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33화 (334/382)

제 333 화 영웅의 탄생

이스키아 고성은 이제 몬스터의 대군에 삼켜지려하고있다.

사방의 성벽에서 벌레가 기어나오듯이 인간형 몬스터가, 상공에서는 나뭇잎이 떨어지듯이 비행형 몬스터가 무리를 짓고있다.

굳건하게 닫힌 성문앞에는 두개골이 부서질듯한 기세로 돌격을 반복하는 대형 몬스터가 얼마나 더있는 것일까.

여기까지의 싸움에서 학생들 측은 일할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고 있었다.

결국 친한 동료들이 그 무서운 뱀 기생충에 의해 적군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핫 ...... 끝이야 ...... 이제 전부다 ...... 끝이야 ......"

윌 하르트는 절망한 표정으로 기계적으로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성벽 위에서는 침입한 몬스터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거기에 섞여 익숙한 교복을 입은 인형의 그림자가 하나 둘씩 섞여있는 것이 윌 하르트의 눈에 비쳤다.

시몬도 저렇게 - 놔두고 온지 얼마 안된 친구. 그 변해버린 모습이 싫어도 뇌에 그려진다.

눈물과 함께 메스꺼움이 복 받쳐올랐다.

"확실히 해주세요, 윌 하르트 각하!"

에디가 보기에도 안색이 나쁘고 당장이라도 걸음을 멈춰버릴 것만 같은 대장을 일갈했다.

"아, 에디 ...... 미안 ...... 괜찮아"

아직이다, 아직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자신은 아직 살아있고, 학생들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분투하고있다.

여기서 자신이 먼저 항복하면 어떻게하는가. 총대장은 다른 사람들이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발버둥쳐야한다.

"그래, 나는, 괜찮아 ......"

하지만 마개가 빠진 것처럼 기력이 손실되어간다.

무리다, 헛수고다. 무능한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부정적인 감정만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머리에 솟아올라 영혼을 좀 먹는다.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겉으로일 뿐이다.

(아, 그렇지 -)

기계적으로 소총을 쏘던 윌 하르트는 확신했다.

(결국 나에게 희생을 낼 각오같은 건 없었어)

네로를 나무랐지만 막상 눈앞에서 친구가 희생되니 이 꼴이다.

(얼마나 보기 흉하고 꼴사나운가. 미안, 시몬. 아무래도 나는, 네가 기대했던 정도로 마음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 -)

윌하르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소총의 볼트를 당겨 다시 장전 - 하지만 철컥 소리가 슬라이드 중간에 멈췄다.

두 번 세 번 힘을 주어 당겨 보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탄 막힘' 이라는 녀석인가 ...... "

탄 막힘. 개발 초기부터 이미 잠재적 결함으로 간주된 것이었고 이 때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어떠한 이유로 적절하게 탄피가 배출되지않는 것인가, 아니면 어딘가의 부품이 왜곡되버린것인가, 자세한 원인은 모르겠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이 프로토타입 라이플은 총알을 발사할 수 없는 쓰레기로 변했다는 것이다.

"나와 같구나"

결국, 윌 하르트 발을 멈췄다.

그 자리에 망가진 라이플을 내던져버리고 성벽쪽으로 다가가 멍하니 멈춰섰다.

에디와 시에나가 울고있는 것같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려오는 것은 어딘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 싸움의 북적임과 -

"--القسم الثاني من روح السلام"

영창.

"...... 뭐지?"

드디어 절망에 빠져 머리가 이상해진건가?

"야, 뭐야 이 영창은?"

"아니, 아니야, 이건 -"

확실히 윌 하르트에게만 들리는 환청도 아닌 것 같다. 이 맑고 아름다운 선율은 모두의 귀에 닿고있는 것 같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니, 도대체 누가 영창하고있는 것인가.

"- 마법이다!"

누군가가 마법을 사용하려하고있다.

"저건 ......"

그때 윌 하르트는 보았다.

