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6 화 이방인의 비밀
"뭐야, 이건, 무슨 소리야……"
레드 윙 백작의 일기. 거기에 적힌 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레드 윙 백작, 아카바네 요시카즈라는 남성이 아득히 먼 고향에 두고 온 애인의 이름.
쿠로노 마나.
왜 내 누나의 이름이 이곳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아, 제길..뭐가 뭔지 모르― ―
"크로노 씨, 어떻게 된건가요?"
바로 옆에서 들려온 피오나의 질문에 사고에 사로잡혔던 의식이 퍼뜩 현실로 돌아왔다.
"무척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있습니다만"
"아, 잠깐만, 아니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어서……우선 차례로 설명할게"
그래, 침착하자.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자.
"이 일기에는 백작이 전 세계, 나와 같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있을 때의 이야기가 쓰여있어"
거기까지는 피오나도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따르면, 아무래도 백작은 나와 같은 시대,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그 백작의 애인이 나의 누나였던거야"
"누나입니까?"
그러고 보니, 피오나에게는 나의 가족 이야기를 어디까지 했더라?
아마, 피오나에게 내가 이방인임을 밝혔을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알자스 마을에서 요격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이나 스파다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최근에도 이따금 일본의 이야기는 했었다.
"크로노 씨가 부모님과 누나와 살고 있었다는것, 학생이었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 세상에 소환됬 다는것. 이정도는 알고있습니다만"
일단 지금은 그만큼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백작은 나와 같은 날에 이 세계로 소환된 것같아"
"그분은 오십년 전에 돌아가셨지 않나요? 만일 백년 전 이곳으로 소환됐다면 크로노 씨와 큰 시차가 생기는 셈이네요"
이부분이 첫번째 의문점이다.
나와 백작, 즉 고교생 쿠로노 마오와 대학생인 아카바네 요시카즈가 같은 날에 모두 원인불명의 두통과 함께 이 세계 소환된 것은 틀림 없다.
나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 일기엔 확실히 5월 14일 월요일이라 적혀있다.
확실히 장마철이었기에 그 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라사키 씨가 유난히 큰 남색의 우산을 쓰고 있어 횡단 보도 앞에서 어색한 분위기로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난다.
"나는 그날 누나가 남자 친구, 백작에게 만들어준 도시락을 엄마에게서 잘못 전달받았어. 나는 학교의 점심 시간에 하트 마크가 그려진 부끄러운 누나 수제 도시락을 친구들과 나눠 먹었고, 일기엔 백작이 그녀의 동생, 즉 나에게 왔어야할 도시락을 먹었다고 쓰여있어"
"과연, 단순한 착각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거군요"
그 날의 일이 정확히 연결되어있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두통을 느낀 것은 문예 부실을 찾은 방과 후, 백작은 도시락을 먹던 점심 시간이란 몇시간의 오차 뿐이다.
"아무래도 이쪽의 세계와 저쪽의 세계에서 똑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만약 이 이세계와 지구가 같은 시간축으로 대응되고 있다면 아카바네 요시카즈는 나보다 몇시간 전에 이 이세계에 소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직 백작이라는 지위까지 출세하지 못했겠지. 나는 이 세상에 온지 1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앞선 한시간이 이쪽에선 몇 십년분의 차이던지, 아니면 랜덤인가"
"그것은 정확한 통계를 내지않으면 모르겠네요. 하기야, 다른 이방인의 도움같은건 없지만"
윌은 레드 윙 백작을 제외한 이방인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나 이외에 이방인이 존재한다, 빌어먹을, 속이 뒤집힐 것같은 이야기이지만 [백색 성사] 라는 마스크 집단이 아직도 소환하는 듯한 실험체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도 나와 같은 21세기에 살아가는 현대 일본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다른 세계 소환에서 소환되는 인간이 완전하게 랜덤이라면 내가 본 실험체 소년 소녀들은 같은 일본인이면서 태어난 시대는 전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니 기다려봐, 애시당초, 왜 일본인밖에 없는거지?
"저기, 피오나. 검정색 머리에 흑안이라는 것이 이방인의 특징으로 유명한 거야?"
"네, 싱클레어 공화국에서 그랬어요. 거기까지 상세히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스파다에서도 비슷한걸로 알고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랜덤 선택이라고 한다면 시대는 커녕, 인종도 달라야한다. 아니,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계의 사람을 불러들일 가능성도 있어야한다.
가설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방인은 전부 일본인. 그 중 두 사람은 같은 때 같은 장소에서 소환. 아직 확정되지도않았고 진짜로 우연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날, 혹은 내가 살았던 마을이 특별한 것이었나?"
