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7 화 언데드 왕 리치 강림!
랭크 3 던전 [리바이벌 카타콤]의 마지막 계층은 스파다의 [그랜드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넓은 원형의 공간이었다.
전체적으로 무뚝뚝한 석조인 것은 같지만, 바포메트의 뿔처럼 비뚤어진 디자인의 원주와 가시처럼 날카로운 녹슨 철책에 소름돋는 키메라와 가고일의 석상 등 악취미한 장식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침울한 분위기는 발군이다.
그곳에서 기다리고있던 것은 현재 이 던전을 지배하고있는 언데드 몬스터의 왕, 리치이다.
외모는 보통의 스켈레톤과 마찬가지로 그저 해골이지만, 그 몸에, 아니, 악한 영혼이 품은 어둠의 마력은 다른 언데드 몬스터와 차별화될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리치가 기본적으로 마법으로 싸우는 타입인 것은 풍부한 마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임이 틀림없다.
이번 [리바이벌 카타콤]에 탄생한 리치도 예외없이 칙칙한 황금의 긴 지팡이를 손에 든 마술사 클래스이다.
녹슨 왕관에 피로 물들어 검게 변색된 로브와 망토. 해골의 어두운 안구를 밝히는 불타는듯한 흔들리는 안광. 그 모습 또한 길드의 몬스터 목록에 게재된 일러스트와 같다.
세상에 잘알려진 모습으로 예외적인 요소는 없다고 예상하기 합당한 존재 - 하지만 그래도 리치는 랭크 5에 걸맞는 강력한 몬스터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그가 지금 강한 분노와 함께, 어떤 모험가 파티를 맞이했다.
"이녀석이 틀림없이 리치겠지."
죽음의 왕인 자신의 앞을 불경하게도 가로막은 검은 옷의 남자와 그를 따르는 요정과 마녀.
여기를 마지막 방어선으로 삼은 언데드 몬스터 군단을 앞둔 이 세 사람은 무인의 광야를 가르는 바와 같이 가볍게 뚫고 나타난 것이다.
가볍게 백 이상의 스켈레톤 병사를 중심으로 미노타우르스 좀비와 사이클롭스 좀비같은 초중량급 수십 마리 갖춰놨다. 그동안 여기에 발을 디딘 모험가를 좀비화시키고 생전의 클래스 그대로의 전투력을 유지시키는 리치 특제 엘리트 좀비도 보유하고있다.
예의 기사단이 와도 그것을 이길 이상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 - 지만,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기엔 도움이 되지않는 걸로 보인다.
지금도 배후를 습격하려고 비밀리에 지시를 내리고는 있지만, 남자가, 아니, 희미한 텔레파시에 반응해서 직접적으로 명령하고있는 것은 요정일 것이다. 어쨌든, 그녀를 따르는 아홉 명의 전사의 분투는 싸움뿐이라면 언데드 몬스터에 비견된다.
한심스러운 부하의 추태에 리치의 조바심이 늘어만 간다.
하지만 고도의 지능을 가진 리치는 생각한다. 이 모험가 파티를 타도하고 새로운 언데드로 추가하면, 이번 싸움에 의한 손실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정도의 새로운 전력이 손에 들어올것이라고.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하다.
삐걱 삐걱 해골 이빨을 울리며 마른 웃음을 내뱉은 리치는 지팡이를 내밀었다.
그들은 강하다. 하지만 자신만큼은 아니다. 리치에게는 오직 귀찮고, 화날뿐이다. 다만 그것뿐이다.
리치가 자랑하는 거대한 어둠 마법 [암흑의 진혼곡 - 데스 포스 익스플로젼]을 쏘면 끝날 뿐이다.
"تدمير تبادل لاطلاق النار تبادل لاطلاق النار الظلام انتشار الظلام الأسود-- "
마술사 클래스인 리치가 단독으로 적의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를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까. 아니, 여기까지온 모험가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술자를 보호하는 전위가 없어도, 싸움을 이길만한 방법이 리치에게 있는것임을.
