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화 모험가 동맹 VS 십자군 (1)
공격 개시의 명령을 받아, 십자군의 선봉인 중기사(아머드 나이트)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후한 전신 갑옷(풀 플레이트 아머)로 온몸을 감싸고 거대한 타워 실드와 할버드를 손에 들고 횡렬로 행군하는 중기사는 강철 벽이 다가오는 듯한 위압감을 발한다.
"아직 쏘지마, 저건 어차피 화살도 공격 마법도 제대로 맞지 않겠지"
울타리 앞에서 활을 비롯한 원거리 공격용 무기를 손에 든 모험가들을 향해 크로노가 말한다.
중기사 부대는 이미 강을 잇는 다리에 들어왔다, 이미 활의 사정권에 들어와있지만, 크로노는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적이 가진 최대 방어력을 자랑하는 부대죠, 우리들이 본 바로는 저것 이상으로 중장갑인 병사는 없었어요"
크로노 옆에 서있는 것은 릴리가 아니라, 엘프 세자매의 장녀 이리나였다.
자매 모두가 이 자리에 모여 다가오는 적을 손에 든 마법의 활 <풍뢰궁:실 플라이트>로 쏘기 위해 마력을 모으고있다.
"제일 먼저 중장갑 기사로 정면을 흩뜨리고 나서, 보병을 돌격시킬 생각이겠지.
공성 병기 대신이라고나 할까, 확실히 저거라면 나무 울타리도 유자철선도 쉽게 돌파하겠지"
만약 이대로 중기사의 접근을 허락한다면 정문은 간단하게 돌파되어, 후속 부대의 길이 열린다.
문이 돌파되면 압도적으로 수가 차이나는 적을 막는건 도저히 할 수 없다, 알자스 마을은 오늘 저녁까지는 커녕 정오 전에는 함락되버릴 것이다.
"아무래도 마법으로 강화한 것같네요, 게다가――광의 방어 마법도 전개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럼 정말로 화살도 공격 마법도 듣지 않겠네, 생긴것대로 철벽의 방어력이라는 거군"
크로노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총의 등장으로 갑옷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강철 플레이트로 전신을 덮어도 총탄을 막을 수 없다, 병사의 주력이 총이 된다면, 더 이상 갑옷은 단순한 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마법 강화에 의해 총탄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크로노의 눈앞에 다가오는 백은의 갑옷은, 그 외형보다 강력한 방어력을 발휘한다.
그들의 돌격을 모험가 동맹의 화력으로 막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피오나는 크로노에게 저런 중장갑 부대는 대열을 이룬 후, 복합 마법을 발동시켜 매우 강력한 방어 마법도 쓸 수 있다고 들었다.
중기사 부대는 그 기동력의 낮음을 보충하기 위해 원거리에서의 공격 방지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강력 무쌍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중기사 군단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미 절체절명인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야할 상황이지만,
"크로노, 얼굴이 웃고 있어요"
"아아"
크로노는 웃고 말았다.
"그야 웃음이 나오지, 이런 아마추어 병법이 정말로 잘될테니까――"
이미 중기사 군단은 다리의 중간 정도에 들어왔다, 강철음이 울려퍼지는 행진 소리가 모험가들의 귀에 닿을 정도로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그래, 적은 다리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지금이다, 다리를 폭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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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들은 순간, 놀즈는 수많은 후회가 스쳐지나갔다.
어째서 눈앞의 다리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않고 진군시켰는가.
어째서 적들이 일부러 강이 있는 이곳에 방어선을 친 것인가.
어째서 이 시기에 이르러 함정같은 것이 없다고 경시한 것일까.
어느것도 지금에 와서는 늦었다, 나중에 뉘우치기 때문에 후회인 것이다.
아무리 후회해도, 잃은 병사의 목숨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 어이없게 수면에 가라앉은 중기사들의 백은의 위용은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콰광! !
폭음이 울렸다.
"바, 바보같은......"
놀즈도, 옆에서 돌격을 기다리는 병사들도, 눈앞의 광경을 바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강을 잇는 목조 다리, 나름대로의 크기로 마차가 여러대 지나가도 무너질 염려가 없을 듯한 튼튼하게 만들었다 라고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무리 중장비를 해도 기사가 집단으로 건너갈 정도로 무너질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무너질 리 없는, 무너지면 안되는, 그 큰 다리는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교각에서 폭염을 뿜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맥없이 무너졌다.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적은 미리 다리에 농간을 부렸다, 단지 그런 것에 불과하다.
토대 부분을 절단해 놓았다, 또는 목재를 뽑아내서 구조의 약체화를 시켜두고, 딱 맞는 타이밍에 다리가 무너지도록, 무엇가의 마법의 원격 조작에 의해 폭파, 파괴한 것이다.
