는, 정부나 비밀 단체에 강제로 끌려가서 생체 실험을 당하는 등의 일, 말이다.

    “초능력을 얻은 사람이 나 말고 더 있다면··· 그들도 분명 이 댓글을 읽었을 거야.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일거야.”

    그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신분을 드러낼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내가 지금의 능력으로 엄청나게 큰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가늘고 길게 가는 게 제일 좋아.”

    그렇게 마음을 굳힌 이세우는 불꽃 남자의 동영상을 계속해서 새로고침(F5) 하며 크리스털에 대한 댓글이 달리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빠아~빠! 빠빠빠! 빠-빠라 빠빠! 빠바라 빠빠!!

    “헉! 벌써 아침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고 해서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걱정되었다.

    이래저래 불안했던 이세우는 잠도 자지 않은 채, 불꽃 남자의 동영상을 새로고치고 또 새로고쳤다.

    휴대폰을 충전기에 연결시켜놓지 않았다면 진즉에 휴대폰의 전원이 꺼졌을 것이다.

    휴대폰의 알람에 정신이 든 이세우는 일단 세수부터 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세우가 아무리 젊다고 해도 밤을 꼬박 새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초능력 덕분인지 ‘1’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육체의 피곤을 말하는 것이다.

    밤새 불안한 마음으로, 불꽃 남자의 동영상을 살펴서 그런지 정신적으로는 매우 피곤했다.

    이세우에게 생긴 초능력이 육체에만 적용하는지, 정신적인 피로는 씻어주지 못했다.

    각설하고.

    이세우는 평소처럼 공사장으로 출근한 후 김기용의 작업 속도에 맞춰서 자신의 일을 끝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신의 능력을 억제한 이세우는 옥탑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너튜브부터 살폈다.

    “다른 초능력자를 만난 건가? 아니면 뒤늦게 위험성을 깨닫고 삭제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진짜 사기꾼이라서 동영상이 삭제된 건가?”

    출근 할 때만 해도 너튜브에 있던 불꽃 남자의 동영상이 보이지 않았다.

    동영상이 삭제되기 전에 크리스털에 대한 댓글에 이런 저런 답글이 달렸었다.

    하지만 이세우가 원하는 답글은 달리지 않았다.

    ‘너도 관종이냐?’ ‘사기꾼 어서 오고.’ ‘웬 다이이아?!’ 등등의 답글만 달렸었다.

    “그나저나 이건 왜 자꾸 작아지는 거지?”

    처음에는 착각인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착각이 아니었다.

    초능력의 근원으로 의심하고 있는 크리스털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줄어든 양이 미미하여 일반인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신체 능력의 상승으로 시력도 좋아진 이세우였기에 그 미세한 차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혹시 내가 이걸 흡수하고 있는 건가?”

    조금씩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언젠가는 크리스털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지금 가지고 있는 가짜 다이아몬드를 전부 흡수하면··· 다른 가짜 다이아몬드도 흡수할 수 있는 걸까?”

    ※  ※  ※  ※

    한 달 후.

    “오늘은 또 뭘 볼까나?”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옥탑방으로 돌아온 이세우는 습관처럼 너튜브에 접속했다.

    너튜브에는 개인이 올리는 동영상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뉴스 동영상도 올라왔다.

    운석 사태 이후 세상 돌아가는 것에 민감해진 이세우는 그전까지는 관심을 두지 않던 뉴스 채널을 즐겨찾기로 등록해놓았다.

    그리고 오늘, 즐겨찾기로 등록해놓은 뉴스 채널에 심상치 않은 예고 동영상이 올라왔다.

    “느낌이 어째 쌔한데.”

    이세우의 느낌이 맞았다.

    뉴스 채널 중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채널에서 초능력자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었다.

    “어! 저 사람은!”

    뉴스 채널에서 예고편으로 올린 동영상에 나온 사람은, 한 달 전에 진짜 초능력을 각성했다며 너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던 불꽃 남자다.

    “저 사람··· 진짜로 초능력을 각성했구나.”

    뉴스 채널이라고 해서 완벽하진 않다.

    뉴스 채널도 사람이 만들고 운영하기에, 사기꾼이 작정하고 속이면 속을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유리 겔라다.

