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30화 (331/382)

제 330 화 이스키아 마을 방어전 (2)

"깨졌다! 동문이 깨졌다아아! 몬스터가 마을에 들어온다아아앗!"

그 말을 들은 순간, 나키무의 입에서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아, 젠장, 안돼, 이제 끝이야 ...... 젠장, 전부 그 녀석, 크로노 때문이야 ...... 그 녀석은 재앙신야, 저 녀석이 지나가면 모두가 죽어 ......"

이곳은 마을 주민들을 지키기위한 최종 방어선 - 이라고해도 간이 바리케이드가 새워진 정말로 믿음직스럽지 못한 시설이다.

나키무는 거기를 보호하는 예비군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칼을 들고서있었다.

오른쪽을 보니 오늘 막 칼을 잡은 소년이 안절부절하고있고 왼쪽을 보니 침대에서 자고있는 것이 좋을거라고 생각되는 노인이 창을 들고 멍하니 서있었다.

제대로된 병력이 없다. 원래 싸우는 것을 전제로 한 부대가 아니다.

약간 전투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힘쎈 남자들은 석벽에서 필사적으로 몬스터의 침공을 막고있다.

자신이 여기에있는 것은 물자의 분배이나 전령역 등의 후방 지원 업무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부대를 이끄는 것은 올해 초봄 이스키아 마을에 막 배속된 스파다 기사의 청년.

그 영광스러운 붉은 갑옷이 아직도 몸에 익숙하지않은 듯한 모습이다.

의지되는 장년의 선배 기사는 지금도 아까 깨진 동문에서 분전하고있는 것이다.

"이, 이런 곳에서 ...... 죽는건가 ......"

도망치자.

그래, 그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한 괴물과 조우했을 때처럼 마을도 동료도 가족마저도 버리고 쏜살같이 도망치자.

자신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숨을 죽여서 가라하도 산중에 숨어들었다. 덕분에 이렇게 스파다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었다.

"죽을까보냐 ......"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망갈 곳이 아무데도 없다.

마을은 완전히 몬스터에게 포위당하여 쥐새끼 한마리 기어나갈 틈조차 없다.

결국 자신은 이렇게 싸울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온다! 몬스터가 온다!"

"호호호호, 저건 고블린 아닌가. 나도 어렸을 때 산에서 자주 봤 -"

"다들 정신차려! 무기를 들어! "

쏟아지는 비의 장막 너머로 작은 그림자가 희미하게 비쳐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를 앞에 둔 병사들, 아니, 마을 주민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그들 사이에 명백한 동요가 내달렸다.

오른쪽의 소년병은 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울먹이고 있고, 왼쪽의 노병은 젊은 날의 추억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초보 기사 대장의 호령에 정확하게 따르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있을까.

"젠장, 젠장 ...... 나도 고블린만큼 쓰러뜨릴 수 있다구"

나키무는 드디어 칼집에서 장검을 뽑았다.

자경 단장에 취임했을 때 아버지가 준 추억의 물건.

마법의 무기는 아니지만 양질의 철로 만들어진 장검이다.

이 검으로 페어리 가든에서 고블린을 쓰러뜨린 경험도있다.

"우아아! 너무 많아!"

"슬라임도 있어!"

"뭐, 뭐라고......"

길 건너편에서 등장한 몬스터의 수는 가속적으로 증가해나갔다.

처음에는 고블린이 한마리 뿐이였다.

하지만 이어서 나타난 것은 슬라임 그리고 슬라임 그리고 슬라임 - 슬라임이 100마리 가까이 들끓을 무렵에는 덤같은 고블린의 증원 집단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숫자는 많지만, 다행히 아직 랭크 1 몬스터뿐이다.

초보자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

"뭐, 뭐, 뭐야 오크의 침임까지 허용한건가......"

슬라임과 고블린 무리에 섞여, 하나 둘씩 근육질의 거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배틀 액스를 가진 오크 한마리만으로 여기에 늘어선 병사라고 부를 수 없는 예비군을 전부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압도적인 존재감.

"무리야 ......"

길 건너편에서, 옆길에서, 집ㅇ 그림자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몬스터를 앞둔 나키무의 마음은 싸우기도 전에 부러졌다.

그러나 그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여기에 모인 싸움과는 무관한 사람들의 심정은 모두 절망으로 비슷한 것이다.

"구와아아악!"

드디어 몬스터 집단이 일제히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골목을 누비는 고블린. 땅으로도 주택 벽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이동하며 전진해오는 슬라임.

그리고 끔찍하고 사나운 외침을 내지르며 다가오는 오크.

그 압도적인 박력을 앞둔 예비군 모두는 무기를 쥐고 움직일 수 없었다.

