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6화 실험체와 연구원
그것은 실험 번호 49번의, 몇 번째인가의 기동 실험을 마친 뒤의 일이었다.
"49번이 마음에 들지 않는겐가?"
제 3 연구소의 소장인 신병 계획의 지휘를 맡은 쥬다스 주교에게 키프로스는 갑자기 그런 말을 들었다.
"아니요, 그런 일은......"
얼굴 전체를 덮는 하얀 가면의 모양을 한 <정화 장치>를 끼고 있기 때문에, 표정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쥬다스는 키프로스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을 이었다.
"드물게 있는 것이다,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자가."
"49번의 자아는 이미 절반 이상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지요."
"그런 말이 아니잖나.
저것은 자아가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치는 일없이 자신의 의식을 계속 유지한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
키프로스는 침묵으로 응한다.
눈 밑에는 3체의 골렘을 쓰러뜨린 49번이 자신의 독방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암석의 거구를 가지고 인간 같은건 주먹으로 부숴버릴 수 있는 파워를 자랑하는 진짜 골렘을 상대로, 일체의 장비없이 싸운 49번은 만신창이가 된 모습.
하지만, 그 이방인 특유의 검은 눈에는 아직도 강한 의지와 생명의 빛이 깃들어 있다.
(그래, 그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코 구원 같은건 없는 실험체의 몸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절망하고, 발광하지 않는 49번에게, 키프로스는 명백하게 초조함을 안고 있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말이지, 반드시 부러지는 것인거야.
각오도, 결의도, 자긍심도, 현실의 '고통' 앞에서는 빌어먹을 소용도 없잖아.
그러니까 안된다는거야, 여기서 제정신을 유지한다는건 안된다고, 너희들 쓰레기 보다 못한 이방인은 <생각 제어 장치>로 자아를 없애버리기 전에,
꼴사납게 울고, 소리 치고, 미쳐버리고, 모든 걸 포기하며 절망해야 한다고.
나는 '그런'게 보고 싶어서 <백의 성사>에 온거라고.제대로 내 마음대로 부서져 주지않으면 안되잖아.)
49번은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이미 어두운 통로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다.
"――49번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공물'의 소재가 좋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신도 강화된 것 뿐이겠죠."
초조한 본심을 억누르면서, 침착하고 냉정하게, 한 명의 연구자의 입장에서 쥬다스에게 의견을 꺼냈다.
"흠, 그걸로 납득이 간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지."
그리고 쥬다스는 흥미를 잃은 듯 그대로 떠났다. 가버린 쥬다스를 고개 숙이며 배웅한 키프로스는,
(웃기지 말라고 할아범, '제정신을 유지하는 자'라니 납득할 수 있겠냐, 49번은 다소 잘 참는 것 뿐이지 조만간 반드시 꺾인다고.
그래, 아직 견딜 수 있다는 거지, 이놈도 다른 이방인과 마찬가지, 특별한게 아니라고.)
하지만, <생각 제어 장치>에 의한 자아의 봉인이 완료될 때까지 49번은 미치는 일없이 자신의 의식을 계속 유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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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탄흔에 꿰뚫린 강철의 거체가 3 체,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진다.
"라이트 골렘으로 막았나――"
공중으로 날린 《마탄》은 그 직선상에 있는 남자를 확실하게 포착했다.
하지만 그 총알 비를 막아낸 것은 방어 마법도 무투기도 아닌, 이 중기사의 모습을 본뜬 라이트 골렘이다.
"――저녀석, 소환사인가."
"단순한 소환사가 아니라고, 상급 소환사 키프로스 님이라고, 그런 콩알 같은걸로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는 키프로스라고 자칭한 남자.
순식간에 3체의 라이트 골렘을 방패 대신으로 소환해보인 역량을 생각하면, 단순한 허풍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의 사역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어이 49번, 네놈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생각한게 아니야, 죽일거야."
오른손에 나타를 쥐고, 후방의 실험체 두 사람에게 투척한 흑화 검을 회수한다.
뒤쪽에 두 사람은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마검》은 경계를 위해 날은 뒤로 향해있다.
하지만 적이 자신의 리더가 앞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뒤쪽의 두 사람은 이상하게도 공격할 기미가 안보인다.
"헤헤, 그러냐――어이, 너희들은 꼬맹이랑 마녀 쪽으로 가도 좋다고."
배후에서 실험체의 기척이 사라진다, 아무래도 릴리와 피오나 쪽으로 향한 것 같지만, 일부러 부하를 배제할 줄이야..이 녀석 도대체 무슨 생각을 있지?
그렇게 혼자서도 나를 쓰러뜨릴 자신이 있다는 것일까.
"가능하면 생포하는 쪽으로 부탁해, 나중에 내가 '쓸'테니까."
"너......"
단 한마디로 이렇게까지 분노를 느낀 것은, 생각해보니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다.
내 동료를 향해, 추잡한 말투로 말하지 말라고.
