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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마왕-114화 (115/382)

제 114화 초화의 달 2일 밤 (2)

야간 경비는 오로지 밤눈이 좋은 수인같은 종족, 또는 어둠을 꿰뚫어 보는 마법이나 스킬을 가진 도적같은 클래스가 담당한다.

원거리 공격에 특화한 저격수인 시몬이지만, 야간 고글이라도 없으면 이 어두운 밤 속에서는 무력에 가깝다.

또한 집중력은 높지만, 체력이나 지구력같은 피지컬에 관해서는 나이와 외견에 상응하는 정도, 장시간의 경계 임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일찌감치 휴식을 얻은 것이었다.

적이 야습을 해오지 않는 한 하룻밤까지 쉴 시몬이지만, 옥상에서 내려온 그는 배정된 방으로 바로 가는게 아니라, 크로노가 이미 자고있을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형은 아직 자고 있을까"

휴식에 들어간 시간은 크로노도 시몬도 거의 같은 시각, 단지 크로노는 2시간 정도 낮잠을 취한 후, 다시 방벽 쪽으로 돌아갔었다.

시몬이 계단을 내려가 크로노의 침실로 향하는 통로의 끝에 시선을 돌리니,

"아, 릴리 씨......"

작지만 두 쌍의 날개가 나있는 특징적인 외형은 멀리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애초에 모험가 동맹의 멤버로 분명하게 아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하고있는 것은 시몬과 릴리 두 사람뿐이다.

"응, 뭐야 당신?"

(우와, 하필 내용이 성인 상태로 돌아와있어......아이의 쪽이라면 그래도 나은데, 이쪽은 진심으로 무서워 이 사람......)

릴리의 양면성은 모험가 동맹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 시몬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일찌감치 아이와 어른의 양쪽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편이다.

크로노와 만난 그날, 자신의 연구실에 어떤 착각을 했는지, 굉장히 무서운 얼굴로 노성을 지른 릴리는, 아직도 시몬 소년의 트라우마가 되어있다.

"어..어 그러니까, 대단한 용무는 아니지만......"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애매한 말을 하는 시몬, 그러나 릴리는 텔레파시로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충 그 내용은 짐작이 가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즉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 크로노는 아직 자고 있으니까 나중에 해줘.

크로노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지쳐있어, 수면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아"

"에, 그러면 릴리 씨는――"

"나는 괜찮아, 같이 자러 온 것뿐이니까"

"그, 그런가요?"

(릴리 씨가 돌아온 후에 바로 별실에서 잠들었다고 들었지만, 일부러 형의 방으로 옮기러 왔다는 거지?)

이상, 까지는 아니지만, 그정도까지 해서 크로노와 동침할 필요성이 있는 것인가, 라고 시몬은 의문을 띄운다.

"알았으면 빨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우우..네"

그러나 어떤 때라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에게는 있구나, 하고 릴리의 동그란 눈동자에 깃든 강한 의지의 빛을 보고 시몬은 생각했다.

"하아"

크로노가 잠든 문 너머로 릴리가 사라진 것을 보고있던 시몬은 마지못한 모습으로 발길을 돌렸다.

"여러가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것은 즉, 크로노한테 칭찬받았으면 좋겠다는 뜻일까나?"

"우왓!? 스우스 씨, 언제――"

갑자기 혼잣말에 끼어들어서 놀란건지 부끄러운건지, 무심코 외친 그 입을 스우스의 손이 재빠르게 가로막았다.

"조용히 하지않으면 크로노는 화내지 않겠지만, 릴리 씨가 말이지"

응응, 하고 동의를 표한 시몬.

"그녀에게 추월당해서 아쉬겠네, 내일이라도 크로노에게 칭찬받으면 되, 마음껏 말이지"

"에..달라, 딱히, 그런게 아니라――그, 라이플이라던가, 기관총이라던가, 최초로 실전에서 쓴거니까, 어땠나 제대로 들어둬야한다고 생각해서......"

"후후, 그런 걸로 해둘게"

"으으, 진짜라니까!"

뺨을 붉히며 반론하는 시몬의 모습을 보면 스우스가 말한 것이 옳은건지 어떤지는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시몬의 말에도 일리는 있겠지만, 결국은 덤 정도, 본심은 틀림없이, 처음으로 자신의 연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칭찬해준 크로노, 그의 "잘했어" 라는 말이 원했다.

"그래도, 처음에 크로노 방으로 향하는 널 봤을 땐, 요바이라도 하는거라고 의심했었어"

*요바이:밤에 연인의 침소에 잠입하는 풍습.

"요바이라니..에엑!? 아니, 안해, 안해 절대로, 남자끼리고 이상해 그런 거! 랄까 날 무슨 눈으로 보는거야!"

