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312화 (313/382)

제 312 화 백금 월 21 일 · 백색광 교회 고아원 (4)

그가 이곳을 찾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부지 면적은 나름대로 크지만, 전혀 관리되지 않아서 잡초밭이 된 뒤뜰.

그 한쪽 구석에있는 수십 년은 된 낡은 '성당'에 들어갔다.

"다시 처음부터 신자를 모아야 되는건가 ......크으으, 가디언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소년 사제는 그런 것을 말하면서 출입용으로 설치한 사다리를 빠르게 타고 내려가 오래된 우물의 바닥에 내려섰다.

모래밑에서 물이 솟아나던건 소년이 태어나기 전의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 지금은 조금의 물기도 없이 마른 우물바닥이 펼쳐져 있을뿐이다.

그런 어두운 우물 바닥이지만, 손에 램프를 든 아이 한 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균열이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제는 순백의 법의가 다소 더러워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거기에 가녀린 몸을 밀어넣었다.

그 앞에있는 것은 원래 지하수가 모여있던 공간이라고 생각되는 작은 바위 공간이 펼쳐져있다.

완전히 자연의 일부 - 하지만 그가 주저없이 나아간 끝에는, 암벽에 직접 끼워넣은 것처럼 한 장의 문이 달려있는 것이었다.

만약 아발론에서 활약하는 랭크 4 이상의 베테랑 모험가라면 즉시 지하의 고대 유적계 던전의 문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문에 새겨진 정교한 부조는 유구한 시간을 거쳐 풍화되어 버렸지만, 중앙에 크게 그려진 십자가의 기호만은 지금도 명확하게 판별할 수있다.

원래부터 잠겨있지 않읐던 것인지, 가볍게 미는 것만으로 문이 실내로 그를 이끌었다.

입실과 동시에, 아직도 기능이 살아있는 듯한 고대 마법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천장에 설치된 조명이 하얀 빛을 점등했다.

소년의 눈에 비치는 것은 이미 익숙한 하얀 방.

넓이도 높이도 고아원의 예배당 정도이기에 혼자 있기엔 넓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자리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마법 설비에 의해 심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거대한 침대, 아니, 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신장 2 미터 이상의 가디언의 육체가 들어있는 상자이다.

그 수는 무려 열두 개로 중앙의 통로를 확보하며 좌우에 여섯 씩 배치되어있다.

이미 가동하고있는 가디언은 두 마리. 흰색 금속제 관속에 누워있는 나머지 아홉 마리가 깨어나기엔 시간이 걸린다.

관의 수는 열두개이지만 소년이 이곳을 찾았을 땐 이미 하나가 비어있었기 때문에 모두 합쳐 11체이다.

과연 여기서 영원이라고 할만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그들이,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자세한 것은 소년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그들을, 다름 아닌 자신이 자유자재로 부릴 수있다. 그것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빨리 시작해야지 ......후우, 소환 좌표 재설정인가 ...... 귀찮네"

해야할 것과, 방법 모두는 소년의 머릿속에 새겨져있다.

소년은 가디언이 잠든 방에서 더 안쪽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별실로 발을 옮겼다.

이번 방은 조금 전보다 훨씬 어수선한 마법사나 연금술사가 어지럽혀놓은 연구실같은 꼴이다.

가치가 있는지의 여부도 모르는 풍화된 고대의 책부터 수수께끼의 금속 부품이나 용도 불명의 도구 등이 그 주변에 쌓여있다.

소년에겐 그들 또한 익숙한 것이므로 눈길조차 주지않고 똑바로 방 중앙에 자리잡고있는 제단을 향해가고 그 앞에 선다.

아발론 곳곳에 남아 [제로 크로니클] 오벨리스크와 비슷한 검은 금속제 판에는 해독 불명의 고대 문자의 나열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읽지못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속판의 하부에 놓여있는 받침대 부분이다.

"우리의 뜻을 이루자[다이아몬드 헤븐]"

발견시, 이 받침대의 중앙에 박혀있던 것이 이 [다이아몬드 헤븐]이다.

이것 자체가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위협적인 [도미네이트]를 품고있는 유물이지만, 이것의 진정한 가치는 고대의 제단을 기동시키고 조작하는 키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기계 전체의 올바른 조작 방법을 알 리는 없지만, 그래도 소년이 이를 가동시킬 수있는 것은 자신의 의사를 텔레파시로 보내도록 [다이아몬드 헤븐]에 의사를 불어넣으면 대부분 그가 원하는대로 작동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를 불어넣는다고 모든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가디언을 기동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이되는 일정한 양 이상의 마력을 공급해야한다. 따라서 이 성당 밖으로 내기 위해서는 소환 마법을 쓸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의식은 깨어난 가디언을 그 예배당에 소환할 예정이었던 것이다.