마법에 의한 폭파 공작은 마법진을 그리거나 매직 아이템을 설치, 또는 공격 마법을 가진 지팡이에 허용량 이상의 마력을 단번에 흘려보내거나, 등등 시간과 마력만 걸어주면 중급 정도의 마술사가 몇명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 바보같은 ! !"
놀즈의 외침은 또랑 또랑하게 다리가 붕괴되어가는 굉음에 지워진다.
공중으로 뿔뿔이 흩뿌려지며 무너져가는 다리, 그리고 무참하게 굴러떨어지는 몇몇의 중기사.
화살도 화염도 번개도 막는 강력 무쌍의 방어력을 발휘하는 중기사이지만, 깊은 수면을 향해 던져지는 그들은 너무나 무력하다.
모든 공격을 무효화하는 견고한 갑옷도, 빛의 방어 마법도, 통째로 가라앉아 버리면 의미가 없다.
단지 그 강철의 압도적인 무게로 인간으로는 도저히 부상할 수 없는 탈출 불가능한 관이 되어 수몰될 수 밖에 없다.
"ㅈ, 전진 ! 중기사를 도와라 ! !"
첨벙 첨벙하고 수면을 두드리며 덧없는 저항을 보여주면서도 속속히 가라앉아가는 불쌍한 중기사의 모습 앞에서, 놀즈는 구조 명령을 내린다.
아마도 절반 이상은 살 수 없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한 명이라도 많이 살려야한다.
그 마음은 자신의 부하를 구한다는 순수한 선의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방심에 의해 간단히 중기사 부대를 괴멸시킨 책임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싶기 때문인가, 여러가지 감정이 섞이면서 놀즈는 병사를 이끌고 뛰쳐나갔다.
"봐라, 수심이 얕은 곳에 떨어진 자는 무사하다! 서둘러 끌어올려라 ! !"
로누 강은 모든 중기사를 삼킬 정도로 절망적인 깊이는 아니었다, 간신히 투구 끝을 수면에서 벗겨내어, 필사적으로 해안에 다가갈려고 꿈틀거리고있는 모습이 하나 둘씩 보인다.
적어도 그들만이라도 도와야한다, 그 생각은 또다른 굉음에 의해 다시 어이없게 무너져 버린다.
"뭐냐 이 소리는......"
쿠구구구, 하고 마치 호우로 범람한 하천같은 굉음이 상류에서 울린다.
있을 수 없다, 병사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소리는 점점 커진다.
오늘은 맑은 하늘, 비같은건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강이 범람할 리가 없다.
그러나, 소리는 바로 그곳까지
쿠구구구구구! !
인식한 순간, 거대한 파도가 강 속에 존재하는 자를 죽은 자와 산 자 구별없이 모든 것을 삼키고 흘러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수면이 폭포수와 같이, 그곳에 있던 모든 중기사를 흘려보내고 십자군의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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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다리에서 수백 미터 정도 상류, 그 강변에 한 명의 마녀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런 느낌으로 된걸까요"
피오나 솔레이유, 크로노의 모험가 파티 <엘리먼트 마스터>의 멤버로 마력 제어가 서투른 폭주 마녀.
그리고, 강에 떨어진 중기사들을 홍수로 흘러보낸 장본인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 피오나가 쓸 수 있는 최대의 수속성 공격 마법이 발휘하는 엄청난 수량을 로누 강에 쳐박은 것이다.
수공은 본래, 보의 건조와 물이 고일 때까지의 시간이 모두 필요하지만, 피오나는 그 두 가지 조건을 단 한번의 마법으로 대체한 것이었다.
"그래, 대성공이야 피오나"
피오나의 손에는 희미하게 하얀 빛을 발하는 수정 조각, 그곳에서 크로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릴리의 정신 감응(텔레파시)을 모델로, 떨어진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마법의 효과를 이 수정 조각이 가지고 있었다.
"적도 상류에 마술사가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챌테니까, 서둘러서 이쪽으로 돌아와"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를 끝내고, 수젓 조각은 피오나의 손에서 부서진다.
제대로 설계도 술식도 구축되지 않은 급조품이기 때문에 통신 시간은 짧고, 일회용이다.
아무리 마법이 있다고 해도, 휴대폰처럼 만능인 기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 기능으로 충분히 도움이 되고있다.
"후우, 수마법은 잘 못하지만 말이죠"
피오나는 한발의 마법의 써서 쓸모 없게 되어버린 수속성 강화 완드를 던져버리고, 크로노가 말한대로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익숙하지 않은 속성을 사용한 탓에 배가 고파졌습니다, 아이스 캔디 먹고싶네―"
아침밥은 아까 먹었잖아, 라는 크로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