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4화 (4/81)
  • 〈 4화 〉 챕터 1 하늘에서 내리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다음날.

    “출근··· 해야겠지?”

    알람에 맞춰서 잠에서 깨어난 이세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출근에 대한 것이다.

    “에이-”

    습관처럼 에어파스를 뿌리고 휴대폰의 알람을 끈 이세우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다.

    “가자. 두 배로 준다잖아.”

    운석 사태에 일을 중단한 것은 이세우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건설 현장은 공사가 늦어질수록 손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제 일을 중단한 것만으로 큰 손해가 발생했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일이 중단되면 손해가 더 커진다.

    미군 등이 쏜 미사일로 운석 위기를 벗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이 바로 진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래저래 뒤숭숭했다.

    이세우는 당장에라도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집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비단 이세우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세우와 똑같은 심정이었다.

    가족과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마음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다.

    당장 먹고 사는 일에 지장만 없다면 일하러 가지 않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

    시공사는 이점을 우려했다.

    마음이 뒤숭숭한 일꾼들이 현장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을 우려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공사가 늦어질수록 손해가 막심했던 시공사는 일꾼들의 이탈을 막는 한편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일주일동안 2배의 시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운석이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속보를 본 이세우는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부모님을 뵈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시급 2배라는 문자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다.

    아닌 말로 운석의 위기가 끝났으니 부모님을 뵙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

    하지만 시급 2배를 받는 것은 이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부모님 역시 굳이 무리해서 고향집에 올 필요 없다고 하셨다.

    아들 이세우를 위하는 마음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다.

    이세우라고 해서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현생을 살아가기 위한 돈이 필요할 뿐이다.

    “아빠 엄마 만나는 게 급한 것도 아니고···.”

    혹시나 하고 알아보니 강원도로 가는 시외버스가 만석이었다.

    강원도 행 시외버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방으로 가는 모든 시외버스와 기차가 만석이었다.

    인터넷으로는 예약을 할 수 없었다.

    시외버스 터미널로 직접 간다고 해도 표를 구하기 어려웠다.

    택시를 이용한다면 강원도로 갈 수 있지만 평소의 몇 배를 줘야했다.

    “그래. 지금은···.”

    김기용에게 출근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이세우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서울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당장은 고향집에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찾아뵙겠다는 말도 했다.

    그게 어제 일이다.

    그런데 알람 소리에 잠을 깨기가 무섭게 갈등이 일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달라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막상 고된 노가다 일을 하러 가려고 하니 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이다.

    “안 돼. 출근해야 돼. 오늘 출근한다고 문자까지 했잖아. 안가면 나만 욕먹는 게 아니라 기용이 아저씨까지 욕먹어. 그래, 출근하자.”

    평소처럼 옥탑방을 나서는 이세우.

    “왁!”

    “어우! 깜짝이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세우.

    “박유나!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헤헤헤.”

    “어제 그 일이 있었는데도···. 어휴~ 넌 어째 사람이 변하질 않냐?”

    “오빠!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박유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되는 거 몰라?”

    “그래, 사람은 갑자기 변하면 안 되지. 그나저나 오늘도 연습실 가는 거냐? 어제 그 일이 있었는데도?”

    “그러는 오빠는 어제 그 일이 있었는데도 일하러 가잖아?”

    “뭐. 그렇긴 한데···.”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내 데뷔를 막을 수 없어! 운석?! 어림도 없지!”

    박유나의 기세에 압도당한 이세우.

    “아! 늦었다! 세우 오빠, 오늘도 파이팅!”

    이세우를 향해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박유나.

    “그래. 너도 파이팅이다.”

    박유나가 1층의 대문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아직 여유가 있던 이세우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군!”

    어제도 봤던 김기용이 환한 표정으로 이세우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이군, 부모님이 강원도에 계신다고 했지?”

    “예.”

    “부모님 뵈러 안 가 봐도 돼?”

