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2 회 세 번째 가호
"[천둥의 마왕*오버 액셀]"
시간이 멈췄다.
그렇게 느낄 정도로 시야에 비치는 광경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드고아에 기생하던 스로우스기루는 이처럼 정지되어있는 세상을보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눈을 겨냥한 마탄을 맞을리도 없었다.
이것이 세번째 가호. 시간을 멈추는 능력 - 이 아닌 집중력 강화다.
이스키아 전에서는 넬에게 [집중 강화=콘세스 부스트]를 걸어달라고했었지만 그 효과는 마법을 발동할 때 뇌의 술식 연산 능력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집중력이 높아지면 마법을 빨리 완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술식을 병렬로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마법의 완성도를 높이기위한 상상력, 이미지를 더 선명하고 정밀하게 그릴 수 있게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복잡한 연산과는 무관한 감각으로 이루어지는 무예로는 순수하게 적의 움직임을 쫒기위한 집중력, 반사 신경, 동체 시력 등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컨센트레이션]이라는 기술이있다.
이 [천둥의 마왕*오버 액셀]은 마법의 [콘세스 부스트]와 무예의 [컨센트 레이션] 모두의 효과를 겸비한 최고의 생각 가속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공격을 볼 수 있는 눈이 아니라 실제로 피하기위한 행동이다.
멈춘 풍경 속에서 나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드는 미스릴 · 플랑베르의 칼날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이대로 가만히있으면 죽음을 지연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움직인다. 피한다. 힘껏, 아니,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
"움직여!"
그렇게 외쳤지만 목소리가 실제로 나온 것은 아니다. 울리는 것은 분명 이 가속 집중을 해제한 순간일 것이다.
내 몸은 목을 떠는 것 조차 할 수 없이 이 멈춘 세계와 같이 굳어져있는 것이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움직여야한다. 그리드고아를 조종하던 스로우스기루는 움직였다.
강력한 번개 속성에 의한 초고속 신경 전달에 따라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야한다.
"움직여!"
겨우 몸이 뒤로 움직였다.
전신의 관절이 녹슬어버린 것처럼 단단하고 어색하지만 확실히 움직였다.
다가오는 날은 접촉까지 이제 십 센치 남짓이다.
아직이다. 아직 부족하다. 내 목덜미를 깊이 후벼파는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 더 움직여야한다. 그대로 뒤로 넘어져도 상관없다. 이 일격을 피할수만 있다면 넘어지는것쯤은 감수해도좋다!
"움직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다시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레나에 나의 절규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허리가 딱딱한 바닥에 닿고 둔한 통증이 느껴졌다.
눈에 비친 것은 직전까지 내 목이 있던 장소에 그려진 백은의 궤적. 회피 성공.
"[그레네이드 버스트]"
뒤로쓰러진 나에게 언데드 나이트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바로 앞에 서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쏘면 반드시 맞는다.
먹어라! 내가 피한것과 동시에 만들어낸 혼신의 유탄이다!
거기에있을 적을 향해 오른손의 손가락 끝에서 강력한 위력을 내포한 포탄을 날렸다.
제로 거리에서 일어나는 대폭발. 시야는 암전하고 천지가 뒤집혔다.
" - 욱!"
폭풍은 내 몸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했지만 [창염의 수호자*폭발 방어 목걸이]에 의해 열기가 차단됬다.
소용돌이치는 난기류에 사로잡힌 것처럼 하늘을 날았지만 이 정도로 인사불성에 빠질 정도로 나약하진않다.
카이처럼 벽에 부딪히는 말로를 걷기 전에 가볍게 몸을 비틀어 자세를 고쳐 착지한다.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래도 끝까지 화려할 순 없었네.
"놀랐어. 설마 피할줄이야"
내가 땅에 내려서 다시 시야를 앞으로 향하자 폭염이 가시고 있었다.
얇은 검은 연기 너머에서 들리는 것은 처음에 들은 소녀의 목소리. 실제로 나의 앞에 선건 미스릴 갑옷을 입은 해골 기사다.
"이쪽이야말로 막힐 줄은 몰랐어"
직후에 카운터로 날린 그레네이드 버스터였지만 기사는 왼팔에 장착한 버클러로 막은 듯 하다.
검과 갑옷과 마찬가지로 미스릴제이지만 검게 그을려서 백은의 광택을 잃었다. 반대로, 폭발의 영향은 단지 그 정도로 그이상의 효과는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과연, 그저 비싼 장비를 하고있을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스펙을 갖추고있다는건가.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있다.
"그래서, 이 기습은 도대체 뭐야?"
그렇다. 농담으로 나를 죽일 일격을 날린 언데드 나이트. 그 주인인 사피르 · 마야 · 히드라. 그녀의 진심이다.
