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69화 (370/382)

제 369 화 폭풍우 치는 밤에

빗방울이 거세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멍하니 눈을 뜨니 캄캄하고 세찬 비바람에 덜컹 덜컹거리는 창문의 소리만이 방안에 울려퍼지고 있다.

한밤중의 폭우.

그것은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것같았습니다. 혹시 지금 나는 꿈 속에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검고 어두운 절망의 어둠. 이스키아에서의 호우는 지금도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화창했을 텐데. 폭우는 가시고 반짝이는 일곱 빛깔의 무지개가 축복해주고 있었을텐데.

"...... 크로노 군"

둘만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아니, 사실은 시작한적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크로노 군에게는 처음부터 파트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훨씬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 악마 같은 아이 -

"큭! 웁, 우우 ......"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입니다. 외형이 순진 가련할뿐인 그 요정의 사악한 미소.

저는 알았습니다. 그 아이는 크로노 군의 모든 것을 바라고있는 것이라는걸. 몸을 정복하고 마음을 지배해 존재 자체를 독점한다. 누구의 참견도 허락하지않는다.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한다. 다가오지말고 말도걸지말고 응시하지도 말아줘. - 당신은 나의 것이니까.

그런 왜곡된 의지를 텔레파시를 통하지 않고도 순식간에 이해해버린 것은 분명 저도 같은 -

"다, 달라요! 저는 다, 달라, 난, 크, 크로노 군을 가장 먼저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래서 ...... "

그래서 내가 크로노 군의 제일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되지않으면 안되는데.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크로노 군은 그 아이와 마녀를 얼싸안고 ...... 내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

"거짓말, 사기, 전부 거짓말입니다 ...... 달라, 달라, 이런 다릅니다, 아니에요, 그런건 절대 인정할 수 없어요!"

그래요, 크로노 군에겐 제가 필요해요. 다른 누구보다도 제가 필요하고 제가 가장 가까이에, 그의 옆에 없으면 안됩니다.

"속고있는거에요, 크로노 군은 속고있는 거에요. 악마같은 아이에게 속고있는 것뿐이에요 ......"

그래요, 그래요, 크로노 군은 속고있을뿐,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요. 저는 알고있어요, 크로노 군은 매우 솔직하고 매우 상냥하다는 것을.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항상 열심히 노력하던 크로노 군의 모습. 그리고 기억 속에서 엿본 동료의 죽음에 통곡하는 비통한 감정.

그래서 그는 자신의 힘으로 앞장서며 결코 누군가를 비난하지않고 자신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속은겁니다. 교활한 악마의 함정에.

"아아, 제가 크로노 군을 돕지않는다면 ......"

도움이 되는 것은 저 밖에 없습니다. 제가 해야합니다. 악마의 정체를 드러내야합니다. 빨리, 지금, 크로노 군의 곁으로 -

"으 ...... 아 ...... "

그렇지만, 제 머리와 몸이 경직됩니다.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이 한계입니다. 침대에서 벗어나는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크로노 군을 만나러가자.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떠올라 버리는 것입니다.

"아아, 역시 두 사람이 제일이야."

두 사람을 끌어안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그의 모습이.

"아, 우우 ...... 우우 우우 우우 ......"

싫어, 싫어! 보고 싶지 않아! 저런 것은 보고 싶지 않아! 두고 볼 수가 있을리가 없잖아! 만약 다시 크로노 군이 내 눈 앞에서 여자를 친절하게 대한다면 -

"아니, 싫어, 싫, 싫어요,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 어, 멈춰, 그런걸 나에게 보여주지마!"

위험합니다. 제 머리가 이상해져버립니다. 마음이 망가져 버립니다.

하지만, 정말로 무서운 것은 ......

"...... 그 아이를 좋아한다고, 하지마"

크로노 군이 말하는 것이 무섭습니다.

"나는 ......을 좋아해"

만약 이렇게 명확하게 선언되어버리면 끝납니다. 분명 제가 끝나버립니다.

"아, 아아아...... 아니 ...... 크로노 군, 버리지 말아요. 저를 버리지 말아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

거절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크로노 군을 만날 수 없다. 만나러갈 용기를 가질 수 없다. 받아들여질거라는 자신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움직일 수 없다. 이 부드러운 감옥, 침대에서 언제까지고 벗어날 수 없다.