그것도 하나가 아닌 이중 삼중의 방어에 던전의 기능이 아닌 스스로 준비해놓은 함정 등의 요격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곳은 던전, 우리의 성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두뇌가있다.
패배 따윈 만에 하나라도 없다 -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리치가 마지막에 들었던 것은, 모험가 파티라면 당연히 해야할 공격 명령이었다.
"가자, 릴리, 피오나 - 포메이션 [안티 크로스]"
"어서 오세요, 크로노 군. 퀘스트 클리어 축하해요."
스파다 모험가 길드 본부에서 에리나가 멋진 미소로 퀘스트의 성공 귀환을 축하해주었다. 평범한 접수양이라면 단순한 상용구에 고마움은 담겨있지않았겠지만, 친구인 그녀가 말하니 마음이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뭐, 피오나 물으면 그렇게 느끼는 내가 속고있다는 것 같다지만.
"고마워. 그럼 조금 이르지만, 다음 퀘스트를 보고싶어."
당장의 수주 여부는 둘째치고 지목은 서둘러야겠다.
돌이켜 보면, 리치 토벌은 대성공이었다. 실제로 고전할 것도 없이, 우리들의 원 사이드 게임이었다. 전투 시작부터 토벌의 증거인 고밀도의 마력 크리스탈로 된 [가짜 심장 - 카피 하트]를 부서진 두개골에서 추출하기까지, 5 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왕 미아와 요정 여왕 이리스, 검은 마녀 엔디미온. 세 사람의 가호가 결합한 포메이션, [역십자 - 안티 크로스]라는 이름 못지않게 신의 앞잡이인 사도 죽일 수 있을 - 것이다.
일곱 번째 사도 사리엘은 두 번 싸웠지만 항상 손대중 상태였고, 여덟 번째 사도 아이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공격하는걸 한번 밖에 보지못했다. 진심이 된 사도가 얼마나 강할까, 는 아직 측정불가다.
하지만 그래도 간신히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은 것이다. 그 진보는 크다.
어쨌든, 사도를 죽일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 랭크 5 중에서도 낮은 실력을 지닌 리치따위에게 질리가 없다.
그러나 대 사도용 연계기, 아니, 진형이라고 하는게 적절할까, 어쨌든 이 [안티 크로스]를 활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다소 미묘했다.
[안티 크로스]의 발동 시간은 최대 15 분으로 계산했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니 그걸로 충분할지 모를 정도로 불안정했다.
나도 릴리도 피오나도 아직 새로운 가호의 행사에 익숙하지않다는 단순하고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만약 리치가 두 마리가 있었다면, 조금 위험했다. 이걸 사용한 후에는 전원 마력이 거의 바닥을 보여버린다.
그 때문에, 릴리의 사역마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진 우리들을 호위하는 것이 전장에서 진정으로 요구되는 역할인 것이다. 이번 퀘스트에서의 활약상을 보면 그 점은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스켈레톤 병사를 압도하고 미노타우르스 좀비와 같은 거물을 상대로도 뒤지지 않는 전투 능력과 연계는 놀라운 것이있다. 실력을 모험가 랭크로 환산하면 아무리 과소평가해도 3은 될 것임이 틀림없다. 앞으로 전투 경험과 장비를 충실하게 갖추면 랭크 4 정도는 될 것이다.
과연 굉장한 것은 그정도의 스펙을 갖춘 그들일까, 아니면 릴리일까.
어쨋든 지금의 우리들은 아직 단련이 필요한 것이다. 빨리 차기 연습 상대를 찾아야한다.
"저기, 크로노 군"
랭크 5 퀘스트가 기록된 의뢰서의 무리를 보던 중, 갑자기 에리나가 말을 걸어왔다. 뭔가 추천하는 퀘스트라도 있는 것일까.
"데이트할까?"
"...... 네?"
샐러맨더 한쌍 토벌이라고 쓰여져있는 의뢰서에서 반사적으로 시선을 올렸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이벤트. 하지만 눈앞에있는 것은 매혹적인 미인 엘프의 미소. 웃고는 있지만, 눈이 제법 진지해 보인다.
