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6 화 묘지기의 노래
쌍둥이 중 동생은 태어났을 때부터 병약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깨달아보니 어머니도 죽어있었다. 가족은 병으로 쓰러진 동생뿐이다.
"괜찮아, 오빠가 항상 건강하게 지내게 해줄테니까!"
오빠인 소년은 동생을 하나 남은 가족으로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버리고 싶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고아의 생활은 '가난하다' 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병을 치료할 약을 감당할 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소년은 어린 나이에 열심히 일했다. 안전한 일부터 위험한 일까지. 때로는 몸을 내던지면서까지.
더러운 일도, 괴로운 일도 범죄이외라면 뭐든지했다.
한번이라도 잡히면 여동생을 돌볼 사람이 없어질 위험이 있는 일은 하지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선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이지만 돈은 확실히 모였다.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여동생이 자신과 같은 열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그 날에는 반드시 약을 살 수 있다.
"미안해. 오빠, 미안해 ...... 지금까지 고생하게해서, 미안해 ......"
생일 전날. 동생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 죽었다.
누군가가 도와주는 일 없이, 어이없고 허무하게, 병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죽어버렸다.
- 나도 죽어야지.
차갑게 변해버린 여동생을 앞둔 소년은 하루도 빠지지않고 그렇게 생각했다.
"변두리의 묘지에는 100 년 전부터 변함없는 모습의 묘지기가 있다. 그녀에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녀를 알아서는 안된다. 그건 분명 마녀다. 실수로 묘지 안쪽에 발을 디디면 그대로 죽는다 - "
소년은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건, 내가 바라던바야.
돌볼 사람이없는 동생은 분명히 그 묘지로 보내질 것이다. 소년의 부족한 재산으로 유서깊은 사원에 무덤을 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관에 든 여동생은 마차 짐칸에 실려 곧 마을을 떠났다.
소년은 거기에 몰래 동승했다. 여동생의 옆에서 자신도 곧 '그쪽'에 갈게 라고 속삭이며.
"아, 저게 묘지기 ......"
소년이 어두운 숲에 있는 묘지에서 그녀의 모습을 봤을 때, 동생이 죽고나서 오랜만에 슬픔이외의 감정을 느꼈다.
눈처럼 하얀 피부와 그 이상으로 하얀 머리. 그렇지만 눈동자만은 빨갛게 빛난다.
어깻죽지까지 기른 백은의 단발 머리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언젠가 동생이 갖고싶다고 말한 인형과 비슷했다. 어딘가 무기질적이게 느껴지는 갖춰진 미모가 비슷하다.
길게 뻗은 가느다란 팔다리와 승복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여성스러운 곡선을 그리는 육체는 성인 이전인 소년이라도 눈길이 갈 정도였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그런 여성의 몸이면서 왼팔 하나로 관을 들어올린 것이다.
오른손에는 날카로운 초승달 모양의 칼날이 붙은 무기. 칼끝에 살짝 닿으면 손가락이 잘려버릴 것 같은 무기였다.
하지만, 그런 인간과는 동떨어진 미모와 능력을 보여주는 그녀이기에 소문대로 자신을 죽여줄거라고 생각했다.
여동생의 가까이에서 죽으면 반드시 바로 옆에 묻어 줄 것이다.
소년은 그런 예상을 하며 묘지기가 매장을 마칠 때까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숨어있었다.
관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동생이 지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가슴 아픈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죽을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약간의 두려움도 솟구친다.
줄줄 식은 땀이 흐르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묘지기가 알아채지 않을까 라고 긴장에 몸을 굳히던 그 때,
"ضوء أبيض الله يعطي الراحة الأبدية لجميع الاموات, وعلى ضوء"
묘지기의 노래를 들었다.
반주를 수반하지 않은 목소리만으로 부르는 아카펠라 진혼가.
소년은 그 가사는 타국의 말인지 아니면 고대어인지도 모르고 의미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윽 ...... 우우 ......"
