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2 화 절망의 마수
"안녕, 윌 - 오빠한테, 미안해, 라고 전해줘"
사과의 말을 외치는 친구의 목소리가 멀어져간다.
시몬은 열리지않는 철문에 등을 기대고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어"
시몬은 싸움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좁은 탑에서 불쑥 남의 일인 것처럼 혼잣말을 흘렸다.
"이제 됬어 ......"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그 철문 앞에서 계속 머뭇거렸다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몬스터에게 둘러싸여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나를 버려" 라고 말했다.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안됬다.
그렇지 않으면 그 친절한 왕자는 평생 후회할 것이다. 평생 이 순간을 악몽으로서 계속 볼 것이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교제는 짧지만 모처럼 생긴 두 번째 친구인 것이다. 적어도 남자답고 멋지게 끝내고 싶었다. 친구를 자칭하기에 부끄럽지않은 태도와 각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외형은 남성의 조각도없는데다 소녀로 오인될 정도이지만, 그래도 시몬은 사람의 의지라는 녀석을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이, 이제 ...... 윽 ...... 우우 ......"
하지만 그것은 본인 앞에서 허세를 부릴뿐이었다.
한 사람의 기사의 것과는 다른 덧없는 죽음의 각오.
막상 혼자 남겨지자 쏟아져나오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했고 목구멍에서 오열이 새어나왔다.
"싫어 ...... 싫어 ...... 도와 줘 ~ 오빠 ......"
시몬은 울었다.
보기 흉하고 비참하게, 마치 유아처럼 소리높여 울었다.
사랑스러운 얼굴을 찡그리고 쉴새없이 쏟아지는 굵은 눈물로 뺨을 적셨다.
"싫어, 죽고 싶지 않아 ...... 아직 죽고 싶지 않아 ......"
그러던 중 실의의 바닥에 가라앉은 시몬을 때려 일으키는 굉음이 울렸다.
문을 부술듯한 강렬한 타격음은 자신이 기댄 철문과는 다른 - 이미 괴물이 침입해온 층으로 통하는 문에서 들려왔다.
일그러진 강철문 사이로 보이는 것은 거친 숨결을 내뿜는 오크가 핏발선 눈으로 메이스를 휘두르는 모습이었다.
"힛 -"
드디어 나타난 죽음의 구현을 앞두고 두려움에 몸을 떠는 시몬.
하지만 괜히 오늘 이날까지 사선을 뚫어 온 것은 아니다.
생존 본능이 몸을 움직였다.
이미 손에있는 저격용 라이플 야타가라스 · 2 식 외에도 차원 주머니에 숨겨둔 프로토타입 라이플도 꺼냈다.
이 좁은 실내에서 장신의 야타가라스는 유효한 장비가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라이플에 여러발의 탄환을 장전하고 총구에 추억의 단검을 부착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요격의 준비를 갖췄다.
"수스 씨가 지켜줬어 ...... 싸워야해 ...... 포기하지않고 마지막까지"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리고 있던 몸도 총을 잡자 이상하게 안정되었다.
이미 총을 가진 시몬은 연금술사가 아니라 저격수다. 총구 너머로 보이는 먹이를 담담하게 쏴죽이는 정확무비한 궁수 클래스인 것이다.
"나, 열심히 할께. 오빠가 도와주러 올 때까지 ......"
완전히 전투하기로 마음먹은 시몬은 주저앉은 자세에서 프로토타입 라이플을 겨누고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문을 깨부수려고 일사불란하게 철퇴를 휘두르는 오크. 탄알은 문이 열린 틈을 지나 오크의 기생충이 있는 머리에 빨려 들어가듯이 명중했다.
피보라와 기생충의 본체인 보라색 전기가 튀는 것을 틈새에서 확인하고 볼트를 당겨 다시 장전했다.
안도할 수는 없다. 시몬은 곧바로 다음 몬스터가 나타날 기색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다시 두들겨지는 철문. 두 마리 째의 오크.
하지만 그 타격음은 이중주, 아니, 삼중의 불협화음을 연주하고있다.
오크뿐만 아니라 고블린 등의 소형 몬스터도 미력하나마 협력하고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음으로 침입해온 것은 그 어느 쪽도 아닌 다른 몬스터.
젤리 육체를 자유롭게 변형시켜 약간의 열린 틈으로도 침입해오는 그것은 랭크 1 몬스터의 대명사 슬라임이었다.
재빠르게 두 발째의 총소리가 딱딱한 돌로 된 실내에 울려퍼졌다다.
총알은 핵의 한복판에 명중하여 슬라임은 생명 활동을 멈췄다.
죽음은 슬라임의 젤리 육체가 무너지고 문 근처에 웅덩이처럼 쏟아진다.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큭 ...... 문 너머로 노릴 수가 없어 ...... "
첫번째 오크는 적절한 장소에 머리가 있었기 때문에 쏠 수 있었지만 두 마리 째는 완전히 문 너머에 숨어있다.
고블린 등은 말할 필요도없다.
이대로 수수방관하며 문이 깨지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없는건가.
만약 문이 활짝열리면 몬스터가 쏟아져들어올 것이다.
그렇게되면 겨우 다섯발을 연사할 수 밖에 할 수 없는 소총으로는 멈출 수 없다.
"살아 돌아가면 먼저 기관총을 만들자 ......"