"전에는 그 마녀에게 방해받았고, 빨리 약속해두지 않으면 또 퀘스트때문에잠시 돌아오지 않을거지?"
"아니, 뭐, 그렇지만 ...... 데이트라고해도 특별히 나와 에리나가 사귀는 건 아니잖아?"
"생각이 굳어있네, 크로노 군. 또래 남녀가 단둘이 놀러나가면 그것도 데이트야. 게다가 우린 친구사이잖아?"
생각이 굳은 것은 에리나 쪽이 아닐까. 스파다에서는 그런 인식이 표준인가.
아니, 그렇지만 그녀는 데이트를 하자고 하는 것이지, 결코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은 즉, 나를 이성으로 명확하게 의식하고 -
"허니 트랩입니까?"
"그걸 직접 묻는거야!? 랄까, 경어로 돌아가는건 그만둬!"
아무래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초대받으면 걱정되어버리니까.
"아니, 미안. 하지만, 데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둘이서 식사를 하거나 놀러나가는 것은 상관없어"
"뭐, 거짓말, 정말로!?"
"아아, 친구잖아?"
"그래, 우선 친구부터!"
정말 허니 트랩은 아니겠지 ...... 어쨌든, 에리나와 개인적으로 우호를 다져서 나쁠건 없다. 피오나 쪽에서 인색하게 평가받긴 했지만, 일단 일방적으로 이용당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을 굳히면 괜찮을 것이다. 괜찮다고 해두자.
"그럼 언제가 비어? 나는 지금이라도 상관없는데?"
일은 괜찮으려나, 라고 생각하지만, 랭크 5 모험가와 친분하는 것은 길드의 목적 중 하나였나? 말하자면 여러가지 융통성에 의한 것이다.
공개적으로 놀러갈 수 있다니, 상당히 좋은 시스템이네, 라고 생각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좋아하지도 않는 모험가를 상대로 접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나를 정말 맘에들어하는 것일까 ...... 하는 의심이 없지는 없다.
"이제부터는 다음 퀘스트의 준비도 있고, 그 밖에도 예정이 다양하게 - "
놀러가는 것은 좋지만, 너무 쉬고있을 수 만도 없다. 사도에대한 승산을 얻었다고해서 결코 방심할 수도 없고.
자, 어떻게 할까 - 고민하면서 수중에있는 의뢰서를 넘긴 그 때였다.
"...... 미안, 에리나. 갑작스럽지만 데이트는 다음의 퀘스트가 끝나고 나서 해주지 않을래?"
"어, 왜!?"
갑자기 의견을 낸 나에게 화를 내기, 보다는 슬픈 표정으로 질문하는 에리나.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양보할 수 없다.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겨 버렸다.
"아무래도 이 퀘스트 만큼은 빨리 끝내지 않으면 안되서 말이야."
그리하여 나는 한 장의 의뢰서를 에리나으로 내민다. 즉, 수주한다는 것이다.
퀘스트 : 러스트 로즈 토벌
보수 : 2 천만 클랜
기한 : 봄이 올 때까지
의뢰인 : 아스벨 마을 모험가 길드 마스터 지미
의뢰 내용 : 올해도 아스벨 산맥에서 러스트 로즈의 둥지가 열렸다. 러스트 로즈는 동굴에 숨은 채 먹이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습성이있고 부근에 접근해도 해치지않기 때문에 최우선 토벌 대상이 되지않는다.
그러나 30년 전에 발견되어 몇 명의 돌아오지않는 모험가들로 하여금 사람들과 온 아스벨의 음마가 올해야말로 토벌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러스트 로즈 토벌? 들어본 적없는 몬스터 이름인데,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는거야?"
십자군이 진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것보다 우선시해야하는 것은 없다.
"아, 아무래도. 부탁해."
"그래, 유감이지만, 기다리고 있을께. 최대한 빨리 돌아와줘야되?"
그리하여 색욕의 이름을 가진 네 번째 시련에 도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