단지 그 멜로디는 가슴 속에 울려퍼지는 부드러운 선율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에 들었던 어머니의 자장가같이.
"큭, 으 ...... 다행 ...... 이야..."
소년은 깨달았다. 동생의 영혼은 구원받았다.
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음색이 그녀를 천국으로 보내줄 것이다. 행복한 구원이 아닐 수가 없다.
뇌리에 되살아나는 명랑하게 웃는 동생의 얼굴.
아, 그렇다, 여동생은 지금 그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아득한 하늘의 저편으로 여행을 떠나간 것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가난한 생활과 괴로운 질병, 되돌아보면 좋은 일 따윈 하나도없는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 동생은 행복했다.
그것이 무엇보다 기뻐서 동생을 위해 살아온 자신의 삶 자체도 뿌듯하게 느껴졌다.
"윽 ...... 쿠우 ...... 우와아아아!"
그래서 이제 두렵지는 않았다.
"너는 ...... 누구냐"
묘지기가 자신을 죽이려고 눈앞에 나타난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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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턴것도 아닌데 왜 내가 너를 죽여야하는거지?"
묘지기는 처음겪는 사태에 당황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인 소년이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묘지에 들어가면 자신에게 살해당한다는 아무 근거도 없는 도시 전설이 흐르고있다는 것에도.
어찌됬든 얼마 가지않아 설명하는 시간을 거쳐 오해를 푸는데는 성공했다.
"죄, 죄송합니다 ......"
말한대로 미안하다는 듯이 몸을 움츠린 소년은 오늘 묻힌 여자아이의 오빠라고한다.
과연, 확실히 닮았다.
다소 수척하고 더럽지만 잘 살펴보면 그의 얼굴은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과는 비교도 되지않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러나 쌍둥이 동생을 잃어서 슬픈 나머지 뒤를 쫓으려고 생각했다니, 정말 곤란한 소년이다.
"오늘은 이미 늦어서 마을에 가기는 위험하니 묵고가는게 좋을거다."
묘지기는 부족한 상식을 총동원하여 이 소년을 돌봐주기로했다.
그녀의 거처인 오래된 작은 신전에 초대된 첫 손님이다.
"이렇게 대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다, 별거아니다"
"저 ...... 평범하게 밥을 드시는 거군요"
"마을에선 내가 밥도 안먹고 산다고 생각되는건가 ...... "
사람과 잡담을 나누는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묘지기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할 일이 없었다.
해볼까 라고 생각은 해보았지만... 그러나 자신에대해 이상한 이미지를 가진 소년을 앞두니 그런 것은 신경 쓸 필요도 없이 이야기는 활기를 띠었다. 주로 츳코미가 반이상이었지만... (의역하면 태클이지만 츳코미가 더 와닿으므로)
"탕에 들어갈건가?"
"네, 네에. 저, 정말 죄송합니다. 목욕까지 시켜주시고 ......"
"신경 쓰지않아도 좋다. 그것보다 너는 아주 더러운 것 같다. 내가 씻겨주겠다"
"어, 아 - "
세간에서 말하는 '알몸의 교제'라는 녀석도 해보았다.
이제 소년과는 더욱더 허물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며 자부하고 있었건만, 그는 왜인지 목욕탕에서 나온 뒤부터 얼굴을 붉히며 묘지기에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조금 충격이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 잘자라"
하나뿐인 침대에서 둘이 잤다.
평소보다 약간 좁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저, 감사합니다"
갑자기 소년에게서 오늘의 몇 번째가 될지 모르는 감사의 말을 들었다.
"동생을 보내주셔서. 그 노래는 굉장히 깨끗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여동생은 반드시 행복한 마음으로 천국에 갈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 그런가 ...... 아니, 묘지기로서 당연한 일을 한거가. 그렇게, 칭찬할 필요는 없다 ...... "
묘지기는 그 말을 듣고나서부터 몹시 가슴이 크게 뛰어 좀처럼 잠들 수가 없었다.