"죽일 생각으로 덤비라고한건 그쪽인데?"
바보. 그건 헬렌이나 카이에게 말한거잖아. 명백히 관전 모드였던 너에게도 적용되는거냐.
아무튼, 그 과연 "저는 매우 음험합니다만, 뭔가?"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미소를 띄운 사피르의 얼굴을 보면 진심인거라고 짐작하긴 충분하다.
"신학교의 이런 곳에서 살인을 저지르면 아무리 귀족이라도 위험한거 아닌가?"
"흉악한 강간마를 막기 위해서, 소중한 동료를 돕기 위해서. 변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걸?"
악마라... 십자군에게도 악마라고 듣기는했지만, 역시 악마의 호칭에 어울리는 것은 이런 교활한 녀석이다.
마음 속으로 저주를 퍼부어도 상황적으로 내가 악역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전멸한 친위대원과 경기장 구석에서 아직도 훌쩍이고있는 헬렌. 그리고 광전사의 새로운 피해자로 바닥에 쓰러진 카이.
우와, 정말 악몽같네, 이 광경.
"그럼, 진심으로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일 작정인거야?"
"아니, 그만둘께. 당신과 정면으로 싸우는 건 피곤하니까 - [리버스]"
이미 전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사피르는 사역마인 언데드 기사를 돌려보냈다.
두개골이 보이는 투구 바로 위에 빛나는 보라색 마법진이 그려진다. 그리고 보라색의 독한 연기가 분출되고 연기는 의지를 가지고있는 것처럼 미스릴의 갑옷과 투구에 의한 그 백은의 빛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연기가 빨려들어가듯이 마법진으로 사라지고 거기에 있었을 언데드 나이트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마치 연기에 녹아 마법진 저편으로 날아가버린 것 같은 이상한 송환술이었다.
아니, 감탄하고있을 때가 아니다.
"이쪽은 죽을 뻔했어. 그럴 생각이 없다고해도 내가 놓아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무저항의 미소녀를 덮치는 모습을 보이면, 당신, 이제 정말로 오해가 아닌게 되는데?"
"과연, 오해라 ...... 너는 내가 결백하다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던거냐"
변명할 필요는 처음부터 없었다. 무엇보다, 변명하려고해도 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을 가리켜 당연하다는듯이 미소녀라고 단언하는걸 보니 상당한 자신감이다. 정면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게 분하지만.
나는 그런 사피르의 미모를 시야의 구석에 넣으면서 주위를 가볍게 내려다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새로운 난입자가 출현할 기색은 없다.
"너희들, 내가 이 녀석들과 얽히게 됬을때부터 전부 보고있었어?"
"점심을 마치고 아까 학교에 돌아왔어. 만약 처음부터 보고있었다면 친위대가 전멸하기 전에 에 그 바보가 튀어나갔을거야."
"상당히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는데 말이지."
"넬 공주님 친위대가 나이트 메어 버서커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또 소동이 일어났는걸?"
에, 정말로? 무심코 이렇게 물을뻔 한 것을 어떻게든 버텼다.
그런가... 이 콜로세움 안에 있으면 외부의 일을 알수가 없다. 처음에는 한 사람 씩 차례로 상대하고 있었으니 시간도 적당히 지나있을테고.
아마도 주변에는 구경꾼 근성 만만인 한가한 사람 모두가 모여있을 것이다. 뭔가 계기가 있으면 즉시 쏟아져 들어올지도 모른다.
친위대가 나에게 싸움을 걸어왔다고 전해진다면 오해는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내가 진심으로 사피르를 죽이려는 것을 보이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유감이지만, 여기선 한발 물러서야하나?
"나를 죽이려했던 이유정도는 들려줘"
"그래, 그렇네. 적어도 그 정도는 가르쳐줘도 되겠지 -"
사피르는 특징적인 보라색 머리를 쓸어올린 후 전말을 입에 담았다.
" - 당신이 [크리스탈 게이즈]를 사용했기 때문이야"
안경 너머에있는 마안이 요염하게 반짝인 ......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간에는 그리드고아를 때려죽였다, 고 전해진다 것 같지만 목을 떨어뜨린 것은 [크리스탈 게이즈]의 결정화에 의한 것이었지. 단면을 보면 일목요연하니까"
아니, 난 사용하지 않았어, 라고 발뺌할 수는 없나? 무엇보다, 이 교활한네크로멘서를 그런 어정쩡한 핑계로 속여넘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않는다.
"그럼 뭐야? 히드라 가문의 자랑인 마안을 일개 모험가가 사용해서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설마. 귀족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시시한 이유로 이 내가 진심이 될리는 없지"
아니, 네 성격따윈 모른다고...
