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58화 (359/382)

제 358 화 친위대

스트라토스 대장장이 공방을 뒤로 한 내가 신학교에 돌아오자 점심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댕댕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까 레긴과 상당히 길게 무기 강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그 대량의 몬스터 소재. 그것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다보면 길어질 것 같았기 때문에 의뢰 순서는 피오나와 릴리에게 앞을 양보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오후에 예정이있다는 것 같아서 내가 의뢰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지않고 먼저가겠다고 했다.

저녁까지는 돌아온다고했으니 일단 나는 지금 현재 혼자인 것이다.

시몬은 아직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고 윌은 숙취로 누워있다는 것 같다.

"넬의 병문안을 갈 이유도 없고 ......"

어젯밤 파티에서 네로가 화를내서 어색하다, 라기보다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바로 몇일 전까지의 나였더라면 "친구가 병상에 누워있는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리가 있겠냐!"라며 달려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왕족이라는 신분의 위험성이라는 것을 릴리와 피오나에게서 주입받은 것이다. 서투른 행동은 금물이다.

뭐, 애초에 넬이 있는곳은 금남의 여자 기숙사이므로 나는 당연히 들어갈 수 없다. 아무리 친구의 병문안이라고해도 범죄 행위를 일으키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나 같은 남자가 여자 기숙사, 그것도 경계가 엄격한 간부 후보생 전용 기숙사 부근에서 알짱거리면 바로 체포당할 위험이있다.

비록 지금의 내가 스파다에서 유명해진 랭크 5 모험가라고해도.

"응? 그 사람 아니야? 이스키아 언덕에서 몬스터도 학생도 촉수로 능욕하다 죽였다는 광전사"

"무서워! 얼굴 진짜 무서워! 진짜 꿈에 나올것같은 얼굴이야!"

이제 점심인데 귀엽고 작은 도시락을 든 여자 둘이 지나쳐가자 그런 대화가 들렸다.

귀를 곤두세우지않아도 여유있게 들리는 큰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꺅! 이쪽 노려보고있어!"

"촉수에 붙잡혀 버릴꺼야!"

라고 말하며 달려가는 두 사람. 골렘과 사이클롭스, 초중량인 여자 두 명이 내는 발소리는 그리드고아를 떠오르게 한다.

"큿, 젠장 ......"

어차피 훈장을 수여받아도 내 취급은 이렇다.

그러나 적어도 활약 정도는 정확하게 전해주었으면한다. 뭐야, 촉수로 능욕하다 죽인다니. 게다가 학생들까지 분별없이 죽인게 되어있고. 그런 광화 상태였다면 훈장은 커녕 그 자리에서 즉결 처분되었을 것이다.

"잊자 ...... 학생 식당에서 뭔가 맛있는거라도 먹고 잊자..."

그래, 신경쓰지않으면 된다. 명성에 욕심이 나는것도 아니다. 나는 훈장을 받았고 랭크 5에 올랐고, 상당한 금액인 포상금 이외에도 십자군의 정보 제공도 된다. 지금까지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을 것들을 얻었다.

그러니 주위의 평가는 무시하자.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겁먹고 도망가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해져있다. 익숙하다. 익숙하다고 해두자.

그래서 피오나는 아니지만 맛있는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포상금도 들어왔으니 오늘은 조금 사치를 부려볼까. 그러고 보니 [커스 카니발]의 상금 천 삼백 만 클랜도 내 그림자 공간인 지갑에 들어있었지.

오오, 지금의 나는 굉장한 부자잖아! 이것만 있으면 또 언제든지 피오나의 스파다 음식 투어를 개최할 수 있다. 스시도 튀김도 배불리 먹여주자.

아니, 이건 정말로 대단한거야! 나는 결국, 릴리와 피오나에게 받은 고액 선물에 보답할 최소한의 재력을 손에 넣었어! 이제 더 이상 찝찝해할 필요는 없는거야! 야호!

"거기, 사악한 미소를 짓고있는 분"

"......에?"

왠지 굉장히 창피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무례하다고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한 명의 여학생. 그 적대감이 담긴 시선은 분명히 내쪽을 향하고 있었다.

"당신이 크로노, 인가요?"

"그렇지만, 저에게 뭔가 용무가 있나요?"

경어가 대단히 어색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할때는 필요한 것이다.

말을 걸어온 여학생은 상당한 미인이다. 그 명백히 불안해보이는 표정 때문에 엉망이지만.

세미 롱 금발 머리에 호수처럼 푸른 눈. 금발 벽안은 스파다에선 비교적 흔한 특징이다. 오니도 아니고 강철의 몸도 아니기 때문에 종족은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 등에 휘날리는 붉은 망토로 간부 후보생인 것도 확정. 게다가 과연 아가씨 라는 어딘가 기품이 감돌고있는 분위기도 한몫 더했다.