왜 이런 기분이되는지 잠의 늪에 빠지게 직전에 대답을 얻었다.
"노래를 칭찬받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
다음날. 소년이 마을로 돌아갈 때가 다가왔다.
"하룻밤 묵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 ......"
묘지기 또한 새롭게 느낀 감정에 내심 당황했다.
백년을 혼자 살아온 그녀는 고독을 의식조차 하지못했다.
그러므로 "외롭다" 라는 감정과는 무관했다.
지금 이 순간, 소년과의 이별을 맞이하기까지는.
무슨 말을 해서라도 만류하고 싶다. 그렇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자신은 묘지기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것은 절대로 변하지않는 불변의 사명.
그리고 그는 평범한 아이. 앞으로도 그 큰 도시에서 살다가 어른이되고 언젠가는 죽는다.
이번 사건은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예외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제 그와 다시는 만날 수 없다. 만날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저, 여기에 한번 더 와도 될까요?"
그래서 그 말은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동생의 뒤를 쫓아가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절대로 잊고 싶지도 않아요"
이야기가 그렇게 나에게 맞춘듯이 진행될리가 없다.
"그리고, 그 노래를 다시 한번 듣고싶어요"
아니다. 그건 거짓말도, 꿈이나 환상도 아니였다.
맑게 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조금 수줍은 듯이 미소짓는 소년을 보면 진실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아아, 언제든지 와라. 환영해주겠다."
소년은 사흘에 한번정도 묘지에 왔다.
"안녕하세요"
"아아, 기다리고 있었다"
묘지에게 그가있는 일상은 어느덧 당연한 것이 되어있었다.
성별의 차이도, 월등한 나이의 차이도 두 사람의 사이가 깊어지는데 방해가 될수 없었다.
적어도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뀔때마다 묘지기의 마음은 점점 소년에게 끌려갔다.
"ضوء أبيض الله يعطي الراحة الأبدية لجميع الاموات, وعلى ضو"
(흰 신이여, 모든 망자의 영혼에 영원한 안식을 주고 끊임없이 빛으로 비추어주소서)
여동생의 무덤 앞에서 연주되는 진혼가는 두 사람의 상투적인 의식이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뀔 무렵쯤엔 그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겹쳐있었다.
"완전히 외워버린 것 같군"
"아직도 가사의 의미는 모르지만요"
에헤헤, 라며 수줍게 웃는 소년의 모습에 묘지기의 마음은 날아갈 듯한 행복감으로 채워진다.
"네 발음은 완벽하다. 게다가 목소리도 예쁘다"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비록 소년이 음치였다고해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라고 해야할까, 소년은 확실히 노래에 재능이 있었다. 묘지기의 칭찬은 단순한 아첨이 아니라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시간은 더욱더 흘렀다.
어느새 두 사람이 만난지는 일년이 다되가고 있었다.
"아... 저, 직장인 술집에서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마음대로 노래해 버려서, 죄송합니다"
어느 날 소년은 오자마자 그렇게 말하며 사과했다.
"그건 별로 내 것이 아니다. 네가 자유롭게 부르면되는거다"
원래부터 누구에게 들려주려던 것이 아닌 그저 오래됬을뿐인 진혼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것보다 묘지기인 자신이 가르친 노래로 그가 행복해지는 것이 더 기쁘다.
들어보니 그때까지는 그저 술집에서 근무하는 몸종이었지만 손님 앞에서 선보인 노래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지금까지의 월급을 가볍게 넘을 정도의 임금을 받게됬다고 한다.
묘지기는 지금까지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가는 그에게 자신의 돈을 주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것이 단순한 사양이었는지, 아니면 남자로서의 고집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도덕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는건지, 그것을 텔레파시 능력이없는 묘지기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알고있다. 적어도 도시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려면 최저한도의 돈은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묘지기는 그 최소한의 돈밖에 벌 수 없는 소년에대해 매우 불안해했지만 그것이 뜻밖의 사건으로 개선된 것이다.
