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6 화 거절 (2)
"하지만, 지금은 혼자있게 해줘 ......"
릴리는 놓아진 자신의 손과 공허한 표정을 짓는 크로노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아, 아 ...... 그렇지만 ......"
뜻밖의 말과 행동에, 릴리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미안, 걱정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혼자 있고싶어"
크로노도 억지로 만든 미소를 지으며 릴리에게 말했다.
"그, 그런 ......"
"제발, 부탁이니까, 나의 제멋대로 부탁을 들어주지않을래?"
그것은 명확한 거절의 의사였다.
이때 릴리는 처음으로 크로노에게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들이대어졌다.
릴리는 요정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정신 감응텔레파시능력에 따라 다른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의식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포착해 버리고 그것은 크로노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크로노는 한 번도 리리에게 악감정은 물론, 공동 생활에 있어서 자신에 관한 약간의 스트레스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감정 자체를 읽어버리는 릴리는 더 없이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지금이 순간, 크로노는 릴리에게서 거리를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결코 싫다고 생각했기 때문도, 릴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대로 함께있을 때 릴리에게 자신의 보이고 싶지않은 모습을 보여버릴 것같았기 때문이다.
릴리에게 한심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 그것은 분명 요정의 숲에서 만난 그 순간부터 계속 크로노가 계속 안고있던 한 사람으로서의 고집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미어지 정도로 너무 큰 충격을 느낀 지금은 지금만큼은 릴리 앞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미안......"
평소의 냉정한 그녀라면, 크로노의 본심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텔레파시 등이 없더라도 그 행동 배경과 태도를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로노의 표층 의식에 나타난 릴리 앞에서 피하려고하는 그의 "릴리 떨어져 싶다"는 마음의 소리가 이 32년간의 인생에서 최대의 충격이 되어 그녀의 마음을 덮친다.
처음 크로노부터 향한 거절의 의사를 전해진 릴리는 평정을 잃었다.
빛의 샘을 스스로의 손으로 멸망켜도, 누가 죽어도, 그 마음이 흔들리던 일이 없던, 냉철하고 잔혹한 릴리,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짝사랑의 상대로부터 고백을 거절당한 순정가련한 처녀처럼.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해서,하지만, 난 내버려둬도 괜찮으니까"
"으응 ...... 괜찮아, 말려서 미안해"
릴리는 허둥대지 않고 그렇게 대답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실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릴리의 변화를, 이미 다른 사람을 걱정되는 여유가 없는 크로노가 알아차리는 일도 없었다.
표면상으로는 말그대로 크로노는 혼자가되고, 릴리는 그것을 인정한다고 동의했을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피오나, 릴리와 함께 먼저 돌아가줘"
바로 옆에서 그림자와 동화하고 있던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 존재감을 감추고 있던 피오나에게 전한다.
"알겠습니다."
물론, 걱정되지만 릴리도 막지못한 크로노를 말리는걸 피오나가 할 수 있을리없었다.
"저녁까지는 돌아갈테니까, 미안해, 쇼핑도 다음에"
"괜찮으니 마음에 두지마세요"
크로노는 쓴웃음을 지으며 사과의 말을 남기고 원래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의 어두운 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릴리는 몸을 조금씩 떨면서 눈을 크게 뜨고 응시하고있다.
그렇지만 그 뒷모습이 사라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릴리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릴리 씨, 돌아갑시다"
어딘가 빛을 잃은 릴리의 날개를 보면서 등 너머로 피오나는 약간 걱정스러운 뉘앙스를 포함하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릴리는 무반응으로, 크로노가 떠난 골목의 앞을 응시한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리리씨... - 잇!?」
뒤에서 말을 걸다가, 릴리의 얼굴을 보는 순간 피오나는 예상 이상의 광경에 무심코 숨을 삼켰다.
"히잉 ...... 훌쩍 ......"
아름다운 에메랄드의 눈동자에서 투명한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굵은 눈물이 흘러 있었다.
"우우, 훌쩍 ...... 크 크로노가 ......"
가녀린 어깨를 떨며, 백색의 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크로노에게 혼났어 ...... 으, 으으아아아 아아앙! "
릴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울었던 것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한 것이 슬프고, 미움받는 것이 무서워서 소리높여 울었다.
마음에 소용돌이 치는 슬픔이 그대로 쏟아져 나온 것처럼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릴리 씨 울지마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사람과의 교제가 서투른 피오나 슬픔에 젖어우는 사람을 능숙하게 달래는 방법을 알 리가 없다.
그렇지만 이 울고있는 요정 소녀를 눈에 띄게 두기는 꺼려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단 이것으로 얼굴을 가려주세요"
그렇게 피오나가 마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거대한 검은 고깔을 자신의 머리에서 벗어 릴리에게 씌워주었다.
밝은 하늘색의 머리가 드러난 마녀는 그대로 요정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계속 그 옆에 서서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