    불꽃 남자도 유리 겔라처럼 방송국을 속일 정도의 사기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세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초능력을 각성한 것처럼.

    불꽃 남자도 진짜 초능력을 각성했다고 생각했다.

    “한 달 동안 소식이 없더니. 그동안 어디서 뭘 한 거지?”

    이세우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불꽃 남자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불꽃 남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는 별의별 상상을 다 했었다.

    “정부나 비밀 단체에 끌려가서 생체 실험당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예고편 동영상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불꽃 남자의 얼굴은 한 달 전보다 보기 좋았다.

    그리고 입고 있는 양복 역시 이세우 같은 평범한 사람은 헉! 소리가 나올 만큼 비싼 것이다.

    “뭘로 돈을 벌었지?”

    2분 30초짜리 예고편 동영상은, 아나운서가 불꽃 남자를 진짜 초능력자라고 소개하고 불꽃 남자가 초능력을 막 보여주려고 하는 장면에서 끝났다.

    이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치킨이 땡기네.”

    돈이 없다고 매번 라면만 먹을 순 없다.

    가끔은 치킨을 비롯한 맛있는 것을 먹어줘야 한다.

    라면이 아닌 치킨을 먹기로 한 이세우는 불꽃 남자가 나오는 본편을 보며 치킨을 뜯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불꽃 남자가 나오는 뉴스 방송이 그런 식으로 끝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  ※  ※  ※

    XX뉴스 채널 방송국.

    “시청자 여러분,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진짜! 초능력자 김학길씨입니다.”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불꽃 남자 아니 김학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짝짝짝-

    이세우를 비롯한 시청자들이 보는 방송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효과음이 나갔지만 현장에서는 아니었다.

    방송 스텝 몇 명만 박수를 쳤다.

    당연히 방송에 나가는 박수 효과음보다 소리가 작았다.

    하지만 김학길의 귀에는 작게 들리지 않았다.

    방송 스텝들의 작은 박수 소리가 천둥우레처럼 들렸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김학길의 머릿속으로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김학길은 원래 9급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노량진 고시생이었다.

    하지만 공부보다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인터넷 강의를 핑계로 PC방에 가서 인터넷 강의는 보지 않고 게임만 했다.

    끼리끼리라고.

    김학길이 속한 스터디 그룹도 김학길과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 입으로만 공부를 말할 뿐, 실제로는 노는 일에 열중했다.

    그렇게 4년을 살아온 김학길은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운이 나빠서 떨어졌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직경 300미터의 거대한 운석이 대한민국으로 떨어지는 그날이 왔다.

    그 속보를 접한 김학길은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그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이딴 세상 그냥 콱!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난 놈이든 못난 놈이든, 다 같이 죽어서 속 시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끝장날 줄 알았던 대한민국은 멀쩡하고 운석만 박살났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내 운에 무슨···.”

    대한민국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자신이 운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말하는 김학길.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께 전화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한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김학길은 그 누구에게도 전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께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부모님께 전화해봤자 평소처럼 잔소리만 늘어놓으실 거다.

    그렇게 생각한 김학길은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고 단골 PC방으로 향했다.

    운석 사태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는 핑계로.

    “어?”

    PC방 근처에 도착한 김학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건 이세우가 공사 현장에서 주운 크리스털이다.

    “다이아몬드?”

    김학길 역시 그것이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다.

    “우와!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 구나!”

    행여나 다른 사람이 주워갈까싶어서 냉큼 크리스털을 줍는 김학길.

    이 정도 크기의 다이아몬드면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다.

    9급 공무원?

    개나 줘버려라!

    김학길은 가까운 금은방으로 달려갔다.

    “예? 가짜라고요? 에잇! 좋다 말았네. 그럼, 그렇지. 내 운에 다이아몬드는 무슨···.”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쳇. PC방이나 가자.”

    가짜 다이아몬드를 주머니에 챙긴 김학길은 아까 가려고 했던 PC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 즐겨하던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것과 동시에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걸 먹으려고 할 찰나.

    “헉!”

    손에서 아주 작은 불덩어리가 생성되었다.

    “이게 뭐야?”

