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화 검은 관(블랙 박스)
그 다음날, 달은 바뀌어 초화의 달 1일, 크로노의 흑화에 의해 어두운 밤과 같은 외견을 한 길드의 회의실에서 모험가 동맹의 대표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우선은, 차례대로 보고를 듣지, 와트 마을의 MPK 작전도 깨졌다고?"
"그래, 아마도 적의 대장이라고 생각되는 사제가 가루다를 쓰러뜨렸어"
크로노의 질문에, 정찰 부대의 대표인 <삼렵희>의 리더 장녀인 이리나가 대답한다.
"가루다는 상당한 보병을 부상입힌 것 같지만, 유감이지만 중장비한 기사나 천마 기사 등에는 피해를 주지 못한 것 같아.
토(土)와 광(光)의 마법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제가 선두에 서서, 가루다를 비롯한 와트 마을의 몬스터를 차례대로 섬멸해갔어"
"그런가, 랭크 4인 가루다를 부딪쳐봐도 전과는 좋지않았나"
"뭐냐고, 엠피케이 작전인지 뭔지는 실패인거냐?"
MPK 작전 수행 멤버 중 한 명인 발칸은 2미터가 넘는 거구를 꽉 끼듯 의자에 앉아있다.
"한명이라도 적의 전력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어, 실제로 몇명을 죽이고 몇명을 부상입혔는가 라는 정확한 숫자는 모르니까 실감은 안날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최고의 전과는 최단 3일로 올 것을 예측한 십자군의 진군을 오늘까지 늦춘거야"
그 덕분에, 3일의 마무리보다는 훨씬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초토 작전과 MPK 작전이 얼마나 십자군의 진군에 영향을 주었는지 자세한 일은 크로노들에게는 모르지만, 실제로 적이 1주일의 시간이 걸려서 여기까지 왔다는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래도 적은 랭크 4의 가루다를 손쉽게 잡을 수 있을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재차 인식할 수 있었을거야, 인간뿐인 군단이라고 얕보고 덤비지 않도록 주의해줘"
지금까지 정찰대의 보고에서 적의 모습이나 장비 등의 정보는 모험가들의 귀에 들어가 있었지만, 실제로 고랭크의 몬스터를 쓰렸다는 실적을 보여주면, 그 힘을 보다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바쁜 요격 준비 기간을 거쳐 이 장소에 있는 그들에게는 인간이 상대라는 방심은 이미 없다고해도 좋을만큼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말이야, 엠피케이 라는건 뭐였던거야?"
"에, 말하지 않았던가?"
"말한적 없다고!"
캬오 하고 으르렁거리는 발칸.
"말해도 모를거라고 생각하지만, 몬스터 플레이어 킬러, 내 고향 말로 머리 글자를 따서 MPK로 줄여부른거야"
"하아?"
"몬스터를 이용해서 적을 죽인다, 그대로의 뜻이다, 그 이상의 깊은 의미는 없으니까 딱히 신경쓰진 말아줘"
애초에 MPK란 크로노가 이전에, 아직 이세계에 소환되기 전, 즉 고등학생 시절에 플레이했던 어떤 인터넷 게임에 전해지는 장난(?)의 일종이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끼리는 공격이 통하지 않으므로 보통은 다른 플레이어를 쓰러뜨릴 수 없다.
하지만 일정 거리에 접근하면(시야에 들어오면) 어디까지나 쫓아오는 액티브 몬스터의 습성을 이용하여 다수의 몬스터를 자신에게 타겟시킨다.
그리고 그대로 다른 플레이어가 싸우고 있는, 또는 컴퓨터에서 떨어져 휴식중인 무방비한 플레이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 플레이어 앞에서 자신은 텔레포트하여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러면 남아있던 몬스터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에게 대상을 바꾼다, 결과 천천히 죽어가게 된다는 악질 플레이다.
덧붙여서 크로노의 한 친구는이 MPK의 달인이었다.
어쨌든 그런 시시한 게임 지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MPK 전략, 야생 몬스터를 유도하여 십자군에게 부딪치는 그런 작전이었던 것이다.
몬스터의 새끼를 미끼로 마을까지 유도시킨다는 비인도적인 작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미끼 작전은 퀘스트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특별히 금기라는 말은 없기 때문에, 딱히 크로노의 품성이 의심될 일없이 발칸들은 MPK 작전의 수행에 협력한 것이었다.