"아, 뭐야? 진짜로 화난거야? 그렇게 네놈의 여자가 중요한거냐?"
대답은 말이 아니라 검.
흑화 검 1개를 키프로스의 미간을 향해 쏘아낸다.
"하핫――"
검격이 번쩍인다, 단숨에 뽑힌 빛나는 백은의 도신과 공중으로 날라가는 칠흑의 검.
놈은 순식간에 발도하여, 얇고 희미한 빛을 품는 장검으로 흑화 검의 일격을 화려하게 막아냈다.
단순한 소환사가 아니다, 아마도 검사처럼 무투기도 다룰 것이다.
"――좋아 49번, 네놈을 쳐부수기에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무슨 말이지?"
"이쪽의 이야기다, 신경 끄라고―― أسود أبيض أسود يبتلع الثعبان المقدس السحر تأكل الأسنان"
키프로스가 왼손에 든 흰색 완드를 치켜들고 영창에 들어간다.
그 말의 의미는 여전히 모르지만, 스스로 상급 소환사를 자칭할 만큼, 그 영창은 흐르듯이 읆어져 기술의 레벨을 짐작할 수 있다.
"《마검》, 꿰뚫어라!"
마법을 사용하는 상대에게 영창을 가만히 쳐다보는건 있을 수 없다, 6개의 흑화 검 전부를 쏟아부어 투척한다.
정면에서 3개, 좌우로 1개씩, 그리고 정수리를 향해 1개, 각각 검은 궤적을 그리면서 타겟을 향해 날아간다.
"핫, 느려!"
비스듬한 자세인 키프로스는 오른손 하나로 백은의 롱소드를 펜싱처럼 잡는다.
하지만 거기서 내뿜은 것은 찌르기가 아닌, 고속의 연속 참격.
6개의 흑화 검이 동시에 도래하지만, 정면에서 다가오는 3개가 검극에 의해 가볍게 튕겨져 날아간다.
좌우와 머리 위를 노리는 3개는, 마치 전방위가 보이고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몸동작으로 칼날을 피한다.
좌우로 날린 2개는 즉시 수중으로 돌아오도록 조작하지만, 머리 위를 노린 흑화 검은 키프로스가 회피한 탓에 바닥에 내꽂혔다.
그것을 뽑아서 돌려보내기 전에, 은빛의 일섬에 의해 흑화 검은 흑색 마력과 강철이 뿌리채 양단되었다.
훌륭하게 6개의 검에 의한 동시 공격을 처리해보인 키프로스, 그 검기는 평범한 검사의 경지를 뛰어넘는다.
하지만 간단히 마검을 깨부순 원인은 그게 다가 아니다,
"설마 성은 제(미스릴 제)인가! ?"
"바보가, 딱 봐도 모르겠냐!"
미스릴이라는건 고순도의 백색 마력을 내포한 광석과 특수한 제법에 따라 정제되는 마법 금속이다.
그 도신에 깃든 빛은 겉멋이 아니다, 휘둘러보면 깃털처럼 가볍지만 내보내는 일격은 강철보다 무겁다.
미스릴 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검섬과 가볍게 흑화 검을 튕겨내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내 흑화 검의 베이스는 강철 제의 롱소드, 내포되어 있는 마력은 코팅되어있는 흑색 마력뿐.
그에 반해 미스릴 제 검은 도신 자체에 고농도의 백색 마력을 품고있어, 무기가 가진 마력량에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흑색 마력은 단순히 경도나 날카로움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백색 마력은 검에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찌 됐든 어떠한 강화 효과가 발동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무기에 내포된 마력은 그대로 공격력으로 변환된다고 해도 좋다, 그러므로 마법 무기는 귀중한 것이다.
그리고, 마력을 내포하고 있는 무기라도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물건이 '저주의 무기'라는 것이며, 키프로스가 장비하고 있는 검은 아무리 봐도 저주 같은건 씌어 있지 않은, 완전히 마력의 혜택만 받은 강력한 무기이다.
"고급 장비나 껴입고 말이야......"
미스릴 검이라고 한다면, 이 <하라사쿠>도 간단하게 막아낼 가능성이 있다, 상성은 최악이다.
"이봐 이봐, 나를 장비뿐인 남자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제대로 상급 소환사의 대단한 점을, 보여줄테니까 말이야――《흑식백사:크라임 이터》"
아까 읆었던 영창의 효과가 드디어 발동한다.
키프로스의 배후에 하얀 빛으로 그려진 직경 1미터 정도의 마법진이 4개 떠오른다.
그곳에 쓰여져 있는 문자던가 모양이라던가는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흑마법 이외는 전혀 모르는 나에게 있어선 조금이라도 의미 같은걸 해독할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리고 몇 초 안에 《 크라임 이터 》라는 이름의 사역마가 저 마법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샤아아악―!
그것은 정말 이름 그대로 하얀 비늘을 가진 큰 뱀이다.
