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마왕-117화 (118/382)

제 117화 저쪽의 사정

정식으로 천마 기사 부대 대장으로 임명된 에스텔은 갈색의 윤기있는 세미 롱 헤어가 흩으러진 채로, 노골적으로 졸린 얼굴로 서있었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그 높은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덕분에 늠름한 여기사로 보이지만, 그 풀어져버린 표정은 모처럼의 분위기를 망치고있다.

후아―, 하고 큰 입을 열어 호쾌하게 하품을 하는 에스텔은, 언제 전투가 될지 모를 전쟁터에서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하품할 때는 입을 가리세요, 경박스럽습니다"

대장의 모습을 나무라는 것은 부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프랑.

그녀도 또한 에스텔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정식으로 부대장으로 임명되어 있었다.

"어제는 즐거웠던걸!"

"어쩔 수 없지―!"

이상한 미소를 띄우면서 옆에서 참견하는 것은 캐미과 캐시 자매.

"시끄럽구만, 조용히 하고 있어 바보 자매"

여성으로서는 날카로운 눈빛을 더욱 날카롭게하고 히죽거리는 두 명에 눈에 그을린 까만 얼굴을 노려보지만, 이미 익숙해져 있는지 별로 침묵시키는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 즐거웠단건 무슨 소리인가요?"

순진한 질문을 하는 것은 프랑과는 반대로 부대에서 막내인 아티.

"너는 아직 몰라도 되는 일이야"

아이에게 들려 화제가 아니라고 어른의 판단을 하는 프랑은, 은근히 마티을 반대편으로 보낸다.

마티는 물음표를 띄우면서도, 빨간색의 사이드 테일을 흔들며 그대로 떠났다.

"그건 그렇고, 너무 방심하고 있는거 아닙니까? 만약 출격 명령이 온다면 상대는 명확하게 그 요정,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그래서 뭐냐 프랑.

그 빌어먹을 건방진 요정 놈이, 이런 허접한 포격에 낚일 리가 없잖아"

참고로, 저 아무리 봐도 마법으로 강화된 검은 관(블랙 박스)도 파괴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라고 에스텔은 말했다.

"그렇지만, 상대는 마족이에요?"

"그 녀석은 '바보'가 아니야, 적어도 캐미와 캐시 보다는 더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고"

잠깐, 그건 무슨――하모니를 이루는 항의의 소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에스텔은 이어서 말한다.

"아마도 알자스에 숨어있는 마족 중에선 그 녀석이 가장 강해, 그렇다면 보스거나 그것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 우두머리라면, 어설프게 하진 않겠지"

천마 기사 부대는 현재, 알자스 마을을 향해 포격을 실시하는 마술사 부대의 호위를 맡고있다.

적에게는 단 한명 뿐이지만, 강력한 공중 전력을 가진 자가 존재하는 이상, 하늘에서의 공격을 막을 자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 외에는 점령 부대에 없다.

반대로 말하면, 릴리만 오지 않는다면 그녀들의 차례는 없다, 이대로 오늘의 포격이 끝날 때까지 숲속에서 대기할 뿐이다.

에스텔의 말이 맞다면, 릴리는 커녕 다른 마족도 나올 리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포격이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도, 문에서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반 이상은 증명되었다고 해도 좋다.

"뭐, 지금은 천천히 쉬도록 하지, 이렇게 가랑이가 아플 때 말같은건 타고 싶지도 않고"

아하하, 하고 천박하게 웃는 에스텔에게 프랑는 기가막힌 듯 한숨을 한 번 뱉었다.

"억지로 하는 건 좋지 않아요, 남녀 반대라도 말이죠"

프랑의 뇌리에 떠오르는 어젯밤의 광경, 마음속의 소년 위생병을 자신의 텐트에 초대하는, 아니, 납치하는 에스텔의 모습.

"그럼 오늘 밤은 상냥하게 하지"

"......여기, 일단 전장인데 말이죠..알고 있는거죠?"

"괜찮아, 들키지 않도록 잘할테니까"

역시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는 프랑, 생각해보면 캐미랑 캐시 정도는 아니지만, 사관학교 시절에는 충분히 문제아였던 에스텔, 말한다고 해서 순순히 들어줄 것같은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질릴정도로 알고있던 사실이다.

"다음엔 죽을 지도 몰라, 지금이라도 즐겨두지 않으면 말이지"

"드물게 약한 소리네요, 남자를 알고 미련이 생긴건가요?"

"그럴지도"

프랑의 비아냥에 화내는 일 없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는 에스텔, 그 시선은 어제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왼팔에 향해있다.

천마 기사이므로 우선적으로 치료를 받아, 이미 자유롭게 움직일 정도로 회복했지만, 그 흉터는 아직도 남아있다.

