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래 탄 세우-2화 (2/81)
  • 〈 2화 〉 챕터 1 하늘에서 내리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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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9일.

    빠아~빠! 빠빠빠! 빠-빠라 빠빠! 빠바라 빠빠!!

    익숙한 알람과 함께 누군가의 팔이 움직였다.

    그 팔의 주인이 원하는 것은 익숙하지만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저 지랄 맞은 알람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알람의 출처 그러니까 휴대폰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대로 저 지랄 맞은 알람을 계속 듣나 싶을 때 상황이 바뀌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던 알람이 사람의 목소리로 바뀐 것이다.

    [얼른 일어나! 이래도 안 일어나?! 중대장은 너에게 실망했다! 일어나! 네가 알람 맞췄잖아! 얼른 일어나! 이래도 안 일어나?! 중대장은 너에게 실망했다! 일어나! 네가 알람 맞췄잖아!]

    “어구구구-”

    그때서야 눈을 감은 채로 팔을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던 사람이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어우, 내가 무슨 생각으로 저런 알람을 맞춰놓은 거지?”

    눈을 뜨기는 했지만 정신을 번쩍! 차린 것은 아니었다.

    아직 잠이 떨 깬 사내가 오만상을 쓰며 주변을 살폈다.

    “저기 있구나.”

    사내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만악(萬惡) 아니 알람의 근원인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사내가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거리에 놓여 있던 휴대폰은 계속해서 알람을 울렸다.

    “으~”

    알람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내는 휴대폰이 아닌 다른 것을 제일 먼저 챙겼다.

    그 다른 것은··· 에어파스다.

    치익~

    사내가 몸 곳곳에 에어파스를 뿌렸다.

    “어-우~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사내가 엉금엉금 기어서 휴대폰으로 향했다.

    사내가 끔찍한 알람을 쉼 없이 반복하고 있는 휴대폰의 버튼을 눌렀다.

    그때서야 휴대폰이 주둥이를 다물었다.

    “아~ 가지말까? 다시 잘까?”

    휴대폰이 꺼지면서 세상이 고요해졌다.

    덩달아 쉬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멍한 얼굴로 벽을 바라보던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

    사내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다.

    “어푸- 어푸-”

    큰 볼일을 본 후 세수와 양치를 하는 사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다시 잘 것처럼 말하던 사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외출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옥탑방을 나온 사내는 1층의 대문으로 향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사내가 2층으로 내려왔을 때 검은 그림자가 사내를 덮쳤다.

    “왁!”

    “어우!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는 사내.

    “헤헤헤.”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한 검은 그림자를 무섭게 노려보는 사내.

    “박유나!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과장 좀 보태서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눈이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생에 나라를 10번 정도 구한 것 같은 얼굴의 박유나가 장난기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반응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둘 수가 없는 걸.”

    “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농담이고. 오빠, 잠 깨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오빠 생각 많이 하는 거 알잖아.”

    “알긴 뭘 알아! 순전히 나 놀려먹으려고 하는 거면서! 경고하는데, 다음에 또 이러면···.”

    사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려 후다닥- 내려가는 박유나.

    2층에서 튀어 나온 박유나는 한순간에 1층에 자리하고 있는 현관 대문에 도착했다.

    1층의 현관 대문에 도착한 박유나가 발걸음을 멈춘 후 사내를 보며 말했다.

    “세우 오빠, 오늘도 파이팅!”

    이세우를 향해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박유나.

    “박유나! 난 분명히 경고했다! 다음에 또···.”

    이세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문 밖으로 사라지는 박유나.

    “빠르다. 빨라. 유나 쟨 아이돌이 아니라 육상 선수를 시켰어야 해.”

    불현듯 박유나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세우는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서울에 있는 ‘명희대학교’에 합격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서울에서 사는 것을 꿈꿔왔던 이세우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너무 기뻤던 이세우는 입학식도 하기 전에 명희대학교를 찾아갔다.

    앞으로 자신이 다니게 될 명희대학교를 미리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박유나를 만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미모가 남달랐던 박유나는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 있던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평소에는 엄마와 함께였지만 그날만큼은 일이 생겨서 박유나 혼자 소속사로 가야했다.