"...... 끝났다"

무리다. 자신들은 몬스터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살해당한다. - 그런 최악의 상황이 나키무의 뇌리에 스친, 그 때.

" - [메테오 스트라이크]"

빛이 하늘에서 쏟아져나왔다.

그것은 일곱 빛깔로 빛나는 아름다운 빛의 덩어리였다.

이 비가 그친 뒤에 보일 큰 무지개. 그것을 구체로 뭉친 것 같은 색깔과 모양을 하고있었다.

비구름이 덮힌 하늘을 캠퍼스삼아 눈부신 백색광의 큰 마법진이 그려져있었다. 무지개의 덩어리는 거기서 쏟아져나온것 같았다.

그리하여 반짝 반짝 일곱 빛깔의 꼬리를 만들던 무지개는 몬스터 무리의 바로 위에 추락했다.

하얀 빛이 눈을 가린다. 폭음이 귀를 막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겠다.

유난히 길게 느껴진 혼란한 시간은 실제론 일순간이었다.

다시 눈을 열자 거기에 바로 조금 전까지 눈앞에 육박해오던 무서운 몬스터는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거대한 분화구가 된 땅이 펼쳐져있을 뿐이었다.

"아! 뭔가 있어!"

"호오, 저건 이몸이 어린 시절에 숲속에서 본 요정의 빛과 비슷 -"

하늘을 가리키는 소년의 시선 끝에는, 노망난 노인이 말한대로 요정이 내뿜는 옅은 녹색의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는 광구 내에는 긴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 본 모두가 그것에 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키무 단 한 사람이 그 소녀의 이름을 불러보였다.

"저건 ...... 릴리 씨 ......"

불러서 반응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단 일격으로 몬스터를 격멸한 요정 소녀 릴리는 두 쌍의 날개를 진동시키며 똑바로 예비군들이 즐비한 방어선으로 내려왔다.

"넌 -"

대표인 스파다 기사 청년이 눈앞에 내려온 빛나는 미모의 릴리에 대해 뭔가를 물으려 했지만,

"릴리 씨!"

나키무가 말을 끊고 그녀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저기 당신, 크로노를 본 적 있어? 이 마을에 먼저 도착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아니, 분명히 "크로노" 라는 이름을 알고있다는 가정하에 한 질문이다. 일단 나키무가 누구인지는 기억하고있을 것이다.

"아, 아뇨......보지, 못했습니다 ......"

순간적으로 나와버린 거짓말.

말하고 나서 요정은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떠올렸다.

"역시 이스키아 고성 쪽인가......하지만 그러려먼 먼저 이 포위를 ...... 어쩔 수 없네 ......"

하지만, 그러나, 라며 릴리는 뭔가 투덜 투덜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 다행히 거짓말을 눈치챈 모습은 아니었다.

"아! 또 몬스터가 왔어!"

"저건 켄타우루스 군. 나도 옛날 바우씨와 이스키아 구릉에서 -"

당연히 몬스터는 현재 진행형으로 마을에 침입해오고있다.

첫 번째 파도를 성공적으로 섬멸할 수 있었지만, 다시 몰려온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니까, 그, 붉은 갑옷의 기사 님. 당신이 여기의 지휘관이야?"

"어, 아, 그래!"

갑자기 릴리에게 말 걸어진 젊은 기사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여기에 3마리 남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라고 반문하기 전에, 릴리의 입에서 작은 새가 지저귀는 듯한 영창이 흘러나온다.

방금 공중에 그려진 것과 같은 흰 빛이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갔다. 그 숫자는 셋.

"--1호=아인 2호=쯔바이 3호=드라이 여기를 지켜라 '

그 효과를 보면 그것이 이른바 소환 마법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직경 2 미터 정도의 마법진에서 오크처럼 몸집이 큰 병사가 나타났다.

몸에 걸친 것은 흰 사코토. 허리에 펑퍼짐한 장검을 차고 있지만 이 장신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아보인다. (사코토가 뭐냐)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들의 얼굴에 섬뜩한 철가면이 덮여있다는 점이다.

"릴리 씨, 이건 ......"

나키무가 조심스럽게 묻자, 릴리는 새로 산 액세서리를 자랑하는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리빙 데드]야. 내 충성스런 사역마"

그 대답에 누구도 더 깊이 따질 수 없었다.

"그럼, 난 동문 사람들을 도와주러 갈테니까"

"릴리 씨, 그 정도의 힘이 있으면 서문에 -"

"아, 그쪽은 괜찮아"

릴리가 팔랑 팔랑 손을 흔들며 적당히 대답하자 마치 그 의견에 긍정하는 것처럼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서문이 있는 방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녀가 깨끗이 태워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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