참고로, 새끼(또는 알)을 납치한 모험가는 제대로 십자군의 의상으로 변장시켰기 때문에, 미쳐 날뛰는 몬스터는 마을에 온 십자군을 보다 확실하게 적대시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야, 십자군이 와트 마을까지 점령했다는 건, 이제 내일이면 놈들이 이곳을 공격할 수 있다는 거다"
크로노의 말에, 모험가들은 마침내 결전의 때가 가까워졌음을 깨닫고, 실내에 더욱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로 방금 전, 적의 척후가 마을 근처에 나타났어, 이쪽이 요격 준비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저쪽도 알고 있겠지"
이리나의 보고에 크로노는 한번 끄덕시고, 말을 이었다.
"아마도, 아니, 분명히 십자군은 내일 아침, 알자스를 공격해온다.
빈 씨, 공사 쪽은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같습니까?"
알자스 마을 길드의 길드 마스터하고, 길드 요새화 공사의 담당자이기도 한 빈이 "엣헴" 하고 하번 헛기침을 하고 보고를 시작한다.
"최대한의 방비는 갖추어져 있다, 유자 철선 덕분에 보병의 침입을 허용하는 일은 없겠지, 그 대신 천마 기사나 중기사를 막기에는 네 쪽에 달려있다"
"충분합니다, 둘다 막아보이죠"
든든한 크로노의 긍정에, 호쾌하게 웃으며 기대하고 있다, 라고 빈이 말했다.
"오오, 그리고 그것의 설치도 방금 전 끝났다"
"그것 이라면, 그 커다란 발리스타?"
크로노의 뇌리에, 오늘 아침 빈 외에 몇 명의 드워프들이 수레를 끌고 가져온 거대한 발리스타, 통나무와 같은 화살을 2연장하는 다이달로스 왕성에서도 사용되는 무기를 생각나게한다.
"일단 정문에 놔둘테니까. 잘 쓰도록"
도대체 어디에서 그런 물건을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근처를 캐고 드는 것은 멋없다고 생각한 크로노는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멋진 무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빈 씨"
"뭘, 좋아서 하는거다,이 기회에 마구 쓰도록"
유래는 어떻든 화력의 업은 크로노가 가장 원하는 부분이다.
발리스타의 도입은 예상치 못한 이레귤러지만, 본래의 화력을 업시킬 방법인 <기관총>에 대해서, 크로노는 물어보기로 했다.
"시몬 쪽은 어때?"
"ㄴ, 네!"
많은 모험가가 모여있기 때문인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시몬.
몇몇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지만, 그중에서 한 명만,
"우우―"
어딘가 적의가 담긴 릴리의 시선이 있었다.
"저기, 오빠"
"무슨 일이야?"
"뭔가, 릴리 씨가 노려보고있는데......"
"그, 그만해 릴리, 아직 신경쓰고 있는거야!?"
"우우―!"
아무리봐도 불쾌합니다라는 듯이 뺨을 부풀리는 릴리에게, 크로노는 그녀와 시몬의 해후의 순간을 떠올렸다.
날아가는 연구실(창고) 문, 마력 전개의 소녀 릴리가 부들부들 떠는 시몬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는 크로노.
그 한 건 이후, 릴리는 유녀 상태로 돌아와서도 이상하게 시몬을 적대시한다, 랄까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상냥한 그 요정 릴리가 왜 시몬에게만 그런 엄격한 태도인지, 크로노에게는 알 수 없었지만, 모르는 나름대로 두 사람의 사이를 사이좋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아직 그 성과는 여물지 않은 것같다.
"미안, 계속해 줘"
뾰로통해진 릴리를 무릎 위에 안고 크로노는 어색한 표정을 띄우면서 시몬에게 이야기를 재촉한다.
"아, 응, 그러니까, 우선 기관총 쪽은 완성했어.
남은 건 교체할 총신이랑 총알이 얼마나 준비할 수 있는지네"
"잘 해줬어, 총알 쪽은 계속 내가 만들거야.
총신은 바꾸기 힘드니까 마법으로 차갑게 하면서 조심조심 쓸 수 밖에 없겠네"
오히려 정말로 일주일만에 완성시킨만큼, 이미 충분한 성과이다.
"응, 과연 지금부터 적절한 냉각기구는 구현할 수 없을 것같으니까 말이지"
"충분해, 기관총이 '두 자루' 있으면 반드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어.
