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3화 (3/81)
  • 〈 3화 〉 챕터 1 하늘에서 내리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북한군이 쳐들어왔다고 했으면 바로 반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운석 이야기를 하니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서울시 전체에 울리고 있는 사이렌 소리가 아니었다면 장난이라고 했을 것이다.

    “지, 진짜요?”

    “그렇다니까! 지금 뉴스에 나오고 난리도 아니야. 저 사이렌 소리 들리지? 운석이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운석이 우리나라로 날아오고 있어서 울리는 거야!”

    “허-씨!”

    그제야 어느 정도 실감이 난 사람들이 컨테이너로 달려갔다.

    일을 할 때는 휴대폰을 비롯한 개인 용품을 컨테이너 사물함에 넣어두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전화 왔다! 전화 받아!

    지이이잉! 지이이잉!

    사물함에 보관 중이던 각자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허겁지겁 휴대폰을 받았다.

    이세우의 휴대폰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잠잠했다.

    “아!”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아차리는 이세우.

    지금쯤이면 부모님은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실 시간이다.

    이세우가 일하는 동안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듯, 부모님 역시 일을 하시는 동안은 휴대폰을 보지 않으신다.

    “일단···.”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려고 하던 이세우가 마음을 바꿨다.

    앞서 언급한대로 부모님은 밭일을 하시는 동안은 휴대폰을 보지 않으신다.

    지금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전화 드리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 전화 드리기 전에 현장 감독의 말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현장 감독이 저런 걸로 거짓말할 리 없지만 그래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때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안 다음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도 늦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긴급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휴대폰으로 접속한 인터넷에서 긴급 속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현장 감독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그 어떤 나라도 감지하지 못한 운석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그 운석은 대한민국의 남해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운석의 추락까지 2~3시간 정도 남았다고 한다.

    문제는 운석의 크기다.

    예전에도 수많은 운석들이 지구에 떨어졌다.

    하지만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크기가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으로 날아오고 있는 운석은 절대 작지 않았다.

    직경이 무려 300미터나 되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운석이 이제야 발견되었는지 의문이다.

    저 정도 크기의 운석이 남해에 떨어지면··· 대한민국은 그대로 망한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에도 엄청난 피해를 끼치게 된다.

    자칫하면 아시아 전체가 끝장날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 아! 방금 새로운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중국이 운석을 향해서 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니다.]

    원래라면 주변국 그러니까 대한민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유일하게 눈치를 보는 미국과 상의를 한 후에 발사해야 한다.

    다급했던 중국은 상의는 물론이고 통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핵 미사일을 그것도 3발이나 발사했다.

    “중국 놈들 미친 거 아냐? 핵이라니!”

    “그럼, 이대로 운석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내 생각에도 이번에는 중국이 잘한 것 같아. 일단 운석부터 처리하고 봐야지. 이런 상황에 무슨 상의야!”

    “그렇긴 한데···. 그래도 핵 미사일을 저렇게 막 쏴도 되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나도 그 점이 조금 걸리기는 한데. 어쩌겠어. 일단 살고 봐야지.”

    가족들과의 통화를 끝낸 사람들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긴급 속보 방송에 집중했다.

    이세우 역시 긴급 속보 방송이 나오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군!”

    승합차로 이세우를 출퇴근시켜주는 김기용이 이세우를 불렀다.

    “난 아무래도 여기 못 있겠어. 자칫하면···.”

    김기용이 뒷말을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운석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끝난다.

    어쩌면 오늘 이 순간이 가족과 함께 하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이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던 김기용은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가족들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니, 같은 동네에 사는 이세우도 데려가려는 것이다.

    “이군은 집이 강원도라고 했지? 멀리는 못가고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는 갈 수 있는데, 데려다 줘?”

    시외버스 터미널까지는 데려다주지 못하니 그곳까지 가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라는 뜻이다.

    “이 상황에 시외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할까요? 그리고 2~3시간 안에 운석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세우의 집은 강원도 정선 시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 정선 시내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

    운석 추락 예정시간인 2~3시간 안에 강원도에 도착하기 어렵다.

    기적이 일어나서 강원도에 도착한다고 해도···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운석이 떨어질 것이다.

    부모님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운석이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의 일이다.

    “그 시간 안에 고향 집까지 못갈 것 같아요. 이 상황에 계속 일하는 것도 그렇고···. 집으로 가신다고 하셨죠? 그럼, 저도 동네까지만 태워주세요.”

    일하던 공사현장에서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에 계신 고향집을 못 간다면 지금 살고 있는 옥탑방에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얼른 타.”

    옷을 갈아입는 것이 무의미했다.

    이세우는 휴대폰만을 챙긴 채 승합차에 올라탔다.

    이세우처럼 작업복을 입고 있던 김기용이 그대로 승합차를 출발시켰다.

    평소에 출근시켜주던 다른 사람들은 김기용의 집과 반대방향이다.

    지금은 그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아, 좀 돌아갈 거야.”

    김기용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있다.

    김기용의 아내는 집에서 야구글로브 만드는 일을 한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던 김기용은 아들과 딸이 있는 초등학교로 향했다.