이것이 두번째 의문점. 왜 이정도까지 때와 장소라는 조건이 비슷한거지?
"쿠로노 씨의 고향에선 이 세계에 대해 관측이 되어있었나요?"
라는 물음에 즉각 부정했다.
"아니, 전에도 말했듯이 내가있던 세계에는 마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어. 차원의 벽을 깬 것과 전혀 별개의 세계가 있다는건 관측도 증명도 되지않은, 단순한 몽상에 지나지 않았던거야"
그래, 지구의 상식으로 따지면 나의 처지 모든 것이 있을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어쨌든, 만약 그날 그 마을이 다른 세계로의 소환 현상에 대한 영향을 주는 특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또, 사실 지구에도 마법이 존재하고 있었고 비밀의 마법사 조직이 암약한 것이라고해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가정에 불과한 것이다.
"크로노 씨, 이방인이 소환되는 메커니즘은 공화국에서도 스파다에서
도 밝혀지지 않아서 더이상 생각해도 어쩔 수 없어요 "
"그건……뭐, 그말대로긴하지"
이런 사실을 들이대어져서 궁금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전 세계에 두고 온 가족이 뇌리에 떠오른다.
특히 누나의 경우, 같은 날 동생과 남자 친구를 잃은 것이다. 그 슬픔이란 것이 ― ― 아, 일기를 쓴 백작의 마음의 고통을 알 것 같다.
인형처럼 무표정하지만 언제나 우아한 그 누나가 울고있을지도 모른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 ―"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비애와 향수의 감정이 말과 함께 쏟아진 그 때 였다.
"그래도 생각하지 마세요. 아프고 쓰라린 기억은 잊는거에요"
갑자기, 피오나가 나에게 안겨왔다. 목전의 황금빛 시선은 나의 가슴에서 쳐다보고 있다.
망양한 눈빛은 완전히 낯이 익을 텐데 지금은 훨씬 신비한 매력이 넘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두근거린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나의 손등에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는 것을 알자 더욱 두근거린다. 이미 설레고 있다.
"크로노 씨가 지금 이렇게 저와 함께 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고동이 멈췄다고 생각했다.
다만 순수하게 기뻤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받아들여진 것이.
내가 어디서 왔는가, 라던가 어떤 이유로, 어떤 원리로 나타났는지는 상관 없다.
일즈 마을로 가는 가도에서 만난 그날부터 오늘날까지 쌓아온 추억, 신뢰 관계. 그것은 분명히 이 이세계에서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런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알고있지만 ― ― 이렇게 대놓고 말해지면 터무니없이 부끄럽다. 너무 기뻐서 부끄럽다. 마음이 통했다는걸 다시 확인했다.
"아아, 그렇지."
긍정. 그저 긍정했다. 전부 피오나가 말한 대로다. 부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녀의 말 덕분에 흔들리고 불안하던 심정은 가시었다.
"그렇다면……"
강한 호소같은 피오나의 강한 시선. 이어질 말은 들을 필요도 없다. 아니, 이것은 단언할 수 있다.
"나는 돌아가지 않을거야"
조금 놀란 듯한 반응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아니,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말하고 싶어하는듯한 얼굴. 피오나, 내가 그렇게 멍청해보였어?
지금은 스파다에서 알려진 랭크 5모험가가 된 나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이방인이다. 이 세계의 거주자가 아닌 타관 사람. 존재 자체가 불확실하다.
나 자신도 가끔 잊을 만큼 이 이세계에 익숙해져 버려서 피오나가 아니었다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문득 불안해졌던 것 같다.
"일본엔 돌아가지 않을거야. 또 돌아가지 않더라도……아니, 비록 방법이 있더라도, 나는 아직 돌아갈 수 없으니까"
정작 돌아가는 방법을 눈앞에 제시받으면 고민은 할 거다.
미안해, 누나. 그래도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 후회는 없다.
"……크로노 씨"
"크로노 - ! 싫~어! 돌아가지마~! 릴리와 계속 함께 있자 - !"
"오, 릴리……그래 그래, 나는 돌아가지 않을테니까 괜찮― ― 응? 릴리?"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무릎 위에 있는 작은 릴리를 어르듯이 쓰다듬고 있었는데……어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지금까지 나는 피오나와 단둘이었을텐데.
릴리야,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거야?
"아, 크로노, 다녀왔습니다."
무릎 위에서 고양이처럼 뒹굴 하고 누워서, 상냥한 귀가 인사.
"아, 아아, 어서와?"
어딘가 석연치 않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피오나. 물론 얼굴은 평소같은 졸려보이는 포커 페이스이지만, 뭐랄까, 이렇게 언짢은 듯한 후광같은 것이...