"미안해요 ......하지만 만나고 싶어요, 크로노 군 ......"

만나고 싶다. 지금 만나고 싶다. 그 얼굴이 보고싶다. 목소리가 듣고 싶다. 살며시 손을 잡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별거아닌 수다를 하고. 내, 곁에있어줘.

생각. 아니, 이 감정은 '생각'같은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분명, 그렇지 - 욕망.

"보고 싶다 ...... 크로노 군을 만나고 싶다 ...... "

자연스럽게 입에서 새어나온 소망을 덮듯이 큰 천둥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직전에 꽂힌 번개가 순간적으로 어두운 실내를 비췄다. 그때 커튼이 쳐져있지않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보고 흠칫했다.

다시 이어지는 번개.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은 흉한 얼굴이었다.

핏발선 눈에 흐리고 어두운 푸른 눈동자. 눈가는 잉크를 부은듯이 어둠에 잠겨있다. 절망과 피로, 수면 부족과 좌절. 몸과 마음에 과부하가 걸려 눈가만으로 충분히 이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은근히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던 요염한 긴 흑발도 완전히 퇴색되어 엉뚱한 방향으로 얽혀있다. 원래 하얗던 피부도 한층 더 핏기를 잃어 창백해져 중병에 걸린 병자같은 섬뜩한 색조.

그 상태로, 허억허억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하는 것입니다 "크로노 군을 만나고 싶다"고.

"...... 기분 나빠"

기분 나쁘고 처참하다. 엄청나게 못생긴 여자가 여기에있는 것이다.

"후후, 후후 ...... 만날 수, 없겠네요 ......"

그런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을 뿐인데, 왜인지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굵은 눈물이 제 더러운 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때, 두 번째 천둥이 고막을 진동시켰습니다.

배의 바닥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덜커덩하는 소리가 사람의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려는듯이 강렬하게 울립니다. 그렇지만, 그런 포효도 이제 머릿속이 하얘진 제 감정을 약간 정도도 흔들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직후 번쩍 세 번째 번개가 치자 반사적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못생긴 자신을 보고 싶지 않다. 얼마나 자신이 크로노 군에게 어울리지않은 여자인지, 알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돌린 시선의 끝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바닥에 비친 창문의 그림자. 그 안에 확실히 누군가가 있는 것을.

" - 누구!?"

순간적으로 솟구치는 공포심과 불안감과 함께 저는 창문 쪽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 창문에 누군가가 올라있었습니다.

"아 ...... 말하자면, 안녕하세요, 넬?"

"어 ...... 크로노, 군?"

아아, 분명 저는 꿈을, 환상을 보고있는 것입니다.

저는 호우를 맞으며 우물쭈물거리는 여자 기숙사 3 층 창가에 서있는 남자의 모습이 계속, 계속, 줄곧 생각했던 그의 모습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크로노 군이 찾아와주었다. 그런 적당한 현실이 있을 리가 없는데 -

"...... 여기는 크로노. 지금부터 간부 후보생 전용 여자 기숙사에 잠입을 시작하겠다."

밤의 어둠 너머로 우뚝 솟은 2 층짜리 건물을 바라보며 무심코 그런 것을 중얼거렸다. 기분은 특수 임무를 띤 비밀 요원 또는 변태 성욕을 지닌 속옷 도둑이라고나 할까.

싫은 긴장감이 내 온몸을 감싼다. 식은 땀인지 진땀인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축축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분명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우를 받은 탓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두자.

"이제 정말 좋은 것일까 ...... 윌"

일말의 경황도 없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병문안가는 유일한 수단이자 윌이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제안한 넬 부활 작전인 것이다.

오후, 어떤 목적에 의한 쇼핑과 스파다 모험가 길드 본부에서 별로 수확이 없었던 정보 수집을 마친 후 학내 벤치에 혼자 앉아 몰래 윌이 준 봉투를 열었다.

거기에 들어있던 편지지에는 요약하자면 대략 이런 것이 쓰여져 있었다.

"크로노가 병문안을 가면 넬은 절대로 건강하게 될테니, 여자 기숙사에 몰래 숨어들어갈것! 상세한 침입 방법은 뒷면을 보거라!"

