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0 화 초인 검기
"역시 심했나?"
내 주위에는 마침내 전멸의 말로를 걸은 친위대원들이 구르고있다. 크로스 파이어로 적병을 살육하던 알자스 마을에서의 전투를 생각나게한다. 친위대원들은 진짜로 시체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지만, 그래도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죽여야되는 것도 아니다. 나의 목적은 새로운 가호의 실험이다.
우선, 세 번째 가호인 검은 마력의 번개 속성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마탄에 번개 속성을 통합해보려고했지만 피를 흘리지 않고서 상대를 무력화할 수있는 전격의 편리함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것은 몬스터의 생포 퀘스트에서의 마비나 약화 등 실전에서도 다양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참고로 이름은 [뇌격포=쇼크 버스터]로 결정했다. 아직 쏜 사람을 기절시킬 정도이지만 진심을 내면 [버스터]라는 이름에 부끄럽지않는 위력이 나올것은 분명하다.
그나저나 그 밖에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었으나 ...... 설마했는데 정말로 마탄 배럿 아트 풀 버스트에 모두 쓰러졌다.
"그, 그런 ......"
아니, 아직 한명이 남아있다. 헬렌이라고 자칭한 친위대장이다.
던전에서 랭크 5 몬스터를 마주친 것같은 절망적인 표정에 불쌍할 정도로 몸을 떨고있다. 이래서야 마치 내가 더 나빠보이지않은가.
어차피 서있는 사람은 둘뿐인 투기장이다. 보는 눈도 없으니 지금의 내가 아무리 처녀를 습격하는 흉악한 촉수 남자로 보인다해도 상관없다. 이젠 상황을 정리할 때가 됬다.
이렇게, 그녀만 무사한 것은 실력도 우연도 아니다. 그저 내가 총알을 맞히지 않았을 뿐이다.
"어이"
"히잇!?"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반응하면 오히려 친위대원들에게 동정심이 솟아오르지만 그래도 마음을 독하게 먹고 헬렌을 노려봤다.
뱀에게 노려봐지는 개구리라는 표현으론 부족할 정도의 반응이다. 소녀가 날카로운 비명을 흘리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어, 어이 어이 팬티 보이고있어. 얼른 스커트를 정돈하라고. 신경쓰이잖아.
덧붙여서, 검정이었다.
"어째서, 아니 ...... 오, 오지마 ......"
나는 팬티를 신경쓰지 않도록 노력하며 어떻게든 그녀의 얼굴만을 똑바로 바라보며 걸어갔다. 어이쿠, 굴러다니던 학생에 발이걸려 넘어질 뻔했다. 하지만 걷어차서 치우는건 아무리그래도 불쌍하다.
"어때, 정신이 좀 들어?"
처음의 위세는 어디갔는지 이제 완전히 겁에 질린 작은 동물처럼 떠는 헬렌앞에 인왕립으로 서며 물었다.
기분이 좋지않은것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대사가 떠오르질 않는다. 내가 애드립으로 좋은 연기를 할 수 재능을 갖추고 있을리도 없고.
"쓸데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일단 변명은 해둘께. 넬은 순수하게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주고 있고, 나도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나는 넬을 다치게하지않아"
이스키아 고성까지 데려가서 위험에 말려들게했다는 부분은 굳이 들추지않는다.
"어쨋든 나와 넬의 관계에 불필요한 참견을 거는건 그만둬줄래?"
중요한 것은 여기서 확실히 다짐을 받아두는 것이다.
이렇게 정면으로 계속 덤벼들면 귀찮고, 무엇보다 음습하게 괴롭힘을 당하게되면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릴리와 피오나에게까지 피해가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게된다. 내가 이성을 잃는게 위험한게 아니라 두 사람이 이성을 잃는게 위험하다.
"이후에도 같은짓을 한다면, 모의전으로 끝내지 않을꺼야"
스스로도 진부한 협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해두면 다시 참견해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약간 불안하기는 하지만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헬렌, 친위대장으로서 이 소란을 일으킨 책임을 져야겠지?"
라고 말은 했지만 특별히 뭔가를 원하는게 아니다. 상대가 돈을 지불할 때까지 "성의를 보여라 성의를!" 이라며 호통을 치는 쓰레기는 되고싶지 않은 것이다.
즉,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만해주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아무튼, 그녀가 생각하기엔 증오스런 원수인 나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굴욕일거라고는 생각하지만.