    “엄마!”

    김기용의 승합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이세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시던 어머니가 전화를 주신 것이다.

    알고 보니 사이렌 소리는 서울에만 울린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전체에 울렸다.

    부모님이 계신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에서도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마을 이장이 마을 회관에 설치되어 있는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운석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때서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된 부모님은 헐레벌떡 휴대폰을 찾아, 이세우에게 전화를 했다.

    “예. 전 괜찮아요. 엄마랑 아빠도 괜찮죠? 예. 근데··· 지금 당장은 못갈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의 통화가 부모님과의 마지막 통화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터져 나오려고 하는 울음을 억지로 참았다.

    여기서 내가 울면 부모님도 우실 것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기억에··· 마지막 모습을 우는 모습으로 기억되기 싫었다.

    마지막까지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

    “예.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아직 뉴스 못 보셨어요? 중국에서 미사일을 쐈어요. 조금 있으면 우리나라랑 미군도 미사일을 쏠 거예요. 예. 그러면 운석도 바로 파괴될 거예요. 예. 금방 해결될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예. 오늘은 이래저래 많이 놀라셨을 테니까. 일은 그만하시고, 하루 푹 쉬세요. 저도 일 끝내고 집으로 가는 중이에요. 예. 집에 도착해서 다시 전화 드릴게요. 예. 들어가세요.”

    통화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이세우의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휴대폰 액정으로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군···.”

    이세우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김기용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기용은 말없이 울고 있는 이세우를 간간히 살피며 초등학교로 향했다.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김기용만이 아니었다.

    다들 운석 소식을 듣자마자, 일을 팽개치고 자식들이 있는 초등학교로 달려왔다.

    그 탓에 초등학교 운동장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초등학생들도 운석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로인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초등학생들이 동요할 것을 우려한 선생님들이 최대한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그저 갑자기 몰려온 학부모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만 느끼고 있었다.

    “세우 오빠.”

    “세우 형.”

    이미 알다시피 김기용과 이세우는 같은 동네에 산다. 그리고 김기용이 이세우를 출퇴근시켜주고 있다.

    가끔은 김기용이 이세우를 태운 채 초등학교에 들러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갈 때도 있었다.

    즉 김기용의 아들과 딸은 이세우와 안면이 있다는 뜻이다.

    아직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세우는 김기용의 아들과 딸이 부르는 소리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숙인 채 뜨거운 눈물만 뚝뚝- 떨어뜨렸다.

    “아빠, 세우 오빠···.”

    “아빠. 세우 형, 아파?”

    “얘들아, 오늘은 그냥 조용히 가자.”

    “···예.”

    앞서 언급한대로 어른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김기용의 딸과 아들은 김기용이 시키는 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군, 내일도 웃는 얼굴로 보자고.”

    “예. 내일도 웃는 얼굴로 봬요.”

    동네로 돌아오는 동안 감정을 많이 추스른 이세우가 억지 미소를 그리며 승합차에서 내렸다.

    “하아-”

    이세우가 한숨을 푹 쉬며 옥탑방으로 뚜벅뚜벅 올라갔다.

    박유나의 가족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조용했다.

    “어떻게 됐지?”

    옥탑방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기로 했다.

    그렇다고 바로 전화를 드린 것은 아니다.

    운석의 상태가 궁금했다.

    동네로 돌아오는 동안은 뉴스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울적하기도 했고.

    혹시라도 김기용의 아들과 딸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싶어서 일부러 뉴스를 확인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 핵 미사일이··· 아-씨!”

    중국이 발사한 핵 미사일 3발은 운석에 명중했다.

    그렇다고 그게 운석의 파괴를 뜻하지는 않았다.

    뉴스에 따르면 핵 미사일에 맞은 운석이 삼등분된 상태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한다.

    삼등분 된 운석은 여전히 위험한 상태였다.

    저 삼등분 된 운석 중에 하나라도 떨어지면 대한민국은 사실상 끝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뭐하는 거야! 세계 최강국이라면서! 1000조국의 위력을 보여 달라고!”

    잠시 후 일본의 오키나와에 머물고 있던 미군의 항공모함에서 핵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미군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역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먼저 핵 미사일을 발사했던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번에는 핵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

    운석과 지구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지금 상황에서 핵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미군은 그걸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라. 제발!”

    뉴스에서 보여주는 미사일 발사 동영상을 보며 간절하게 기도하는 이세우.

    “아!”

    그때서야 부모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세우가 손을 부르르- 떨며 부모님의 번호를 눌렀다.

    곧이어 휴대폰에서 너무나도 보고 싶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의 얼굴을 보면 자동으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화상통화는 할 수 없었다.

    “우리 아들!”

    “엄마.”

    어쩌면 이 순간이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이 쉼 없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게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지금 못하면 영원히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데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얼른 부모님께 말씀드려. 사랑한다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할 수도 있어! 이 답답아! 어서, 사랑한다고 말씀드리라고!’

    머릿속의 또 다른 이세우가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감정표현이 서툴렀던 이세우는 끝내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미군 등이 쏜 미사일이 운석에 명중했다는 속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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