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45화 (346/382)

제 345 화 재회 (2)

이스키아 고성 정문 바로 앞에서 모험자 파티 [엘리멘트 마스터]는 약 삼주 만에 재회했다.

"릴리! 피오 -"

"쿠로노옷!"

달리는 말 위에서 그 빛나는 두 쌍의 날개로 날아오른 릴리가 크로노의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조금 의외의 행동과 지나친 기세에 놀랐지만, 크로노는 그 작은 몸을 제대로 받았다.

"- 릴리! 보고싶었어!"

"응! 릴리도 크로노 만나고 싶었어!"

"우오오! 릴리이이잇!"

"쿠로노오옷!"

얼싸안은 채 의미없이 그 자리에서 빙빙돌며 뺨을 비빈다.

바보 커플, 아니, 딸과 재회한 바보 부모같은 광경이지만, 적어도 크로노와 릴리의 재회를 표현하기에는 적합한 행동이었다.

릴리는 어디까지나 사랑스럽게 미소짓고있고 크로노는 어디까지나 악마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제물로 바쳐질 아이들을 사로잡은 악마같다.

"크로노 씨. 저도 보고싶었습니다만"

진심으로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지긋이 노려보는 피오나. [디아볼로스 · 엔브레스]의 소매를 단단히 잡고 들뜬 크로노의 관심을 끌려한다.

그것을 시선 밖에서 바라보던 릴리의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아아, 피오나도 만나고 싶었어. 어서와"

"예, 돌아왔습니다, 크로노 씨"

숨기지않고 재회를 기뻐하던 크로노에 피오나의 졸린 표정이 약간 피었다. 피오나는 좀처럼 보이지않는 미소를 그 파란 장미로 불리는 미모에 띄웠다.

하지만 드문 미소뿐만 아니라 다음되는 행동도 그러했다.

소매를 잡은 채 피오나가 달려들듯이 크로노에게 몸을 기댔다. 그의 목에 철썩 붙어있는 릴리를 부럽다고 말하는 것처럼.

접근은 순식간이었다. 마녀의 로브와 악마의 코트가 맞닿는다.

강력한 방어와 다양한 속성 내성을 자랑하는 두 장비이지만 서로의 온도는 확실히 전해진 것 같다. 크로노는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섞인 복잡한 표정. 그에 비해 피오나의 표정은 트레이드 마크인 삼각 모자의 넓은 챙에 가려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지만 흰 뺨은 확실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우! 피오나 안되!"

"괜찮지 않습니까, 릴리 씨? 가끔은 나도 응석부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빛의 날개를 파닥이며 거부의사를 나타내는 릴리가 크로노에게 달라붙은 피오나를 밀어내려고 몸부림친다.

"그럼 나도 외로웠으니 두 사람에게 응석부려도될까?"

제로 거리에서 사이좋게 싸우는 두 사람에 크로노가 취한 행동은 그냥 껴안고 있는것 이었다.

소매가 찢어진 맨손의 오른팔로 릴리의 작은 몸을 단단히 붙들고 왼팔은 피오나의 가녀린 어깨에 돌려 살짝 껴안는다.

크로노 자신으로선 농담 반의 포옹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진심이다.

이 팔에 안은 두 사람의 존재가 지극히 기쁘고 믿음직스럽고 마음에 평화를 준다.

동료의 고마움. 엉성하고 단순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크로노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응, 괜찮아 크로노! 릴리가 잔뜩 응석 부리게 해줄께!"

"네, 크로노 씨는 제가 충분히 애지중지해드릴께요"

상상도 못할 달콤한 대답. 메이플 시럽을 그대로 마신 것같은 대답에 드디어 크로노도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을 안고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의 부끄러운 표정을 보이지않은게 다행이라고 마음 속으로 안도했다.

"아아, 고마워. 릴리, 피오나"

그래도 결국 목소리가 높아져서 결국 들켜버렸다.

"무후후훗! 크로노, 츄, 츄!"

"후후, 크로노 씨, 꼬옥"

뺨에 느껴지는 작은 입술의 감촉과 가슴을 감싸는 부드러운 몸의 따뜻함에 크로노는 더욱더 붉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아, 역시 두 사람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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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건 요정의 날개야. 너에게 나중에 소개해주겠지만, 그녀들이 내 파티 [엘리멘트 마스터]의 멤버야"

네? 라는 바보같은 대답이 새어나왔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정말로 크로노 군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응, 크로노 군, 왜 파티원이 여성인거죠? 왜 그렇게 기쁜듯한 얼굴을하고 있나요?

이상해요, 그런 것, 이상해요. 왜냐하면, 크로노 군의 파티 멤버는 마음대로 개별행동을 하는 사람들이예요.