내 팔보다 한층 굵은 몸통 길이는 3미터 정도 일까, 아나콘다와 비교하면 작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이 크기의 뱀이 나타나면 이무기라고 형용해도 좋을 정도로 위압감이 있다.
새빨간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며, 끝이 갈라진 긴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 그렇게 내가 맛있어 보이는거냐?
뱀이라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조형에 더해, 전신 순백에 눈이 빨간색신 알비노 색상은 사리엘을 연상시키는 탓에 나에게 더욱 꺼려지는 인식을 준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4마리의 《크라임 이터 》는 꼬리 끝을 가볍게 키프로스의 어깨와 허리에 감겨있을 뿐인데도 그 몸은 공중에 고정되어있다.
저 정도로 크면 그만큼 무게가 나갈 것이다, 키프로스 본인은 마치 무게도 느끼지 않는 듯이 검을 쥔 채 태연한 모습으로 서있다.
"어떻게 된거냐, 계속 쫄아있지 말고 덤벼오라고, 모처럼 상대 해주고 있는거라고?"
뻔한 도발에 넘어가줄 생각은 없지만, 이쪽에게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덤빈다면 역시 내쪽에서 부터다.
《크라임 이터》 의 능력은 전혀 알 수 없지만, 정면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우선은,
"《마탄》"
원거리 공격으로 관찰한다.
순식간에 출현하는 수백 발의 탄환이 텍트가 휘둘러지는 것과 함께 쏟사진다.
이 검은 탄막에 회피할 틈은 없다, 아까처럼 막아내거나 크게 뒤로 물러나 사선 밖으로 벗어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키프로스는 겁없는 미소를 지은 채로, 아직 땅에 발을 붙이고 움직일 기색은 없다.
녀석의 선택은 방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모든 마탄이 사라졌다.
"......뭐?"
피한 것도 아니고, 튕겨낸 것도 아니라, 사라졌다. 그래, 수백 개의 검은 총알이 키프로스에 닿기 직전에 홀연히 사라졌다.
녀석에게 움직임은 없었고, 뱀 사역마도 그 몸으로 주인을 감싸는 듯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마법의 완전 무효화? 그런 술이 있을 수 있는건가?
"어이, 오라고 49번."
"칫――《마검》"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은 공격이다.
마지막 2개가 된 흑화 검을 정면으로투척, 덤으로 마탄을 다시 쏜다.
키프로스는 역시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샤악!
이번에는 뱀이 움직였다.
녀석의 어깨에 감겨있는 채로, 새로운 양팔이 된 듯한 두 마리의 뱀이 커다란 입을 열어 날아오는 흑화 검을 물어뜯는다.
파직, 하고 금속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도신을 코팅한 흑색 마력이 증발한 것처럼 산산조각이 되었다.
검을 깨물던 뱀은 맛이 없는 물건을 먹이지말라고 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로, 이미 무기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는 검의 파편을 바닥에 뱉어 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쇄도하는 마탄은 역시 어느 곳까지 키프로스에게 가까워지면 닿은 부분부터 사라졌다.
"그런가..알아냈다고――"
텍트를 내리고 마탄의 연사를 멈춘다.
더 이상은 소용없다고 판명했기 때문이다.
"――흑색 마력의 흡수, 그것이 뱀의 능력의 정체구나."
"과연 바보라도 그 정도는 눈치채는구만,
하지만, 알아냈다는 것 정도로 어쩔 수 없다는 것쯤은 이해하고 있으려나, 응? 49번."
왜 이놈이 나를 앞에 두고 이렇게 자신 만만하게 상대하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놈은 연구자이기 때문에 알고있는 것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흑색 마력을 이용한 흑마법 뿐이라고.
그렇다면 흑색 마력의 흡수에 의해 흑마법을 무효화시키면, 나는 어느 정도 강화된 인간에 불과하므로, 전반적인 전투 능력은 현격히 떨어진다.
내가 녀석을 노린다는 첫수에서 실수했던 건가, 새삼스레 릴리나 피오나에게 선수 교체 해달라고는 할 수 없다.
젠장, 연구자라면 당연히 실험체를 제압하기에 유효한 무장을 제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한테서 도망쳤으니까, 서둘러서 그런 것을 준비한거냐?"
"그래, 네 녀석을 발견했을 때,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말이지.
설마 정말로 사용하게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야, 햐하하하하!"
어디까지나 농담만 해대는군.
하지만 흑마법을 봉한 상태에서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다.
저 뱀은 단지 흑색 마력을 흡수할 뿐인 방패 대신이 아니라, 단순히 물어뜯는 공격만이라도 맨몸으로 먹히는 것은 충분히 위협이 된다.
최악, 어느 정도의 백마법조차 행사할지도 모른다.
덤으로 키프로스 본인은 미스릴 검을 장비하고 있고, 상당한 검술도 있다.
"안좋군, 승기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