라는 이유이다. 뒷면에는 정말 상세한 침입 방법을 비롯해 감시 범위, 순회 경로, 시간, 빈도, 여학생 출입 등의 정보도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윌,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조사 ...... 아니, 지금은 깊이 생각하지말자.

"좋아, 인기척은 느껴지지않아. 간다면, 지금인가?"

내 눈앞에 세워진 강철 울타리의 높이 3미터. 이것은 여자 기숙사 부지를 둘러싸고있는 울타리이며, 이 장소는 단지 뒤편에 해당한다. 여기를 넘으면 작은 정원이있는 뒤뜰을 거쳐 깨끗한 흰색 페인트칠이된 스파다 양식의 여자 기숙사에 도착한다.

첫 번째 관문인 철책은 나라면 수직으로 점프해서 넘어질 높이이지만, 점프와 착지에서 큰 소리가 나버린다. 취할 수단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제한된다.

"[앵커 핸드]"

그러고 보니 히쯔기없이 이걸 쓰는건 오랜만이네. 그런 감상을 품을 무렵에는 꼭대기에 걸린 촉수를 타고 소리없이 뒤뜰에 착지하고 있었다.

시선만으로 좌우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정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예쁘게 깍인 묘목을 가로질러 하늘의 은혜를 받듯이 비를 받는 꽃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화단을 뛰어넘는다.

기숙사 하얀 외벽까지 무사히 도착. 봉투에 세트로 들어있던 여자 기숙사의 평면도에 의거하면, 여기가 넬의 방 바로 아래일 것이다.

해가지고 나서 나름대로 시간이 지났고 저녁 식사도 마쳤을 시간대이다.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있지만, 넬의 방만은 걷혀있다. 커튼은 커녕 창문도 열려있다.

이 트릭은 매우 간단하다. 오늘 마지막으로 병문안을 간 윌 자신이 가서 그렇게 해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윌의 병문안 물품을 든 세리아가 넬의 방에 조치를 취해둔 것이다.

과연 스파다의 둘째 왕자, 라고해도, 남자 금제의 여자 기숙사에 이렇게 수월하게 올만한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윌과 넬이 소꿉 친구 사이인 것도 또한 사실이다. 문병용 물건을 주는 정도는 당연한 행동이다.

아무튼, 이것이 설마 남자를 침입시키기 위한 함정이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아니 진짜로, 이것은 들키면 진짜로 아발론에서 크게 원한을 사는게 아닐까.

"여기까지 왔으니 이젠 되돌릴 수 없어 ...... 미안, 릴리, 피오나"

왕족과의 접근의 위험성을 걱정해준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친구인 넬을 이대로 방치해둘 수는 없다. 내가 문병하러 간다면 힘이 될거라고 단언받았으니 다소의 위험이 있어도 실행하기엔 충분하다.

좋아, 가자, 그림자 촉수!

기합을 넣고 옥상까지 뻗은 촉수를 타고 벽을 등반하기 시작한다. 여하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길,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영적인 의미에서의 결사의 암벽 등반을 이어나갔다.

억수로 쏟아지는 비와 화려한 번개까지 내려치는 최악의 날씨이지만, 3 층 정도의 높이를 등반하기엔 문제없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견습 로브가 빗방울을 흡수해서 묵직하고 무거워지고 있지만 괜찮다. 정말로 불안한 것은 목격자의 존재 뿐이니까 ......

그렇게 싫어도 두근 두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마침내 넬의 방이라고 생각되는 창문까지 도달했다. 촉수를 잡은 왼팔만으로 온몸을 지탱한채 살짝 들여다보았다.

과연, 확실히 이 창문엔 커튼이 쳐져있지 않다. 목적지가 코앞이다.

그러나 넬은 자고있는지 방에 불이 켜져 있지 않다. 음, 쉬고있는걸 깨울 수는 없지.

그렇다면 윌과 함께 준비한 마스터 플랜 2를 실행할 수 밖에 없나? 즉, 병문안의 물품과 격려의 편지를 살짝 머리맡에 두고오자는 전략이다.

좋아 이제 가자 - 결단한 그 때 천둥이 번쩍였다. 아주 가까이, 상당히 밝게.

그리고 눈이 있었다.

