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9 화 팬 1 호
새로운 무기를 받아 공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언뜻 이런 이야기가 들려왔다.
"역시[윙로드]야, 그 녀석들 최근 진짜 어려운 랭크 5 퀘스트를 깨고있다구"
"아, [폭주 고대 골렘] [엘릭서 탈환] [슬라임 열풍 진압]까지 한 달에 세 개니까. 반면에 [엘리멘트 마스터]는 아직도 [리치 토벌]중이고"
"역시 그릇이 달라. 진짜 엘리트라구."
"퍼레이드에서 봤을 때는 광전사한테 위축됬지만 그건 분명 협박용 마법을 사용했을거야"
리치 토벌은 이미 끝냈고 시간이 오래걸린것은 실험때문이었다는둥 위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는 둥 변명할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부러 그럴 필요도 없다.
이스키아에서의 싸움에서 화려하게 활약하고 랭크 5 가 된 우리 [엘리멘트 마스터]는 3 달이라는 빠른 랭크 업 기록과 함께 그동안 스파다에서 가장 젊고 추진력있는 [윙로드]의 라이벌로 주목받게되었다.
하지만 낯선 그들이 기대와는 달리 랭크 업에서 한달이 지나도 퀘스트 클리어 보고가 오지않는다는 불미스러운 결과.
반면 이스키아에서 빼앗긴 활약을 되찾으려는 듯이, 연달아 랭크 5 퀘스트를 클리어해보인 [윙로드].
그 차이는 분명하다. 하물며 퀘스트의 결과 밖에 알려지지않은 사람들에겐 더욱 클 것이다. 2 달은 역시[윙로드]가 최고아니냐 는 소문이 흐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벼, 별로 억울한건 아니니까 ......
"아, 저어 ......"
그래, 우리들은 눈에 띄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도를 물리칠 목적을 향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으니, 그걸로 좋은 것이다.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 불만도 없다 - 아니, 하지만 역시 조금 넬에게 자랑할 수 있는 활약 있으면 좋겠다 - 라고 허세부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저, 실례합니다!"
"우옷!?"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던 탓에 부르는줄 전혀 몰랐다.
다소 긴장하면서도 순간 뒤돌아보니 시야의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머리가 보일 정도로 몸집이 작은 여학생이 있었다.
"우우 ...... 저, 저기 ......나이트 메어 버서커 크로노 씨 ...... 맞죠?"
게다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우와, 대답하고 싶지 않다. "그래, 내가 나이트 메어 버서커다"라고 가슴을 펴고 대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아아, 내가 크로노다만"
좀 깬다. 공식적으로 나이트 메어 버서커가 클래스 이름이 되었다하더라도 창피하니까.
어쨌든, 사소한 나의 수치심은 일단 미뤄두자. 지금 문제가되는 것은 이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말을 걸어온 소녀 관한 것이다.
그 정돈된 까만 재킷 여자 제복을 봐서 신학교의 학생인 것은 틀림없다. 그 와중에 생각해보니 나도 신학교까지 도착했던 것같다. 지금 막 정문을 지나던 참이었다.
"무슨 일이지?"
검정에 가까운 진한 갈색의 단발 머리에 포동포동한 귀여운 눈에는 얇게 눈물이 맺혀있다. 가녀리고 몸집이 작은 것을 보면 어딘가 작은 동물처럼 느껴지는 그녀의 얼굴은 본 기억이 없다 - 아니, 있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확실히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그것이 언제 어디서였냐는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격하게 아슬아슬한 기억 탓에 무심코 대답이 심하게 퉁명스럽게 되어버렸다.
히익, 작게 새어나온 비명을, 나의 지옥귀는 놓치지 않았다.
뭐랄까, 쓸데없이 겁줘버렸네 ......
"그, 그 ...... 그러니까 ......"
드디어 눈가에서 쏟아지려는 눈물. 떨리는 작은 몸.
위험한데, 이 자리에서 가속도적으로 범죄적 이미지가 상승하고있다. 그리고 5 분 정도 지나면 사피르가 "그 여자에게서 떨어져, 검은 강간마 - 나이트 메어 레이퍼"라고 말하며 등장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해서 유효한 타개책도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선 저 아이를 놀라게하지 않도록 먼저 시선을 맞추고 상냥하게 말을 걸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안돼, 네로 수준의 꽃미남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 행위다. 적어도 내가 이걸하고 성공하는 것은 릴리 뿐이겠지.
요컨대, 나는 그 자리에 굳은 것처럼 멍하니 선 채 말없이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기로했다. 젠장, 이 긴장감, 리치 이상이다.
"아, 제 친구, ...... 이스 키아에 있어서, 어, 그래서 ...... 크로노 씨가 도와주셔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래도 그녀가 열심히 말하려고 하는걸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혹시, 고맙다고 말하러 온건가"
"네 ...... 아,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울먹이며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감사함과 동시에 힘차게 숙여지는 머리. 여자의 그런 모습을 보여지면, 평소의 나라면 초조해하거나 당황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순수하게 기뻤다. 그런가, 사람을 돕는다는건 이런 것인가, 라고. 새삼 실감했다.