"릴리 씨……어서오세요"
라며 피오나는 가볍게 내 무릎에서 릴리를 빼앗아갔다. 그러더니 릴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뒤에서 끌어안는 자세를 취했다.
음, 이 구도를 보면 역시 자매 같다.
"릴리 씨, 조금 천천히, 천천히 쇼핑을 하고 있어도 좋았겠는데요"
피오나는 릴리의 작고 둥근 얼굴의 뺨을 비벼고 구기며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저기, 피오나, 저기?!"
싫다며 발버둥치던 유녀 릴리지만 교묘하게 잡고서 놓치지 않는 마녀 피오나.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아발론에서의 수행에서 돌아온 이후 더욱 친해진 것 같다? 보고 있으니 흐뭇하다. 사이좋은 것은 아름다운지고.
"그런데 릴리는 무엇을 사왔어?"
한바탕 피오나의 마음이 풀린듯하자 물었다. 기분 전환도 겸해서.
마녀의 마수에 의해서 유린되던 좀 붉어진 뺨을 말랑말랑 비비던 릴리는 그 질문을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침대!"
"……침대?"
"과연, 침대인가요? 확실히 필요해보이네요"
그 침대를 구입한 것에 의문을 가진 내가 이상한거야? 같은 분위기이다. 릴리는 "샀어"라는 식의 자랑스러워하는 얼굴로 내 칭찬을 기다리는 것 같고, 피오나도 뭔가 납득한 듯한 말을 했으니.
아니 기다려봐, 나는 흐름을 타지않고 절대로 넘어가지않는 남자야.
"왜 갑자기 침대를 샀니?"
"응? 그건 말이야 - "
릴리에겐 뜻밖의 질문이 돌아온 듯 할것이다. 끙끙 고민하면서도 그 작은 입에서 나온 이유는,
"새로운 침대를 원했어!"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런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에겐 [커스 카니발]의 파이트 머니에 이스키아 구출 긴급 퀘스트 달성 보수까지 돈이 상당히 많다.
릴리가 드물게"갖고 싶어"라고 제멋대로인 것을 말하면 꼭 이 기회에 이루어주고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샀어?"
"아주 큼직한거야!"
"오, 그건 좋겠네. 그 전부터 방에 있던 침대가 좀 작게 느껴졌으니까"
지금이니까 말하겠지만, 작은 불만스러웠다. 나의 평균보다 큰 몸에는 좀 좁은 면적의 침대는 함께 자고있는 릴리를 돌아눕는 순간에 깔아뭉게버리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봐봐 크로노! 이것이 새로운 침대야! 엄~청 커ー!"
릴리가 피오나의 무릎에서 뛰어내리자마자 허공에 휙 작은 손을 휘둘렀다. 그대로 빛의 공간 마법 [디멘션]에서 새로운 침대를 소환하는줄 알았더니 ― ―
"뭐, 뭐야 이놈은!?"
다음 순간, 나는 의자가 넘어질 정도의 기세로 일어서서 즉시 임전 태세를 취했다.
왜냐하면 갑자기 라운지의 문이 열리며 칠흑의 설 코트를 입은 거구의 남자가 돌입해 왔으니까.
굳은 부츠 밑창이 허술한 나무 바닥을 요란하게 밟았다. 한발 움직일 때마다 검은 의상 안쪽에서 절그럭 절그럭 금속 소리가 나고 코트위에 체인 메일은 십자군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얼굴 표면, 코트의 후드를 눌러쓴 안쪽에서 보이는 미소. 그것은 얼굴이 아니라 철가면에 새겨진 웃음이다.
둥근 점같은 두 눈, U자형으로 곡선을 그리는 입가 역시 유명한 스마일 마크를 방불케 한다. 일본에서 스마일 마크 철가면같은 팬시한 아이템 등을 본 적은 없지만.
그리고 다음 순간, 이상한 웃는 얼굴 가면의 남자가 강철의 건틀릿이 덮인 두 팔을 들어올렸다.
무기는 갖고있지않은 것 같았는데, 뭐지?! 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선 선수필승이다!
이 랭크 5모험자 파티 [엘리멘트 마스터]의 홈에 습격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자 받아라 ― ―
"이것이 새로운 침대인가요?좀처럼 좋네요 "
"그렇지 - ! 엄청 푹신푹신해!"
내가 혼자서 전의와 마력을 띈 주먹을 치켜들자 요정과 마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웃는 얼굴 가면의 남자는 치켜든 손을 "오라이, 오-라이" 하고 흔들었고 그것에 맞추어 큰 침대를 든 이인조가 등장한 것이다.
