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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마왕-315화 (316/382)

제 315 화 백금 월 22 일 ·? ? ? (2)

하늘이 핏빛 흐린 섬뜩한 색조로 물들어있다. 대지는 빛바랜 바위로 이루어져있고 기나긴 산맥이 불을 뿜으며 용암강을 만들어내고있다.

지옥 - 아니, 연옥, 이라고 불러야할만큼 고열과 격한과 작열이 넘치는 장소. 정신을 차려보니, 피오나는 그런 곳에 서 있었다.

"이곳은 ......"

주위를 둘러봐도 생물의 그림자는 커녕 기척조차 느끼지 않는다.

주위의 광경은 학창 시절에 방문한 화산 지대의 지하 던젼을 연상시킨다.

반드시 네 명 이상으로 파티를 짜야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지만, 결국 혼자 끝까지 탐색한 회색의 추억이 남아있다.

판도라 대륙에 여기까지 파멸적인 화산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이 이상한 불타는 하늘을 보고있으니, 이곳은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이것은 꿈이다 라는 해답에 이르렀다.

다시 생각해보면, 릴리와 함께 사이좋게 침대에 누워서 잔 이후에 일어난 기억은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지금은 꿈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꿈이라면 더 맛있는 꿈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운 소감을 품은 그 때

"호오, 젊은 마녀라니, 오랜만의 손님이군. 환영하네"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녹는듯한 요염한 목소리지만 귀에서 맴도는 달콤한 독같은 울림리었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도 마음만 먹으면 단 한마디만으로 남자를 매료할 수 있다.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그렇게 직감한 피오나는 대사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보다 가장 먼저 경계 반응을 취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지금의 자신은 삼각 모자와 마녀 의상 세트와 '아인즈 블룸'으로 완전무장하고 있으니 전투가 벌어져도 쉽게 질리는 없다.

"쿳쿳쿠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나. 원래 여기에 오는 것을 바란 것은 그대가 아닌가?"

다시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의 울림은 역시 어디서 들려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에 피오나는 간신히 이해했다.

"설마 ...... 당신은 신입니까?"

듣기엔 터무니없는 말이다. 하지만 대답하는 상대는 아주 진지했다.

"과연, 이몸이야말로 그대의 기도에 응답한 검은 신들의 한 기둥이다. 신전이라고는 하지만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게야. 자, 이쪽으로 오게나"

오만하면서도 어딘가 허물없는 말투의 신. 여자의 목소리이니 여신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지금은 그 지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피오나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꿈의 세계그 아니라 신이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가호를 주는 사람을 특별히 초청하는 신역이라고.

자비에 넘치는 선한 신이라면 약간의 무례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겠지만, 상대는 자신이 원했던대로 악신의 종류임이 틀림없다.

기분을 상하게하면 사망, 그렇지 않아도 변덕을 부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주의하여 순간의 행동을 제어한다면, 천연의 칭호를 가진 피오나라도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죽지않으려면 불필요한 것을 생각하지 말자, 라고 다짐하며 여신의 요청에 부응하여 걸음을 내디뎠다.

자신이 걷고있는 곳을 잘 살펴보면, 단순한 바위산의 경사면이 아니라 인공물인 것으로 보이는 가공된 돌계단이었다.

뒤쪽으론 불타는 대지와 불을 뿜는 산을 조망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여기는 이주변에 우뚝 솟은 화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 부근인 것 같다.

아마도 나쁜 여신은 연옥의 산 꼭대기에서 피오나의 도착을 기다리고있던 듯했다.

그리하여 머지않아 정상에 도착한 피오나의 눈에 비친 것은 -

"이것은 또 익숙한 구조의 신전이네요"

한때 백악의 성당이라고 불린 곳이라고 생각되는, 썩은 신전의 유적이었다.

많은 고대 유적 중 하나이며, 경험있는 모험가라면 풍화의 상황이나 그 건축 양식으로 눈치챌 것이다.

"엘리시온 성당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네요"

하지만 싱클레어 공화국 십자교의 총본산인 엘리시온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피오나이기에 가장 정확한 감상을 입에 담을 수 있었다.

"원래, 엘리시온 성당이었다네"

하지만 뜻밖의 긍정의 말이 되돌아 왔던 것에 피오나는 적잖은 놀라움을 느낀다.

"원래, 라는건?"

"뭐어, 아득한 옛날, 그보다 더 옛날의 이야기다. 들려줄 만한것도 아닌 것이다"

"...... 그렇습니까"

다소 실망의 감정과 사실은, 옛날 이야기 등은 아무래도 좋지만 이라는 마음을 품고, 피오나는 무너져가는 거대한 아치밑을 지나갔다.