신자에게 매우 알기쉽게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없어진 이상, 거기에 소환하는건 의미가 없다. 적이 눈앞까지 다가온 지금의 소환 장소는 우물 바로 옆이 이상적일 것이다.

상대가 도미네이트에 걸리지 않으니 소년 자신이 앞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이 소환 위치 좌표 변경도 나름대로 시간이 걸린다.

호출 위치를 보다 명확하게, 더 선명하게 이미지하지 못하면 제대로 소환 마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시행 착오를 통해 밝혀져있다.

그러므로, 소년은 [다이아몬드 헤븐]을 맞잡은 손사이에 끼고선 오로지 사념을 불어넣을 뿐이었다.

그것은 일심으로 신 께 기도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제와 비슷한 모습과 행동이었다.

과연 기도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간신히 성공의 반응같은 것을 감각적으로 느낀 그 때였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곳이네요"

뒤의 문 너머로 그 유려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들은 것은 한 번뿐이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잊을 리가 없다.

마족 모험가인 빛을 휘감은 요정 소녀임이 틀림없었다.

"훗 ...... "

하지만 그가 지은 표정은 겁에질린 사람이 짓는 그것이 아니다.

이것은 먹이가 덫에 걸린 것을 비웃는 얼굴.

그렇게 소환할 것도없이 아홉 마리의 가디언에 둘러싸인 장소에, 어슬렁 어슬렁 온 바보 마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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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곳이네요"

성당 한복판까지 들어선 릴리는 문 한 장 너머에 틀어박혀있는 소년 사제에게 말을 걸었다.

"음, 여기까지 상당히 빨리 오셨군요"

소년은 스스로 문을 열고 릴리를 마중나온다.

마침내 단념한건가 - 아니, 그 얼굴은 신자 앞에서 의식을 할 때와 같은 무표정을 유지하고있다. 즉, 아직 자신이 몰렸다고는 전혀 생각하지않는 것이다.

텔레파시로 확인하지않고도 그렇게 확신한 릴리는 '어리석은' 소년에게 자애에 찬 상냥한 미소와 말을 돌려준다.

"그래, 빨리 왔어. 왜냐하면, 명백히 이상한 걸."

사실, 강제로 길 안내를 시킨 깡패 꼬마의 기억을 세게 긁어낼 때 꺼낸 정보로 가늠하고 있던 것이지만, 일부러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항상 "후후, 비밀" 이다.

"그 마녀는 데려오지 않아도 괜찮은건가?"

"그 천박한 여자를 처분하기에 바쁘다나봐"

소년의 얇은 눈썹이 움찔 움직인다. 오늘로서 두 번째인 불편을 나타내는 반응.

소년이 저런 노출증 뺨치는 여자에게 적지않은 호의를 품고 있었던 것이라고, 릴리는 이때 눈치챘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정보이다.

"역시 마족과 말을 나누는 것은 시간낭비다 -"

그대로 무표정으로 돌아오지 않고 겨우 증오의 표정을 드러낸 소년 사제는 다시 릴리 앞에서 손에 든 다이아몬드 헤븐을 내걸고 명령했다.

"- 자 눈을 떠라, 가디언! "

응하듯이, 촤아악 물소리가 방에 울린다.

관 안에 가득찬 투명한 액체가 가디언을 가라앉히고 그 몸이 썩는 일없이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단순한 물이 아니라 강력한 저장 효과를 가진 마법약이라고 짐작할 수있었다.

릴리의 눈에 배양액의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기세좋게 일어선 아홉 가디언의 누드가 비쳤다.

찢어질듯한 근육을 가진 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우락부락한 남자지만, 그 피부는 병적으로 창백하고 짧게 자른 머리도 흰색 일색이다. 그리고 핏빛같은 붉은 눈동자에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들은 '인형'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얼굴을 보면 일목요연하다.

그들은 모두같은 얼굴을 하고있으니까.

머리 모양이나 색깔이 같아서 비슷하다는 차원을 넘는 완전히 동일한 조형이다.

높은 코의 훤칠한 얼굴은 나름 잘생겼지만, 그것도 아홉 명이 나란히 서면 기분 나쁨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릴리는 변함없이 미소를 지은 채 그 정체를 말했다.

"역시, 인조인간=호문클루스네"

그 정답에 사제는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

인조인간=호문클루스. 그 이름 정도라면 도시의 인간이라면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유명한 존재이다.

이름과 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지만, 그 제조 기술은 현대 마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고대의 마법에 의해서만 생성하는 것이 가능한 오버 테크놀로지의 산물이다.