    그리고 그 일이 생겼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상쩍은 사내가 혼자 움직이던 박유나를 덮친 것이다.

    들뜬 마음에 서울에 상경했지만 지리가 익숙하지 못해서 길을 헤매던 이세우가 운명처럼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박유나의 비명을 듣는 순간 생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그땐 박유나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저 비명을 지르는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세우의 빠른 대처 덕분에 박유나는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 않았다.

    이세우와 범인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 소란을 들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다.

    잠시 후 출동한 경찰이 범인과 박유나 그리고 이세우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딸의 소식을 접한 박유나의 아버지가 헐레벌떡 경찰서로 달려왔다.

    경찰을 통해서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박유나의 아버지 박도술이 이세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세우가 집 근처에 있는 명희대학교를 견학하러 왔다가 딸을 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뜩였다.

    박도술은 2층짜리 집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2층짜리 집의 옥상에는 작은 옥탑방이 있다.

    1층은 전세를 주고 옥탑방은 월세를 줬다.

    그 옥탑방을 쓰고 있는 사람이 명희대학교 4학년생으로, 이세우가 입학할 때쯤 옥탑방을 비울 예정이었다.

    박도술은 앞으로 비게 될 그 옥탑방을 이세우에게 주기로 했다.

    집이 강원도인 이세우는 명희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렇다고 기숙사가 공짜인 것은 아니다.

    돈을 내야했다.

    그런데 박도술은 옥탑방을 공짜로 내주겠다고 했다.

    한 푼이 아쉬웠던 이세우는 체면 차리지 않고 바로 옥탑방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때부터 박유나와 이세우의 한 집(?) 살림이 시작되었다.

    그 날의 일을 계기로 박유나와 이세우는 진짜 남매처럼 가까워졌다.

    그 뒤 이세우는 예정대로 명희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다시 1년이 흘러, 대한민국의 신체 건장한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는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이세우는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무사히 제대했다.

    부모님께 제일 먼저 제대 인사를 드린 이세우는 복학 신청 및 학교가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겸 명희대학교를 찾았다.

    복학 신청을 끝낸 이세우는 입대 전에 신세를 졌던 박도술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이세우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던 박도술은 옥탑방을 비워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2년 내내 비워둔 것은 아니다.

    이세우가 제대할 때를 맞춰서 그렇게 계약을 한 거였다.

    박도술은 이번에도 옥탑방을 공짜로 내주려고 했다.

    그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던 이세우는 몇 번 거절하다가 결국 다시 공짜로 옥탑방에 신세지기로 했다.

    박도술에게 신세를 진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강원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이세우의 집은 그렇게 부유하지 않았다.

    졸업할 때까지 공짜로 옥탑방에 머물게 되었다고 해서 살림이 확! 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세우 본인을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문제는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복학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못 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 정도였다.

    그때 도움을 준 사람이 박도술이다.

    박도술이 아는 사람 중에 미장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세우는 그 사람의 소개로 공사장에서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

    오늘이 벽돌을 나른 지 5일이 되는 날이다.

    “도술이 아저씨 아니었으면···.”

    박도술은 이세우가 은인이라고 말했지만 그 반대다.

    박도술이야 말로 이세우의 은인이다.

    “유나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나도 힘내자.”

    아침 해가 뜨기가 무섭게 학교가 아닌 소속사 연습실로 달려가는 박유나를 보며 힘을 내기로 한 이세우.

    참고로.

    박유나는 아이돌 데뷔를 코앞에 두고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가 아닌 소속사 연습실로 가는 것도 최종 마무리를 위해서다.

    “안녕하세요.”

    5분 정도 걸은 이세우의 눈에 승합차가 들어왔다.

    이세우가 그 승합차의 운전석을 향해서 인사했다.

    승합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박도술이 소개해준 미장이 김기용이다.

    “이군, 몸은 괜찮아?”

    “하하- 예.”

    어색하게 웃으며 승합차에 타는 이세우.

    “지금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지금 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근육통도 싹~ 사라질 거야.”

    김기용이 그렇게 말하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김기용이 모는 승합차는 이세우 한명을 태운 채, 20분 거리에 있던 공사 현장에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김기용에게 인사하며 승합차에서 내리는 이세우.