    일주일동안 시급을 2배로 지급한다는 문자를 보낸 사람이 김기용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공사의 지시였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김기용의 진심은 아니었다.

    “어쩌겠어요.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그리고 부모님은 일 쉴 때 뵈러가기로 했어요.”

    “그래. 잘했어. 어지간해서는 이런 기회··· 안 와. 일주일동안 뼈 빠지게 일한 후에 부모님 만나 뵈러 가. 논다고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일한다고 못가는 거니까. 부모님도 이해해주실 거야.”

    어느새 이세우를 태운 승합차가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이세우는 평소처럼 함바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참고로.

    어제 퇴근할 때 입었던 작업복을 입고 출근했다.

    휴대폰을 컨테이너의 사물함에 넣어둔 이세우는 평소처럼 준비 작업을 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응? 이게 뭐지?”

    준비 작업을 하려고 하던 이세우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건 탁구공 크기의 투명한 크리스털이다.

    “다이아몬드?”

    보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세우가 보기에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근데 다이아몬드가 저렇게 큰 게 있나? 가짠가? 하긴 이런 곳에 진짜 다이아몬드가 있을 리 없지.”

    어제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 말인즉 어제 퇴근한 후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뜻이다.

    이런 공사 현장에 보석을, 그것도 저렇게 큰 것을 가지고 오는 사람은 없다.

    가짜일 확률이 아주 높다는 뜻이다.

    이세우는 눈앞의 크리스털이 진짜 보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손을 뻗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으헉!”

    크리스털에 손이 닿는 것과 동시에 손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뭔데 이렇게 차가워?”

    크리스털이 너무 차가워서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땅바닥으로 떨어진 크리스털을 빤히 쳐다보던 이세우가 옷의 소매로 크리스털을 다시 잡았다.

    “응?”

    그런데 이번에는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뭐지?”

    옷소매를 걷어, 손으로 직접 크리스털을 잡았다.

    역시나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착각한 건가? 그나저나 이런 건 얼마나 하려나?”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는 이세우.

    “신고해야 하나?”

    어쩌면 진짜 다이아몬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고하지 않고 몰래 습득한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냐. 그냥 가지고 있자. 나중에 누가 찾으면 그때 말해도 돼.”

    왠지 모르겠지만 이 크리스털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돈 욕심이 나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돈 욕심이 나서 가지고 있기로 한 것은 아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을 마친 이세우는 김기용의 승합차를 타고 퇴근했다.

    “이군도 수고했어. 내일도 출근하는 거 잊지마.”

    “예. 들어가세요.”

    김기용과 헤어진 후 옥탑방으로 돌아온 이세우.

    세수를 끝낸 이세우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아! 이것도 있었지.”

    일하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크리스털을 꺼내는 이세우.

    “진짜일리도 없는 이걸 왜 챙긴 거지?”

    공사 현장에서 크리스털을 챙길 때만 해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옥탑방으로 돌아온 후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대와 관심이 완전히 끊어졌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오늘은 무슨 맛으로 먹을까?”

    이세우의 관심은 저녁으로 먹을 라면에 쏠렸다.

    평소처럼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한 이세우는, 평소처럼 휴대폰으로 너튜브를 보다가 잠에 빠졌다.

    어제 운석 난리가 있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받아들여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 느낌의 음성이 이세우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깊은 수면에 빠진 이세우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세우가 방구석 어딘가에 던져 놓았던 크리스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집중하고 봐야지만 겨우 알아차릴 정도의 아지랑이는 곤히 잠들어 있는 이세우의 코로 흘러들어갔다.

    그러자 이세우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이세우의 육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다.

    변화는 이세우의 꿈에서 일어났다.

    옥탑방의 자기 방에서 잠이 든 이세우는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었다.

    아니 그건 꿈이 아니었다.

    일종의 명상 상태였다.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깊은 명상 상태였다.