호문클루스는 모험가들이 고대 유적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시체로 변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구한 시간을 넘어 현대에서 되살아난 호문클루스는 적지않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 드문 사례가 지금 릴리의 눈앞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고대 유적의 일부 라기보다는 마술사 개인의 연구실인가?"

"이제 죽음의 단죄를 받을 네게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럴 일은 없어. 그건 이제 내가 사용할테니까"

"쓸데없군 - "

더 이상 말이 없다고 판한한 사제는 다시 다이아몬드 헤븐을 내세워 명한다.

아홉 거인은 이미 릴리를 포위하듯이 자리잡고있다.

알몸으로 일체의 장비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해도, 그들의 육체는 단련된 전사와 같은 강인한 파워를 발휘한다. 그야말로 맨손으로 몬스터와 싸울 수 있을만큼의 파워를.

상대인 릴리가 강력한 빛속성의 고유 마법을 행사한다는 것은 사제도 이미 알고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마술사와 같은 원거리 공격 특화이다. 즉, 도망갈 곳이없는 실내에서의 근거리 전투가 되면, 전사 유형의 호문클루스에게 승산이 있다.

어디까지나 가녀리고 덧없는 외형의 요정 소녀 릴리를 때려잡기에는 충분하긴 커녕 과잉전력이라고, 그는 믿어 의심치않는 것이다.

"- 가라, 가디언! 그 더러운 마족을 희생의 제물로 바쳐라!"

필승을 확신하고 공격 명령을 내린다.

그 순간, 가디언은 처음부터 기본적으로 내장되어있는 연계 능력을 구사하여 완벽한 동시 공격을 시작 -

"- 앉아"

하지만 릴리가 날린 그 한마디로 가디언들은 즉시 바닥에 내려앉았다.

아홉 마리 모두가 동시에.

"......응?"

우락부락한 거구의 가디언들이 한결같이 한 소녀의 앞에 앉는다. 게다가 전라로.

그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광경을 본 소년 사제가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를 흘린건 무리도 아니다.

전라의 가디언들의 경배와, 그 중앙에서 만족스러워하는 미소를 띄우는 릴리.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 표정의 소년 사제.

매우 이상한 상황에서 그대로 조용히 몇초가 흘렀다.

"무, 무슨 짓이냐, 가디언! 내 명령을 듣지 못한거냐! 그 마족을 죽여라아아아!"

이미 무표정의 가면을 벗어던진 소년은 노성을 올리며 다시 명령한다.

하지만 눈을 뜬 아홉 마리가 따른 명령은 ......

"손"

왜인지 릴리의 명령뿐이었다.

가디언 한마리가 살짝 내민 릴리의 손바닥에 자신의 거대한 손바닥을 가볍게 겹렸다.

다른 가디언들은 꼼짝도 하지않고 알몸으로 엎드려있지만, 공연히 손을 얹고있는 1체를 부러워하고있는 듯한 것은 과연 기분 탓 일까.

"어째서, 왜, 왜냐! 왜 말을 듣지 않는거냐! 네놈, 내 가디언에게 대체 무슨짓을 한거냐아 아아아! !"

분노, 초조함, 그리고 공포와 불안 - 가장 믿었던 '힘'에 배신당한 소년은 반 울상이되어 이 불합리에 절규했다.

"훗, 후후후 ...... 우후 후후, 아하 하하하!"

그 반응에 릴리는 미소를 짓더니, 결국 웃어버렸다.

그것은 보기 흉하게 울부짖는 그에 대한 조롱 - 아니,

"하하하, 가르쳐줄까? 후후, 난 말야, 알아버렸어"

그것은 단지 순수한 기쁨이었다. 계속 찾아헤매온 해답에 도착한 성취감이나 다름없다.

릴리의 빛나는 손가락이 허공에ㅛㅓ 춤춘다.

그려진 원형의 마법진. 그리고 거기서 나온 것은 또 하나의 원형링이였다.

"이것을 사용했지"

그것이 [행동 제어 장치=엔젤 링]이라는 세뇌용 매직 아이템이라는 것을 소년 사제가 알리는 없다.

보기엔 평범한 흰색 링이다. 단순한 장식 비슷한 서클릿이라는 느낌을 받을뿐, 거기에 감춰진 사악한 효과를 짐작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되고있는 것을 보면 어떨까.

"서, 설마 ...... 그건가, 그걸로 ...... 내 가디언을 조종하고 있는건가 ...... "

"아니, 지금은 내 가디언이야"

눈을 뜬 가디언은 전라로, 일체의 장비도 착용하지않은 상태이지만, 잘보면 하얀 머리카락사이에 릴리가 들고있는 것과 같은 링이 장착되어있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즉, 릴리는 이 방에 침입했을 때 아홉 마리의 가디언에게 엔젤 링을 끼워고 소년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릴리의 대사를 고려하면, 이 링의 사용법이나 사용할 수있는 상황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의 통찰력을 소년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얘기일 것이다.