이렇게 위태로운 크로노 군을 방치하다니, 저는 그런 심한짓을 하지않아요. 힘들 때 함께있지않은게 신뢰가 낮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째서, 어째서, 크로노 군은 그렇게 웃고있나요? 저는 그렇게 기뻐하는 크로노 군의 얼굴을 처음보았습니다.

내가 모르는 크로노 군의 마음이. 아, 싫네요. 기분나쁜 싫은 예감이듭니다 ......

"그럼 넬, 나는 먼저 두 사람을 만나러갈께"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성벽 위에서 몸을 내던지는 크로노 군. 순간적으로 뻗은 팔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릅니다.

"어, 그, 크로노 군!? 잠깐, 크로노 군!"

가지마요, 가지마세요. 내 앞에서 사라지지마세요 - 충동적으로 그런 불안감이 불을 지핍니다.

그렇지만 저는 단지 그 이름을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크로노 군은 그리드고아 마저도 묶은 검은 촉수를 타고 성벽을 손쉽게 뛰어내려 언덕을 달려갔습니다. 매정한 파티원을 향해.

"아아, 가지마세요 ...... 크로노 군 ......"

말려야합니다. 초조감이 가슴속을 태워도 몸은 얼어붙어 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점점 거리를 좁혀나가는 둘을 성벽 위에서 단지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빛의 날개와 검은 삼각 모자의 특징적인 실루엣.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사랑스러운 요정과 예쁜 마녀인 것이라고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두 사람이 크로노 군의 진정한 파티원인건가요? 아뇨, 안됩니다. 제대로 크로노 군에 대해 알고있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저뿐입니다.

왜냐하면 크로노 군은 언제, 누구에게라도 오해당하여 소외당하고, 원망받죠 - 하지만 전, 저만이 진정한 당신을 이해하고 있어요.

아직 만난 지 얼마안됬지만, 그래도 저는 크로노 군에 대해 많이 알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넬 씨 덕분에 어떻게 발동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처음 [호루스 부스트]가 발동되어 기뻐하던 크로노 군. 그가 기뻐할 때 저도 기뻤습니다.

"이 샌드위치 맛이 없습니다."

저를 배려해주고 솔직히 그렇게 말해준 크로노 군. 후후, 괜찮아요. 이제 제대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저는 넬 씨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당연하게 친구라고 대답해준 크로노 군. 저는 이 때 처음 자신이 친구를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하고 울어버릴 정도로 기뻤어요.

"고마워, 넬. 만일의 경우엔 부탁할께"

힐러로써의 절 믿어준 크로노 군. 미안해요. 이때는 자신을 의지해준 것이 기뻐서 혼자 마음대로 들떠있었을 뿐이었어요.

"미안, 넬. 상당한 중상이야"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크로노 군이 그런 심한 부상을 당한 것은 경기를 지연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크로노 군을 가장 우선시할께요. 다른 사람을 버려서라도.

그렇지 않으면 제가 위험에 뛰어드는 크로노 군을 도울 수 없으니까요. 그를 만류할 수도 없고요.

"나에겐 아무래도 죽이지 않으면 안되는 녀석들이 있어"

저는 이제 알아버렸으니까요.

"나는 이 마을을, 친구들을 지킬 수 없었어 ......"

"젠장! 젠장! 나는 또 아무도 지킬 수 없었어 ......"

"그래, 모두가 죽은 것은, 내 잘못인거야..."

저는 크로노 군이 짊어지고있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저는 그를 도와줄 힘이되고 싶습니다. 도움이되고 싶습니다. 그 슬픔을, 고통을 달래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닥쳐올 어떤 어려움도, 제가, 제가 -

"아아, 제가 크로노 군을 보호할 거예요 ...... 응, 제가 노력할께요. 크로노 군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께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 괜찮겠지요? 절, 크로노 군의 파트너로 - "

" - 릴리! 만나고 싶었어!"

크로노 군이 요정 소녀를 안았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쁜듯한 얼굴. 들어올린 작은 몸을 그 넓고 두꺼운 흉판으로 받치고 씩씩한 양팔로 다시 놓지않겠다는 듯이 그 여자를 사로 잡고있습니다.

"응! 릴리도 크로노 만나고 싶었어!"

릴리라는 인간 유아같은 큰 요정은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크로노 군의 목에 달라 붙어있스니다. 힘껏 달라붙는 고양이처럼.

"우오오! 릴리이이잇!"

"쿠로노오옷!"

튀는 것같이 크로노 군의 목소리가 귀에 닿습니다.