    꿈속에서 명상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 상태로 백년 아니 천년이라도 이렇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서 엄청난 폭음이 울렸다.

    더불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불안함과 불길함이 느껴졌다.

    백년 아니 천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던 고요한 명상이 깨졌다.

    “응?”

    그때서야 볼 수 있었다.

    꿈속의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꿈속의 이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거대한 아니 거대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파충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룡? 아니 공룡이라고 하기 보다는···.”

    군대 있을 때 읽었던 판타지 소설의 드래곤이 떠올랐다.

    “쿠아아아아아앙!”

    명상에서 깨어난 이세우 아니 파충류가 거칠게 포효하며 몸을 일으켰다.

    “뭐지?”

    이세우의 의지가 아니었다.

    꿈속의 이세우 그러니까 파충류가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이거 내 꿈이잖아? 그런데 왜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거지?’

    이세우가 의문을 품을 때 파충류의 몸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명상 상태일 때만 해도 거대한 동굴 안에 있던 파충류가 다시 나타난 곳은 티 없이 푸른 하늘 위였다.

    그리고 그 하늘에는···.

    “우주선?”

    SF영화에 자주 등장하던 거대한 원반 형태의 우주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역시 꿈이었어.”

    우주선을 보고 당황하는 표정을 짓던 이세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거대한 파충류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거기에 우주선까지···.

    처음에는 너무 진짜처럼 느껴져서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 싸운다!”

    이세우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파충류가 우주선을 향해서 브레스를 뿜어냈다.

    “이러니까 진짜 드래곤 같은데?”

    파충류 아니 드래곤의 브레스가 우주선을 덮쳤지만 우주선은 멀쩡했다.

    우주선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방어막이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아낸 것이다.

    그렇다고 우주선이 아무 타격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투명한 방어막을 둘러싸고 있던 우주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우주선에서 레이저 광선이 발사되었다. 드래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레이저 광선을 피했다.

    드래곤의 몸 주변에서 빛으로 이뤄진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SF와 판타지의 결합이라니! 내 꿈이지만 진짜 대단하다! 어지간한 영화는 명함도 못 내밀겠어!”

    드래곤이 만든 마법진에서 불덩어리 수십 개가 발사되었다. 드래곤은 그걸로 부족하다는 듯 브레스를 다시 발사했다.

    우주선도 레이저를 다시 발사했다. 그리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미사일도 수십 개 발사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콰앙!!! 쾅!!!!

    레이저와 미사일 그리고 브레스와 불덩어리들이 충돌하며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우주선과 드래곤의 흥미진진한 전투가 지속된다 싶을 때 드래곤의 몸이 비틀거렸다.

    “끄아아악!”

    우주선의 공격은 드래곤에게 닿지 않았다.

    그런데도 드래곤은 고통스러워했다.

    문제는 드래곤에게 빙의(?)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상태로 있던 이세우에게도 그 고통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꿈이잖아! 꿈인데 왜 이렇게 아파?! 원래 꿈에서는 안 아픈 거 아니었어?”

    고통이 어찌나 지독한지 이러다가 진짜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때 드래곤이 말을 했다.

    “젠장! 하필 지금···.”

    드래곤의 언어는 분명 처음 듣는 언어였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계의 흉물아! 나 혼자 죽지 않는다!”

    드래곤의 외침과 함께 드래곤의 몸이 폭발했다.

    그 폭발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주선이 태풍 앞의 촛불처럼 휘청거렸다.

    “어?”

    드래곤이 자폭하면서 드래곤은 사라졌다. 하지만 이세우는 그대로였다.

    그렇다고 꿈에서 깬 것도 아니었다.

    제 3 자의 입장에서 우주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곧이어 촛불처럼 꺼질 것 같던 우주선이 사라졌다.

    그리고 죽을 것 같던 고통도 사라졌다.

    그때서야 현실처럼 생생하던 꿈도 거짓말처럼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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