적어도 크로노 쪽은 아직도 시몬의 일을 여자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몬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하지만 너도 벌써 한번쯤은 연애를 해봤잖아, 종종 호의적인 시선을 크로노를 향해 있던 것 같아서 혹시나, 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저는 노말입니다!"

전력으로 부정한다, 확실히 크로노에 대한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결코 남자를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으음 어떨까, 모험가 동맹은 삼렵희의 세 사람에 피오나같은 마술사나, 꽤 얼굴이 좋은 여성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하는데, 별로 관심없는 것 같은 느낌이고?"

"그런..모두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는거라면 그건 단순한 색골이잖아요"

단지 스우스가 꼽은 여자 아이들이 아름다운 것에 관해서는 인정한다, 시몬이 미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실은 릴리 씨 라든지, 그 사람은 빼어나게 이쁘지만, 추천은 할 수 없겠네"

"릴리 씨 만은 절대 아니에요"

아무리 매료가 깃들 정도의 미모라도, 만날 때마다 시선으로 죽일듯이 노려봐지면 싫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으음, 그럼――아, 알았다구"

"랄까 이 이야기 그만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든지 그러건 약ㅎ――"

"가슴이 크지 않으면 안되는구나"

"저기, 들어주세요......"

하아, 하고 한숨을 한번 쉬며 낙담하는 시몬.

어떤 말을 해야 이 묘한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발밑의 바닥을 바라보면서 결국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채, 다시 시선을 올리니,

"이제 어떨까나?"

시몬의 눈앞에서 흔들리는 두개의 산.

"에..에엑!? 뭔가요, 어째서 가슴이 커지고 있는거에요!?"

"오, 그 반응은 정답이라고 봐도 좋을까나"

"평범하게 놀라고 있습니다!"

하하하, 하고 어딘가 나쁜 미소를 띄우는 스우스, 몇초 전에는 딱히 주장할 수도 없는 작은 가슴이었던 그곳은, 지금은 지모신의 축복이라도 받았는지 풍부한 결실의 언덕이 되었다.

그 크기는 한쪽만으로 시몬의 머리만큼시나 되며, 거유의 수준을 넘어선 그것은 얇은 셔츠를 압도적인 질량으로 꽉끼어 터뜨릴 것 같았다.

"뭔가요 이건......"

"나는 슬라임이니까 말이지,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을 법한 모습으로 변해있을 뿐이니카, 마음만 먹으면 가슴 한 두개 쯤, 후후후, 보이는대로, 내 맘대로 같은거야"

그렇게 말하고 자랑스럽게 가슴을 놓더니, 푸릉하고 관능적이게 흔들린다.

무심코 반사적으로 그 움직임을 눈으로 쫓아버린 시몬을, 남자라면 누구라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뭐..그런 것보다, 어떨까나?"

"에, 저기..어떻다니......?"

한 걸음 다가가, 키가 작은 시몬의 눈높이에 맞추듯 스우스가 약간 앞쪽으로 기운 자세를 취한다.

겨우 시선을 아래로 돌리니, 열려있는 셔츠에서 큰 가슴이 보이며 유혹의 깊은 골짜기가 그곳에 있었다.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며 필사적으로 시선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는 시몬의 순진한 반응을 스우스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어떻다,  라는건――"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거기서 물러서지 않은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남녀의 경험이 랭크 1인 시몬에게는 무리한 이야기이다.

"――이런 거야"

어느새 손목을 잡혀있던 시몬의 오른손은, 저항할 새도 없이 스우스 풍부한 가슴쪽으로.

손바닥에 닿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가로막고 있는 것은 얇은 셔츠 한 장, 그 극상의 촉감에는 단지 그것만으로 남자의 이성을 미치게하고, 산산조각으로 날려버릴만큼의 파괴력이 있다.

"와아아악!? 미, 미안해요, 전 이제 잘 시간이니까! 그럼!"

하지만 아무래도 시몬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했다.

당황해서 손을 떼어내고, 더욱 얼굴을 붉힌 채 도망치듯이, 아니, 사실 도망친 시몬은, 말할 것만 말하고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이하하, 역시 귀엽네――"

그런 시몬을 웃는 얼굴로 보내는 스우스는,

"――진심이 되버릴 것같아"

그렇게 한마디 남기고, 발소리 하나 내지않고 그 자리를 조용히 떠난 것이었다.

와트 마을에 주둔 십자군은, 본래라면 그날 안에 옮겨서,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금 쯤에는 알자스 마을을 새로운 점령지로 하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로누강을 사이에 두고 마을에 숨어있던 마족의 방어선에 막혀 일시 철수했기 때문에, 적어도 내일까지는 이대로 와트 마을에 머물게된다.

