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22화 (323/382)

제 322 화 이스키아 마을을 지키는 자

새벽이 된 것과 동시에 출발하여 백금의 달 28 일 밤에는 이스 키아 마을에 도착했다.

"전투는 소강 상태인 것 같네"

"그런 것 같아요"

이스키아 마을도 몬스터 군단에게 습격당하고 있다는 정보는 세리아에게 들었었다.

혹시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일전 섞는 일도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한마리의 몬스터와도 싸우는 일없이 무사히 동문으로 입촌할 수 있었다.

이스키아 구릉에서 몬스터가 내려오니 서문이 싸움의 메인 스테이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마을이 포위되어있어서 그런지 동문 부근에도 싸움의 흔적이 역력했다.

구르는 시체에는 켄타우루스와 고블린과 날개가 찢어진 페가수스 등이 섞여있다. 정말 다양한 몬스터가 습격한 것 같다.

사람의 시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묻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넬을 맞이한 붉은 갑옷의 스파다 기사의 창백한 얼굴에 떠오른 피로와 슬픔의 감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다른 자경단이나 모험가 파티도 비슷하다.

싫어도 알자스 전을 생각나게하는 광경에 다시금 초조감이 솟아오른다.

"크로노 군"

내 감정을 짐작했는지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아. 그보다, 마을에서 구출 부대를 보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같네"

나는 그대로 마을의 동문에서 서문쪽으로 이어진 중앙 거리로 나아갔다.

그곳의 모습에서 구조 인원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을 안까지 침입을 허용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한밤 중임에도 불구하고 부상자의 치료나 석벽의 보수 때문에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곳은 이미 방어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라는 것을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않고도 이해할 수 있었다.

더 최악인 것은 주민의 피난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앙거리를 지날 때 무장하지 않은 여자 아이,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모험가 길드를 중심으로 큰 건물에 숨어있는 것 같다.

처음 알아챘을 때는 이미 포위된 상태였다. 즉, 도망갈 길인 배후의 가도에도 몬스터가 출현해 있었던 것이다.

도망치기인 늦은 마을 사람들에게 피난을 간다는 선택지는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여기까지 절박한 상황에 뻐져있을줄은... 이스키아 고성의 일만 아니었다면 나도 방어에 참여했을텐데 -

"어이, 네놈! 크로노잖아! 왜 여기있는거야!"

갑자기 한 그림자가 나아가던 메리의 앞으로 튀어나온다.

더러워진 가죽 갑옷을 입은 통통한 남자.

그 얼굴, 아니, 굳이 따지자면, 적대감이 담긴 이 말을, 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당신은 확실히 쿠아루 마을의 ......"

"네놈 따위가 그 마을의 이름을 입에 담지마라!"

쿠아루 마을의 자경단, 나키무라는 사람이였을 것이다.

스파다의 빈민가에서 만났던 때와 같이 변함없는 원한을 나에게 품고있는 것 같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는 나처럼, 아니, 나 이상으로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젠장, 이런 곳에까지 나타나기는. 또 마을 하나를 없애려는거냐, 이 불길한 녀석!"

불길한 녀석, 이라... 바로 그렇다.

내가 가호의 시련에 도전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나키무와는 전혀 관계가없는 이야기이다. 그가 보는 나는 마을을 죽음으로 이끈 대죄인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는, 나만은 부정할 수 없다.

반박하지않고 그저 묵묵히 들을 수 밖에 -

"닥치세요"

순간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몰랐다.

하지만 내 바로 뒤에서 말할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다.

"...... 넬?"

뒤돌아보니, 거기엔 평소의 상냥한 모습을 감춘 차갑고 무표정한 넬이 있었다.

그 손에는 언제 꺼낸건지 나의 오른팔을 치료해준 [흰색 날개의 천칭]이 쥐어져있고 그것을 나키무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것처럼 내밀고있었다.

"저, 아발론의 첫째 공주이자 랭크 5 파티인 윙로드의 넬 율리우스 에루로도는 친구에 대한 무례를 한 번은 용서하겠지만, 두 번째는 없습니다. 닥치세요. 그리고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마세요"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아니, 바로 전날에, 나는 넬의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들었다.

