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49화 (350/382)

제 349 화 귀가

푸르름의 달 4 일 저녁. 개선 퍼레이드를 무사히 마친 우리들. 아니, 정말 더 놀랄게 없을 정도로 관중들이 무반응한 허무한 퍼레이드였지 ...... 어쨌든, 결국 우리들은 돌아왔다.이 낡은 왕립 스파다 신학교 기숙사에.

"다녀왔습니다!"

라는 릴리를 필두로 세 명의 목소리가 가을 바람이 부는 조금 차가운 현관에 울려퍼졌다. 아니, 역시 정말 낡은 것같아, 이 기숙사는.

"역시 집이최고네"

"그렇네요"

"와앗!"

오른팔로 릴리를 끌어안고 왼팔로 피오나를 안은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양손에 꽃 상태이다. 그래도 마음에 일말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결코 사치가 아니다.

"시몬도 빨리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네"

그렇다. 이 기숙사의 진정한 집주인인 시몬은 오늘 여기에 돌아오지 못한다.

모루쥬라에게 당했을 때의 부상은 넬의 치료에 의해 완치되었지만 체력 · 정신이 모두 소모되어있다. 지금의 시몬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닌 요양이다.

"에메리아 씨에게 보냈으니 금방 좋아지겠지"

바르디엘들은 스파다 사대 귀족의 일각을 담당하는 대귀족이니 시몬은 분명 최상급의 요양 생활을 보낼 것이다.

시몬은 누나를 심하게 꺼리는 것 같지만 알자스 전후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신세를 지고있는 것은 틀림없다.

"분명 지금쯤은 에메리아 씨의 헌신적인 간병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있을 겁니다."

"그, 그러려나?"

시몬의 추억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누나가 그런 유형일 것 같지는 않았지만 ...... 아니, 하지만 피오나는 언제인지 개인적으로 그녀와 만났던 것 같으니 분명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만큼의 신뢰가 있을 것이다.

어쨋든 시몬이 가족의 따뜻한 간호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릴리가 말이지, 요정의 영약을 많이 만들테니 괜찮아!"

"아아, 그렇네."

그러고보니 나도 요정의 영약을 사용한 마비회복이라는 사치스러운 사용법을 선보여버렸다. 다시 만들어달라고해야지.

정말 언제 시련이 덮쳐올지 모르니 준비는 제대로 해둬야겠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쉬어도 천벌 받지않을 것이다. 부탁이야, 미아. 지금만큼은 시련을 주지마.

"그런데, 크로노 씨. 이제 저녁 시간이죠"

가오오 호쾌한 포효를 배로 내뿜는 피오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기 주장이다.

"우선, 옷을 갈아입은 후에 나가는게 좋지않을까?"

나도 언제까지나 오른팔이 찢어진 코트를 입고있는 것도 뭐하니까. 애초에 연이은 싸움으로인해  상당히 더럽다.

"그렇네요, 그럼 나중에. 아발론에서 가져온 선물을 준비하여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과연, 피오나는 아발론에 다녀왔었지. 수행인데 기념품을 구입해서 돌아온다는 의리있는 - 아니, 순수하게 자신이 먹고싶은 맛있는 것을 고르다가 선물에 눈이 간 걸까.

나는 그런 피오나의 행동패턴을 상상하면서 릴리와 함께 자기 방으로 향했다.

"이 방으로 돌아 오는 것도 오랜만 이구나"

생각해보면 이곳을 떠난날은 백금의 달 26 일. [커스 카니발]에 출전하려고 방에서 나갔던 것이 마지막이다.

설마 경기 직후에 저런 구원 요청을 받게 될 줄은 ...... 지금이기에 보이지만 굉장한 시간이었어.

"릴리도 말야, 빨리 돌아오고 싶었던거야. 크로노와 자지않으면 릴리는 외로워!"

라고 지나치게 귀엽게 말하며 응석부려오는 릴리. 아, 역시 릴리는 귀엽다.

"나도 릴리가 없어서 외로웠어"

훗훗후 오늘부터는 그런 외롭게 혼자자는 생활과 이별이야 라는 불순한 마음을 품은채 릴리를 침대 위에 내려주었다.

꺄꺄 환희하면서 부드러운 침대 위를 구르는 릴리. 원피스 자락이 잔뜩 올라가서 흰 비단 팬티에 싸인 귀여운 엉덩이가 얼굴을 내밀지만 굳이 주의를 주지는 않는다.