그것은 십자군 점령 부대에 수반한 키프로스 용병단도 마찬가지이며, 그들은 예의 와트 마을의 변두리에 야영지를 두고있었다.

언제라도 게으름 그 자체인 키프로스는, 달이 하늘에 떠있는 이 시간대에는 이미 부하인 여자와 함께 바닥에 있을 터이지만, 야영지를 조금 벗어난 숲속에 그는 서있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주위에는 부하가 감시로써 붙어있으며, 복수의 기색을 약간 느낄 수 있다.

큰 나무에 등을 기댄 키프로스, 그 손에는 한 개의 완드.

한 눈에 봤을땐 울퉁불퉁한 검은 나뭇 가지로 보이지만, 그 표면에는 하얀 기하학적 무늬가 전체에 그려져 있어, 끝은 창처럼 날카롭고 뾰족하다.

"구형 <아라네아>를 주다니, 효과가 하루뿐이면 다시 발동시키기 귀찮아지잖아!"

손에 든 완드 <아라네아>를 키프로스에게 보낸 자에게 원망을 토하면서, 지팡이 끝을 마음껏 지면으로 찔렀다.

"مراقبة سرية لمعالجة الرقيق العنكبوت"

키프로스의 영창에 반응하여, 지팡이에 그려진 하얀 무늬가 기분 나쁘게 깜박인다.

그에 따라 지팡이와 마찬가지로 검정색 바탕에 하얀 무늬의 마법진이 박혀진 지팡이 끝에서 조금씩 지면으로 퍼져간다.

직경 1 미터 정도로 퍼진 그 마법진의 모양은 거미줄과 비슷한 것이었다.

"――《시기 거미:아라네아》"

*보고 기록하는 거미

이곳에 완성된 것은 소환 마법, 불러낸 것은 그 이름대로 거미의 모습을 한 사역마(서번트).

거미줄의 마법진에서, 물밑에서부터 올라오듯이 차례 차례로 검은색 거미가 나온다.

그 크기는 성인의 손바닥 정도이며, 그런 큰 체구를 가진 거미가 수십 마리나 솟아나오는 광경은 본능적인 혐오감을 사람에게 느끼게 할 것이다.

하지만 술자 본인인 키프로스는 아무런 느낌없이, 단지 무감정하게, 그런게 당연한 듯한 표정으로 사방으로 흩어져가는 거미를 보고있었다.

나타난 거미는 순식간에 어두운 어둠에 갇힌 숲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거미는 돌아왔다.

"......칫, 몇 마리 줄어들다니, 결함품인가"

그것은 방금 소환한 거미와 모습은 같지만 다른 것, 어제 저녁에 보낸 것이었다.

《시기 거미아라네아》, 그 역할은 감시.

키프로스 용병단은 오늘의 전투에 출격 요청은 내지않고, 와트 마을에서 대기를 엄명되었기 때문에, 이 사역마을 파견하여 전투의 모습을 기록시킨 것이었다.

"악마인지 뭔지한테 간단하게 지고 도망쳐왔다고 들었지만, 자, 어떤 녀석이려나――"

돌아온 거미 한 마리를 손바닥에 올려놓는 키프로스.

그러더니, 뇌내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영상과 소리.

이 사역마가 기록한 것을 읽는 것에도, 그에 상응하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술자인 키프로스에게 있어 빛과 소리의 홍수라고 불리는 잡다한 기록 영상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은 조작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오오, 엘프 소녀 발견, 좋아, 이런걸 찾고 있었다고"

영상에 떠오른 것은 금발 벽안의 엘프, 묘령의 소녀에다가 나이도 제각각인 삼인조, 하지만 그 얼굴은 미형으로 유명한 엘프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이목구비를 하고있다.

울타리 너머로 마법의 활을 당겨 번개 화살이 발사되는 것으로, 강을 건너는 병사가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으음, 하지만, 대부분 마족 찌꺼기들만으로 그렇게――"

어딘가 어이없는 감상만을 입에 담는 키프로스였지만, 기록을 읽는 중에, 그 표정이 조금씩 변화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먹이를 물색하는 듯한 미소였지만, 이제서는 그 얼굴에 일절의 감정은 사라져 있었다.

"――헤에..과연, 그런 거냐"

키프로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을 올린 거미를 던지듯이 떨쳐낸다.

거미는 아직도 지상에 계속 존재하여 거미줄의 마법진 쪽으로, 연못에 뛰어드는 개구리처럼 모습을 감췄다.

"재밌어, 이놈은 판도라까지 온 보람이 있어, 헤헤, 이건 진짜 운명에 이끌렸다는거 아니겠어"

도대체 무엇이 그에게 그정도로 유열을 준 것인가.

처절한 웃음을 지은 키프로스는, 매우 좋은 기분으로 야영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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