정면에 자리잡은 거대한 성모 아리아상은 그 머리만 예쁘게 부서져 있는 것으로, 여기에 일체의 신앙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경건한 십자교는 커녕, 흰 신 따위는 조금도 믿지않는 피오나로서는 특별히 신경쓸 광경도 아니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원래 엘리시온 성당이었다는 거대한 폐허 주변을 똑바로 걸어나갔다.

발걸음을 멈추게하는 장애물은 없다. 여기는 현실의 성당처럼 경비 임무에 전념하는 템플 나이트는 한 명도 없으며, 고대 마법을 이용한 12 층의 다중 광역 결계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리하여 마침내 성당의 가장 안쪽에 도착했다.

그 미스릴로 만든 거대한 양문형 문이 자동으로 작동하며, 피오나를 안으로 이끌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흰 벽만이 존재하는, 신성하다기보다는 감옥이라는 분위기의 사랑방이었다.

그 중앙에 자리잡은 하나의 검은 그림자.

"음, 우선은 자기 소개라도 해야하는가? 나름대로 유명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대는 훨씬 먼, 바다 너머에 존재하는 별천지인 아크의 엘리시온에서 온 것 같으니 말이다"

크고 검은 고깔 모자와 칠흑의 로브.

그것은 피오나의 모습이 아니라, 눈앞에 선 여신의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특징이 그것으로, 다음 순간에 피오나의 마녀 장비와는 전혀 다르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신의 하얀 나체가 거의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로브는 망토처럼 허리까지 늘어져 있으나 앞은 열려있고, 거기서 아낌없이 노출된 여신의 육체는 거의 모든 남성을 포로로 만들고 동시에 모든 여성을 질투하게 만들만큼 매혹적이고 선정적인 것이었다.

마치 이 연옥의 산을 구현하는 것 같은 가슴의 협곡은 어디까지나 깊어서 바닥을 보이지 않는다.

그 가슴은 빛을 반사하지 않는 재질을 알 수없는 검은 비키니 스타일의 상의에 터질 듯이 담겨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시선을 약간 내려보면 거기에 있는 것은 잘록할뿐인 얇은 허리가 아니라 전사처럼 - 아니, 고대의 영웅상처럼 아름다운 복부가 비친다.

거기서 더 시선을 내리면 아슬아슬한 면적의 천이 덮고있는 하체가 있다.

매혹적인 곡선을 크게 그리는 엉덩이 라인과 거기에서 뻗어나온 다리는 허리와 같이 매끈하며, 아름다움과 음란함으로 채색되어있었다.

무릎 아래는 검은 가죽 부츠로 덮여있으며, 그 하이힐 때문에 가뜩이나 긴 다리를 더 길게 만들어서, 키가 크로노 수준까지 커졌다.

그런 여신의 육체는 유명한 무희나 고급 창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요염했다. 이에 필적하는 미모는 전설에서 마왕 미아를 유혹했다는 음마 여왕 서큐버스 퀸 정도 일까 - 아니, 그녀야말로 본인일까 피오나는 그런 것을 생각했다.

"무례하구나. 그놈은 더 점잖고 한심한 몸매다. 이몸과 비교하는게 아니야"

"죄송합니다"

마음을 읽힌 것을 놀라워하지는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릴리도 신못지않게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네 - 여신님의 이름은?"

말 그대로 전혀 사양하지않는 피오나는 언제나처럼의 눈빛으로 이름을 물으며 여신의 얼굴을 - 볼 수 없었다.

깊게 눌러쓴 모자가 눈가를 가리고있던 것이다.

아니, 그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보이지않음은 마치 인식 저해 마법을 행사하고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하단에 드러나있는 얼굴 - 높은 콧날에 얇은 턱 라인, 섹시하고 두꺼운 입술 - 그 요소만으로 이미 완벽한 미모의 소유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신은 루즈 대신 선혈을 바른 것 같은 진홍의 입술을 미소지으며 왜곡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오, 그렇지. 후후, 어라피 궁금해하게 할 생각은 없고 가명을 자칭할테니"

"네?"

"이몸의 이름은 -"

은근히 엉뚱한 것을 말했다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실히 피오나는 눈치챘다. 그것을 멋지게 흘러넘겨버리고 여신은 거짓 이름을 자칭했다.

"- 엔디미온! 고대의 마왕을 섬기는 검은 마녀다!"

휘날리는 것은 밤하늘처럼 빛나는 요염한 흑발의 긴 머리.

그리고 모자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눈가가 순간적으로 두 진홍의 빛을 밝힌 것을, 피오나는 확실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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