"자, 릴리도 갈아입자?"

"네에!"

씩씩한 대답과 함께 작은 양손을 뻗어 빛 공간 마법 [디멘션]에서 내가 선물한 흰 모후모후 모피 로브, 줄여서 흰 모후로브가 나왔다.

그 겉옷을 내밀고있는 것은 결코 나에게 입으라고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입혀달라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혼자 갈아입는 정도는 여유인 릴리지만, 젠장, 지금은 공연히 애지중지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다. 어린 소녀 릴리는 응석부리기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나를 사실 손바닥에서 놀아나게 할 정도로.

뭐, 그래도 나는 기꺼이 춤추겠어. 그런 이유로 흔쾌히 로브를 받아 옷을 갈아입힌다.

"자, 만세"

"만세!"

라디오 체조를 시작하는 듯한 기세로 척추까지 쭉 뻗은 양손을 내거는 릴리. 나는 원피스 자락에 손을 대고 그대로 넘겨올린다.

다시 보이는 흰색 여아용 팬티. 이어서 보이는 것은 유아 특유의 둥글고 부드러운 배에 작은 배꼽.

이런, 날개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맑은 빛만을 보이는 요정의 날개이지만 제대로 실체가 있으니까 말야, 이거.

릴리는 윗 날개를 위로, 아랫 날개를 아래로 각각 수직 근처까지 기울여 옷에 걸리지 않도록 조정했다.

좋아, 어떻게든 잘 들어갔다.

그리하여 원피스를 벗으니 팬티 한 장 뿐이었다.

전라에 가까운 모습을 보니 아직 만난 지 얼마되지않았던 그 시절이 기억나네. 지금은 완전히 이 고대 벨벳 블랙 원피스를 비롯해 다양한 복장의 릴리를 보아왔지만 처음에는 계속 알몸이었으니까.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엉뚱했다는 생각도 든다.

"자, 읏차"

"읏차!"

적절한 구호를 외치며 머리부터 흰 모후로브를 단번에 입혀준다.

긴 토끼 귀가 달린 후드를 입으니 귀여운 요정 씨가 야성미 넘치는 모후모후로 변신 완료.

"자, 끝이야"

"고마워 쿠로노!"

아, 행복하다. 릴리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한 나야말로 인사를 하고싶을 정도다.

이런 감상은 어쩐지 조금 로리콘스럽지만 ...... 아니, 아니, 그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흐뭇한 마음으로 푸르르 떠는 릴리의 둥근 토끼 꼬리가 붙은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마침내 [디아볼로스 · 엔브레스]를 벗는다.

이놈은 내일이라도 제대로 세탁해야겠네. 격전을 참아줬으니 마음을 담아서.

그리하여 새로운 바지와 셔츠를 입고, 갈아입기 완료. 자, 그럼 피오나의 아발론 선물을 먹으러 라운지로 -

"응, 크로노"

하지만 그때 릴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게다가 유녀가 아니라 소녀라고 생각되는 어딘가 늠름한 목소리로.

"응? 무슨 일이야, 릴리?"

릴리는 모습은 유녀인채로 여전히 침대 위에 납작 엎드린 자세다. 꼬리가 달린 엉덩이를 이쪽으로 향한 채 릴리가 내 쪽을 돌아본다.

"이 하얀 깃털, 뭐야?"

어라, 릴리 씨? 어쩐지 눈이 무서운데요 ......

졸지에 라스같은 위압감을 발하는 릴리가 침대에서 발견한 것은 한 장의 하얀 깃털. 그 깃털은 매우 잘 아는 것이다.

넬 율리우스 에루로도. 상냥한 아발론의 첫번째 공주이자 내 스파다에서의 두 번째 친구.

친구. 그렇다. 넬과 명확하게 친구 선언을 한 그날 그때 그녀는 내 방 침대에 걸터 앉아있었다. 그냥 앉아있었던 것만이 아니라 상당히 푸드득거리며 격렬하게 행동했었으니 아마도 당시에 흩어진 깃털이 조용히 남아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그렇지않아도 마법을 가르쳐 줄 때 몇 번 방으로 부른적이 있었고, 침대에도 자주 앉아있었다. 침대에 깃털 한 장이나 두 장이 남아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하필 지금 이때 릴리에 의해 발견되어버린 것이다. 큰 오해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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