성벽 밖. 압도적인 몬스터의 대군이 북적거리고있을뿐인 광경.

하지만 저 멀리 이 이스키아 고성이 세워진 언덕 기슭에서 뭔가 검은 무언가가 일직선으로 달려오고있는 것을 명확하게 시인했다.

"저건 - "

몬스터 군단 사이에서 잇달아 폭염이 분출된다.

고블린과 슬라임 무리가 날아가고 도루토스와 랜드 드래곤 등의 대형도 찢어져 흩어졌다.

앞길을 가로막는 방해자를 죄다 날려버리며 곧은 언덕을 뛰어올라 온다.

엄청난 진격을 선보이는 단 하나의 그림자.

마치 드래곤의 육체를 관통하는 검은 칼날처럼

"- 크로노!"

검은 악몽의 광전사가 전장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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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성벽 위에서 지금이라도 성내에서 철수할까 라고 생각하던 그 때, 꿈틀거리는 몬스터의 무리 저편에 하나의 기병이 나타난 것을 보았다.

아니, 이 난전 중에서도 그 등장을 눈치채지 않을 수는 없다.

그것은 맹렬한 기세로 말을 몰아 몬스터의 벽을 분쇄하며 갑자기 접근해왔으니까.

성벽 위에서 몬스터를 걷어차던 사람들이 그 너무나도 작은 원군같은 인물의 등장에 기뻐하며 약간 질겁했다.

도대체 어느 누가 이런 엉뚱한 짓을 하고있는걸까. 그 모습은 눈이 좋은 궁수와 도적 클래스의 사람들이 조금씩 밝혀나갔다.

"뭐야, 저 말 ......"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탄 말은 스파다의 장교가 탈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훌륭한 체구의 흑 - 아니, 그 갈기가 불길한 빨간색과 검은 색이 섞인 불꽃처럼 흔들리고있는 것을 보면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닌, 몬스터, 그것도 언데드로 분류되는 것이라고 알 수 있었다.

영원히 전력으로 질주하는 언데드의 말은 특별히 이렇게 불린다. [나이트메어]라고.

그렇다면 그것을 탄 기사는 누구지.

마상위의 검은 그림자는 양손에 대검을 들고서도 여전히 칼날이 부족하다고 말하듯이 주변에 다양한 무기를 수십 개나 거느리고있다.

대폭발을 일으키는 공격 마법과 함께 공중에 수십 개의 칼날을 마음대로 움직여 무수히 많은 먹이에 날린다.

폭발의 폭풍과 칼날의 폭풍을 뚫고 검은 기사에게 육박한 몬스터는 그가 손에 든 두개의 무기로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오른쪽에서 오면 붉은 날이 번쩍이고 왼쪽에서 오면 아검의 몸체가 검게 번쩍인다.

잘보면 그 날에서는 검 붉은, 자신의 기마가 두른 것과 같은 색조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있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저주의 무기라는 증거.

이 거리에 있어도 거기에 감춰진 원망의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였다.

밀려드는 압도적인 수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돌진해오며 저주의 칼날을 휘둘러 혈로를 개척해나가는 그 모습은 기사라기보다는 -

"광전사"

모두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처절하고 격렬한 전투 모습을 가리키는 단어는.

"광전사같다"

순식간에 몬스터들을 희생의 제물로 만들고 그 시체의 산을 나이트메어가 밟고지나간다.

이토록 무서운 기병의 모습이있는 것일까. 인마 일체의 광기는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한명의 아군이 스파다 정예 기사단에 필적할 정도의 힘을 자랑하며 든든함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나이트메어를 모는 광전사"

절체절명의 궁지에 나타난 검은 희망의 빛이,

"나이트메어 버서커다! "

학생들은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검을 휘두르는 팔에, 활을 당기는 손에 힘이 돌아온다.

단 한 명의 등장이었지만 기다려온 원군의 도래에 그들의 사기는 상승일로를 걷고 있었다.

