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23화 (324/382)

제 323 화 샬롯의 독단

"구리도고아를 발견했어"

이스키아 고성에서의 농성이 시작된지 팔 일째가 되는 날인 백금의 달 28 일의 심야. 마침내 사피르의 사역마가 구리도고아의 모습을 발견했다.

공중의 몬스터에게 발견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색적하던 언데드 까마귀가 몇마리의 희생을 내면서도 오늘, 이날, 마침내 그 임무를 달성한 것이다.

"진짜로! 어디에!?"

"목소리가 너무 커"

화들짝 놀란 것같은 샬롯의 반응에 무표정한 사피르가 주의를 줬다.

두 사람이 밀회하는 장소는 성내에서도 인기가 없는 통로의 끝이지만 절대로 누군가가 오지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이 일은 아직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만한 화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어디야?"

소근 소근 비밀을 이야기하기에 적당한 톤으로 목소리를 줄인 샬롯에 사피르는 조금 질린 얼굴로 응했다.

"어디, 라고 물어도 이스키아 구릉에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 위치적으로는 성과 마을의 중간 지점같은 곳이야. 거기에있는 연못가에서 빈둥 빈둥거리고있는 모습을 포착했어."

" 흐흥, 노릴 수 없는 거리는 아니네"

만약 이미 이스키아 마을을 괴멸시키고 더 먼 마을까지 진군했다면 토벌하러가는 것은 단념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도 기우로 끝났다.

"지금부터 갈까?"

"당연하지!"

이제 지루한 농성전도 끝을 맞이했다고 믿고있는지, 샬롯의 두 눈은 빛나고있었다.

무엇보다, 샬롯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폐색적인 상황은 학생들에게도 피곤한 것이다.

첫날 정도로 대규모 공세가없는 것은 다행이지만 어중간한 숫자의 몬스터 부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습격해와서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망자를 내지않을 수 있었지만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진심으로 총공격을 감행해오면 매우 위험할 것이다.

학생들은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었다.

"그럼 안내해줄테니 잘 다녀와"

어딘가 남의 일처럼 말하는 사피르에 샬롯은 약간 불안한듯한 얼굴로 돌아봤다.

"으음, 정말 괜찮아?"

"괜찮아, 샤르 혼자 엉뚱한 짓을 하지않는 한 말이야"

"알고있어. 나도 일단 기색을 지우는 스킬정도는 가지고 있으니까"

라며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것처럼 그대로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트윈 테일을 휘날리더나 발길을 돌렸다.

"밖에가면 라 쨩이 기다리고 있으니 데려가. 샤르의 말을 듣도록 설정해놨으니까"

"...... 라, 쨩?"

미묘한 얼굴로 되돌아보는 샬롯에 사피르 뿌듯해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라스를 말하는거야. 든든하지?"

"하아, 라 짱이구나"

샬롯은 여전히 이상한 네이밍 센스를 발휘하는 친구에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않는 애매한 말을 흘리면서,

"고맙게 사용할께"

그 말만을 남기고 떠나갔다.

*************************************************

새벽, 이스키아 고성에서 총성이 울려퍼진다.

발사된 총알은 가까이 다가온 어리석은 켄타우루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렇게 성 주변에 또 하나의 몬스터의 시체가 늘어난 것을, 시몬은 방어 타워의 창문으로 확인했다.

"...... 하아"

작은 입에서 고생스럽다는듯이 뱉어진 한숨은 랭크 2의 몬스터를 잡았지만 기쁘지않다는걸 나타내고있었다.

피곤하다 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

처음엔 많은 몬스터를 저격으로 잡아서 방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살을 반복하면 아무래도 단조로운 작업같다는 느낌이 든다.

"교대할 때까지 앞으로 수십 마리는 나오겠네"

멍하니 그런 예상을 말하면서 손에 든 저격용 소총, [야타가라스 2 식]에 탄환을 장전한다.