"...... 아, 알겠습니다."
아, 반말였던 것이 경어로 바뀌었다. 도적을 토벌할때 잡은 잭이라는 스킨 헤드 남자와 같은 반응이다. 귀족가의 따님도 깡패도 결국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나도 실험 시설에서는 절대 복종이었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게 괴롭다.
하지만 지금은 자비를 베풀때가 아니다. 나는 "그렇다면 빨리해라"라는 시선으로 더 예리하게 무언의 위협을 가했다.
드디어 얼굴이 창백해진 헬렌은 비틀거리며 힘없이 일어섰다.
"읏 ...... 큭 ...... "
여기에 이르러선 자존심도 아무것도없을 것이다. 파란 눈으로부터 흘러 넘치는 눈물을 감추지도 닦지도 않는다. 꿋꿋하고 기품있던 얼굴은 비통한 듯 울상을 짓고있다.
힘내라 헬렌, 이후엔 고개 숙여 사과하면 그걸로 끝이야!
"으, 으으 ......후으으으......"
그리고 그녀는 벗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간부 후보생의 증거인 붉은 망토를. 그 다음에는 겉옷인 검은 조끼를. 지금 이 순간엔 블라우스의 칼라를 붉게 물들이는 리본이 풀렸다. 스륵스륵 천이 스치는 소리가 묘하게 귀에 남는다.
이녀석, 도대체 뭘하고있는거지?
왜 여기서 벗는거야? 설마 알몸으로 엎드리기가 아발론 류의 사죄인건가? 그렇다고해도 여자에게 그런 일을 시킬 생각은 없다. 아니, 남자도 싫다 - 랄까 빨리 말리지 않으면 진심으로 돌이킬 수 없게된다.
그녀의 손은 이미 블라우스 단추 위쪽을 풀고있다. 풀어헤쳐진 가슴쪽에서 흰 피부와 검은 브래지어가 약간,
"어이, 뭐하는거야!"
제지의 말을 외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팔을 잡고 강제로 멈추게했다.
"꺅! 아, 싫어, 난폭하게 하지 말아줘 ......"
어, 어이, 뭐야 그 반응은! 이쪽은 선의로 말리고 있는데 마치 내가 나쁜짓이라도 할 것처럼 보이잖아!
그럼 뭐냐, 나는 그대로 조용히 헬렌의 스트립을 두근두근거리며 바라보고 있으면 됬던거야?
"윽, 훌쩍 ...... 도와줘 ...... 아빠, 엄마, 오빠아아아 ......"
내 팔에서 진짜로 울기시작한 그녀를 보고 깨달았다.
아, 이제 사과든뭐든 아무래도 좋아. 내가 한시라도 빨리 그녀 앞에서 사라져야 사태가 수습될듯하다.
역시, 여자의 눈물은 무기 -
"그쯤에서 그만두세요, 광전사 씨"
그때 머리위쪽에서 기다렸다는듯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 나를 '광전사 씨'라고 부르는 인물 중에 짐작가는 사람은 없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 투기장의 2 층 관객석에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릴 뻔했지만,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멈췄다. 위험하고 굉장한 살기, 아니 투기를 느꼈다.
" - 읏!?"
헬렌을 밀어내는 동시에 감각이 명령하는대로 몸을 날렸다.
바로 옆에서 굉장한 속도의 파괴력이 지나간 것을 느꼈다. 0.1 초라도 움직이는 것이 늦었다면 정수리가 부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단단한 흙 바닥을 굴러 회피한 나는 추격타에 대비해 빠르게 위쪽을 확인했다. 시선의 끝에는있는 것은 거대한 목검을 손에 든 한 소년.
"오오오! 지금걸 피하다니, 굉장하잖아!"
기습한 것을 변명할 기색도없이 희색을 띈 그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있다.
매일 아침 왁스로 정돈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생긴 머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튼튼하게 곤두선 금발은 특징적이여서 금방 기억났다.
카이 에스트 · 갈블레이즈. [윙로드]에서 네로와 함께 전위를 맡던 검사이다.
정체를 확인함과 동시에 먼저 말을 걸어 온 사람에게도 살짝 시선을 돌린다.
거기에 있는것은 선명한 보라색의 롱 헤어에 한 권의 책을 손에 든 안경 소녀. 그녀도 본 기억이있다.