"어이 봐봐! 뒤에 타고있는 저 사람, 넬 공주님 아니야!?"

희망의 빛이 더욱 커져간다.

검은 광전사의 배후에는 흰색 날개를 펼친 공주의 특징적인 모습이있었다.

그 특징적인 모습을 보고 그녀를 혼동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القسم الخامسالحكم على الأشرار"

그리고 이 전장에 스피커 마법의 효과때문인지 명확하게 울리는 아름다운 아리아의 선율도 넬 율리우스 에루로도의 것이라는게 된다.

"살았다 ...... 우리들 살아남았다!"

그렇게 외친 마법사 클래스의 남학생은 그저 희망에 차서 말한 것이 아니라 이 울려퍼지는 노래의 의미를 해독한 것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그걸 몰라도 넬이 치켜든 순백의 긴 지팡이에 집약되어가는 방대한 마력의 흐름을 느끼면 일발 역전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대마법이 내뿜어질거라는걸 상상하고 만다.

그리하여 광전사와 공주를 태운 언데드 말이 이스키아 고성의 성문까지 도착하자 예상대로 마법이 발동되려 하고있었다.

성문 앞에 무리지어있던 대형 몬스터를 폭발과 저주의 칼날로 청소하고 당당하게 내려선 칠흑의 기병.

나이트메어 버서커는 뒤에 우뚝 솟은 성벽을 따라 고개를 들어 의외로 냉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도와주러 왔어, 윌"

검정과 빨강, 이색의 시선 끝에는 어딘가 멍한 표정의 윌 - 윌 하르트 트리스탄 · 스파다 둘째 왕자가 있었다.

광전사는 그 대답을 듣기 전에 다시 앞을 향해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럼 맡겨둘께, 넬"

"네, 크로노 군 -"

짧은 대화였지만 마치 부부 파티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두 사람.

어디까지나 진지한 얼굴로 응한 넬은 하얀 국보급 긴 지팡이 [흰 날개의 천칭]을 치켜들고 마침내 일발 역전의 대마법을 쐈다.

" - [악역 추방=레디언스 ·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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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기생충에 의해 조종당하는 몬스터 군단이라는 정보를 윌 하르트의 친필 의뢰서에서 받은 시점에서, 넬은 하나의 작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학생 수준의 프리스트라면 중급 상태 이상 회복 마법이 고작일 것이다.

하지만 랭크 5 이자 [아리아]의 가호를 품은 넬이라면 어떨까.

거기에 아발론의 국보 흰 날개의 천칭을 병용하면 현대 마법의 계통을 벗어난 위력을 자랑하는 고대 마법의 행사조차 가능하게한다.

그것이야말로 긴 영창 끝에 발동시킨

" - [악역 추방=레디언스 · 에그]"

초 광범위의 정신계 상태 이상을 완쾌시키는 회복 마법이었다.

넬의 발밑을 중심으로 거대한 원형 마법진이 퍼지기 시작했다.

흰 빛의 라인으로 그려진 그것은 현대에는 판독할 수 없는 마법적 조형의 모양과 부분적으로 해독된 고대 문자의 방대한 나열로 구성되어있다.

흰 날개의 천칭에 장전된 보석의 절반 가까이를 소모하여 강제로 발동시킨 그것은 술자인 넬 자신조차도 진정한 마법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지팡이와 가호에 의해 완전한 효과를 발휘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이스키아 고성이 세워진 언덕 하나를 통째로 뒤덮는 범위로 전개된 거대한 마법진은 갑자기 발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흔들릴뿐이었지만 점차 광량을 더해거고 곳곳에서 하얀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수와 크기도 점점 증가하여 - 결국, 마법진과 같은 직경의 거대한 하나의 기둥이됬다.

그것은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될만큼 크고 거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왓 ......"

그 안에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눈부신 빛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반응은 일체의 상태이상에 걸리지않은 학생들뿐.