"조금 설명이 부족했나? 문제가되는 것은 마안을 사용했기때문이 아니라 본래의 주인이야. [커스 카니발]에서 얻었다면 이름 정도는 들었겠지?"
뇌리에 스친 것은 괴성을 지르며 발광하던 남자의 모습. 잊을 리가 없다.
"사이드에 대해서인가"
사피르는 정답 이라고 말하듯이 씨익 웃었따.
"나, 사이드 삼촌과 만난 적이있어. 아직 어렸을 때, 단 한번 뿐이지만 말이지"
과연, 삼촌과 조카 관계 였던건가. 같은 히드라라는 일족이기 때문에 모종의 관계가있을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이드는 더 옛날에 살았던 인물이라고 믿고있었다.
나는 사이드의 마안의 전체 감정 결과를 모르고 대식가처럼 깃든 기억의 일부를 엿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신을 가지고 단언할 수 있다.
"내가 죽인건 아니야. 경기 시점에서 사이드는 목 만남은 언데드였어"
"알고있어. 더러운 매춘부에게 속아 일족에게서 추방된 결과 그 여자에게 살해당했다는 어리석은 말로를 걸었으니까"
에, 사이드의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던거야! ? 우와... 어쩌지... 뭔가 굉장히 감정 결과를 보고싶지 않게되었는데... 이대로 방치해둘까 ......
"그렇다면 범인인 여자를 원망해줘. 나와는 관계없으니까"
"그래, 그래. 물론, 당신 개인에게 원한은 없지만, 사이드 삼촌의 마안을 계속사용하는 것은 참을 수 없어."
"사이드의 마안은 그리드고아를 잡을 때 잃어버렸어"
목덜미에 쳐박은 [크리스탈 게이즈]는 그 형태를 잃어버렸다. 물건으로서 한 개의 안구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무너져내린 바위의 육체에 깔려버린 것이 틀림없다. 재발견해도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각성한 것은 양쪽 모두이니 나머지 하나는 남아있잖아?"
칫, 역시 속이진못하나?
물론, 내 쉐도우 게이트는 아직 병조림 상태의 마안이 한 개 남아있다.
"얌전히 건네주면 좋겠는데?"
"천만 클랜. 이이상 양보할 생각은 없어"
획득한 당초에는 "이런 위험한 물건은 팔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활약해주면 인식이 바뀐다.
이 마안은 위험하지만, 사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사도에게도 통할지도 모를 위력이다. 그렇게 쉽게 건네줄수있겠냐.
"그래, 유감이네. 그럼 또 기회가 있으면 노려줄테니 방심해주면 좋겠어."
농담도 진담같은 어두운 미소. 진짜로 봐줘 ...... 그렇게 웅얼거리며 문득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한 번 만난 것 친척 거기까지 구애 다니 상당히 의리 깊은구나"
귀족의 자존심 따위, 라며 스스로 부정했으면서 이 상태다. 티격태격하더라도 일족에 대한 강한 의지가있는게 아닐까.
"별로. 부모님의 마안을 당신이 가져가더라도 돌려받을 생각은 없어"
어딘가 기가 막힌다는듯한 눈빛의 사피르. 결정화 광선을 발하고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심하게 기분 나쁘다.
"당신, 둔하네"
"응? 뭐야, 갑자기."
"그러고 보니 당신의 파티 멤버가 소문의 요정과 마녀의 미소녀 콤비였지 ...... 후후, 당신, 고생좀하겠어?"
"괜한 참견이야"
"후후, 뭐 좋아. 거기까지 둔감하다면 확실하게 가르쳐줄께. 사이드 삼촌은 말이야 - "
대답하려는 그녀의 얼굴은 어디까지나 즐겁고 기쁜듯한 미소가 떠올라있다. 확실히 미인이라고 할 얼굴이지만 그 미소는 보는 사람을 전율시키는 '소름'같은 것을 느껴지게한다.
직관적으로 눈치챘다. 그녀는 어딘가 고장나 있다고.
" - 나의 첫사랑이야"
그런 사람의 눈을 갖고 싶어하다니 솔직히 조금 깬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다.
더이상 말해야 할 것은 없다며 무방비 상태로 등을 보이고 퇴장하는 사피르에게 나는 아무것도 질문은 하지않았다.
동료를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건가 등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
"큭 ...... 역시 세 번 연속 가호 발동은 무리가되나 ...... "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 삐걱거리는 관절, 흐릿한 시야. 승리했지만 몸이 만신창이다.
만약 지금 새로운 난입자가 나타난다면 나의 운명은 거기서 끝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내가 취할 선택은 하나 밖에없다.
"자,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