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8 화 수수께끼의 소피아 씨
점심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이 건물을 배경으로 걸어나갔다. 그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무거워졌다.
"...... 알자스 요새, 인가"
우리들이 필사적으로 지켜왔던 장소가 이제는 십자군의 차기 침략을 위한 일대 거점이 되고있다. 그 사실만으로 분노와 두려움과 후회가 뒤섞인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감정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친다.
이후에 요새에 모이는 군인. 그에 경계를 강화하는 스파다의 대응. 다이달로스에서 일어나는 반란의 기색.
가장 걱정했던 스파다의 방심을 보지못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전쟁 전야라고 부를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되어있는 것은 틀림없다.
스파다의 사자가 돌아오지않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는 십자군 측의 대응 을 보면 분명하다.
"놈들이 싸움을 걸어올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은걸까......"
혼잣말에 대답이 돌아올리가 없다. 스파다의 첩보 능력에도 한계는있다. 하물며 십자군이 용왕 가뷔날처럼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신청해올리도 없다. 놈들은 언제라도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다.
"서둘러야겠네."
윌 가라사대, 이달 중에 대규모 침공이 없으면 내년 봄까지는 평안할 것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사계의 변화가 일본과 비슷한 판도라 중부 · 동부는 빠르면 11월 늦어도 12월 중순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덧붙여서, 11월에 해당하는 것은 동토의 달, 12월은 명암의 달, 이라고한다.
어쨌든, 그 계절이되면 다이달로스 측에서의 유일한 침공 루트인 가라하도 산맥은 순식간에 눈보라로 덮이게된다. 그야말로 동장군의 도래라고 불릴만큼의 한파가 스파다를 덮친다.
아무튼, 나는 아직 다이달로스에서도 스파다에서도 겨울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어스 모드로 설명하던 윌의 말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사실 가뷔날도 겨울에만큼은 결코 덤벼오지 않았다고한다.
그러고보니 피오나도 싱클레어 공화국에서 동장군에 시달리며 싸운적이 몇번이나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도 겨울 전쟁의 난이도는 높다.
"그래도 태평하지는 않은거구나"
원수가 바로 저 산 너머에서 육박해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남은 시련은 앞으로 넷. 색욕, 폭식, 오만, 질투. 이것들이 어떤 특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음, 바람, 물, 빛, 이 남아있을 것이다. 어둠의 속성은 흑마법에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하니 제외한다.
그리고 [근육 강화=드라이브] [방어 강화=기어] [집중 강화=액셀] 각각의 강화 능력에 감안해보면 적어도 속도 향상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마법의 강화 마법 계열에는 [속성 강화]라는 것도 있지만, 글쎄, 이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어쨋든, 십자군과, 나아가서 사도와 싸우게 될테니 모든 시련을 달성하고 진정한 마왕의 가호를 받고 싶다.
처음에는 특성 변화만으로 "좀 허접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진정한 힘을 알게 된 지금이라면 그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초절적인 강화 능력을 일곱개 합치면 실제로 사도와 정면으로 싸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희망이 있기 때문에 더 초조해진다.
"시련의 몬스터는 어디에 ...... 아니, 이것 만큼은 열심히 찾을 수 밖에 없는건가 ......"
우선, 이 후에 쇼핑을 하는겸 모험가 길드에서 정보 수집을 해두자.
결국 최고 랭크인 5가 된 지금이라면 스파다의 내벽 너머의 귀족이 사는 연예인 영역인 상층 부지에 자유롭게 통행할 수있다. 그리고 스파다 모험가 길드 본부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랭크 모험가 전용인 길드 본부라면 친숙한 학원 지역 지부보다 몬스터의 정보에 충실할 것이다. 어쩌면 지부에는 없는 랭크 5 몬스터 토벌 퀘스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니 저러니해서 오늘 일정이 점점 바빠지고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괜찮을 것이다. 지금의 심경으론 빈둥거리고있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니까.
그렇게 생각이 결정될 무렵에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여전히 너덜너덜한 목조 정문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대로 직진해서 스파다 도시로 가도 좋았지만 릴리와 피오나에게 한마디 해둘까. 두 사람이 기숙사에 있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지만, 릴리는 사령술 수업, 피오나는 대도서관에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서다.
"다녀왔습니다"
척추 반사 수준으로 정착한 귀가 인사를 말하고 덜컹 덜컹 소리를 내는 기분 나쁜 문을 열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 역시 두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 형이 ...... 싶어 ......"
하지만 현관에서 복도로 나아가자 바로 앞에있는 라운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시몬이 돌아온건가"
내 귀는 문 너머의 작은 성량도 확실히 캐치했다. 시몬의 가련한 목소리는 구별된다.
생각보다 일찍 귀가한건가. 뭐, 돌아왔다면 다행이지!
그런 긍정적인 결론을 낸 상태의 기세로, 나는 라운지의 문을 열어젖혔다.
"시몬, 어서와!"
이스키아 고성에서 구출한 이후로 처음보는 미소녀... 가 아닌 미소년 엘프가 거기에 있었다.
"아 ...... 형 ......이, 이건 ......"
그래, 확실히 시몬은 여기에있다. 하지만 친구끼리의 감동의 재회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여어, 네가 소문의 나이트 메어 버서커 크로노 군인가, 방해야."