뇌를 기생충에게 지배당하던 불쌍한 몬스터들은 마치 정화의 빛을 받은 언데드처럼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아니, 실제로 고통받고있는 것은 지금까지 몬스터들을 조종하던 기생충 그 자체이다.

절규하던 고블린의 코에서, 머리를 붙잡은 오크의 입에서 피보라를 뿜으며 보라색 빛의 뱀이 빠져나온다.

편안하게 지내고 있던 두개골 안이 끓는 솥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세로 필사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꿈틀거린다.

하지만 머리를 버리고 정화의 빛이 넘쳐흐르는 밖으로 몸을 내민 순간, 그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허공으로 가루가 되어 무산됐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빛나는 번개처럼, 우렁찬 천둥처럼 순식간에 소멸되어간다.

[악역 추방=레디안스 · 에그]는 그 마법의 이름대로 악역인 기생자를 그 육체에서, 세상에서 완전히 추방케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긴 것같으면서도 짧은 것 같았다. 초대형 발광 탓에 현기증이 너도 감각이 둔화하됬다.

이스키아 고성 주변은 다시 폭우가 쏟아지는 경치로 돌아왔다.

유일한 차이점은 기세왕성하게 공성전을 벌이고 있던 몬스터들 모두가 진흙으로 변한 지상에서 침묵하고있다는 것이다.

고블린의 작은 몸도, 켄타우루스 무거운 육체도, 도루토스의 거구도 모두같이 쓰러져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죽은 것일까.

학생들도 조용했다. 단지 쏟아지는 빗소리만이 이스키아 구를을 지배하고 있었다.

"...... 살아있으려나"

넬 앞에서 말그대로 공주를 지키는 기사처럼 선 크로노가 그런 말을 흘렸다.

눈앞에 쓰러져있는 것은 하늘에서 추락해온 진홍의 비룡, 샐러맨더다. 크로노는 그 코끝이 호흡을 하려고 움직이고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 순간에는 사나운 육식용의 날카로운 눈이 열리고 서로의 붉은 눈동자의 시선이 교차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샐러맨더가 작게 신음하며 끝을 고했다.

샐러맨더는 당당한 자태를 자랑하는 양 날개를 펼쳐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강인한 날개가 수십 미터의 거구를 공중에 날리려고 일으킨 이륙 돌풍이 크로노의 전신에 불어닥쳐 검은 코트와 머리를 휘날리게 했다.

빗방울 섞인 풍압에 눈꺼풀을 닫고 다시 빨간색과 검은 색의 오드아이가 열렸을 때에는 샐러맨더의 모습이 하늘의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다.

경쟁적으로 둥지로 돌아간 비룡의 뒤를 잇는처럼 여기저기서 깨어난 몬스터들이 제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져갔다.

그들은 이스키아 고성 주변에 흩어진 엄청난 수의 시체에 등을 돌리고 푸른 언덕의 저편으로 나아갔다.

광대한 사바나 필드를 방불케하는 몬스터 무리의 대이동이라는 장엄한 광경이 크로노와 넬과 싸움을 견뎌낸 신학생들 앞에 펼쳐졌다.

"고마워, 이제 모두 안전해"

크로노가 뒤돌아서 아름다운 상대자에게 감사의 말을 건냈다.

그것을받은 넬은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열심히했어요, 저는 -"

고대의 대마법을 행사한 대가로 잃은 방대한 마력의 반동으로 넬은 그대로 쓰러졌다.

순백의 날개와 로브를 휘날리는 공주의 몸을 부드럽게 받친 것은 칠흑의 광전사의 피 묻은 양팔이었다.

"푹 쉬어 넬"

"네, 크로노 군"

악마의 가죽 너머로 느껴지는 씩씩한 앞가슴에 얼굴을 묻은 넬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요염한 흑발이 걸린 귀는 희미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하여, 검은 사람과 흰 사람 두 사람이 껴안자 고성이 날아갈듯한 대환성이 끓어올랐다.

그것은 구사일생했다는 기쁨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세기의 대결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을 향한 아낌없는 칭찬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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