잠깐 비춰진 방안에는 눈가를 검게 물들인 만든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있었다.

심한 몰골의 공주님이 깜짝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고있었다.

이럴 땐,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어떤 얼굴을하면 좋을까.

"아 ...... 말하자면, 안녕하세요, 넬?"

결국 어설프게 웃으며 무난한 것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어 ...... 크로노, 군?"

믿을 수 없다, 라는 듯이 기절할 듯한 표정의 넬. 그야 밤에 남자가 창문에서 나타나면 쫄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니, 상식이라고 한다면, 이래저래 지금의 내 행동은 무섭게 보일 것이다.

우와, 의식하고나니 진심으로 불안해졌다. 혹시, 나, 윌에게 속은게 아닐까 ......

"아, 아, 병문안 온건데 ...... 귀찮아 보이니, 돌아갈 - "

"잠깐!"

여기까지 온 주제에, 막판에서 쫄아버린 내가 한심한 퇴장 대사를 읊으려하자 넬이 외쳤다.

놀란 것은 목소리의 크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행동이었다.

바삿! 부왁! 슈슉! 그런 세 의성어가 연속으로 들려왔다다.

처음의 바삿은 침대에 앉아있던 넬이 날개를 단번에 펼친 소리.

두 번째 부왁은 날개가 전개되서 걸려있던 담요가 방 구석으로 날아간 소리.

그리고 정신이 들자 넬이 슈슉하며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엄청난 이동 속도다.

"잠깐, 부탁해요 ...... 꿈이라도, 환상이라도 좋으니까, 내 앞에서 사라지지 말아요 ......"

유리 창문을 통해 그녀의 매달리는 시선이 향한 것 -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 눈에 비친 것은, 조금 멍한 표정의 넬이었다. 뒤에서 다시 번개의 섬광이 번쩍였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이에서 일어난 천연 플래시는 유리창을 거울처럼 반사시켰다.

그래서 내 얼굴이 비쳤다. 넬도 자신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

그리하여 또 잠시 후 투명하게 돌아가기 직전의 유리가 수십 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공주의 얼굴을 다시 비추어주었다.

한 박자 늦게 데굴 데굴 눈이 굴러가는 동시에 넬의 얼굴이 조금 전과 전혀 다르다는걸 알아차렸다.

상당히 비장한 얼굴을 하고있네,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넬은 몹시 부끄러운 듯이 뺨을 붉히고있다. 뭐가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 마치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 같은 리액션.

"아, 안돼요! 역시 안돼요! 지금은 안돼요! 보지마세요! 이런 심한 얼굴의 저를 보지마세요!"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다음 순간에 걸려있던 커튼을 왼손으로 끌어 셧아웃. 이렇게 나는 넬에게 거절당했다.

임무 실패. 여기는 크로노. 임무는 실패입니다, 윌 대령.

그리하여 나는 포기한 것처럼 말했다.

"미안, 역시 나는 돌아갈게"

"기다려요, 크로노 군! 제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오분 - 아니, 1 분, 아니, 30 초면 되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진심으로!"

그 부탁하는 말의 순서가 미묘하게 이상하게 도치되어있는 것으로부터 넬의 당황이 명확히 느껴졌다. 응, 뭐, 일단 기다려 달라면 내 병문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니 OK다.

"오, 오우. 별로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까 침착하게 준비해"

"아, 아, 아 - 얼굴을 씻고 - 어디서 - 화장실 - 빗을 어디에 - - 어쩌지, 몇 초 - "

닫힌 창문 너머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그녀의 다급해진 음성에서 내 말이 닿지 않았다는걸 엿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그녀를 초조하게 만든 것일까.

그렇지만, 뭐, 넬은 또래의 여자아이니 다른 사람을 방에 들여보내려면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잠에서 깬 직후니 빗질이 되지않은 머리나 무방비한 잠옷 차림 등은 특히 이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몸가짐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남자가 신경쓰지말라고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넬이 "들어오세요" 라고 불러줄때까지 얌전히 기다린다. 지상으로부터 3 층에 연결된 촉수를 잡은 초 수상한 사람 상태로.

넬, 빨리 돌아와주지 않을레 ...... 지금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면 나는 확실히 사회적으로 죽을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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