"네가 그 노래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 그리고 나는 누구보다도 너의 행복을 바라고있다"
"네, 감사합니다!"
묘지기의 소원이 닿은 것처럼 소년의 생활은 지금까지의 가난한 생활에서 급변해나갔다.
소년의 노래가 유려해서 이상한 선율의 진혼가는 순식간에 마을에서 유명해졌다.
그의 노래의 재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는 묘지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천재였다.
그 노래는 남녀 노소 불문하고 모두를 매료시켰다.
술집의 몸종에서 전속 가수로,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강제로 전직당한 소년이지만 그 수익은 열배, 아니, 백배를 뛰어넘었다.
그는 한달도 지나지 않아서 마을의 아이돌로 추대받았다.
"안녕하세요"
그래도 소년은 묘지기를 찾아갔다.
이미 그는 초라한 고아가 아니라 어딘가의 귀족이라고 할 정도로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있었다.
잘보면 얇은 화장까지 하고있었다. 소년의 미모는 드디어 또래의 소녀조차도 뛰어넘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아아, 기다리고 있었다 -"
얼마나 예뻐져도, 부자가 되도 소년은 변하지않고 묘지기를 만나러온다.
그의 마음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어디까지나 솔직하고 순진한 남자아이였다.
"- 정말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묘지기는 고민했다.
소년은 아이돌이 된 지금도 여기에 와준다. 하지만 그 빈도는 사흘에 한 번에서 닷새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으로 - 점점 줄어든다.
만나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그리고 잠못드는 밤이 이어진다. 욕심많은 자신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타들어간다.
자칫 자신과 소년의 만남을 방해하는 '도시'의 존재를 원망스럽게 생각해버릴 정도였다.
묘지기는 자신에게 타일렀다. 아니야, 다르다, 그렇지 않다 라고.
"나는 그가 행복하게 지내주는걸로 만족한다"
그가 동생처럼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자신은 묘지기. 사명을 포기하고 이 땅을 떠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묘지에서 살아야한다"
그는 인간.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며 무엇에도 얽매이지는 않는다.
"괜찮아,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
고대 마법으로 만들어진 호문클루스인 묘지기는 결코 인간과 같을수도, 어울릴 수도 없으니까.
몇 백년이 지나서 한계 가동 시간을 맞이할 때까지 이 고대 신전에서 떠날 수 없다. 그렇게 설정되어있다.
이 침울한 묘소에서 평생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밝은 미래가 약속된 아이돌이라면 더욱 더 -
"...... 뭐라고? "
결의를 했지만 이별의 때는 다가왔다.
"제 아버지, 라네요 ......"
한달 만에 묘지기를 방문한 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한 번도 본 적이없는 자신의 아버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그러니까, 이름이 길어서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훌륭한 귀족 님이래요"
흔한 이야기였다.
그 귀족이 14 년 전에 방문한 이 마을에서 한 여자와 하룻밤 동안 관계를 가졌다.
여자는 임신하고 쌍둥이를 낳았다.
그런 이야기였다.
"귀족, 인가 ......"
변덕으로 온 것은 아니라고한다. 들어보니 이 마을을 다스리는 새로운 영주로 부임해온 것이라고한다.
"네, 지금까지 사정이있어서 이 마을에 올 수 없었지만, 사실은 줄곧 어머니와 우리들을 데리러 가고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데요"
그 이야기에서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한적한 묘지의 묘지기가 마을의 사정따위를 알리가 없는 것이다. 귀족 사회에 대해서도 모른다.
하지만 귀족이 평민과는 격이다른 신분임은 알고있다.