기관총이없는 것을 후회한 것은 알자스에 이어 두 번째였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번쩍였지만 야박하게도 문의 한계가 시시각각 다가왔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두 발분의 총알을 장전하고 앞으로 돌입해오는 몬스터를 죽이고 자살하는 정도이다.
"......왔다"
드디어 문은 내구성의 한계를 맞이하고 몬스터의 침입을 허용했다.
미친듯한 함성을 올리며 나아오는 것은 문을 깬 장본인인 오크와 고블린.
시몬이 조준한 야타가라스 · 2 식의 총구가 불을 뿜자 원숭이같이 달려온 고블린의 가슴이 뚫리고 그대로 사선에 있던 본래의 목표인 오크의 머리가 날아갔다.
두 마리까지라면 관통해서 맞출 수 있다 - 시몬의 예측, 아니, 개발자 본인이 총의 스펙을 이해하고 가한 정확한 일격이 성공적으로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다.
시몬은 다음 대응을 위해 한발 쏜 저격용 라이플을 총검이 달린 라이플로 바꿨다.
그쯤에는 이미 오크의 배후에 있었다고 생각되는 다른 고블린들이 들어와 있었고 덤으로 슬라임도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총을 손에 든 시몬은 어디까지나 냉정해서 고대 병기의 골렘같이 담담하게 적을 노렸다.
조준에 걸리는 시간은 2 초도 안되어 여유조차 느껴질 정도의 자동 소총이 발포되었다.
첫 번쨰는 고블린의 미간을 꿰뚫고 두 번째로는 슬라임의 핵을 부쉈다.
잔탄 수는 셋. 문 너머로 보이는 적은 - 네,
"위험해!?"
세발 번째 총알이 또 다시 나타난 슬라임을 쏘아내는 동시에 시몬은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격은 누워있는 상태가 가장 안정적이고 앉은 상태가 그 다음, 가장 불안정한 것은 선 채로 쏘는 것이다.
그 장점을 포기하면서까지 선 자세로 전환한 것은,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네 마리를 눈으로 보고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즉시 찾아냈다.
네 번쨰, 다섯 발째의 총알은 이미 뛰어들어온 두 마리의 늑대형 몬스터, 윙도루를 시체로 바꾸고있었다.
잔탄 제로.
재장전할 틈조차 주지않는 것처럼 시체를 넘어 튀어나온 것은 녹슨 칼을 손에 든 고블린이였다.
그저 랭크 1 인 몬스터 한마리.
하지만 근접 전투에 약한 시몬에게는 더 이상 없을 정도의 강적이다.
총없이 싸우기는 위험하다 - 하지만 이길 방법은, 저격은 아니지만 한가지 남아있다.
"야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기합을 담은 일섬. 기술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힘껏 휘두른 것은 것은 자벨린화한 총검이 달린 소총.
그 끝에 빛나는 단검의 위력은 총알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사실 랭크 4 모험가들이 애용하는 무기이다. 시몬의 약한 힘으로도 고블린의 몸을 찌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칼과 총검의 리치의 차이가 그대로 승패에 영향을 줬다.
녹슨 칼이 시몬의 희고 부드러운 살갗에 도달하기 전에 총검이 추한 녹색의 몸을 찔러 관통했다.
"하아, 하아 ...... 해냈어요, 수스 씨 ......"
익숙하지않은 접근전을 정복한 시몬의 얼굴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두근두근 거리는 맥박과 심장의 고동이 귀에 거슬린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방심하고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즉시 판단했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몬스터의 침입이 멈췄지만 당장이라도 새로운 몬스터가 아래층에서 뛰어올라 오지않을 거라는 법도없는 것이다.
우선해야하는 것은 총알의 재장전.
총알만 있으면 몇 마리의 몬스터의 돌입정도는 막을 수 있다고 증명되었다.
"살아남겠어 ...... 이대로 살아남겠어"
얼마안되는 희망을 안고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는다.
우선 먼저 내버려둔 야타가라스를 - 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놓여있을 저격용 라이플이 보이지 않는다.
"어? 어?"
어딜봐도 없다. 긴 총신의 중후한 사격 무기를 이런 좁은 실내에서 잃어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여기에는 애용하던 총의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이질 않는다.
"어, 어째서 어디 -"
그때 시몬의 코끝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밖은 이른 아침부터 계속 비가오고 있었다. 누수? 아니, 이건 단순한 물이 아니다.
그것은 단 한 방울이었지만, 피부에 얽혀붙을 정도의 점도였다. 마치 슬라임의 육체같지만 그랬다면 닿은 순간에 피부가 타들어갔을 것이다.
통증은 없다. 대신 느껴지는 것은 은은한 향기와 달콤한 냄새.
어쨋든 이것은 뭐지? 더 추리를 하기보다 시몬이 반사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그 정체를 확인하는 것이 빨랐다.
"아, 거짓말 ......"
거기에있던 것은 무수히 많은 촉수의 덩어리. 기름같은 광택을 품은 점액은 천연 최음제. 이성을 마비시키는 달콤한 독.
창문으로 침입해와서 총을 빼앗았다. 아니, 시몬의 뇌리에 스치는 것은 냉정한 상황 파악이 아니라 이 추악한 괴물의 이름뿐이었다.
"...... 모루쥬라"
사람들이 접촉하기 싫어하는 걸로 유명한 랭크 2 몬스터. 가장 최악의 능욕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의 촉수는 결코 접근전의 아마추어가 예리한 칼 하나로 처리할만한 수가 아니었다 -
"앗, 아 ...... 으아앗 ...... 우와 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