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257화 (258/382)

제 257 화 뱀파이어는 두번 죽는다

마치 시체를 까마귀가 먹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머리를 베인 남자의 목없는 시체에 매달린 검은 그림자는, 잘 보면 까마귀가 아니고 박쥐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 박쥐는 여기에 구르는 뱀파이어인 루드라 의해 생성된 사역마이다.

사역마라고해도 만드는 방법은 몇 가지가 몬스터를 잡아 조교하고 무기물로 골렘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박쥐의 사역마는 자신의 육체를 이용하여 빚어낸 이른바 분신이라고 부를 수있는 유형이었다.

뱀파이어가 만들어내는 박쥐의 사역마는 유명하듯이 루드라도 그 예외없이 이 박쥐들을 사역하고 있었다. 크로노들이 저택에 접근해 오는 것을 조기에 감지한 것은 이 사역마의 공적이다.

그런 충실하고 우수한 박쥐들이 목없는 시체로 전락한 주인의 육체에 모인 것은 물론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임무가 어떤 것 인지는, 마법의 지식이없는 사람도 이곳에서 벌어지고있는 광경을 보면 즉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사역마인 박쥐는 형태를 무너뜨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 모습은 마치 혈액. 얼음이 녹듯 박쥐는 검붉은 액체로 순식간에 변모해갔다.

그렇게해서 생긴 피 웅덩이는 마치 슬라임처럼 꿈틀거리며 단면이 드러난 목을 덮고 끊긴 혈관에서 내부로 침입해 나간다.

아니, 그것은 육체가 분신을 흡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피에 굶주린 육체는 순식간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신을 들이마셨다.

마지막 분신을 흡수하고 난 직후, 목없는 시체의 손가락이 움찔 경련하며 움직였다.

그것은 바람의 장난도 근육의 수축이 반사적으로 일어난 것도 아닌, 순수하게 자신의 의사에 의해 움직인 것에 다름없다.

그리하여 곧 그 의사대로 오체를 다시 지배하고 목없는 시체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아니, 거기에 이미 그냥 시체는 없고, 목이없는 살아있는 시체가 있었다.

몸은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똑바로 잃어버린 머리에게로 걸어나간다.

천천히 자신의 몸이 다가오는 것을, 이 때 이미 푸른 두 눈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분실물이라도 챙기는 동작으로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안고 그대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자, 거기에는 바로 방금 전 크로노와의 사투를 연기한 루드라의 변함없는 모습이 있었다.

"미숙하구나 ......"

되살아난 루드라는 먼저 그 말을 입에 담았다.

그것은 뱀파이어인 자신에게 빈틈없이 결정타를 날리지않고 물러간 크로노를 향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패배한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설마 두번아나 순종 뱀파이어의 고유 마법으로 살아나야한다고는..."

힘도 마력도 강한 반면, 적은 수의 뱀파이어. 하지만 그 안에서 또한 몇몇 더 강력한 능력을 자랑하며 특별한 고유 마법까지 가진 희귀 종족, 아니, 혈족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가 있다.

그것은 순종 뱀파이어라는 뱀파이어의 시조가 된 고대의 혈통을 이끄는 일족이라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루드라는 특별한 일족 중 하나였던 것이다.

수십 년 전, 인생에서 처음으로 패배한 젊은 루드라는 순종 뱀파이어가 자랑하는 고유 마법[불멸자 노스페라투]로 되살아나 구사일생한 적이있다.

이번이 두 번째, 하지만 당시만큼 충격을받지 않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있는 지금의 자신의 얼마안되는 성장을 실감했다.

"이번에도 구사일생이였어"

당당하게 [불멸자 노스페라투]로 명명되어 있지만, 그 효과는 절대가 아니다.

그것은 한번 뿐으로 치명상을 연속으로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면 되살아나는 일은 없고, 머리와 심장을 동시에 파괴되어도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

예외는 또 있다.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약점인 미스릴과 빛의 마법으로 공격을 받아도 신체의 재생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즉, 크로노가 목을 날린 뒤 심장을 후볐을 경우, 혹은 목을 벤 검이 미스릴 소드였다면 루드라의 사망은 확정됬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운명인가"

조용히 중얼거린 루드라는 단지 자신의 패배를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억울하다고하면 거짓말이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은 살아남은 것으로, 아직 자신은 다시 크로노라는 강자와 싸울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행운라고하지 않으면 뭐라고 할까. 무엇보다, 그것을 과거 자신이 이해하는 것 일은 없었던 것이다.

단지 순종 뱀파이어의 힘과 가호의 힘에만 의존하던 젊은 루드라라는 소년은 없다.

"아직도 내가 죽을 운명이 아나라면 잠시 검의 길을 계속가자"

라고 하며 루드라는 바로 옆에 널려있던 애도를 집어든다.

크로노가 저주받은 도를 가져가지 않은 것은 승자의 인정인지, 시간을 아낀 것인지, 아니면 도적 토벌 후에 회수하려고 했거나 단순히 잊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루드라는 손에 [흡혈희*주염]을 다시 가져왔다.

그리하여 다시 칼집에 거두려고 한 그 때였다.

"...... 아니?"

변화에 주목했다.

선명한 빨강으로 장식된 칼의 몸체이지만, 그 칼끝이 묘하게 바뀐것이다.

보면 혈흔이 묻어있다. 이 칼은 '뱀파이어'의 비문과 같이 칼날에 묻은 혈액은 즉시 흡수해 버린다.

그리고 진짜로 잘 살펴보면 역시 칼날이 피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칼의 몸체 자체가 변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

다음 순간, 선단에 짙은 먹이라도 흘린 것처럼 단번에 검신 전체를 덮어갔다.

변화는 외형뿐만 아니라, 자루를 쥔 루드라는 손에서 심장의 고동과 함께 칼 안에 소용돌이 치는 마력의 격렬한 흐름을 감지한다.

급격한 변화는, 그 끝에 당도했다.

깨달으면 루드라가 쥔 진홍의 칼이 칠흑의 검신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그날 밤 어둠처럼 어두운 색조의 칼날에서 피가 그대로 증발하고있는 것 같은 붉은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진화했는가 ......"

죽음의 직전에 있어도 냉정했던 루드라이지만, 지금은 과연 눈을 치뜨며 놀라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쿠쿠쿳, 그런가, 공주는 상당히 크로노의 맛이 마음에 드신 것 같군"

짐작되는 점은 있다. 마지막 일섬, 아니, 찔렀다고 해야하나, 그 일격은 갑옷을 관통하고 크로노 복부에 꽂혔다.

치명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지만, 이 피를 빨아 저주받은 칼의 배를 만족시키에는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군, 나도 다시 단련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새로운 진화를 이룬 애도를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번에야 말로 칼집에 넣은 루드라는, 검은 코트를 휘날리며 소리없이 그 자리를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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