마찬가지로 [윙로드] 소속의 천재 네크로맨서 사피르 · 마야 · 히드라.
그런가, 히드라라는 것은 그녀의 안경 너머에 빛나는 눈동자도 [크리스탈 게이즈]인건가. 노려봐지면 위험하겠네.
그나저나 이 두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거지? 아니, 그것보다 ......
"갑자기 덮쳐오다니, 무슨 짓이야?"
어이없다고 말하고 싶어하는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은 사피르.
그녀는 2 층 높이에있는 관중석에서 크게 뛰더니 그대로 경기장을 향해 추락, 아니, 스스로 내려왔다.
그녀의 몸이 착지 직전에 부자연스럽게 두둥실 뜨더니 그대로 가볍게 아레나에 내려섰다.
아마도 바람의 마법으로 감속시켰을 것이다. 무영창에 마력 소모의 기색도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 미니 스커트가 조금도 올라가지 않았으니 마법 효과의 제어도 완벽하다.
"무슨 짓이냐뇨. 여학생이 강간당할 위험에 처하면 끼어드는건 당연하다고요?"
"...... 뭐?"
무슨 헛소리야 오해도 적당히 - 라고 반박하기 직전에 깨달았다.
쓰러진 친위대원들. 제복을 크게 풀어헤친 미소녀 친위대장.
나는 바로 조금 전까지, 날뛰는 헬렌의 손을 억지로 잡고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진심으로 울면서 "도와주세요!"라고 비통한 목소리를 흘렸다.
어라, 옆에서 보면, 나, 완벽한 강간마 아냐?
"하지만, 그 다부진 친위대장을 일부러 대원들의 눈앞에서 범하려고하는건 상당하네요. 당신, 그쪽의 재능이 있는게 아닐까요?"
신음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라는건 지금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일까. 뭐라고 변명해도 믿어 줄 리가 없다. 실제로 헬렌은 나에게 강간당할뻔했다고 인식하고있었으니까.
죄는 이렇게 성립되는거구나......
"뭐, 그런 이유로, 내가 너를 날려버려도 된다는거지!"
실로 기쁜듯한 얼굴과 목소리로 목검을 겨냥하는 카이. 원하는 장난감을 앞둔 아이같은 눈빛을 보니 아무래도 강간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를 뻔한 나를 성패한다는 의분에 사로잡혀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상당히 즐거워보이네. 나를 원망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넬 말이야? 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니까 말이야."
카이는 넓은 대검을 본뜬 목검을 부웅 소리를 내며 가볍게 휘둘렀다. 그 동작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놈은 상당한 실력자 라는걸.
"뭐랄까, 여러가지로 귀찮은 일이 벌어진것 같지만 나와는 관계도 없고 흥미도 없어. 난 단지 그 그리드고아를 날려버린 너랑 싸우고 싶을 뿐이니까!"
과연, 이 녀석은 그 뱀파이어 사무라이 루드라처럼 전투광인건가. 아, 역시 행동 원리가 단순해서 싸움을 피할 수 있을것같지는않다.
"좋아, 싸워주지"
마치 내가 바라던 바였던 것처럼 당당히 대답했지만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카이가 목검을 들고있는 시점에서 모의전을 치를 거라고는 짐작할 수 있다.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였다면 오리하르콘과 미스릴의 합금이라는 고급진 애도를 가지고 덤볐을 것이다. 목숨을 걸지는 않았으니 아직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랭크 5 검사라면 상대로서 부족함이 없다. 이번에야말로 가호를 마음껏 시험해봐야겠지.
무엇보다, 평범하게 내가 질 가능성도 충분히있지만.
"헷, 너 최곤데! 신학교에서 나에게 도전을 받고 수락하는 녀석 따위는 한사람도 없었어!"
자랑스럽게, 아니, 단순히 그것이 사실일 것이다. 전투광에게 전력으로 싸울 상대가 없다는 것은 최대의 불행이다. 카이는 진심으로 기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오해로 인해 휘말렸을 뿐인 나로서는 할말이 많지만.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일단은 자칭해둘께. 카이 · 에스 · 갈블레이즈, 검사 클래스다!"
"나이트 메어 버서커 크로노야 "
아아, 마침내 말했다 버렸다. 하지만 뭔가 분위기적으로 허용될 것 같았어. 이렇게 점점 돌이킬 수없어지는 것이려나 ......
"그럼 간다! 크로노오오오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