"그래, 네 친구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
결코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 이스키아 고성으로 향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감사받으면 기쁜 것이다. 어쩔 수없이.
도적들에게서 시에나들을 구출했을 때도 실감했지만, 역시 자신의 행동이 제대로 보상받는다는 것은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일이다.
"으, 아 ...... 아, 저, 크로노 씨 ......"
그래서, 나는 행복에 젖은 나머지 그 기세 그대로 눈앞에 놓인 그녀의 뒤통수를 어루만져버리고 있었다.
"아, 미안, 무심코."
탓 손을 떼며 사과했다. 안되지, 그런데도 이 여자의 머리는 쓰다듬기 좋게 생겼네, 같은 제멋대로인 이미지 탓에 죄책감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아니, 정말로 미안.
"아뇨! 크로노 씨에게 쓰다듬어져서, 여, 영광입니다!"
울상인채로 "영광입니다"라고하니 내가 무리하게 말하게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렇지만, 뭘까, 이 가슴이 벅찬 감정은. 영광이라 ...... 나에게 쓰다듬어져서 영광, 이라 ......
"사실 저는 [커스 카니발]을 봤어요! 경기장에서! 크로노 씨, 너무 멋있었어요! 팬이에요! 사인해주세요!"
내가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당황하던 중 그 빈틈을 파고드는 것처럼 그녀가 마구 말했다. 이제 기세대로 전부 말해버리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 그 대회봤었어? 팬이라고 할까 ...... 사인?"
"네! 부탁합니다!"
동시에 유니폼의 가슴 주머니에서 꺼낸 학생 수첩을 내밀었다. 펜도 세트로.
경직된 나. 아니, 왜냐하면 갑자기 사인이라든지 말해져도 어디의 연예인이냐 ...... 아니, 지금의 나는 랭크 5 모험가로 왕에게서 훈장을 하사받은 스파다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 된 것은 사실이다. 나는 진짜 유명 인사인 것이다.
하지만 좀 기다려봐. 정작 유명해졌다고는해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인을 해줄 수 있는가하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부끄럽다. 향후 자신이 유명해졌을 때를 대비해 사인 연습을하거나 필명의 정교한 사인 디자인을 생각하던 때가 기억나면 베개에 얼굴을 묻고 버둥버둥거려버릴 정도로 부끄러운 것이다 .
아니, 난 하지않았어. 결코 그런 일은 하지않았어. 중학생의 나는 멋진 필명을 생각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으니까!
"저 ...... 안돼는, 건가요?"
"아니, 괜찮아. 사인 정도는"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 그 자연의 섭리를 지금만큼 강하게 느낀 적이 없다.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울 것 같은 그녀를 앞둔 나는 당황해서 쾌히 승낙해버렸다.
그런고로, 학생 수첩과 펜을 받은건 좋다만, 뭐라고 써야되나 ......
"자"
"감사합니다!"
만면의 미소로 학생 수첩을받는 그녀. 거기에는 제대로 [나이트 메어 버서커 크로노]라고 기록되어있다.
해버렸다. 스스로 부끄러운 이명을 자칭하는 것은 두 번째다. 역시 부끄럽다. 젠장, 윌, 원망할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해주세요!"
"아, 응원 감사합니다"
그런 복잡한 심정을 모르는 그녀는 그렇게 떠나갔다.
처음에는 울상이었지만, 결국은 웃는 얼굴로 이별한 것이기 때문에, 좋은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치더라도, 감사를 전하는 팬과 사인으로 단번에 "명성"이라는 녀석의 매력을 느껴버렸다. 혹시 내가 정말 인기인이 될 수 있는게 아닐까 - 그렇게 착각해버릴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그래, 나는 명예에 취할 정도로 자기 과시 욕구가 강하지않다. 가장 중요한 일을, 나는 확실히 알고있다. 명성 따윈 부차적인 것이다.
일단 지금은 나에게도 팬이 있구나라는 기분에 잠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름도 반도 듣지 못했지만, 만약 다음에 만나면 좀 더 멋지게 서비스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아가씨, 에스코트해드릴까요, 같은.
"...... 아"
생각났다.
바보같은 망상에서 뜻밖의 해답이 도출되었다. 에스코트, 길 안내.
그래, 그 아이는 내가 처음 신학교를 방문했을 때, 시몬이 사는 기숙사의 위치를 물었던 여학생이다. 크게 위축된, 무엇보다 여학생에게 말을 걸면 어쩌자는거냐 라고 반성한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런 그녀도 지금은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게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한 진보했다는 느낌 때문에 이상하다.
어쨌든, 멋진 만남에 깔끔한 기분이 되었다. 오늘은 시련 퀘스트도 찾았고, 왠지 재수가 좋네 - 라고 방심한 것이 실수였던 것일까.
귀환 지점인 기숙사가 코앞에 다가온 그 순간이다.
" - 메에!"
" - 꺄아!"
귀에 들려온것은 누군가와 다투는 여자의 목소리.
"음, 이 목소리는 릴리 ......와 넬인가"
위험한 조합이라고 즉시 이해했다. 무심코 흘러나오는 한숨.
"하아 ...... 또인가"
하여간, 무슨 말로 중재해야하나. 고민하면서도, 나는 각오를 다진채 기숙사로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