큰 저택과 맛있는 식사, 깨끗한 옷, 수많은 하인 - 부귀영화의 정점을 찍는 특권 계급.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냐고 물으면 귀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의 아이로 들어가면, 저는 이제 여기에 -"
"가는게 좋다"
"네?"
"진짜 아버지라면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할거다"
말릴리가 없었다. 만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이제 귀족이라는 가장 빛나는 길을 걸으려 하고있다.
그런 그를 자신과 같은 인형과 함께 이 어두운 묘지에 가두려 한단 말인가.
소년의 행복을 바라는 묘지기는 "가라" 라는 이외의 대답은 할 수 없었다.
"반드시 다시 올께요"
"그래"
"여동생에게 더 멋진 노래를 바칠께요"
"그라"
"그러니 그때는 다시 함께 노래해주세요"
"그래, 약속한다. 나는 언제까지나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별을 고했다.
묘지기는 다시 고독해졌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실현하고 재회의 약속을 나눈 그녀는 지금까지의 수백 년보다 훨씬 인간다운 표정을 지으며 매일을 보내게되었다.
소년과 헤어진 지 벌써 석 달이 지나려 하고있었다.
"묘지기 님,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하나의 시체가 그녀에게 도달했다.
묘지기가 안을 보려고 관에 손을 뻗은 그 때,
"기다려주세요. 그 사람은 도시를 구해준 영웅입니다. 하지만 시체의 손상은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니 부디 그 모습을 보고 혐오하지는 말아주세요"
몬스터와 싸우다 죽은걸까. 마을의 영웅이라면 그정도겠지.
무엇보다 마을에 철저한 불간섭을 유지하는 묘지기와는 아무런 관계가없는 이야기이다.
단지 시체를 받아 적절히 처리하고 매장할 뿐이다.
손상이 심한 시체, 즉 너무나도 가혹한 공격에 노출된 사람은 죽었을 때의 고통이 짙게 남아 언데드화 하기쉽다.
진혼가만으론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녀는 필요한 조치라고 결론짓고 시체에 직접 정화 마법을 걸려고했다.
그렇게 매장 직전의 관을 연 그 때가 -
"이 ......"
염원하던 소년과의 재회였다.
"뭐, 뭐야, 뭐야 이건! 왜 네가! 아니, 바보같은, 그럴 리가 없어,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리가 없어!"
시체는 들고 온 사람이 말한대로 눈뜨고 볼 수없는 심한 꼴이었다.
하지만, 그러나 그 사랑스럽고도 아름다운 얼굴만은 깨끗했다.
그 얼굴을 잊을 리가 없다. 그 얼굴만은 혼동할 리가 없다.
"아아,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그럴리없어, 왜냐하면, 나는, 너를, 너의 행복만을 바라고 있었는데, 왜 -"
왜 죽어야했던거야.
이 시체의 상처는 뭐야.
애초에 왜 수의조차 입지않은 알몸의 상태로 관에 내던져진거야?
사형수도 더 괜찮은 취급을 받으며 묻히는데. 도대체 어떤 죄를 지으면 여기까지 심한 처사를 받는 것인가.
묘지기를 맡고서 지금까지 수천 수만의 시체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끔찍한 것은 처음이다.
가장 장렬한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왜 자신이 가장 사랑한 사람이여야 했는가.
그의 행복만을 바라며 긴 이별의 때조차 받아들였다.
그를 자신의 것으로 하자는 욕망을 필사적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그는 잔혹한 사람의 소유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소년이 가진 최대의 매력. 이처럼 보기드문 목소리마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의 목에는 가문의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아, 그런가, 그런건가 ......"
진짜 아버지는 귀족. 마을의 영웅 - 이것도 흔한 이야기였다.
횡포를 부리는 귀족이 마을의 유명한 아이돌 소년을 발견했다.
그가 정말 아버지인지의 여부는 관계없다. 단순한 억지라도, 트집이라도 이유는 뭐든지 상관없다.