    김기용의 승합차가 다시 움직였다.

    반대 방향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태우러 가는 것이다.

    “오늘 반찬은 뭘까?”

    이세우가 향하는 곳은, 공사 현장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함바집이다.

    이세우를 비롯한 현장 일꾼들은 이 함바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이세우를 비롯한 알꾼들의 식비는 공사 업체에서 지불하고 있다.

    즉 공짜라는 뜻이다.

    “잘 먹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끝낸 이세우가 향한 곳은 함바집 옆에 있는 컨테이너다.

    이 컨테이너에는 작업복을 비롯한 개인용품을 넣을 수 있는 개인 사물함이 있다.

    이세우가 자신의 사물함에서 작업복을 꺼냈다.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세우가 컨테이너 밖으로 나올 때쯤 김기용이 모는 승합차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이세우가 승합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인사했다.

    “이군, 식사했어?”

    “예. 전 벌써 먹었어요.”

    “이군, 좀 쉬고 있어. 우리도 얼른 식사하고 나올게.”

    “천천히 맛있게 드세요.”

    이세우가 일하는 공사 현장은 그날 할당된 일만 다 하면 먼저 퇴근하는 것이 가능했다.

    퇴근 시간이 되었다고 무조건 퇴근하게 하면 요령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효율이 나지 않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아직 일이 어설펐던 이세우는 조기 퇴근이 아니라 할당된 일을 다 마치기도 버거웠다.

    어떻게든 김기용과 퇴근 시간을 맞춰, 김기용의 승합차를 타고 퇴근하고 싶었던 이세우는 자신만의 준비 작업이라는 것을 했다.

    “이군, 쉬고 있으라니까.”

    아침 식사를 끝낸 김기용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이세우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세우를 지금의 현장으로 데려온 사람이 김기용이다.

    이세우가 일을 못하면 이세우를 데려온 김기용이 욕을 먹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세우가 일을 잘하면 김기용이 사람 잘 데려왔다고 칭찬을 받는다.

    노가다가 처음이었던 이세우는 일을 잘한다고 볼 수 없었다.

    대신 불만을 토로하거나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다.

    김기용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 점을 좋게 봤다.

    “자자- 다들 여기로 모여.”

    8시가 되자, 현장 감독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정식 업무 시작 시간은 8시 30분이다.

    현장 감독은 그 전에 안전 교육을 하려는 것이다.

    참고로.

    건설 현장 일을 하려면 4시간짜리 ‘건설기초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인가받은 교육장에서의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현장 감독이 하는 안전 교육은 자체적으로 하는, 이를테면 일하는 동안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는 등의 실무적인 내용의 교육을 말한다.

    현장 감독은 그제도 그리고 어제도 했던 안전 유의 사항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말한 후 몸 풀기 체조를 시작했다.

    하는 일이 노가다이다 보니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에 몸을 풀어줘야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

    10분 동안 진행된 현장 안전 교육과 몸 풀기 체조가 끝났다.

    “오늘도! 안전! 안전이 최고다!”

    현장 감독이 구호를 외치자, 이세우를 비롯한 사람들도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오늘도 안전! 안전이 최고다!”

    그렇게 현장 안전 교육을 끝낸 현장 감독은 공사장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컨테이너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세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적인 노가다에 돌입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11시 15분이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점심시간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이세우가 이런 생각을 하며 벽돌을 나르려고 할 찰나.

    “으아아아아!”

    컨테이너 사무실에 있던 현장 감독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

    “뭐야? 왜 저래?”

    “마누라가 바람이라도 났나?”

    “주식 크게 한다더니, 그거 때문에 저러는 거 아냐?”

    이세우를 비롯한 사람들이 행동을 멈춘 채 현장 감독을 쳐다보았다.

    “큰일 났어! 큰일 났다고!”

    하얗게 질린 얼굴의 현장 감독이 다급하게 말했다.

    “지, 지금···.”

    현장 감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뭐여? 갑자기 사이렌이 왜 울려?”

    “전쟁 터진 거 아녀?!”

    “북한 놈들이 쳐들어왔다고?!”

    “그게 아니고서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현장 감독이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지금 거대한 운석이 우리나라로··· 떨어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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