믿았던 전력을 통째로 적에게 빼앗겨버린 절체절명의 상황. 이 핀치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 릴리는 아주 잘 알고있는 것이었다.

"아, 뭐, 잠깐, 난 -"

"잡아"

목숨구걸의 말조차 하게두지 않는다.

릴리의 명을 받아 움직이기 시작한 호문클루스는 세 마리. 역시 그 움직임은 알몸임에도 불구하고 크로노처럼 인간과는 동떨어진 민첩성을 가지고있었다.

가볍게 자신이 잠들어 있던 관을 뛰어넘고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있는 소년의 신병을 즉시 구속해보였다.

"우웃, 사, 살려줘, 구웃- !?"

두 마리가 소년을 양쪽에서 팔을 안듯이 구속하고, 다른 하나는 뒤로 돌아 그 입가를 장갑처럼 큰 손바닥으로 덮는다.

선 채로 구속된 소년은 어깨까지 전해지는 양팔의 구속에 어린아이다운 고통의 신음 소리를 흘린다.

귀여운 미소년을 잡은 전라의 거인이라는 구도는 무심코 눈살을 찌푸려 버릴정도로 심하게 범죄적인 광경이지만, 지시한 본인인 릴리는 당연히 그것에 마음 아파 하지않는다.

그녀의 유일힌 관심사는 호문클루스의 성능과 -

"후후, 지금이라면 분명히 성공할거야"

빙글 빙글 그 섬세한 손으로 돌리는 흰색의 링.

소년의 육체를 구속시킨 채, 릴리는 느긋하게 발을 내딛고 천천히 접근한다.

일부러 지시하지 않아도 잘알고있다는 듯이, 소년의 입을 막은 한마리는 다른 손으로 목덜미를 잡고 천연 은발로 덮인 머리를 릴리쪽으로 내민다.

"응, 응응응으-!"

소년은 그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신음 소리를 올리며 몸부림쳤다.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당하는 것인지, 희미하게 눈치채고있는 것이다.

릴리가 링의 표면을 검지로 한번 쓰다듬자, 그 안쪽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일곱 개의 장침이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니, 머리를 잡아지고 고개를 내민 상태가 되어있는 소년에게 일부러 보여주려고 눈앞에서 조작한 것에 불과하다.

소년의 예감은 확신으로 바뀐다.

"축하해. 이제 너는 네가 좋아하는 가디언에 동참하는거야"

모두가 넋을 잃고 볼만한 멋진 미소를 지은 릴리가 단언한다.

그 손으로 다시 링을 되짚자, 바늘이 수납되었다.

"응, 응, 응 - 으으으응!"

그리하여 영광스러운 수상자에게 월계관을 씌우는 듯한 동작으로 엔젤 링이 장착된다.

그 순간 그는 머리 속에서 철컥 하는 작동음을 들었을 것이다.

"음, 역시 인간의 머릿속은 복잡하네. 호문클루스는 그렇게 알기 쉬웠는데 ......하지만 이정도라면 ...... "

그렇게 릴리는 지금까지의 인체 실험에서 얻은 경험을 떠올리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소년의 세뇌를 시작한다.

호문클루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인지, 그 뇌의 구성이 인간에 비해 상당히 간소화되어있었다.

그것은 릴리가 링과 텔레파시를 통해 감각적으로 깨달은 것이지만, 이 간단한 두뇌는 복잡괴기한 인간의 두뇌 구조를 해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릴리는 생각했다. 아마도 고대 문명은 인간의 뇌, 거기에있는 모든 비밀을 밝혀냈었던 것이라고.

그래서 작업에 필요한 부분만을 추출한 호문클루스의 인공 두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발견은 엔젤 링의 구조가 마치 호문클루스의 두뇌에 맞춘 것 같은 기본 구조를 하고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지금까지 인간에게 쓰이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흰색성사]라는 조직은 고대 유적에서 호문클루스의 세뇌 링을 세트로 발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연구 개발을 거듭해 현재의 인간 세뇌용으로 다듬은게 아닌가, 라고 릴리는 추측했다.

그 예상이 빗나갔더라도 상관없다. 릴리는 지금까지 그녀가 추구하던 엔젤링을 이용하여 사람을 지배하는 방법, 그 정답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엔 그것을 실행하면된다.

그리고, 릴리가 엔젤 링을 기동시키고, 어느정도의 작업 시간이 흘렀다.

이마에 흐르는 한줄기의 땀을 후우, 라는 작은 한숨과 함께 훔치며, 릴리는 단언했다.

"...... 실패해버렸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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