프로토타입 라이플은 다섯 발 장전할 수 있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저격에 전념하려면 한 발의 위력과 사거리가 뛰어나야하니 이쪽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알자스 전에서 맹활약을 해주었던 [야타가라스]는 스트라토스 대장장이 공방의 힘을 빌려 본격적으로 개량되었다. 느낌은 급조한 느낌이지만 초기의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시몬이 이것을 사용하면 밤하늘을 비추는 토치의 범위 내에 들어온 몬스터를 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야말로 작업이다.

특별히 밤 눈이 밝은 것도, 색적 마법을 사용할 수있는 것도 아닌 시몬의 역할은 변덕스럽게 접근하는 몬스터를 쏴 죽이는 것 뿐이었다.

그러므로 어둠의 저편에 숨어있는 적의 기척에 집중하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일출은 멀었지만 하늘은 약간 푸르게 빛나서 토치의 차례도 끝날 시간이다.

여기서 며칠동안 간헐적으로 왕복하던 두꺼운 비구름은 지금도 하늘을 지배하고있다.

오늘이야말로 호우가 내릴 것 같다는, 그런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후와앗"

나도 모르게 하품이 샌다.

헤이해져 있다기보다는 피로가 축적되어있는 탓이다.

시몬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이 방어 타워에 머무는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에디는 칼을 손질하고있고 시에나는 짧은 지팡이를 손질하고있는 등 각자 무언가를 하고있다.

게다가 성의 네 귀퉁이에 마련된 이 단단한 석재 방어 타워 내부는 약간 어두워서 더욱 졸음을 부른다.

(정신차려야해, 이런 때에 공격당하면 위험하니까)

스스로를 책망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하지만, 몬스터가 총공격을 해오지않는 이유를 모르겠네. 약간 휘청 휘청거리는 것도 많고 ...... 혹시, 기생은 했지만 전부 다 제어할 수는 없는건가)

실전에 생소한 연금술사라도 이렇게 전선에 서있으면 싫어도 생각에 둘러쌓이게된다.

이 몬스터 군단이 구리도고아와 기생충의 능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모든 학생들에게 알려져있다.

그러나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과연 이 어중간한 공격의 연속에 뭔가 깊은 뜻이 있는건지, 아니면 지휘관의 게으름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쨋든 이것 덕분에 시간만큼은 확실히 벌 수 있었으니 지원군을 기다리는 농성 측에서 보면 다행이다.

그런 일을 곰곰히 생각하면서 경계를 계속하고 있던 그 때.

"응?"

갑자기 시야에 그림자가 지나갔다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총구를 향했지만 눈 아래에는 방금잡은 켄타우루스가 구를 뿐이고 다른 몬스터의 모습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기분 탓 ...... 은 아니야 ......"

다시 생각해보니 여자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빠르게 달려서 기세 그대로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던 것을 본 것이다.

(혹시,기생당한 사람인가)

구리도고아와 조우한 철수시에도 희생자는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미끼역을 맡은 교사들은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몬스터에게 잡혀있었다면 새로운 숙주로 이용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있다.

그리고 자신들도 동일하다고 주의를 받고있다.

만약 기생당한 사람이 있다면 주저없이 죽이라고.

(아니, 오늘까지 방어는 완벽했으니 그럴리는 없겠지 ......)

그런 것을 생각한 순간이었다.

"적스으 - 으으읍!"

새벽이 됨과 동시에 종이 울리고 개전을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서문이야?!"

"전위는 서둘러!"

감돌고 있던 나른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불식되고 긴장감이 흐르는 전장의 공기로 탈바꿈한다.

바로 조금 전까지 졸려하던 에디도 애용하는 장검을 잡고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기세이다.

"아, 잠깐! 봐봐, 여기에서도 -"

눈이 좋은 궁수 클래스의 학생들이 방어 타워의 요격용 작은 창의 바깥을 가리킨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완만한 언덕 너머로 올라오는 햇빛과

"아아, 거짓말이지 ......"

그 아침 해를 배경삼아 몰려오는 몬스터의 대군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