언젠가처럼 엿듣는데 썼던 소리를 주워모으는 바람의 마법을 행사하고 있기때문에 들립니다.

그래서 이 마법을 지금이라도 멈추면 듣리지않습니다. 크로노 군과 그 아이가 뛰어노는 목소리가.

눈을 감으면, 보이지않습니다. 크로노 군이 여자를 껴안은 모습이.

"아, 아 ...... 그만 ...... 그만, 제발 ......"

하지만 저는 할 수 없습니다. 귀를 닫을 수도 외면할 수도. 왜냐하면, 그렇게 해버리면 크로노 군이 -

"아아, 피오나도 만나고 싶었어. 어서와"

"예, 돌아왔습니다, 크로노 씨"

지금은 마녀가 크로노 군의 앞에, 아, 안돼, 그만하세요. 그렇게 크로노 군에게 접근하지 -

"그만!"

마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녀는 크로노 군에게 그 몸을 기댔습니다.

작은 요정 소녀뿐이라면 아직 괜찮습니다. 하지만 마녀 소녀는 제 또래여서 크로노 군과 동행하거나하면 마치 ......여, 연인처럼 보여버리잖아요 ......

안돼요. 그런건 절대로 안됩니다. 크로노 군도, 사실은 싫어 -

"그럼 나도 외로웠으니 두 사람에게 응석부려도될까?"

귀가 녹아버릴 정도로 달콤한 대사. 눈이 녹아버릴 것같은 뜨거운 포옹.

"그런 ...... 거짓말이죠, 크로노 군?"

크로노 군이 스스로 여자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어요. 믿고 싶지않아요.

"응, 괜찮아 크로노. 릴리가 잔뜩 응석부리게 해줄께!"

"네, 크로노 씨는 제가 충분히 애지중지해드릴께요"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요. 듣고 싶지 않아요.

"아아, 고마워, 릴리, 피오나"

크로노 군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따위 -

"...... 응? "

이제 견디지 못하고 눈을 돌리려던 그 때, 누군가가 보고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크로노 군은 성을 등지고 서있고 마녀는 그 품에 안겨있습니다. 그러나 크로노 군의 목에 매달려있는 요정 소녀만이 이쪽을 보고있습니다.

우연히, 단지 우연히 시야에 들어간 - 아니, 그 에메랄드색으로 빛나는 시선은 당연하다는 듯이 성벽 위에 서있는 제게 쏠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웃었습니다.

그것은 어린 소녀에 어울리는 해맑은 미소 아닌 요염하고 냉혹한 비웃음.

그 아이는 확실히 저를 보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크로노 군에게는 보이지않게 저에게만 그 사악한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아니, 그년은 저에게 과시했습니다.

"무후후훗! 크로노, 츗!"

크로노 군의 뺨에 닿은 키스. 그 의미는 텔레파시가 없어도 알 수 있습니다.

크로노는 내 물건이야 - 그렇게 호소하는 겁니다.

"아, 아니 ...... 그런, 그런건, 아니 ...... 아, 제가 크로노 군의 제일 -"

"아, 역시 두 사람이 최고야"

그 한마디로 겨우 이해했습니다.

"...... 크로노 군은 저보다 그 두 사람이, 좋은거군요"

아, 그래요. 그런거군요.

크로노 군은 오래전부터, 저와 만난 날부터 요정과 마녀의 것이었던거네요.

어, 그래도 제가 크로노 군의 최고가되고 싶어요. 파트너가 되고싶어요. 제가 어떻게하면 됩니까?

"크, 크로노 군 ...... 나, 나, 나는 ...... 아, 우우, 우, 오에에에에에엑- "

토했습니다. 숨막힙니다. 고통스럽습니다.

입에서 잔뜩 흘러나온 오물이 돌바닥위에 지저분하게 퍼집니다. 그것이 반사적으로 혐오감을 자극하여 더욱 구토를 합니다.

두번, 세번, 멈춘 후에 숨을 골랐습니다. 흩뿌진 토사물. 더러워진 법의, 더러운, 나.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답답하고 죽고싶습니다.

"윽 ......아아아아아......"

하지만 제 마음이 더 고통스럽습니다. 힘들고 아파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릴 정도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입은 침에 젖어 저는 힘빠진 무릎을 꿇고 통로에 쓰러졌습니다. 이제, 크로노 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여자를 안는 크로노 군의 모습은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눈을 감아도 크로노 군은 지금도 그 두 사람을 팔로 안아 -

"구, 우우 우우 ...... 크로노 군 ...... 내 ...... 내 크로노 군을 돌려줘...... "

저기, 크로노 군. 당신 옆에는 제가 있을 자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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