"닥치라고 말했습니다! 반역죄로 처형당하고 싶은 겁니까! !"

크리스티나 라는 아발론 귀족 아가씨를 향한 처형 선고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효과는 그 때와 비슷할 정도였다.

"큭 ...... 죄송했습니다 ...... "

자칭할 필요도 없이 넬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듯한 나키무는 분해하면서도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것이 권력이라는 녀석인가 - 아니, 그렇지 않다. 넬이 이런 일을 한 것은 확실히 나때문이다.

그녀가 보기엔 부당하게 시비를 걸어온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키무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니, 여기선 아무 말도 하지않는 편이 좋은 것인지, 그렇게 망설이고 있으니,

뎅 뎅 뎅!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몬스터들이 온다!"

종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없이 들려온 목소리가 답을 가르쳐 주었다.

어떤한 경위에 따른 것인지는 불명하지만 방어전을 돕고있던 것 같은 나키무는 재빨리 몸을 돌려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내 쪽을 살짝 돌아보며 원한이 담긴 시선을 향해왔지만 지금은 그것을 신경쓸 정도로 평화로운 상황이 아니다.

"그럼, 가볼까"

"네. 제가 크로노 군을 보조할께요"

"그것은 든든하네"

그래, 지금은 과거의 실패를 후회하고있을 때가 아니다. 오로지 친구를 돕기 위해 전진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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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의 달 22 일 새벽부터 시작된 이스키아 마을 방어전은 이미 5일이 지나러 하고있다.

던전에 서식하는 모든 몬스터를 모은 것 같은 대군단은 해일처럼 마을을 단숨에 삼키는 것이 아닌 산발적인 공격을 반복할 뿐이었다.

전력의 순차 투입은 제일 멍청한 전략이지만 이스키아 마을을 지키는 자경단 모험가에겐 확실한 피폐와 희생을 강요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견디면 기사단이 온다! 분발해라아아아앗!!"

새로운 몬스터 부대가 나타난 서문 앞에서 랭크 5 파티인 철귀단을 이끄는 구스타부가 격문을 날린다.

이스키아 마을을 지키는 병사들의 사기는 이 몸도 크고 목소리도 큰 붉은 오크의 존재에 의해 유지되고있다.

실제로 대가족 파티를 유지하는 호걸답게 이러한 선봉에서는 것은 익숙해 보였다.

당당한 태도에 빠른 상황 판단과 행동 명령, 게다가 그 압도적인 전투 능력.

이것을 앞에서 과시하면 따르지 않거나 의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도라, 무리의 구성은 뭐지?"

오늘까지 실컷 괴물의 두개골을 때려부숴 온 거대한 금속 막대를 오른손으로 멘 구스타브는 문 앞에 설치된 망루에 서서 파티 멤버의 한 명인 제도라에게 물었다.

"선두는 대거 랩터. 뒤로는 켄타우루스와 슬라임. 공중에 하피의 무리임다"

흰색과 검은 색 투톤 컬러의 장갑으로 덮인 골렘 제도라는 여전히 미묘하게 더듬거리는 발음으로 대답핬다.

골렘의 붉게 빛나는 하나의 모노 아이 렌즈는 가도의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몬스터 부대의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왼손에 들고있는 것은 현의 양단에 기어를 조합한 거대한 기계 활.

(도대체 뭔개소린지 모르겠음)

그 등에는 쏘면 일격 필살이 될만한 미스릴 복합 합금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드럼통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정도로 거대한 화살통에 가득 담겨있다.

본체와 크기를 맞춘 초중량의 견고한 화살통은 단지 화살을 담은 것만으로 부숴질 것 같지만, 아직 부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내구도의 한계를 맞이하지는 않은 것 같다.

"샐러맨더는?"