    김학길이 화들짝! 놀라는 것과 동시에 작은 불덩어리가 사라졌다.

    “운석이니 뭐니 하는 걸로 놀라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처음에는 헛것을 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김학길이 먹으려고 했던 음식 그릇에 그을린 자국이 있었다.

    아까 음식을 받았을 때는 없던 자국이다.

    조금 전의 불덩어리가 만든 자국이다.

    “와씨- 뭐야?”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게 자신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그렇게 직감한 김학길은 음식도 먹지 않고 PC방을 나왔다.

    자신이 작은 불덩어리를 만들었다고 확신한 김학길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된 폐건물로 향했다.

    “나와라! 에잇! 나와!”

    그곳에서 불덩어리를 불러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PC방에서의 일이 망상이라는 듯, 불덩어리는 나오지 않았다.

    “하-씨!”

    김학길이 체념하고 돌아가려고 할 찰나.

    “나왔다!”

    PC방에서 봤던 불덩어리가 나왔다.

    그런데 크기가 달랐다.

    PC방에서 나온 불덩어리는 엄지손톱 크기였다.

    그리고 금방 사라졌다.

    그 탓에 다른 사람은 불덩어리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불덩어리는 손톱크기가 아니라 호두알 크기였다.

    “하악- 하악-”

    PC방에서는 불덩어리를 만들어내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숨이 찰 정도로 힘들었다.

    불덩어리를 만들어냈다는 기쁨도 잠시, 죽을 것처럼 괴로웠다.

    “어?!”

    왜 이렇게 힘들지 하는 생각을 할 때쯤 호두알 크기의 불덩어리가 사라졌다.

    “불덩어리의 크기가 커질수록 체력도 그만큼 많이 소모되는 건가?”

    평소 게임과 장르소설을 탐독하던 김학길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이거 잘만 하면···.”

    김학길은 4년 동안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9급 공무원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이 하기에.

    그게 큰 고생 안하고 편하게 사는 길이라기에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김학길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너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리고 돈을 버는 스트리머다.

    김학길이 보기에 그거야 말로 꿀 빠는 일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이런 저런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조회수는 처참했다.

    그 뒤로 동영상을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트리머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이건 먹힌다!”

    진짜 초능력을 보여주면 조회수가 폭발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것이다.

    김학길은 그렇게 확신하며 초능력을 시연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때는 불덩어리의 크기가 더 커졌다.

    처음에는 엄지손톱 크기였던 불덩어리가 테니스 공 크기가 되었다.

    이정도면 조회수 1000만 아니 1억도 금방이다.

    한순간에 유명인사가 될 것이다.

    그렇게 확신했다.

    “반응이 왜 이래?”

    동영상을 올릴 때만 해도 대한민국이 아니 세계가 발칵 뒤집힐 줄 알았다.

    그런데 김학길이 기대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사기꾼이니 조작이니 관종이니 하는 댓글만 달렸다.

    조회수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어?”

    투덜투덜 거리며 댓글을 읽던 김학길의 눈에 새로운 댓글이 들어왔다.

    ↳혹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수정을 주웠나요?

    “설마, 이 사람도?!”

    자신 말고도 다른 초능력자들이 있다.

    그들 역시 가짜 다이아몬드를 얻고 초능력을 각성했다.

    그렇게 확신한 김학길은 댓글을 단 사람에게 쪽지를 보냈다.

    당신도 가짜 다이아몬드를 줍고 초능력을 얻었냐고.

    그러자 댓글을 단 그 사람이 쪽지를 보냈다.

    동영상을 삭제하라고.

    동영상을 보고 정부에서 사람을 보낼 수도 있다. 거기 끌려가면 평생 실험실의 실험쥐가 된다고 경고했다.

    “헉!”

    평소 즐겨보던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생체 실험당하는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다.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김학길은 곧바로 동영상을 삭제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경고를 해준 댓글러를 직접 만나기로 했다.

    그리하여···.

    “김학길,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꽃길만 걷자!”

    회상에서 빠져 나온 김학길이 어색하게 웃으며 스튜디오 중앙으로 걸어갔다.

    이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진짜 초능력자임을 증명하는 이 생방송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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