필요한 것은 단지 힘 뿐이다. 이 마을을 파멸시킬 수있는 유일한 권력 - 영주라는 지위. 단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제사로 쓸 제물 등 호칭은 뭐라도 상관럾다. 결국 소년은 귀족의 더러운 욕망을 만족시킬 먹이가 된 것이다.
그 모습은 아무것도 몰랐던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알리려 하지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고귀하게 희생당한 것이다.
"......죽......겠어"
그는 이 3 개월간 귀족에게 희롱당하며 장난감으로서 살아갔다.
그리고 자신은 이 3 달 동안 바보처럼 그의 귀가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이렇게 고통받고 있었는데, 바로 가까이에서, 그가 고통받고 있었는데도.
"...... 죽여버릴테다"
용서할 수 없다.
"죽일테다, 죽여버릴테다"
용서할 리가 없다.
그의 행복을 바란다고 말하면서 처음부터 포기하고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이루고자 하지않았던 어리석은 선택을.
"죽일테다, 죽여버릴테다, 죽일테다, 죽여버릴테다, 죽일테다, 죽여버릴테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서할 수없는 것은,
"죽인다, 너희들 전원을 -"
그를 죽음으로 내몬 모든 인간이다.
"죽인다아아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소리높여 울려퍼지는 분노의 절규.
거기에 어린 원한은 너무나도 강하고 진해서 음의 파동이되어 묘지에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분명 이 땅에서 수백 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죽음을 조문하고 영혼에 영원한 평화를 주어온 그녀이기에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아 ...... 아아 ......"
묘지기의 목소리에 부응하듯이 사망자가 되살아났다.
핏기없는 창백한 얼굴을 한 소년의 공허한 눈동자가 열렸다.
동시에 묘지기는 원망의 조각조차 보이지않는 온화한 표정을 그에게 향했다.
초점이 맞지않는 소년의 시선에 화려한 눈동자로 미소짓는 묘지기의 하얀 얼굴이 끼어들었다.
"- 안녕. 너를 애타게 기다렸어. 석달 만에 내곁으로 돌아오다니, 호호호, 아무래도 네가 더 외로웠던 것 같네. 아니, 뭐, 비난하는건 아니야. 단지 기쁠뿐이야."
언데드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 망자는 생전의 인물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다. 단순한 몬스터일 뿐이다.
소년은 지금 좀비라는 최하급 언데드 몬스터로 변해있었다.
그녀가 그점을 모를 리 없다.
사망자가 언데드로 되살아나는 것을 막는 것이 묘지기의 역할이다.
"아, 그래, 함께 노래하자고 약속했었지. 자, 함께 노래하자"
그러나 묘지기는 지난날과 같이 좀비로 변한 소년을 껴안는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가슴에 안겨도 이제 뺨을 붉히지 않는다.
물론, 그의 입에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화려한 목소리가 나오는 일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ض وء أب يض ا لله ي عط ي الر احة الأ بدي ة لجمي ع ا لاموات , وعل ى ضوء"
묘지에 울려 퍼지는 진혼가 - 이지만, 부르는자의 정신 상태를 수반한 선율은 흐트러지고 기괴하여 거기에 담긴 정화의 효과를 변질시켰다.
그 목소리는 잠재워야할 영혼을 열정적으로 자극하여 불러일으킬뿐이다. 그녀는 그렇게 영겁의 잠을 방해하는 부활의 음색을 연주했다.
다음으로 눈을 뜬 것은 소년의 여동생이었다.
저주의 경지에 도달한 진혼가, 아니, 반진혼가에 따라 그 어린 유해는 다시 움직이고 관을 깨고 땅속에서 나왔다.