당연히 그 둘도 검정 코트에 스마일 마크의 철가면. 똑같은 모습이랄까, 키도 체격도 거의 똑같아서 세명이 바뀌면 구분이 전혀 안 갈 정도다.
뭐야, 정말로 뭐야, 이 녀석들은……의문을 품고 있는 것은 나 뿐인지 적당한 크기의 라운지에 털썩 내려앉은 새 침대를 앞둔 피오나는 감탄하고 릴리는 들떠있다.
수상한 가면의 삼인방은 할일이 끝났다는 듯이 방의 구석에서 말없이 서있다. 꼼짝도 하지않는다.
"이것봐, 크로노! 봐봐~ 새로운 침대야!"
상당한 유연성과 탄력성을 발휘하는 매트 위에서 릴리가 방방 뛰면서 나에게 감상을 요구했다.
눈을 반짝거리며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리는 릴리는 귀엽지만 지금의 나는 침대의 부드러움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심리 상태가 아니다.
저기, 제발 그 삼인방이 뭔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크로노 씨"
그때 피오나가 은근슬쩍 나를 불러주었다.
오오! 피오나! 나의 의문을 해결해주려는거야?! 고마워! 지금까지 천연이라고 해서 미안했어! 아무래도 피오나는 제대로 분위기를 읽― ―
"이 침대 굉장하네요. 왕후 귀족이 애용하고 있다는 유명한 워터 슬라임 침대에요"
역시 피오나는 피오나였다. 미안, 기대한 내가 나빴어.
"그런데 릴리 씨, 이제 저것들은 가도되지않나요? 세개나 붙어있으면 거추장스러워요"
"네~"
내가 절망했던 때를 기다린 것처럼 드디어 수수께끼 삼총사의 존재가 언급됐다.
사실 나밖에 보이지 않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훌륭한 넘기기였지만 역시 릴리와 피오나는 이미 알고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아-응, 칼라-이 징-이, 바이 바이!"
침대 위에서 뛰던 릴리가 수수께끼의 주문을 외면서 바이 바이 라며 손을 세명을 향해서 휘둘렀다.
그것에 화답하듯 삼인방도 무뚝뚝한 건틀릿 장비의 팔을 흔들었다. 거창한 모션은 어찌보면 코믹해 보이지만, 여전히 아무말이 없다.
어디까지나 기분 나쁜 남자들이었지만 그 머리 위에 낯익은 빛의 마법진이 출현함으로써 상황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릴리의 공간 마법인 [디멘션]이다. 지금부터 뭔가를 꺼내는건 아닐테고 이별을 고하는 말과 움직임과 함께 그래, 그 세명을 빛 속으로 [수납]했다.
"이것은……송환술인가"
"네, 그렇네요, 크로노 씨. 이건 릴리 씨가 어려운 수행 끝에 획득한 [산송장(살아있는시체)=리빙 데드]입니다"
즉 네크로맨시에 의해서 창출된 사역마라는 것이다.
바로 그럴거라고 이해한 것은 아까 사피르가 내 앞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그 은백색의 언데드 기사는 보랏빛 연기가 되어 송환진으로 돌아갔지만 지금 눈 앞에 있던 삼인방은 거룩한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검은 장비의 큰 남자가 셋이나 있는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거기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그래도 피오나, 먼저 그 설명이 필요했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시체라기보다는 정말 살아있는 녀석을 조종하는 것 같네. 언데드 특유의 기미가 없고 무엇보다 생기가 느껴져"
"호문쿨루스 베이스의 특별 제품이고 릴리 씨의 네크로맨시도 보통것과는 다른 원초 마법적이니까요"
호문쿨루스는 것은 전에 받았던 [던전 탐색 Ⅱ]의 수업에서 가볍게 설명받았었지. 고대 마법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형 생명체가 유적계의 던전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렇게 드문 것 같지는 않다고한다.
대부분은 죽어 미라가 되어있거나 언데드 몬스터로 변해있지만 극히 드물게 부활하는 것도 있다고한다.
역시 특별한 시체에 특별한 술식이 걸려있다는 걸 들으면 보통은 의심스럽지만, 저 릴리라면 하면 솔직하게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릴리의 네크로맨시에 대해서 당장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싶지만...
"후후 - 크로노! 같이 빈둥거리자 - !"
"이렇게 크다면 저도 함께 자죠"
"안되! - 피오나는 안되!"
"요이데와 나이카~ 요이데와 나이카~"
"꺄악!"
정신이 들자 피오나도 침대에 다이브해서 릴리와 함께 빈둥거리고 있었다. 젠장, 나도함께 빈둥거리고 싶어...
일단 지금은 새로운 침대의 잠자리 기분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