"하지만, 놈은 이 팔이랑 동료가 당한 빚이 있어, 반드시 돌려받겠어"

와트 마을의 변두리에 진을 친 키프로스 용병단의 야영지, 지금 그 곳에는 총 87명의 단원이 중앙의 공터에 모여 있었다.

군대가 아닌 그들은 질서 정연하게 열을 잡는 일은 없다, 각각 좋을대로 몰려들어 어지럽게 서있다.

"저기 저기, 저 녀석 설마 이 자리에서 해산 이라던가 말하는건 아니겠지?"

츠미키를 가슴에 품은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가까이에 서있는 동료 용병에게 말을 걸었다.

"설마..이쪽에 와서 우리들 한 번도 일다운 일은 한 적도 없었잖아, 드디어 우리 차례라는거 아냐?"

몸집이 작은 아이의 신장을 크게 넘는 우람한 체격, 그야말로 용병이라는 풍모인 남자가 대답한다.

"십자군 녀석들, 그 뭐라고 하는 마을을 함락시키지 못했잖아, 헤헤..여기서 우리들이 샥하고 끝내고 단번에 이름을 날릴 찬스라고!"

기세 좋게 말하는 것은, 아직 나이 어린 소년 용병, 아니, 정확하게는 모험가, 아이와 마찬가지로 판도라 원정으로 향하는 키프로스 용병단에 뛰어들어 참가한 쿠치이다.

"찬스인가..하지만 좋은 부분만 못가지고 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애초에 단원이랑 우리들같은 모험가 집단에는 확실히 벽이 있으니까"

"확실히 그렇지, 녀석들의 외형은 범백의 용병같지만, 묘하게 얌전하고, 어딘가 불쾌한 느낌이야"

*범백:온갖 종류의

"아, 그건 나도 생각했어, 그 녀석들이랑 제대로 이야기한 적도 없고, 뭔가 숨기고 있는거야 절대로!"

불신을 향하는 것은, 키프로스 용병단에 처음부터 재적하고 있던 자들.

처음에는 30명 안팎의 용병단이었지만, 판도라 원정에 따르는 단원을 길드에서 모집, 그 결과 아이랑 그들과 같은 모험가가 50명 이상 참여하여, 지금의 규모로 되어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행동을 같이해온 총 87명의 용병단이긴 하지만, 즉흥으로 들어온 모험가 조들이 봤을때, 원래부터 있던 용병조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남자나 소년의 말대로. 그들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폭력을 생업으로 하는 용병으로서는 너무 얌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용병 조와 모험가 조가 묘한 분쟁을 일으키는 일는 없었다, 항상 싸움을 일으키는 것은 모험가 조 내에서일 뿐이다.

"소문이지만, 노예 군단 이라는 것같아"

"그 키프로스 라든가 하는 단장, 돈 씀씀이는 좋지만, 아무래도 수상한 냄새가 나, 하지만 부자의 힘으로 '세뇌된' 노예를 이끌고 용병단 놀이하고 있다는건 잘 알것같구만"

그렇다고 한다면, 권력으로 억지로 이 점령 부대에 수반하고 있는 것이라면 납득이 간다.

"뭐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니야?

그 단장이 도망쳐도 우리들만으로 어떻게든 될거야, 모험가 얕보지 말라 이거야!"

"뭐 그렇지, 그렇다면 그걸로.

뭐야, 결국 빠르게 해산해버리는 편이 좋지않냐"

"어이, 나왔다고"

남자의 말에 아이가 시선을 올리니, 그 곳에는 어느새 준비한 나무 상자를 쌓은 받침대, 그 위에는 항상 나른한 듯한 모습으로 키프로스가 선다.

여전히 갑옷을 입지 않고, 가슴 팍을 드러낸 어수선한 착의, 그리고 입에서 나오는 그 말도 모든 단원을 앞에 두고도 여전히 장난치는 듯한 말투였다.

"아 모두 다 모였어?

귀찮으니까 간단히 말할게, 그 마족이 숨어 들어가 있는 뭐시기 마을에 돌격합니다~"

단원들 사이에 동요가 생긴다, 그러나 그 말의 의미는 현재 상황을 생각해보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의 일.

어제의 일전에서 함락되지 않은 적의 진지를, 이번에는 용병단을 사용하여 공격하자 라는 것이다, 모처럼 자신들을 데려왔으니까, 쓰지않을 리가 없다.

"내일 여기서 출발해서, 그대로 돌진하는 느낌이니까, 뭐 다들 적당히 준비 잘 부탁해, 이상,

네 해산"

의문도 질문도 일절 받아들이지 않고 키프로스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오오오오―! 드디어 제대로된 일이다!"

소년을 비롯해, 대부분의 모험가 조는 드디어 차례가 왔다고 기뻐하고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않다.

"하아..별로 좋은 예감은 안들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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