"그렇네요. 더 이상 당신을 두고볼 수 없게됬습니다"

음? 두고본다는건 도대체 뭘까. 나와 그녀는 확실히 처음보는 사이이니 네로처럼 인연이 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두고본다든지, 나는 전혀 짐작가는게 없는데"

"상관없습니다. 당신에게 자각이 있든 없든 말이죠"

우와,이 말투는 위험해. 절대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타입이다. [커스 카니발]에 난입해온 금발 드릴을 연상시킨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자기소개도 하지않았네요. 기사라면 가증스런 원수가 상대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야겠지요"

잠깐, 그 가증스런 원수라는건 나야? 이봐 이봐, 정말로 내가 도대체 뭘했다고 이러는거야.

"제 이름은 헬렌. 먼 옛날부터 아발론 왕을 섬기던 12 귀족 중 하나인 아즈라엘 가문의 장녀입니다"

하아, 그렇습니까? 라며 어이없어하는 대답을 돌려줄 뻔했지만, 목구멍에서 나오기 직전에 그만두었다.

아발론의 12 귀족이라는건 처음 들었지만, 스파다 4대 귀족같은 직함이려나.

라고 짐작은 되지만 일부러 놀란척해줄 정도의 배려는 불필요 -

"그리고 넬 공주님 친위대의 대장이 이 나야"

"진짜로 어째서!?"

아니, 이건 놀라지않을 수가 없잖아. 실존했던거냐, 친위대.

"...... 넬 공주님은 지금 마음의 병을 앓고계신다"

나의 놀란 반응에 "이 얼마나 비열한 야만인이냐"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헬렌. 아니, 경칭을 붙여야되려나. 헬렌은 말했다.

"저는 뭘해도 그분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흉을 제거할 수는 있죠!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널 공주님을 상처입힌 당신을!"

넬은 마력 부족의 피로로 쓰러졌다고 들었다. 그것이 왜 마음을 병들게 했다든가, 내 탓이라든가라는 이야기가 됬는지는 심히 의문스러우니 그녀에게 진심을 호소하려다, 아, 이건 뭘해도 소용없다 라는걸 깨달아버렸다.

"하아 ...... 릴리와 피오나가 뿔난 이유를 이제 실감할 수 있겠어 ......"

지금이야말로 두 사람이 우려한 상황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나와 넬은 서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주위는 그 우정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공주와 허물없이 지내는 모험가따위는 용서받지 못할 '악'인 것이다.

오빠의 입장인 네로라면 트집을 잡는 것도 납득할 수 있지만, 역시 오해와 차별 의식에 의해서 생긴 적대감을 향해지면 불합리함이 느껴진다. 경어 따위는 쓰지말자.

"그래서 나를 어떻게 할거야? 결투라도 신청하게?"

"감이 좋네요. 그래요, 그 말대로 우리는 당신에게 결투를 신청하겠습니다."

"과연, 우리, 라는건가"

어느새 나는 포위되어 있었다. 옆에서 보면 나와 헬렌의 심상치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구경꾼이 몰려든걸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넓지도 않은 길 중간에서 나를 둘러싼 학생들의 무리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시선에 적의가 가득 차있다. 향하는 곳은 물론, 나. 일점 집중이다.

"여기에 모인 것은 넬 공주님의 자애와 미모에 이끌린 봉이 아닙니다. 전원, 아발론의 학생. 저뿐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왕실에 충성을 맹세한 참된 친위대입니다."

빨간 망토에 간부 후보생 일반 재킷, 제복 기사 후보생용 경갑과 로브 차림의 모험가. 이들 모두가 아발론 출신인가. 상당한 수의 유학생이있었구나.

"그렇지만 안심하십시오. 목숨까지는 취하지 않도록 이 학교에서 허용되는 모의전 규칙을 적용해드리겠습니다."

"목검도 사고가 일어나면 죽을텐데?"

"그렇네요. 사고가 일어나지않도록 '서로' 조심합시다"

과연, 취지는 제대로 이해했다. 이런 광대놀음같은 린치에 어울려주어야하나, 라고 생각했지만, 무기가 수중에없는 지금의 나에게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미아와 특훈한 것은 퍼레이드 연습 만이 아니다.

"알았어, 모두의 결투를 받지. 이 자리에서 할거야?"

"설마요. 콜로세움 사용을 준비해뒀으니 거기서 합시다. 도망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말이죠"

헬렌은 우아하면서도 가학적인 마음을 감추지않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좋지. 그쪽이 그렇게 할 생각이라면 나도 대놓고 해주마.

너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두 번째 가호와 세번째 가호, 그 위력을 시험하는 실험대가 되어주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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