못 씨, 기관총 사용법은 괜찮아?"
"오우, 내한테 맡기라!"
엄지손가락을 내세우며 자신감의 정도를 나타내는 모즈룬, 항상 기세가 좋은 그이지만, 그 부분은 과연 랭크 4 모험가, 괜찮을 것이라고 크로노는 판단한다.
"좋아――"
그리고, 크로노는 몇가지인가 보급이나 멤버의 배치에 관한 보고를 듣는 것을 끝내고 나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드디어 내일, 적의 이곳에 올거야.
결과적으로 단 일주일밖에 준비 기간은 없었으니까 급조된 방어선이지만, 여기서 어떻게든 우리들이 버틸 수 밖에 없어"
피난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지막 후미가 되는 빈들은 이것이 끝나고 출발한다, 만약 1일이나 2일만에 이곳이 돌파되면, 그들을 포함해 틀림없이 전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적어도 일주일은 여기서 적을 막아야해, 힘겨운 전투가 되겠지만, 모두의 목숨은 우리들에게 달려있어, 사력을 다해 싸우자"
그렇게 조용히 결의의 말을 전한 크로노, 모인 모험가들이 각각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싸우자―, 오―!"
릴리가 작은 주먹을 치켜들고 목소리를 올렸다.
"오―"
피오나도 무표정인 채로 릴리의 목소리에 잇는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도,
"오우!!"
"오오옷!!"
"오―옷!"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모험가는 함성소리를 내지른다.
길드를 흔들 정도로 웅장한 함성이 울린다, 크로노의 앞에서 모험가들의 의사는 하나가 되었다.
ᆞ
ᆞ
ᆞ
초화의 달 2일, 옅은 하얀 안개가 자욱한 로누 강 저편에서, 십자가를 내건 하얀 군세가 온다.
"저긴가――"
열의 선두를 가는 것은 다이달로스의 서부 점령을 담당하는 십자군의 장군인 경건한 십자교도 놀즈 사제장.
"보고대로군요, 마법으로 강화되었다고 생각되는 건물(길드)은"
옆에 선 부하의 말에 끄덕이며 응한다.
"과연, 정찰병이 검은 관(블랙 박스)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납득이 가는군, 이 무슨 불길한 어둠의 색을 하고있는가"
가도 좌우에 펼쳐진 숲은 드문드문하게 로누 강의 하천 부지가 펼쳐지고, 강에는 알자스 마을로 통하는 하나의 다리가 있다.
그 끝에는 무엇가의 출입을 거부하듯, 목조 울타리와 함께 철선의 덤불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을의 정문의 바로 옆에, 검정 일색의 길드가 섬뜩하게 우뚝 서있다.
"하지만 결국은 겉만 번드르르할 뿐"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마족들에게 놀즈는 일절의 공포도 품지 않는다.
적의 수는 기껏해야 300, 아군의 총병력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이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살리는 전술은, 정정당당하게 정면 돌파 뿐.
강이 전면에 있지만, 병력을 우회하여 포위를 완성 시키려면, 이 근처의 지형을 생각해보면 어렵고, 또한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을 요구한다.
시간을 잡아먹을수록 너무 마족을 놓치게 된다,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하 작전의 상투 수단이라고 불리는 우회 전술은 통하지 않는다.
또한 추격의 기병도 소모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격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 같은 '속박'은 있지만, 설령 가지고 있는 병사가 동수인 300정도 밖에 없다하더라도, 강철의 전신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내물리(물리 내성), 내마법(마법 내성)이 뛰어난 중기사(아머 나이트)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위협적인 기동력을 자랑하는 천마 기사(페가수스 나이트), 이 두 가지가 있는 것만으로 급조된 방비를 갖춘 마족같은건, 깨부수는 것은 간단하다.
놀즈는 필승을 확신하면서, 자신이 기다리던 그 명령을 내린다.
"공격 개시!!"
ᆞ
ᆞ
ᆞ
하지만, 다행히 아직 그는 모른다.
크로노의 십자군에 대한 증오와, 현대의 지식, 그리고 자신의 마력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요새화 길드가 있는 알자스 마을 방어선, 이것이 얼마나 피의 희생을 강요시키는 위협의 살육 지대(킬 존) 인지를.
그렇게 모험가 동맹과 십자군에 의한, 피로 피를 씻는 수렁의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제 8장 : 알자스 방어전