"어머나, 아하하, 뭐야,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자, 이러면 동생도 함께 살 수 있어"
움직이는 동생의 시체는 다시보니 역시 그 소년과 닮은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관속에서 1년 이상을 보낸 그녀의 육체는 곳곳이 부패한 불결한 언데드인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후후, 오늘은 목 상태가 나쁜걸까? 목소리가 나오질 않나보네. 아, 아니면 지금은 아이돌인 너는 더 많은 관객이 없으면 노래를 부르지않는거야? 그렇다면 괜찮아. 당장 불러모으자, 자 - "
묘지기가 한번 더 노래하자 소리에 부응하듯이 묘지에서 차례 차례로 뼈의 손이 자라났다.
이 백년동안 단 한 번도 파헤쳐지지않은 묘소가 그 주인인 묘지기에 의해 송두리째로 파헤쳐졌다.
백년묵은 시체도, 10년묵은 시체도, 어제 온 시체도 그 편안한 잠을 방해받고 다시 현세에서의 고역을 부과받은 것이다.
"으음, 아직도 부족한 걸까. 괜찮아 앞으로도 '사람'은 점점 늘어날꺼야. 우선 마을 전체를 -"
묘지기는 신음 소리조차 내지않는 소년을 왼손으로 가볍게 안고 오른손에는 애용하던 체도를 쥐고서 걷기 시작했다.
"묘지기의 일? 아, 이제 됐어. 이 마을에 묘지는 필요없으니까, 묘지기도 필요없어."
고대의 임무는 파괴됬다. 아득한 고대의 명령이 그녀의 원한을 묶어둘 수는 없었다.
"그럼 가자. 이번에야말로 너를 행복하게 해줄께"
그럴개 묘지기는 바깥 세상으로 나갔다.
눈에 띄는 사람을 모조리 베어버리고 죽은자의 행렬에 가세시켜 나갔다.
"آلهة من كوروكي, أرواح الأموات جميع"
(검은 여신이여 모든 망자의 영혼에)
노래, 반진혼가.
죽은 사람을 깨운다.
부활한 사람은 그 고통때문에 사람을 원망하고 죽여서 부정한 동료로 만든다.
"إعطاء التعذيب الأبدية"
(영원한 고통을 주소서)
부활, 망자의 부활.
마을에서 생명이 사라진다. 그 대신 늘어나는 거짓된 생명.
"يرجى غارقة في الظلام لا نهاية لها "
(끝나지 않는 어둠에 가라 앉혀주소서)
앞으로, 앞으로, 죽음의 행진.
목표는 시내의 중심가, 가장 높은 인구 밀도, 가장 고상한 귀족의 영혼.
망자는 두려움을 모른다. 그러므로 그 행진은 한 번도 멈추지 않는다. 높은 벽을, 깊은 해자를, 줄지어 늘어선 병사들을 앞둬도.
"نهاية العالم"
(세계를 멸하소서)
그 마을은 이세상에 있으면서 저승이 되었다.
하데스의, 망자의 낙원.
지옥의 정점에서 연주되는 노래는 어느덧 -
"아, 드디어 나와 노래해주는구나"
묘지기와 소년의 이중주가 되어있었다.
그리하여 메리는 되살아났다.
죽음을 뒤집는 저주받은 선율은 그녀의 의지를 일깨웠고 크로노가 나누어준 진흑색 마력의 힘에 의해 다시 일어섰다.
열린 눈은 소름끼치는 진홍의 빛. 피투성이의 갈기가 타오르는 불꽃처럼 거꾸로 섰다. 만신창이의 말의 몸은 어느덧 깊은 어둠에 물들어 버린 것처럼 온갖 흉터가 미워지고 있었다.
메리는 더 이상 단순한 말이 아니다. 하물며 저급한 좀비 말도 아니다.
그 당당하게 선 온몸에서 내뿜어지는 불길한 빨간색과 검은 색의 기운. 그리고 끔찍한 원한의 기운.
그녀는 단순히 살아난 것이 아니다. 더 강력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 이름은 뜻밖에도, 두 이름과 동일했다 - 매리는 고위 언데드 몬스터 '불멸의 말=나이트메어'로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