왜냐하면 여기에는 낯선 제삼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있던것은 아름다운 묘령의 여자. 이국적인 매력이 넘치는 갈색 피부와 미스릴같은 흰머리. 그리고 시몬과 같이 길쭉한 귀를 가지고있다는 특징으로 감안하여, 다크 엘프라는 종족임에 틀림없다.
그래, 역시 모르는 사람이다. 애초에 나에게 다크 엘프와의 친분 따위는 조금도 없다.
"그러고보니 자네에 대한건 자주듣곤했지만 만나는 건 처음이군 - "
이것봐. 역시 첫 대면이었다. 확신하곤있었지만, 솔직히 말해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그녀의 배경을 추리하는 것보다 훨씬 궁금한 점이있는 것이다.
이 누님의 자세가 굉장히 에로하다.
" - 처음 뵙겠습니다. 내 쪽은 소피, 라고 불러줘"
아라비안 나이트의 무희같은 의상. 그 디자인은 물론 높은 노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느낌이 딱 온다. 길게 뻗은 큰 키에 남자의 망상을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매력이 흘러넘치는 몸매의 그녀가 포즈를 취하고있기 때문에 곤란하다.
베일 너머로 그녀의 풍만한 육체가 명확하게 비쳐보여버리고있는 것은, 요염한 수준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살아있는 몸을 숨기고있는 것은 큰 가슴을 터질 듯이 억멘 흰색 천과 좁은 면적의 끈팬티 뿐이다. 가슴이나 엉덩이에서 팔랑 팔랑하고있는 속옷이나 다름없는 의상이 반짝반짝 비쳐보이는 것은 매우 심장에 나쁘다. 성적인 의미로.
"아, 네에, 크로노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어떻게든, 정말 빠듯했지만, 평온을 유지한 채 대답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엄마. 저는 엄마의 가슴을 질리도록봤기 때문에 이 다크 엘프 소피에게 매료당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소피 씨는 어떤 용건으로 우리 집에?"
"시몬을 만나러 왔어. 나의 신원은 릴리가 보장해줄테니 안심해줘.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그게, 뭐 ...... 확실히 릴리 씨가 보증해주셨지만 ...... "
어디까지나 어색한 시몬의 증언에 따르면 소피 씨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사실 그녀의 얼굴에 대해서지만, 그 맑은 청색의 눈가 아래는 베일로 표정이 숨겨져있다. 베일이기 때문에 투명해서 제대로 콧날부터 입가 윤곽선이 보이지만 왜인지 전혀 기억에 남지않는다.
이 이상한 감각은 그녀의 얼굴 베일이 확실히 인식 저해 효과를 갖는 매직 아이템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있다.
그런 걸로 모습을 숨기고 있다면 확실히 수상하지만 릴리가 신원을 보증한다면 신용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야한 모습으로 방심을 유도하는 신종 강도일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슬슬 좋을 것이다.
"그렇네요, 그럼 아무쪼록 천천히"
방해자는 빨리 나가주자.
"아, 배려 감사합니다"
"어, 그런, 기다려, 형!"
노골적으로 말리는 대사를 내뱉으며 절규하는 시몬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척하며 나는 허둥지둥 라운지를 뒤로했다.
"돌아와주세요!! 형님!!!!"
어디까지나 비통한 시몬의 외침을 들으며 결코 뒤를 돌아보지않고 문을 닫았다.
"미안, 시몬. 나는 그 자리에서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짓은, 할 수 없어 ......"
이번엔 전력으로 분위기를 읽어줬다. 시몬과 소피 씨는 지금 둘만 두어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은 왜냐고? 간단한 것이다. 한눈에 알 수 있다. 내가 바보처럼 "어서와! 시몬!" 하고 문을 열어 뛰어든 그 순간부터.
그래, 그 시점에서 소피 씨는 시몬을 단단하게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뜨거운 포옹. 폴링 러브.
나는 연애 경험 따위는 전무이지만, 아무리그래도 저런 모습을 보여지면 그 두 사람 사이의 남녀 관계에 대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전해진다. 옆에서 보고있는 제삼자가 무섭고 어색해질 정도로.
즉, 직관적으로 "아, 이것은 당사자끼리의 문제다 "라고 결론이 나와 버린것이다. 그러므로 방해자다. 나도, 그리고 소피 씨의 소개인인 릴리도. 이 자리에없는 것은 당연하다. 뒤는 젊은 두 사람에게 맡기자 라는 녀석이다.
"...... 하아, 오늘 회식은 중단인가"
신장 차이에 의해 얼굴이 가슴 골에 끼워져 새빨갛게 되어있던 시몬의 모습을 회상하며 나는 걷기 시작했다.
올려다보니 활짝 개여있던 푸른 하늘이 이 기숙사에 출입한 잠깐 사이에 얇은 구름으로 뒤덮여있었다. 또한 시선의 끝에는 가라하도 산맥을 넘어 스파다로 향해오는 흐린 회색 구름의 바다.
"오늘은 거칠어질 것같네"
그런 멋진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나는 모든 것을 잊으려는 듯이 스파다의 거리로 쇼핑을 펼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