"보이지 안슴돠"

현재 가장 경계해야 화룡의 모습이없는 것에 얼마 약간 안도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토치를 발사하여 주위를 비춰도 이 암야에서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 발견하기는 어렵다. 방심은 금물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적에 너무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문제이므로 구스타브는 즉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좋았어, 그럼 가볍게 쫓아버리자구! 개문!!"

중후한 나무 문은 본래라면 몇 명이 달라붙어야 돌릴 수 있는 도르래로 여닫는 것이지만, 지금은 단 두 명이자

"정말! 아가씨에게 이런 육체 노동을 시키는게 아니라구! 후아아아아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흐읍, 누오오오오오오오!"

구스타브와 함께 선봉을 맡은 파티원인 미노타우르스 (♂)와 사이클롭스가 가볍게 해결했다

기기기 둔한 소리를 내며 양문형 문이 열려간다.

몬스터를 정면에서 쳐부수는 검사와 전사 클래스의 전위 부대가 전진하기 시작한다.

그런 중에 구스타브는 갑자기 낯선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아니,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거기엔 장교가 탈만한 훌륭한 체구의 흑마에 걸쳐탄 검은 옷의 남자와 그 뒤에 동승한 천사같은 여자 라는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 거기 검은 형씨. 처음 보는 얼굴인데, 혹시 도와주러온 모험가야?"

이스키아 마을이 비상 사태라는 것은 이미 주변의 각 마을에 전해져있다.

긴급 퀘스트도 한참전에 발행되서 둘째 날을 기준으로 인근 마을에서 모험들로 구성된 구원 부대들이 모여서 도와주고 있었다.

조금은 느린 등장이긴하지만 지금은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지경이므로 한 명이나 두 명이라도 도와주러왔다고 말한다면 대환영이다.

"아니, 우리들은 이스키아 고성으로 향할꺼야"

"아아, 공주님 때문인가"

구스타브는 즉시 이해를 표했다.

아무리 인간의 얼굴을 기억하지않는 그 라도 허리에 새하얀 날개가 난 천사같은 모습을 한 여성은 스파다가 아무리 넓어도 한 명 밖에 없다.

"아니, 그런 이유가 아니 -"

"괜찮아 괜찮아 막으려는게 아니니까. 우리들도 성에 남겨진 녀석들은 걱정된다는거지. 뭐, 보시다시피 그쪽까지 도우러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왕립 스파다 신학교 학생들이 야외 실습 때문에 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있으며, 그들이 이스키아 고성에 갇힌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최근 나타난 암살자 클래스 여자의 전령으로 인해 알고있었다.

당연히, 스파다의 왕후 귀족이나 왕족들이 도움을 기다리는 것도 알고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일손이 부족하다.

그들에게 힘든 농성전을 강요하게 되는셈이지만 여기도 스파다 기사단의 구조대 본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스키아 마을을 방어하는게 한계이다.

본래라면 학생들의 생사는 절망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구스타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길드의 술집에서 즐겁게 싸운 아발론의 왕자는 확실히 랭크 5를 자칭하기에 적합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소문의 '윙로드'가 있다면 구조될 때까지 몬스터 군단을 막는 정도는 해낼 것이라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여기서 싸우고싶었지만, 미안해"

"갓핫하! 마을은 우리들만으로 어떻게든 될테니 이쪽은 신경쓰지말아! 너희는 저쪽의 학생녀석들이나 도와주라고!"

"고마워"

"감사합니다"

공주님과 검은 남자에게 감사받은 구스타브는 그대로 두 명을 태운 검은 말을 배웅했다.

당연히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출현한지 얼마 안된 몬스터 부대가 기다리고있다.

"제도라, 비켜봐"

"라져 데스, 두목님"

망루 위에서 중저음의 목소리에 대답하고 삐걱거리며 기계 활에 화살을 매기는 소리가 들린다.

"주저도 하지않고 돌진해가는군. 최근 젊은이들은 기합이 들어가 있구나, 이몸에게도 뒤지지않을 정도로 말이지."

강하게 각오를 다진 검은 남자와 공주. 두 사람의 모습에 감탄하는 동시에 구스타브는 머리위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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